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29

       “아이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서울이 오랜만이라, 밤에 친구놈 하나 보기로 해서요. 오늘 우리 팀원들 봐서 너무 좋았네요.”

        

       “네! 저히? 저희야, 말로? 녜. 암튼 너무 좋았어여! 위스키 짱 맛있던데! 궁탁님 최고! 잘 마셨어요! 아, 그거 머에여? 그, 30? 40? 아, 30이다. 그거요. 그거 어디서 사요? 예나님이 좋아하던데.”

        

       “……우리 아크쌤은 총무님 잘 챙겨주시고.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마피아 겜도 재밌겠던데, 다같이 각 한 번 봅시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직 10시기는 한데, 내일 일정 있으신 분들은 어서 들어가셔야 할 거고…….”

        

       “들어가긴 조금 아쉽지 않나요? 이렇게 다 일정 맞춰 오프라인으로 모이기도 힘들 텐데.”

        

       “동의합니다!”

        

       “음……술 깰 겸, 맥주라도 한잔하러 갈까요.”

        

       “어……네?”

        

       “댁은 제발 전속 통역사를 데리고 다니세요. 맥주는 괜찮을 것 같긴 한데……잠깐 찾아 볼게요. 근처에 가게 많을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좀 조용한 곳이 있으면 좋을 거라.”

        

       “아, 녜! 제, 큼. 제가 하나 찾아 뒀어요. 왠지? 그, 마지막은 역시 맥주일 거 같아서!”

        

       “역시 우리 제자님. 다음에 칭찬 스티커 드릴게요. 하지만 마지막이 맥주일 수는 없으니, 기억해두세요.”

        

       “네, 선생님!”

        

       “……술을 더 마시는 거 조금 걱정스러운데……괜찮으시겠어요? 아리야, 괜찮겠어?”

        

       “녜!”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다.

        

       술자리가 으레 그렇듯이, 처음의 어색함과 조심스러움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모두가 거나하게 취한 상황. 조금 자제하는 듯 보이던 레반조차도 2차에서 술을 양껏 마시더니, 지금은 얼굴에 붉은 기가 감돌고 있었다.

        

       별포크가 미리 찾아 뒀다는 이자카야로 이동하는 길. 한껏 텐션이 올라간 별포크는 일행의 선두에서 높이 든 손으로 방향을 가리켜가며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눈에 띄면 안 된다며 속삭이던 조심성은 어디로 간 건지.

        

       ‘아리 괜찮으려나……? 누가 저렇게 먹인 거야.’

        

       아크는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이예나를 향해 의혹의 눈초리를 던졌다. 사람을 의심하는 건 나쁜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예나 정도 되면, 의심을 안 하는 게 직무유기리라.

        

       조용히 앞을 응시하며 걷던 이예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느낀 걸까. 

        

       방심하면 빨려들 것만 같은 눈이 무심하게 아크를 향했다. 그녀의 피부는 여전히 투명하게 비칠 듯이 새하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술을 그렇게 마셨는데도.

        

       생기 넘치게 붉은 입술이 아니었다면 어딘가 아픈 건 아닐까 걱정했을 정도로, 창백하게 하얀 얼굴이었다.

        

       발색이 너무 예뻐서 무슨 제품인지 물어봤다가……립밤만 발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찌나 당황했는지. 상대가 이예나가 아닌 다른 누군가 였더라면, 화장품 정보를 공유하기 싫어서 노골적인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확신했을 텐데.

       

       ‘이예나……니까.’

        

       나른한 눈빛. 매혹적으로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가, 다시 닫혔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편하게 해주면 좋을 텐데. 키보드라도 가져다주면, 아따먹의 인격이 깨어나서 편하게 이야기를 해줄까.

        

       직접 대면해서 보는 이예나는 언제나, 어딘가 비현실적인-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 이질감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붙잡고 싶은.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누군가가 꽉 안아주지 않으면, 안개처럼 흩어질 것 같은-

        

       알코올 때문일까. 상상력이 자꾸만 엄한 방향으로 부풀어 올랐다. 아니면, 저 중성적인 느낌의 하얀 오버핏 와이셔츠 탓일지도. 마치, 남자친구의 집에서 자고 일어나서 잡히는 옷을 걸치고 나온 양 보여서…….

       

        ‘미쳤지, 김진희. 미쳤어. 남친을 사귀자. 제발. 이 나이 먹도록 남친 한 번 안 만나니까-’

       

       “지니님.”

       

       일부러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절묘하게 생각의 흐름을 끊어낸 목소리였다. 

        

       “네, 네?”

        

       “이따가,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부탁이라는 단어에, 아직 이예나를 ‘아따먹’으로만 알고 있던 시절에 요구당했던 강퇴반사권이 불현듯 떠오르며- 섣부르게 대답하지 말고, 일단 무슨 부탁인지 물어봐야한다는 생각이 아크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네? 네, 그럼요.”

        

       그럼에도, 그녀는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때는 장난치신 거고. 별 일 있겠어- 라고, 생각하며.

        

       * * * *

        

       “짠!”

        

       잔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넘칠 듯한 맥주를 입으로 옮겼다.

        

       머리도 곧 잘라야겠는데. 점점 샤워를 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머리를 말리는 것도 고역이다. 아예 짧게 치면……이예리가 기절하려나.

        

       지금으로 봐서는 별포크가 더 기겁할 거 같기도 하고.

        

       이자카야에 도착하자마자 내 옆자리에 앉은 별포크는, 10분째 내 머리카락을 빗어 내리다가 땋아보고, 다시 빙빙 돌려가며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잠깐 만져봐도 되냐는 질문에 별 생각 없이 그러라고 답한 결과였으니, 그야말로 자승자박인 상황.

        

       하지만 간지럽기도 하고……무엇보다, 남 보기에 좀 그렇지 않나. 대놓고 얘기하지는 못해도, 레반과 고라박스의 시선이 자꾸 내게 쏠리는 게 느껴졌다. 맥주를 가지고 온 종업원은 아예 대놓고 쳐다보다가 갔고.

        

       결국 참지 못하고 이제 그만하라고 했더니, 세상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는 맥주만 들이키는 것이다.

        

       줬다 뺏은 내가 잘못한 건가. 아니,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지.

        

       놀아주기 힘든 여동생이 달라붙은 느낌이다. 동갑이라는게 믿기지 않는데.

        

       “이번 월드 시리즈는 무조건 GP 우승이죠! 아, 우리 오소독스가 얼마나 잘 하는데요! 압도적 지하 차이로 끝날 거예요.”

        

       “……그 형이 들으면 좋아하겠네요. 다음에 전해 줄게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오나로 맺어진 인연인 탓일까. 맥주가 몇 바퀴 돌고 나니, 대화의 주제는 나오나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예나님은 어떻게 생각해요? 어느 팀이 우승할 거 같아요?”

        

       “글쎄요. 프로팀……잘 몰라서요.”

        

       아, 이 집 메로구이 맛있네. 별포크가 참 식당은 잘 고른다. 칭찬의 의미로 한 점을 덜어서 앞접시에 올려주니, 다람쥐처럼 잽싸게 입으로 옮겨 담았다. 

       

       마음 상한 여자를 달래는 데는 맛있는 음식만한 게 없다더니.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이 배시시 웃는 모습이 강아지를 연상시켰다.

        

       “네? 아니, 그래도 프로리그는 보실 거잖아요. 아예 안 보세요?”

        

       “음……옛날엔 가끔 봤는데. 요즘은 무슨 팀이 있는지 잘 몰라서요.”

        

       참치 타다끼도 한 점 집어서 별포크에게 건넸다. 방긋 웃으며 받아먹는 게, 새 모이주는 기분이네. 다음은 뭘 주면 좋을까.

        

       “아니, 프로리그 생기고 팀이 뭐 얼마나 바뀌었다고…….”

        

       “그리고, 프로리그엔 도적도 안 나오잖아요. 그 시간에 든든한 도댓 방송 보지.”

        

       “……진짜 꾸준하시네. 대체 도적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거예요? 암살자 컨셉을 좋아하시나 했더니, 딱히 그런 빌드만 굴리는 것도 아니고.”

        

       “제가 도적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도적이 좋은 거예요.”

        

       “물어본 내가 잘못했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나무꾼에게는 해체가 고역일 게딱지를 건네주었다. 옷차림도 그렇고, 마른안주마저 고집스럽게 젓가락으로 집어먹는 것도 그렇고……제법 깔끔떠는 성격 같은데, 이건 어떻게 먹을지 조금 궁금해서 그만.

        

       당황하는 표정을 보니, 기분이 조금 풀리는 것 같기도 했다. 내친 김에 껍데기가 단단히 붙어있는 전복찜과, 잔가시가 많아 보이는 장어 구이도 덜어서 접시에 올려 두고, 고기도- 아, 이거 잘 익었네. 이건 아크 주자.

        

       아, 맞다. 아크.

        

       * * * *

        

       [작성자: ㅇㅇ]

       [제목: 아따먹 뒤풀이 갔을까?]

       [아크가 오늘 5인의도적 팀 뒤풀이 한다고 했는데

        

       아따먹도 오는지는 끝까지 말 안 하더라고]

       –     가지 않았을까?

       –     ㄴ 오면 말을 했겠지……아크 그런 거 어그로 끄는 거 좋아하잖아

       –     ㄴㄴ 혹시 아따먹 신상 노출될까봐 말 안 한 거겠지

       –     ㄴㄴ 하긴 걔는 신상 노출되면 좀 위험하긴 해

        

       [작성자: ㅇㅇ]

       [제목: 아따먹아 제발 집에 있다고 인증해다오]

       [제발 뒤풀이에 가지 않았다고 해다오……

        

       뒤풀이에서 은근슬쩍 차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페라리 한 번 타보고 싶지 않냐고 이야기하는 궁탁의 마수에 걸렸다가는 페라리 말고 다른 걸 밤새도록 타게 되고 말거다……

        

       제발 평소처럼 방구석에서 도적부흥운동이나 하고 있다고 해다오……]

       –     더 로그 이후로 이런 병신 비율이 급증한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     궁형님 유부남이다 병신새끼야

       –     진짜 고소가 안 무서운 새끼들이 왜 이렇게 많냐

       –     ㄴ 그깟 고소보다 아따먹의 처녀상실이 더 두렵구나……

       –     ㄴㄴ 넌 진짜 고소당해라

        

       [작성자: ㅇㅇ]

       [제목: ???: 앗! 아, 흫. 흐읏! 그, 그마안…!]

       [???: 안 할게, 도적, 흐읗, 안 할, 테니까! 도적, 따위이, 흐으읏……!]

       –     죽어

       –     오……이거 조금……반응이 있군요

       –     ㄴ 너도 죽어

       –     이런 새끼들이 대놓고 성희롱 박는 애들보다 더 악질이다 ㄹㅇ

       –     ㄴ 듀라한의 숙명임……차라리 얼공하면 이런 새끼들은 없어짐

        

       [작성자: 아크따먹아따먹]

       [제목: 방장 커뮤 관리 좀 해야 될 거 같음]

       [뭐 관리하고 제재하고 이러는 거 싫어하는 성격인 건 아는데

        

       너무 봐주니까 점점 선을 넘는 새끼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음

        

       채팅창에서는 그나마 자제하는 거 같은데 갤이나 위게더는 고소장 받아야 될 새끼들만 한 트럭이네 진짜]

       –     일단 가슴에 손을 얹고 니 아이디부터 좀 보자

       –     ㄴ 순수한 의미임

       –     ㄴㄴ 진짜 병신인가……

       –     저번에 관리자 뽑는다고 하지 않았나?

       –     ㄴ 그건 지튜브 관리자였고 그나마도 아직 안 뽑았을 걸

       –     ㄴㄴ 얘기나온지 2주는 넘은 거 같은데 아직도?

       –     ㄴㄴ ㅇㅇ 뭐 방송에서 얘기한 게 없음

       –     이래서 남초 상대 장사는 진짜 극한직업임

       –     ㄴ 그건 그냥 니가 여초를 안 봐서 그럼

       –     ㄴㄴ ㄹㅇ 거기가 오히려 진짜 심연인데……

       –     ㄴㄴ 레반 빠는 여초갤 베스트에 레반x도댓 하드코어 팬픽 올라온 거 3회독 하고 와서 다시 글 써라

       –     ㄴㄴ 그거 좀 그렇더라 도댓이 그런 소리를 낼리가 없는데

       –     ㄴㄴ 선생님은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작성자: 갱생도질]

       [제목: 더러운 글 쓸 시간에 도적이나 한 판 더 해라]

       [(전적 스크린샷)

        

       그게 진정 그녀를 위하는 길이다.

        

       불만있는 놈은 지하로 오도록.

        

       단검으로 모가지를 찢어줄 테니.]

       –     캬 이 새끼 도적 실력 존나 늘었네 ㅋㅋㅋㅋ

       –     ㄴ 이게……사랑의 힘?

       –     존나 멋있는 병신이 되었구나 도질아……

       –     혹시 더 로그는 안 함?

       –     ㄴ 그거 샀는데 아직 좀 어려워

       –     ㄴㄴ 그 와중에 그걸 샀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병신새끼 진짜 ㅋㅋㅋㅋㅋㅋ

       –     ㄴㄴ 멀티 된다잖아……언젠가 시참 할지도 모름 리얼

       –     ㄴㄴ 악기도 하나 연습하지 그러냐 합주합주 노래를 부르던데

       –     ㄴㄴ 그럴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SnowOne 님, 25+50+100+150+17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괴도애기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고냥이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뿌뿌쁘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명군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익명의 독자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Jack Pen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익명의 독자 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후원 인사가 길어졌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토요일 연재분을 조금 빨리 올렸습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