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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9

       평소와 다르게 적막한 여왕의 집무실 안.

       베아트리스는 오늘따라 집중이 되질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주딱의 빈자리가 더욱 쓸쓸하게 느껴져서 그런 걸까.

       계속해서 일을 하던 베아트리스는 결국 깃펜을 내려놓았다.

         

       “하아….”

         

       헤센 백작령으로 같이 가자고 할 걸 그랬나.

       괜히 일을 포기하거나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였지만….

       막상 일도 안 되고 시간만 버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같이 따라가서 기분 환기라도 할 걸 그랬나.

       베아트리스는 골골골 자고 있는 삐약이의 머리를 검지로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벌써… 주딱이 보고 싶네요.”

         

       하지만 별다른 이유가 없이 찾아가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여왕으로서 품위를 지켜야하니… 멋대로 움직이는 것도 좋을 게 없다.

       주딱이 돌아올 때까지 꼼짝없이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상황.

       그야말로 체크메이트였다.

         

       “하아….”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데까진 사흘은 걸릴 텐데….

       베아트리스가 깊은 한숨을 내뱉는 동안, 수정구가 작게 떨렸다.

         

       어디에서 연락이 온 걸까.

       던전으로 골머리를 썩이던 아르엔 자작령? 아니면 마기로 곤란한 마르실 남작?

       그러나 베아트리스의 눈에 보인 이름은 헤센 백작이었고.

         

       ─여왕님 주딱입니다. 내일이라도 여기 올 수 있나요?

         

       의외인 내용에 정신이 들었다.

       내일 헤센 백작령에 올 수 있냐니.

       내일은 너무 늦고 오늘 출발하면 괜찮겠지.

       베아트리스는 간단하게 일할 거리와 삐약이 먹이를 챙기면서 삐약이를 품에 안았다.

       지금 막 출발하면… 노을이 지기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거다.

         

       꽈악.

       그녀는 마법 지팡이를 쥐고 헤센 백작령을 향해 전력으로 날았다.

       공기가 차갑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주딱을 만나러가는 길이니까.

       하지만… 주딱이 부른데엔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왜 불렀을까요….’

         

       여왕님이 보고 싶어서 불렀어요. 같은 이유는 아닐 거다.

       그 이유라면 기뻐서 볼이 빨개질 것 같긴 한데…. 그럴 리가.

       급박하니까 내일이라도 와달라고 얘기했겠지만….

         

       ‘무슨 일일까요…?’

         

       공장에 무슨 일이 생겼거나. 아니면 헤센 백작령에 큰일이 생겼거나?

       아무튼 주딱에게 심각한 일이 생긴 것만 아니길.

         

       걱정하던 베아트리스는 헤센 백작령에 도착해, 곧바로 용사를 찾았다.

       일그러진 마나의 파장을 찾으면. 그 옆에 주딱이 있을 테니까.

       그녀의 감각에 걸린 곳은 의외로 영지가 아니라 바깥이었다.

         

       위치를 찾아 도착한 곳에선. 용사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용사님 더 멋있게 휘두를 수 있어요?”

       “저기 있는 언덕을 깔끔하게 절단해보겠습니다.”

         

       용사가 절도있는 동작으로 검을 휘두르자, 작은 언덕이 일도양단되었다.

         

       “캬아아아. 이거지~ 이궈궈던~”

       “?”

         

       왜 여기서 언덕을 베어버리면서 환경을 파괴하고 있을까.

       베아트리스가 땅에 착지하자, 주딱이 손을 들었다.

         

       “오. 여왕님.”

       “주딱. 연락받아서 왔어요. 그런데 이건…?”

       “아. 새로운 기능 확인 겸 해보고 있었어요. 이거 때문에 부른 거기도 하고요.”

       “어떤 건가요…?”

         

       베아트리스는 주딱이 내민 스마트폰을 보았다.

       화면에는 그녀가 아는 갤러리가 아닌, 방금 전 용사의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사진이 움직였다.

         

       “….”

         

       사진이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소리도 흘러나왔다.

         

       “이건….”

       “혁신이죠. 지금까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아요.”

       “그렇네요….”

         

       베아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보기에도 스마트폰은 새로운 가능성을 담고 있었다.

       갤러리뿐만 아니라, 다른 기능까지 들어간다니.

       스마트폰은 갤러리에만 쓰지 않고 더 좋아질 거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좋은 걸까.

         

       그녀는 주딱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 물건으로 얼마나 바뀔지 알고 있을까.

         

       “주딱이 상상하는 대로 된다면… 어느 정도일 거라 생각하나요?”

       “대륙 모두가 이걸 사용하겠죠.”

       “모두가 하나씩…?”

       “하나는 아니고 두 개 이상 보유하는 사람도 있곘네요.”

       “….”

       “오센 왕국이 이 사업 하나로 먹고 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주딱의 목소리엔 믿음과 확신을 넘어, 당연함마저 담겼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정말로 그렇게 될 것 같다.

       베아트리스는 주딱을 빤히 바라보았다.

         

       ‘주딱은… 어떤 세상을 보고 있는 걸까요.’

         

       저렇게 집중하는 눈으로. 무얼 상상하고 있는지. 가끔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그가 바라보는 곳에… 자신도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베아트리스는 주딱을 응시했고.

         

       주딱은 동영상 촬영본을 확인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야시시한 동영상을 찍을 수 있겠는데?’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다.

         

         

       ***

         

         

       “그래서… 이거 원리가 뭐라고요?”

       “아! 궁금하시군요!”

       “음… 예.”

       “마나 배터리에 마나 패턴을 저장할 공간을 임시적으로 마련한 게 아니라… 따로 공간을 배정해서….”

       “으으음… 예.”

       “기존에는 편법으로 만들어냈다하면 이건 따로 부품을 추가하는 격이라 이전과 다른….”

       “어… 예.”

       “아무튼 그래서 동영상을 저장할 공간이 필요합니다. 제품을 조금 바꾸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안이 될 것 같은데….”

       “예예예….”

         

       주딱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하나도 이해 못 했다! 문과니까.

       원래 문과는 ‘저기 이거 만들어주세요.’ 하고, 이과는 ‘예? 씨발 뭐라고요?’ 라고 대답하면서도 어떻게든 만들어오지 않던가.

       문과인 주딱이 할 말은 정해져있었다

         

       “아무튼 된다는 거죠?”

       “예. 됩니다!”

       “호오….”

         

       스읍? 해봐야 알겠는데요? 가 아니라, 됩니다! 라는 건 이미 끝난 얘기 아닌가.

       이건 된다! 주딱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남은 건 노예를 도망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

       하지만 노예에게 목줄을 채우는 건 해본 놈이 더 잘한다.

       갤러리에서 파딱들의 목덜미를 붙잡던 실력으로 주딱이 목표를 포착했다.

         

       “그래서 개발자로 일하는 건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

       “재밌을 것 같습니다.”

       “호오… 그럼 공장에서 개발 업무 쪽으로?”

       “더 편한 일인데 저야 좋죠.”

         

       과연 편한 일일까.

       돌프라는 이름을 가진 콧수염 아저씨가 들었다면 도망쳐 제발! 여기에 오지마라! 뒤도 돌아보지말고 떠나라!

       라고 소리쳤겠지만, 그 사람은 아주 잠시 휴가를 떠나서 없는 상황.

       이 일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능력 좋은 노예는 빠르게 목줄을 채워야 한다!

       주딱은 음흉한 속내를 숨기고서 손짓했다.

         

       “종이.”

         

       주딱의 눈치를 보던 용사가 조용히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원래는 보너스를 지급하려고 했는데….”

       “헉.”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그런….”

       “보너스 같은 것보다 더 좋은 걸 드리죠.”

         

       놀란 표정을 짓는 사내에게. 주딱은 가볍게 계약서를 적었다.

       계약서… 내용은 모르지만 적당하게 적어놓으면 알아서 되겠지.

         

       “일단 다시 계약할까요? 공장일은 됐고 개발자로 활동하는 걸로 하고.”

       “저 그럼… 혹시 저를 도와준 동료들도 같이 가능할까요?’

       “아! 팀을 만드시죠!”

         

       제 발로 노예, 아니 개발자들이 걸어 들어오다니!

       동영상을 위한 팀이 온다니.

       주딱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금액을 작성했다.

         

       ‘금액은 적당히 적으면 되겠지.’

         

       많은 금액이어도 괜찮다. 여기는 여왕님과 한 배 아닌가.

       여왕님하고 어? 같이 체스도 두고! 삐약이 산책 시키고! 다 했어!

       정 안되면 갤러리를 위해 남겨둔 비자금을 사용하면 되니까.

         

       주딱은 가볍게 100골드를 기입했다.

         

       “100골드…?!”

       “너무 적나요?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리 일을 잘해도 연봉이 100골드는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무슨 소리하세요?”

       “예?”

       “월급이 100골드인데.”

       “예???”

         

       다크엘프. 이엘의 손이 덜덜 떨렸다.

       아르델에서 100골드를 벌려면 극비 임무를 몇 번이나 해야 하는 돈인가!

       그것도 수십 년 단위로 모아야할 텐데…!

       그는 셈을 해보려다가 포기했다.

         

       “하, 하지만… 괜찮습니까? 저희 팀에 월급 100골드를 지불한다니.”

       “팀이요?”

       “예?”

       “아니, 인당 100골드씩 지불할 생각이었는데… 필요 없으시면 뭐….”

         

       인당 월급 100골드??

       이엘의 눈에 주딱이 천사로 보이기 시작했다.

         

       “헉. 아닙니다. 매우 필요합니다!!”

       “아. 그리고 보너스는 별도입니다.”

       “오센 왕국으로 귀화하고 싶습니다….”

         

       이런 천국이 존재한다니.

       이엘이 감격의 눈물을 뚝뚝 흘렸으나.

         

       “오. 근데 그 사람이 그걸 허락 할까요.”

         

       주딱의 한 마디에 정신을 차렸다.

       아르델의 여왕. 세렌디아가 과연 내버려둘까?

       야. 데려와. 라는 환청이 들리는 것만 같다.

       그런 사내를 보고서, 주딱은 웃음을 참았다.

       그 정도로 여기 조건이 좋다는 거지.

         

       이렇게 물들고 목줄을 채워놨으면… 더 작업할 일은 없으니….

       주딱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잠시 기다려주시겠어요?”

       “예. 알겠습니다.”

       “잠시 잡아올… 아니, 데려올 사람이 있어서.”

         

       1호 노예. 콧수염 아저씨를 데려와야 하거든.

       주딱은 이 자리에 필요한 사람을 데리러 이동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않을까.

       휴가 끝나고 갑자기 뒷통수를 맞는 것보단 미리 맞는게 낫지.

       아마 당사자도 일을 빨리 처리하는 걸 좋아할 거다.

         

       주딱은 돌프의 숙소 문을 퉁퉁 두드렸다.

         

       끼익.

       문이 천천히 열림과 동시에 주딱은 안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콧수염 아저씨 등장. 그는 눈을 마주치고 0.1초만에 문을 닫았다.

       귀신이라도 본 표정이었다.

         

       “돌아가게!!!!!!!!!!”

       “돌프 아저씨?”

       “왜… 왜 나를 찾아온 건가.”

       “왜요. 무슨 생각을 했길래?”

       “안 돼!!!!!!!”

       “말해! 무얼 생각했지?”

       “크흑….”

         

       돌프는 서럽게 울면서 문을 열었다.

         

       “휴가를… 생각했다네….”

       “저랑 같은 생각을 했네요. 휴가는 압수라는 얘기를 하려 했는데.”

       “크아아아아악!!!!!!”

         

       바닥에 엎어진 돌프가 주딱을 올려다보았다.

         

       “무슨 일이지…? 설마 공장에 문제가 생겼나?”

       “음.”

       “맞다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뒤에 있는 용사님에게 나를 베어달라고 얘기하게.”

         

       주딱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표정인 걸 보아하니, 이건 싫었나보다.

         

       “일단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뭐부터 들을래요?”

       “좋은 소식부터….”

       “좋은 소식은 휴가를 반납해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좋은 소식이 아니잖나!!!”

       “쩝. 일 하면 좋은 거 아닌가. 돈 더 받잖아요.”

       “이런 미친….”

         

       누군 일 하고 싶어도 못 하는데.

       일 하는 건 축복이 아닐까. 보너스도 두둑이 받았잖아.

       이게 그렇게 나쁜 일인가.

       주딱이 뻔뻔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편, 성난 콧수염 상태가 된 돌프는 무언가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이성이 이제야 돌아왔다.

         

       “아니….”

         

       이딴 개같은 소식이 좋은 소식이라면

       나쁜 소식은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단 말인가?

       돌프의 눈에 두려움이 깃들었다.

         

       “나쁜 소식은… 뭐지?”

       “아. 그거. 완곡한 표현으로 돌려말할까요. 아니면….”

       “그냥 말하게….”

       “제품 새로 만들어야 해요. 다른 사람이 더 좋은 방향성을 제시 했거든요.”

       “이런. 씨발.”

         

       돌프의 세상이 무너졌다.

       제품을 새로 만들라니. 이걸 만들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설계했는데.

       그렇게 세상을 증오하던 돌프는 주딱의 발언을 곱씹었다.

         

       “근데 잠깐… 다른 사람?”

       “예. 다른 사람이 이번에 들어왔거든요.”

       “후임?!”

       “예. 공장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당장 가야지!”

         

       뭐? 지옥에 들어온 사람이 또 있어?!

       돌프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공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사내를 확인했다.

       안경 쓴 사내. 누가 봐도 마법과 기계를 좋아할 것 같은 얼굴!

       갈려나가기에 딱 적합한. 돌프가 찾던 인재였다.

         

       “자네가 새로온 사람인가?”

       “예… 그렇습니다.”

       “계약은…?”

       “아. 방금 했습니다.”

         

       벌써 계약까지!

       돌프의 입가에 함박 웃음이 지어졌다.

         

       “지옥에 한 사람이 늘었군.”

       “예?”

       “아, 아닐세. 큭큭큭.”

         

       동료가 생겨서 기쁜 돌프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더 재밌게 쓰고 싶은데 어렵군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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