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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9

       저승에 있는 화산의 이들이 본다면 기함을 하겠군.

       

       화산에 있던 사람을 죽이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여러 비급서를 불태우고.

       

       심지어 나의 손으로 화산을 멸문시키기까지 했는데.

       

       훗날에 기억될 이름조차도 내가 빼앗는 셈이잖나.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할 그놈들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샜다.

       

       옛 화산의 이들을 모욕한다는 목적뿐만 아니라 새로이 화산을 건설하는 데는 실리적인 효과도 여럿 있었다.

       

       우선은 명분.

       

       지금 난 우선적으로 화산에 속해 있던 이들부터 자하신공을 가르칠 생각이다.

       

       화산의 무공에 익숙하면 익숙할수록 거기에 담긴 이치를 배우기 쉬울 테니까.

       

       그런 후에 그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게 하고, 또 다시 이치를 배운 이가 아래를 가르치는 식으로 점차 이치를 배운 이들을 늘리고자 한다.

       

       이렇게 이치의 중요성을 깨우친 이들이 하나 둘 늘다 보면 언젠가는 모두가 이치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기에.

       

       허나 누군가는 불만을 가질 지도 모른다.

       

       왜 화산의 이들이 특혜를 받느냐 따질 수도 있지.

       

       만일 내가 이전처럼 고독하게 살고 있었다면 그 따위 말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따지고 드는 자는 강제로 입을 다물게 만들어 준 후 일을 진행했겠지.

       

       허나 지금의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내가 문제를 일으키면 엔리나 하린 같은 내 지인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난 어쩔 수 없이 여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만 화산의 이름을 달면 다르다.

       

       내가 화산의 이들을 먼저 가르치는 데 명분이 생긴다.

       

       화산을 재건하고 화산의 이들을 가르치겠다는 데 따지고들 이가 어디에 있겠는가.

       

       다음으로 지속성이다.

       

       내 계획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이치를 배운 이가 다른 이에게 이치를 전할 필요성이 있다.

       

       시탐견이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 한들 결국에 한 사람이다.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의 수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내 계획의 실현을 위해선 이치를 가르칠 수 있는 이의 수를 늘려야 한다만.

       

       과연 이치를 배웠다 하여 그 이치를 아래로 전하리라 확신할 수 있을까.

       

       

       

       가르침만 받고 도망을 치거나 아니면 가르침 도중에 포기를 할지도 모르지 않나.

       

       허나 화산의 재건이란 목적을 걸고 화산의 이들을 받아들인다면?

       

       지금도 매화검법을 배워보겠다고 무작정 화산 부지를 뒤지고 있는 이들이 가르침을 받다가 힘들다고 포기를 할까?

       

       이전에도 화산을 재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던 이들이 무공을 다 익혔다고 화산의 이름을 버리고 달아날까?

       

       내 보기에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그리 많지는 않으리라.

       

       마지막으로 내게 소속이 생긴다는 부분이다. 정파도 사파도 천마신교도 뭣도 아닌 내가 만들어낸 나만의 세력이.

       

       이게 왜 중요한가?

       

       이제부터 남들에게 날 소개할 때 민트초코피자파인애플이라는 이름 대신 화산파 문주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앞의 두 개는 그렇다 쳐도 이건 포기할 수 없다.

       

       그대들은 아는가? 남들에게 이름을 말할 때마다 자신의 입이 마음대로 움직여서 괴악한 이름을 말할 때의 수치스러움을?!

       

       화산문주라는 대명사로 본인을 자칭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무슨 수작을 써서라도 화산파를 건설하고 말겠다!

       

       그리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린 나는 시탐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 그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이 놈이다.

       

       지금이야 내 말을 순순히 따르겠다 이야기하지만 이 놈은 무공이라면 혼이라도 기꺼이 팔 정신 나간 놈이다.

       

       족쇄를 걸지 않으면 언제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의아한 듯 내게 바라보는 시탐견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살폈다.

       

       “지금부터 내가 네 몸을 좀 건드릴 터이다만 가만히 있거라.”

       “알겠습니다.”

       

       이 놈은 지금 내가 내민 무공에 정신이 팔려서 자기 앞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태다.

       

       그러니 지금 내가 무슨 일을 하겠다 말을 해도 고개를 끄덕이겠지.

       

       덕분에 난 느긋이 그의 몸에 흐르는 혈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략적인 확인을 끝마친 나는 시탐견의 몸 몇 군데에 점혈을 놓았다.

       

       수많은 무공을 익힌 시탐견의 입장에서도 내가 쓰는 점혈법은 처음 보는 것인지 그는 나를 제지하지 않았다.

       

       하기야 전설마냥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신의의 기술을 그대가 어찌 알겠느냐.

       

       나도 그 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신의가 실존하는 인물이라는 것조차 믿지 못했었는데.

       

       내가 순식간에 모든 점혈을 끝마치고 뒤로 물러났을 때 자신의 몸을 관조하던 시탐견은 경악을 하며 나를 노려보았다.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그대의 혈도 중 몇 군데를 막아 놓은 게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무인으로써 반병신을 만들어 놓았다 해도 무방하다.

       

       무공을 사용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혈도 몇 군데를 막아 두었으니 이 놈이 무공을 펼치더라도 이전의 반 혹은 그보다 더 적은 위력 밖에 내지 못하겠지.

       

       “걱정 마라. 일이 끝나면 혈도를 풀어줄 터이니.”

       

       이는 어디까지나 시탐견 그대의 목줄을 채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니 얌전히 내가 세울 문파가 안정화 될 때까지는 내 아래에서 일을 해주어야겠다.

       

       언젠가 그 날이 온다면 이 목줄을 풀어줄 테니까 말이야.

       

       그리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시탐견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건 됐고 그냥 나중에 그 점혈법에 관해서도 알려주시면 안 됩니까?”

       

       시탐견의 눈이 빛났다.

       

       왜 이리 쉬이 납득을 하나 했다. 이 정신 나간 놈 같으니 라고.

       

       무인이 자신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혈도를 공격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분노하는 게 아니라 그 점혈법에 관심을 가지다니.

       

       “…네가 얼마나 성의껏 일을 하는지를 보고 생각을 해보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만.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왜지?”

       “지금 제 세력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바깥에서 우리에게 덤벼들었던 이들을 생각해보면 이 놈이 지닌 세력은 결코 작지 않다.

       

       내가 이 놈을 데리고 간다면 그 세력에 혼란이 생길 것은 분명했으니 그걸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긴 하겠지.

       

       “얼마나 필요하지?”

       “이틀만 주신다면 반드시 해결을 해 보이겠습니다.”

       

       이틀인가. 그 정도 시간을 주지 못할 것은 없지.

       

       혈도를 인질로 잡힌 상태에서 이 놈이 헛된 마음을 먹을 것 같지도 않고.

       

       설령 이 놈이 다른 마음을 먹었다 하여도 내겐 바라는 것을 찾아내는 두루마리가 있지 않으냐. 시탐견을 추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이 놈에게 화산의 이들을 가르치는 걸 맡길 생각이었으니 미리 이 놈이 고분고분하게 움직일 지를 확인한다 생각하자꾸나.

       

       “알겠다. 일이 끝나면 화산파가 있던 곳으로 오도록.”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인 시탐견을 내버려 두고서 방을 빠져나오기 무섭게 바루가 내 옆으로 다가와 말을 꺼냈다.

       

       “민가야. 화산을 다시 세울 셈이더냐?”

       “그럴 셈이다만.”

       “잘 됐구나. 그 곳에 사람이 모여든다면 나율이 깨어나는 것도 더욱 빨라질 것이야.”

       

       나율이라하면 화산에 머무르던 신령을 말하는 것인가?

       

       화산을 재건하는 것에 그런 부가효과가 따를 줄이야. 이는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로구나.

       

       바루에게 그를 구하겠다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손으로 베어버린 것이 영 마음에 걸렸었는데 잘 되었다.

       

       노력을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인가.

       

       “나도 그대가 하는 일을 전적으로 돕도록 하겠다.”

       “안 그래도 바루 너에게 부탁을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었다.”

       “말만 하거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지!”

       

       오늘따라 가슴을 펴는 바루가 믿음직스럽구나.

       

       지금부터 내가 부탁하고 싶은 일은 그녀가 아니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나는 바루를 치켜들어 어깨 위에 올리고는 다시 메뉴를 조작해 지역이동기능을 사용했다.

       

       이번에 목표로 한 곳은 화산이었다.

       

       *

       

       내가 직접 반파시켰던 화산의 부지엔 이미 여러 유저들이 모여 있었다.

       

       자하신공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을 거라 생각을 했다만 달랐다.

       

       그들은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도열을 한 채 서있다 내가 계단을 올라오자마자 깊이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화령님.”

       

       수십 명에 달하는 유저들을 대표해 맨 앞에 서 있던 자가 고개를 숙였다.

       

       그는 나와 어젯밤에 만났던 인물이었다.

       

       분명 그 이름이 무림최강이라는 오만한 이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마는.

       

       “화산을 재건할 계획을 지니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그를 위해 자하신공의 사용자를 찾으셨다는 이야기도요.”

       “방송을 보고 있었나?”

       “다 같이 보고 있었죠. 저희한테 중요한 문제였거든요.”

       

       그렇다면 굳이 자잘한 설명을 할 필요는 없겠군.

       

       “마음이 급한 것은 알겠다만 잠시만 기다려 주겠나?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예. 괜찮습니다.”

       

       무림최강의 동의를 구하고 나서 바루를 어깨에서 내렸다.

       

       “민가야. 여기서 무얼 하라는 것이냐?”

       “이전에 객잔에서 했던 것처럼 이 곳을 본래의 모양으로 되돌려 줄 수 있겠나?”

       

       지금 화산이 있었던 부지는 나와 화산문주의 투쟁으로 인해 반파된 상태다.

       

       화산의 유저들이 자하신공을 찾아내겠다고 어지럽힌 탓에 내가 떠나갔던 때보다 더 개판이 되어 있었다.

       

       화산의 이름을 이을 생각이니만큼 이 부지를 그대로 사용할 생각이다만 이래서야 써먹을 수 없지 않은가.

       

       정상적인 수단으로 복원을 하려면 최소한 몇 개월, 길면 몇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게 분명했다.

       

       거기에서 바루다.

       

       이전에 내가 낭인들을 상대하며 객잔을 박살 냈을 때 그녀는 그 곳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되돌려 놓았다.

       

       그것과 똑같은 일을 이 화산 부지에서 그대로 할 수 있다면 다른 고생을 하지 않고 화산 부지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지 않겠나.

       

       “과연. 그럼 화산을 복원할 수 있겠군요!”

       

       내가 하려는 말의 뜻을 이해한 듯 무림최강이 탄성을 내질렀고, 화산의 유저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새 나왔다.

       

       허나 정작 그 모든 관심의 중심이 된 바루는 곤란하다는 듯 말을 망설였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더냐?”

       “어렵겠나?”

       “조금 망가진 객잔을 되돌리는 것과 이전의 형상을 찾아볼 수도 없는 이 화산을 되돌리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역시 그런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탁을 해보았지만 바루가 난색을 표하는 걸로 보아선 실현하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았다.

       

       그렇담 어쩔 수 없지. 이 곳에서 도술에 관해 가장 잘 아는 그녀가 저리 말한다면 그런 것일 테니까.

       

       화산의 다른 유저들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불평을 하진 않았다.

       

       그들이 보기에도 망가진 화산파 부지를 되돌리는 건 버거운 일처럼 보였던 것이다.

       

       “아예 불가능하단 소리는 아니었네!”

       

       공간 전체에 묻어나는 진한 실망감이 부담스러웠는지 바루가 다급히 소리를 쳤다.

       

       “가능한가?”

       “그으… 단번에 모든 걸 하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이라면.”

       “정말입니까?!”

       “그게 되는 건가요?”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혹시 필요한 거 있으십니까?”

       

       바루가 가능성을 내비치자마자 화산 유저들이 바루의 주변으로 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로 쏟아지는 관심에 쉴 새 없이 눈동자를 움직이던 바루는 어버버거리다가 이내 신령 특유의 기운으로 주변을 짓누르며 소리를 쳤다.

       

       “에에잇! 하나씩 물어봐라. 하나씩! 내 입이 어디 세 개는 되어 보이더냐!”

       

       지팡이로 땅을 내리치는 바루는 오랜만에 신령으로써의 위엄을 보이려는 것 같았다.

         

       – 당황한 바루 귀여워.

       – 그냥 꼬리랑 귀 평소에 내놓고 다니면 안 되나?

       – 어차피 유저들은 쟤 신령인 거 다 알잖아.

       – 귀 있으면 더 귀여울 것 같긴 해.

         

       정작 보는 이들의 입장에선 여자아이가 당황해서 버럭대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산문주 천마?

    ——-

    unIntellect님 2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추천을 잊으실 정도로 재밌게 읽으셨다니 너무 기쁩니다!
    응원의 메시지 감사드립니다! 항상 노력하는 작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추천을 눌러주세요. 작가의 힘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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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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