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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9

       짝짝짝짝!

         

       마지막 공연을 마친 명진 선사님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아이들도 기도회가 끝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기에 울상을 짓는 아이도 있었고 혁기린은 그런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달려갔다.

         

       나 역시 선사님들에게 다가갔다.

         

       “수고하셨습니다. 선사님들.”

         

       “허허허…수고는 무슨 밤낮으로 고생한 자네가 수고했지.”

         

       선사님들의 얼굴에는 뿌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한 건 해냈다는, 한 고비 넘겼다는 성취감이랄까.

         

       선사님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싶었다.

         

       “뭔가…아주 오래간만에 열정을 불태워 본 느낌이군.”

         

       “그래. 그렇구만…정말 오래간만이야.”

         

       어느 선사님이 하신 말씀에 동의하는 선사님들. 점창파의 인원으로서 그리고 노년인 그들만이 느끼는 어떤 감성이 있겠지. 선사님들은 감회 어린 얼굴로 각기 숙소로 돌아가는 제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보며 나는 이게 아니다 싶었다.

         

       선사님들의 잔잔한 미소 수염을 쓰다듬으며 주억거리는 모습. 그리고 활기차고 즐거워 보이는 제자들. 그리고 그 사이에 은근슬쩍 끼어있는 흑묘까지.

         

       지금 이 장면이 영화였다면 [–Fin-] 이라는 자막이 출력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아니 왜 벌써 끝나는 분위기야 아직 한달의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분위기를 조금 환기할 필요가 있었다.

         

       “어떠셨습니까?”

         

       “무엇이 말인가?”

         

       “아이들과 어울리는 일 말입니다.”

         

       “흐음…”

         

       선사님들은 각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나는 딱히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니었기에 곧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즉각적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선사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사님들이 바뀌었기에 아이들은 곧바로 선사님들을 친근하게 여기고 따르고 있습니다.”

         

       “맞는 말일세.”

         

       선사님들과 아이들은 기도회를 통해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렇지만 기도회가 아니었더라도 선사님들이 지금과 같이 아이들을 대해주었다면 시간이 걸렸을 뿐 지금과 같이 가까워졌겠지.

         

       “이제 첫 단추를 꿰었을 뿐입니다. 그저 아이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졌을 뿐이지요. 선사님들은 첫날 아이들은 그냥 뛰어놀게 두면 그만이라고 말씀하셨지요. 그건 그냥 멀리서 보았기 때문입니다.”

         

       선사님들도 아이들을 잘 돌보고자 했던 마음이야 절실했겠지만. 그 앞을 가로막은 장막은 여럿 있었다. 선사로서 아이들을 엄히 다스려야 한다는 선사님들의 입장. 무공이 고강한 어르신들을 어렵게 여기는 아이들. 그리고 공통분모가 없다는 어색함 등 현실적인 문제는 많았다.

         

       “제가 점창파에 머물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선사님들은 외부인인 저보다도 먼 곳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그러니 선사님들보다 제가 더 아이들에 대해 잘 알았지요.”

         

       “흐음…”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군.”

         

       선사님들의 눈에 진중함이 서렸다. 나는 선사님들의 눈빛을 확인하며 속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선사님들도 각자 아이들과 거리가 좁혀지며 알게 모르게 느꼈던 점들이 여럿 있었던 모양.

         

       “이제 선사님들은 저보다 아이들과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스스로 보셔야지요.”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교육이 아닌 기술이니까.

         

       사실, 내가 간섭하지 않았더라도 점창파의 아이들은 잘 자라났을 것이다. 선사님들은 제자들에게 진심이었고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니까. 혁기린이 저렇게 성장했고 증오를 불태웠던 여일예도 점창의 가르침을 몸에 새겼으니. 말해 뭣하겠는가?

         

       그러나 어른의 방식은 어른이 되어서야 알 수 있는 법이었다.

         

       어쩌겠어. 아이가 어른이 될 수 없으니 어른이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야지. 나는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할 뿐 그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선사님들의 몫이다.

         

       “음.”

         

       마술이라는 수단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그냥 문제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준 운반책이었을 뿐. 선사님들은 이제 아이들에게 다가갔고 앞으로 진짜 문제점들과 마주할 것이다.

         

       선사님들에게 그 점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이리 분위기를 잡고 말을 하는 것이다.

         

       근데 너무 세게 말했나? 선사님들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후우. 어렵군. 기술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노구가 쑤시는데 이제 시작이라니.”

         

       “어허, 뭘 그렇게 약한 소리를 하는가! 이미 각오한 일 아니었나!”

         

       “맞는 말일세. 도우의 도움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생각은 아니었지 않는가!”

         

       “후우, 우화의 길에 오르기 전에는 성과가 있으면 좋으련만.”

         

       내 등 뒤로 식은땀이 삐질 흘렀다. 이런 분위기를 원한 것은 아니었는데…지난 2주에 가까운 여정동안 선사님들은 내색만 안 하셨을 뿐 꽤나 한계까지 몰려있으셨던 모양이다.

         

       이제야 지난 11일간 선사님들의 감정소모가 극심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연 프로그램에서도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참가자가 어디 한둘이었던가.

         

       전날 저녁에 배운 것을 다음날 선보기를 반복하길 11일이다. 나야 그냥 과제나 내고 태평하게 무공 수련이나 했지만 선사님들 역시 일과가 있었을 터. 일과를 해치우면서 틈틈이 연습하고 그 결과를 매일 평가받기를 근 2주를 반복했으니.

         

       …이건 내가 잘못했네. 거의 새하얗게 불태운 선사님들에게 채찍을 때렸으니 그게 막타가 되어 선사님들이 파스스 스러지는 듯한 느낌이다.

         

       선사님들의 어깨가 적어도 두세 치는 내려가고 수염까지 시들시들 처진 모습!

         

       “아, 아니! 선사님들! 지금까지 노력해서 아이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시지 않았습니까! 아이들의 미소! 그게 가장 값진 것 아니겠습니까!”

         

       “허허…그건 그렇지 그런데…”

       

       

       

       “아이들이 즐거워 한 것은 다행이긴 하지…”

         

       갑자기 박살난 분위기!

         

       등 뒤로 식은땀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선사님들은 지금까지 충분히 잘 해 오셨습니다. 그렇게 실망하실 필요 없습니다. 선사님들의 행동이야말로 제자들에게 교훈이 되지 않았겠습니까!”

         

       선사님들이 시큰둥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지금이라도 칭찬 퍼레이드를 퍼부어서 조금이나마 선사님들의 정신력을 회복하기로 하자.

         

       “아이들을 위해 이토록 노력하는 선사님들을 보며 제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아이들, 즉 제자들을 위한 열정에 감동받아 더욱 선사님들을 따를 마음이 들지 않겠습니까!”

         

       “헛흠. 우리가 좀 열심히 하기는 했지…?”

         

       “그래 늙은 몸으로 여기까지 했으면 잘 했지.”

         

       생각해보니 애들 잘한 건 칭찬해줬는데 선사님들 잘한 것은 칭찬을 해 드린 적이 없구나. 선사님들에게는 아이도 사람이라고 그렇게 강조했는데 정작 나는 선사님들은 사람으로 보지 않은 모양이다.

         

       평균 나이 60~70세로 추정되는 어르신들 삐진 것을 달래줘야 한다고 하니 현기증이 나긴 했지만 일단 달래고 생각할 일이었다.

         

       때마침 흑묘와 혁기린이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내 다급한 손짓을 받은 두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혁기린 대협! 요새 제자들 사이에서 선사님들 평판이 어떻습니까앗!?”

         

       “예?”

         

       혁기린이 내 필살의 눈깜빡임을 이해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를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야 당연히 선사님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는 없지요. 갑작스러운 변화에 조금 놀란 제자들도 있기야 합니다만.”

         

       “커흠.”

         

       “크흐흐흠…”

         

       이 헛기침은 무엇인고 하니 만족스러운 헛기침이었다.

         

       “그래 흑묘야 네가 볼 때는 어떠냐?”

         

       “흐응.”

         

       흑묘는 나와 선사님들을 한번 바라보고는 사태를 파악했다는 듯한 콧소리를 한번 내더니.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시는 모습 참 보기 좋았어요. 심사위원으로서 그 노력을 지켜보며 속으로는 늘 감탄하고 있었답니다.”

         

       “엇흠!”

         

       “거 젊은 처자가 뭘 좀 아는구만!”

         

       나이에 상관없이 미녀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법이다. 애써 승천하려는 입꼬리를 막고 있는 선사님들을 보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 이제 마무리로 뭔가 있어 보이는 말을 하고, 기합 다지고 내일부터는 과제 수행 대신 이론이나 응용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면 되겠군.

         

       “선사님들의 행동과 노력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었습니다. 활을 가르칠 때 군자는 활을 당기고서 놓지 않는다 합니다. 그저 시위만 당기더라도 정도에 맞는 태도와 행동을 보이면 능력 있는 사람은 화살을 쏘는 법을 깨우친다 하였습니다.”

         

       나는 선사님들에게서 시선을 떼고 제자가 사라진 쪽으로 손을 뻗으며 시선을 돌렸다.

         

       “구파일방의 일좌. 점창파의 제자들이야말로 능력 있는 자들이라 할 수 있겠지요. 선사님들의 노력과 열정을 보인 것만으로도 시위를 당긴 것과 마찬가지이니 점창파 제자들 역시 선사님의 의중과 뜻을 깨닫고 스스로 활을 쏘는 법을 깨우치지 않았겠습니까.”

         

       크으 찢었다 찢었어.

         

       예쁘게 포장했을 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선사님들이 저렇게 내리사랑을 보이면 제자들 역시 그럴 생각이 없더라도 알아서 기어야지! 딱히 사형제간에 우애에 큰 관심이 없던 제자라도 지금 선사님들이 보이는 태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선사님들께서 열심히 배움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주신다면 제자들도 그 배움을 익히는 자세를 본받을 것이니 문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할 수 있겠지요.”

         

       “내일부터는 과제보다는 어째서 이런 손기술이 사람을 속일 수 있는지에 대한 원리와 그런 동작들의 운용에 대해 강의하겠습니다. 단순한 따라하기보다는 머리로 이해하고 응용력을 기르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지요.”

         

       “선사님들에게는 지금보다도 힘든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새 지식. 새 이론을 응용하는 것이 쉬울 리 없을 테니까요.”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뒤의 눈치를 보았다. 아니 왜 아무 말도 없어. 잠깐 칭찬한 걸로는 약발이 모자랐나? 그럴 리가 없는데.

         

       나는 몸을 돌리기 전에 잠시 눈만 도르륵 흑묘와 혁기린의 눈치를 살폈다. 흑묘와 혁기린은 못이 박힌 듯 선사님들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선사님들?”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한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몸을 뒤로 돌렸다.

         

       선사님들 역시 모두 숨을 죽인 채 한 사람을 응시하고 있었다.

         

       운종 선사님.

         

       운종 선사님은 눈을 반개한 채 끊임없이 눈을 떨고 있는 상태였다. 살짝 벌려진 입과 부자연스럽게 굳은 모습.

         

       이건 마치. 아니…마치가 아니다.

         

       운종 선사님은 깨달음 상태에 들어갔다.

         

       “오….”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아까의 말들. 그래 그랬지.

         

       전에도 말했듯 나는 평범하게 사는 사람이었다. 평범하게 회사에 다니며 평범하게 한 게임을 10년을 한 고인물이고 쉬는 날에는 평범하게 유투브나 보고 그랬지. 

         

       그런 내가 군자는 활을 어쩌구 저쩌구 하는 멋들어진 말을 어디서 들어보았을까.

         

       어디긴 어디야…깨달음 DB에서 들었겠지.

         

       군자인이불발(君子引而不發) 약여야(躍如也) 중도이립(中道而立) 능자종지(能子從之).

         

       “호 낭인님…?”

         

       혁기린이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여일예에게 깨달음을 주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혁기린이다. 그런데 내가 운종 선사님에게도 깨달음을 주었다.

         

       갑작스럽게 동료 선사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선사님들의 시선이 하나 둘 나에게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 시선을 한눈에 받으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나.

         

       지객당 앞에서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유투브랑 게임밖에 모르는 호천안!

    *22/08/11일 86~104화 리메이크가 적용되며 화수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104화 이후에 내용을 감상하시던 독자님들은 2편이 삭제되며 내용이 당겨졌으니 2회 뒤로가기를 누르시면 제 진도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변경 내용이 궁금하신분은 공지 참조 부탁드리겠습니다.

    *군자인이불발(君子引而不發) 약여야(躍如也) 중도이립(中道而立) 능자종지(能子從之).

    맹자의 진심상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사자성어로는 인이불발(引而不發)이라고도 하지요.

    활을 쏘는 법을 가르치지만 시위를 당기는 것 까지만 보여 줄 뿐 쏘는 법은 보여주지 않는다. 스스로 배움에 뜻이 있는 자들은 알아서 활 쏘는 법을 익힌다.

    남을 가르치되 모든 것을 가르치지는 않고 그 진수는 스스로 깨닫게 한다는 뜻입니다.

    거 그냥 가르쳐 줄 거면 시위를 놓는 법까지 그냥 가르쳐 줄 것이지.

    맹자가 현대의 교수였다면 학생들 사이에서 악명좀 떨쳤을 것 같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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