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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9

       소희는 마구 흔들리는 눈동자로,

        

       “어, 그러니까…….

       뭐라고?”

        

       뭔가 말을 하려다가, 결국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았는지 그렇게 다시 한번 되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너희들 앞에 있는 나는 너희들이 알고 있는 ‘사라’는 아니라는 말이야. 엄밀히 따지자면 내가 사라고 걔는 다른 존재라고 보는 게 맞는 것도 같지만, 너희들에게는 오히려 걔가 ‘사라’겠지.”

        

       “어, 어……?”

        

       일부러 말을 어렵게 꼬아서 하는 듯한 ‘사라’의 말에, 소희가 다시 미처 말이 되지 못한 소리를 냈다.

        

       그 광경에, 하늘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쉽게 말하면 사라는 인격이 두 개라는 말이야. 우리가 지금까지 보던 사라가 있고, 저 애는 다른 ‘사라’.”

        

       “어…… 아, 그러니까, 이중인격이나 뭐 그런 거란 말야?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소희가 간신히 대화를 따라잡고 그렇게 되묻자, ‘사라’와 하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몸의 원래의 주인’이라는 말은?”

        

       옆에서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수아가 묻자, ‘사라’가 말했다.

        

       “문자 그대로야. 내가 원래 이 몸을 쓰고 있던 인격. 그리고 너희들이 알고 있는 사라는 나중에 내 몸에 들어온…… 아니, ‘생겨났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런 애고.”

        

       “……언제부터?”

        

       수아가 이어서 물어보자, ‘사라’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인 뒤,

        

       “아마 내가 약을 먹었던 순간.”

        

       “…….”

        

       방 안이 침묵으로 휩싸였다.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지을 거 없어. 어차피 난 죽지도 않았고. 지금 이렇게 만나고 있으니 그런 사실 같은 건 아무래도 좋잖아?”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늘은 아까부터 계속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상태였고, 수아는 깊은 생각에 빠진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세 친구를 대표해서 입을 연 것은 소희였다.

        

       “그러니까, 그런 행동을 했던 것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거니까 ‘아무래도 상관없다’같은 말은 좀…….”

        

       소희의 그런 말에, ‘사라’는 마치 소희가 그런 말을 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는 듯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내가 그때 약을 먹었으니까 너희들이 걔를 만날 수 있었던 거잖아?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나는 그때 약 먹은 거 후회 안 해. 내가 한 번 죽지 않았으면 지금과 같은 생활도 못 했을 거고, 사람들 앞에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테니까.”

        

       다시 한번 벌어지기 시작한 간극에 소희는 간신히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러니까, 우리랑 만난 것은 행운이긴 하지만…… 한 번 죽었었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것도 문자 그대로야.”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라’의 표정은 아까보다는 흐렸다. 뭔가 확신하지는 못하겠다는 표정.

        

       “내가 약을 먹었고…… 아마, 이 몸은 한 번 죽었고,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 과정에서 나는 의식 깊은 곳에 잠들고, 그 사이에 나의 기억이 없는, 너희들이 알고 있는 ‘사라’가 내 몸을 이용하게 된 거지.”

        

       “……그러니까, 너는 이미 한 번 부활했다는 말이야?”

        

       소희는 이미 한 손을 머리 위에 올리고 있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가, 그것도 세상의 이치에 맞지 않는 정보가 순식간에 들어오다 보니 사고가 말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걔도 그렇게 생각하고.”

        

       “…….”

        

       다시 한번 방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이번에는 하늘도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사라’를 보고 있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해서 그렇다기보다는, ‘얘가 지금 제정신인가?’하는듯한 표정이었다. 그야 보통 사람이라면 믿지 않을 법한 이야기였으니까. 부활이라는 말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은 성경을 진지하게 믿는 종교인들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도 일반인이 부활했다고 하면 당연히 믿지 않을 것이고.

        

       니가 예수냐?

        

       그런 말이 돌아와도 이상할 것이 없으니까.

        

       “전부 믿지 않는 모양이네.”

        

       “그야…….”

        

       소희가 난감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것도 당연하다. 여기 있는 아이들은 전부 사라를 좋아한다. 아마도, 그게 눈앞에 있는 ‘사라’라도 그 마음은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말을 모두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그 이야기가 초자연적인 이야기라면 더더욱.

        

       아, 물론,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어쩌다가 하늘에서 떨어진 여자애 속옷을 보게 되고, 알고 보니 그 여자애가 세상에서 가장 돈 많은 청소년이었고,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의 오너가 될 사람이고, 자신은 그 애한테 1년에 5억 원씩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판타지라면 판타지였다.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누구에게 말을 해도 절대로 믿어주지 않을 판타지.

        

       하지만 사람이라는 존재는 결국 자신이 직접 겪어본 일이 아니라면 본인이 생각하기에 ‘터무니없다’고 생각한 이야기는 쉽게 믿지 못하는 법이다.

        

       “……그날, 병원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고 했잖아.”

        

       하늘이 ‘사라’에게 물었다.

        

       그랬다. 병원에서는 정상이라고 했었다. 만약 ‘사라’가 죽었다가 사라로 살아났다고 하면, 그건 그냥 정상이라고 평하고 돌려보낼 일이 아니라 학계에 보고해야 할 일이었다.

        

       “너는 이미 나한테 들어서 알고 있던 거 아니었어?”

        

       ‘사라’가 하늘에게 묻자, 수아와 소희의 시선이 동시에 하늘에게로 향했다.

        

       “……듣긴 했지만, 나는 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아, 그래?”

        

       ‘사라’는 그 말을, 별거 아니라는 듯 받아들이는 모양이었다.

        

       “……네가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도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는 ‘사라’에게 처음으로 조금 스산한 기분을 느끼며 하늘이 말했다.

        

       “내 등에 있던 멍 자국 때문이야.”

        

       ‘사라’가 말했다.

        

       “사람이 죽으면 등에 피가 몰리거든. 그게 피부로 드러나서 멍 자국이 되는 거야. 당연히 심장이 뛰는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생길 수 없어. 설령 혼수상태에 빠지더라도 그게 죽은 건 아니잖아?”

        

       “…….”

        

       방 안이 침묵에 잠겼다.

        

       ‘사라’는 그 상황을 조금 즐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학대당한 적은 한 번도 없어. 어머님은 절대로 나를 때리지 않았어. 오히려 조금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흠집이 나는 아주 연약한 보석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그래서 남들 눈에서 감추고 오로지 자신만 가질 수 있도록 내 주변 상황을 하나하나 만들어간 거고.”

        

       ‘사라’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였다.

        

       “그러니까, 등에 멍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은 딱 그 상황뿐이지. 나는 죽었다 살아났어. 대체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문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안 그래요, 메이드 씨?”

        

       “…….”

        

       그제야 ‘사라’의 말을 듣고 있던 세 사람은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주 살짝 열려있던 문이, 이내 드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곳에는 얼굴이 분명하게 창백하게 질린 양혜인이 서 있었다.

        

       그제야 그 방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이 아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아침 식사도 하지 않은 이른 시간.

        

       아마 양혜인은 업무 준비가 된 소희가 올라오고 얼마 되지 않아 방에 도착했을 것이다.

        

       다만,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을 뿐.

        

       “그날, 이 방에 제일 먼저 들어왔던 사람이잖아. 한번 말해봐요. 그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도 궁금하네.”

        

       ‘사라’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아마 ‘나’는 비명을 지르느라 정신이 없었을 테니까.”

        

       침묵.

        

       누구 하나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사라’의 태도는 굉장히 별거 아닌 것을 물어보는 듯했다. 마치 ‘아,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더라?’하고 물어보는 것 같은 태도.

        

       자기 삶을 포기하던 그 순간조차, 그녀에게는 별거 아닌 순간이었던 것이다.

        

       아니, 사실 ‘사라’에겐 그 일은 애초에 자기 일도 아니었다.

        

       그녀의 말을 따르자면, 그 당시에 이미 여기 있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라가 눈을 뜬 것이니까.

        

       “……저는,”

        

       양혜인이 손을 꼭 쥐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표정이 없었지만, 그 무표정은 불안정했다.

        

       금방이라도 깨져서 그 틈으로 무너진 표정이 보일 것 같은 얼굴.

        

       “저는, ‘냄새’를 맡았습니다.”

        

       “음.”

        

       ‘사라’는 턱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말 되네. 사람이 죽는 순간은 별로 아름답지는 못하다고 들었으니까.”

        

       사람에 따라서는 사망하면서 분비물을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몸의 근육들이 이완되고, 자연히 괄약근의 힘도 빠질 테니까.

        

       아마, 양혜인이 맡았던 냄새는 그런 냄새였으리라.

        

       “그래도 일 처리 하나는 확실했네. 다시 돌아왔을 때는 냄새 하나 나지 않았다고 했으니까. 그날 바로 침대까지 바꿔버린—”

        

       당시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던 ‘사라’는 그 말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

        

       “—으엡!”

        

       순간 자신의 눈앞으로 거대한 뭔가가 덮쳐왔기 때문이다.

        

       얼굴을 전부 덮을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말랑말랑한 그것은, 아마도—

        

       “사라야, 미안……!”

        

       ……소희의 흉부인 모양이었다.

        

       “으, 으엣……?”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소희가 달려들 줄은 몰랐던 ‘사라’는, 순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지금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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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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