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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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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음, 한 사람에게 2 실버나 줬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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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지만 화려한 신전 안에 중년의 여성이 작게 중얼거리며 씩 웃어 보였다. 그러자 그 옆에 앉아있던 인자하게 생긴 할아버지가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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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쌍한 어린양들이 빛을 찾아 이곳까지 왔구나.”
    ​
    ​
    자애로운 표정과 달리 노인의 눈에는 짙은 탐욕이 넘실거렸다. 건너편에 앉은 경비대장이 턱 아래까지 길게 자란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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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딱 봐도 운 좋게 한몫 단단히 챙긴 촌놈들 같던데… 자비를 내려 이곳에 뿌리내리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암, 좋은 생각이야.”
    “호호홋, 저희가 도와주지 않으면 대체 누가 도와주겠어요? 이 또한 신의 뜻이라 생각하며 저희 아주 정성스럽게 돌봐주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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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오색찬란한 빛이 성스럽게 신전 바닥을 비췄지만, 그곳에서 오가는 대화는 더럽고 질척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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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이 겨우 빚어낸 신의 형태를 한 조각상은 무기질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신의 벌이 무서울 법도 하지만 그들은 겁나지 않았다.
    ​
    ​
    자신들이 행하는 것이 죄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
    경비 대장이 힘없는 이들에게 뜯어내는 건, 돈의 일부가 신전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니 필요한 폭력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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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의 여성 신관이 처녀를 납치하여 매일 밤 피를 뽑아 샤워하는 것도 젊음을 위한 욕심이 아니라, 신전을 오래오래 관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해지는 아픔일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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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신관인 노인이 고아원 아이들을 수도 대신전으로 보낸다는 핑계로 지하실로 데려가 한 끼 식사로 만들어 배를 채우는 건 인육을 즐기기 때문이 아니라, 고아원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고통받지 않고 신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자비를 보인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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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천벌을 받지 않는 것이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죄가 아니라는 증거이며, 제 몸에 남은 티끌 같은 신성력이 천국으로 갈 증거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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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여기가 신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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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그들에게 신이 내린 이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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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하얀 머리카락이나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는 금안, 도자기처럼 반들거리고 달빛처럼 창백하지만 새하얀 피부. 곱게 휘어진 눈과 부드러운 미소, 손등에 새겨진 신의 인장은 동화 속 ‘성자’를 현실로 끄집어낸 것 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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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 조각상은 안 움직이겠지?’
    ​
    ​
    다만 그가 가진 능력을 생각해본다면 ‘신이 내린 천벌’ 혹은 ‘신이 보낸 사형집행관’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테지만 이곳에서 이를 아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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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보겠…”
    “어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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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전을 위한 유익한 대화를 나누던 세 사람이 막 안쪽에서 걸어 나오다 리안과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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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보면 쉽사리 잊기 힘든 절세의 미모에 경비는 ‘비싸게 팔리겠군’이라고 생각하며 말을 흐렸고, 중년의 여자는 상기된 얼굴로 몸을 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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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신관은 그저 허허롭게 웃으며 ‘얼굴을 보니 씨 좀 꽤 뿌리겠어.’ 따위의 생각과 함께 ‘아이는 많을수록 좋지, 야들야들하니..’같은 끔찍한 생각을 이어 했다. 하지만 겉으론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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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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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전의 분위기 탓에 리안은 마주친 세 사람은 너무나 당연히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각자 다른 이유로 리안에게 호감을 가진 세 사람은 마주 웃어주며 가볍게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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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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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거 아닌 대화가 오간 후 경비 대장은 상인들 돈을 뜯기 위해 신전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중년의 여성이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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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왕 여기까지 오신 거 제가 신전 안내해드릴게요.”
    “아…큼, 괜찮습니다. 조금 궁금했던 거 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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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어째서인지 눈앞에 있는 중년의 여성에게 여장 바바리맨의 향기를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섬뜩한 느낌에 솜털이 삐죽 서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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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찍한 행위를 통해 억지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중년 여자의 나이는 상상한 것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옆에 있는 노인보다 더 많은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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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세계의 남성들은 변장 수준의 화장으로 나이를 숨기는 여자, 남성임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 여장남자 등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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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세계의 법칙과 상관없이 끔찍한 것에 많이 데어본 조상님들이 후손을 위해 남긴 유전자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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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튼 그런 이유로 리안은 중년의 여자를 슬금슬금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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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차암, 한번 둘러보고 가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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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의 여자가 리안의 팔에 끈적하게 달라붙으며 혀가 반토막 난 것 같은 말을 흘리자 리안은 팔뚝에 바X벌레가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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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 어어! 아이리스 금방 갈게! 저, 죄송하지만 제 일행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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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후다닥 여자를 털어내고 신전 입구에 서 있는 아이리스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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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아, 신전이 신기해서 구경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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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의 여자는 개그 필터의 영향으로 허공을 끌어안은 듯한 어정쩡한 자세로 굳어있다가 이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자세를 추슬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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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신 자신의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고 싶다는 듯 머리카락을 귀로 넘긴 후 입구를 빠져나가는 리안과 아이리스에게 달려가려 했다. 그 순간, 리안의 금안과 달리 온기 한 점 느껴지지 않는 금안이 그녀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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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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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오빠에게 엉겨 붙어있던 더러운 날파리를 향한 살기 어린 시선에 중년의 여자는 그대로 굳어, 또다시 엉거주춤한 자세로 두 사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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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의 눈빛이 너무 살벌했던 탓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내리 깐 채 몸을 덜덜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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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그런데 -… 저 아.줌.마랑은 뭘 하고 있었던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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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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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외모를 위해 어린아이의 가죽까지 벗길 수 있는 여자에게 ‘아줌마’라는 말은 금기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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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을 태어날 때부터 빼어난 외모를 타고난 데다가 한창 외모에 물이 오를 나이를 가진 아이리스가 그런 말을 뱉어내자, 그녀의 열등감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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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저런 망할 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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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입으로 욕설을 내뱉진 못했다. 아이리스가 뿜어낸 살기가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는 몰래 아이리스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술을 할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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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딱 보니 처녀로구나. 저리 빼어난 외모를 가진 년이라면 못해도 10년의 젊음을 되찾을 수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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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는 제 다리에 매달려 예쁜 얼굴을 눈물, 콧물로 더럽힐 아이리스의 모습을 상상하며 기분 나쁘게 웃었다. 만약 아이리스가 그 모습을 발견했다면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두를 만큼 더러운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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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리스는 기분 나쁜 아줌마의 시선 속에서 오빠를 빼내고자 발 빠르게 신전을 떠났다. 그 탓에 더러운 여자의 미소는 1분은 더 이어졌다.
    ​
    ​
    노인은 기분 나쁘게 웃는 중년 여자의 옆을 지나 신전 입구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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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이들이 손에 간식을 들고 꺄르르 웃으며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노인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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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가 꽤 많아 보이니 한 명 정도는 맛봐도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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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여럿 실종되면 모를까 하나 정도 안 보이면 아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할 터였다. 그 말은 곧 저 무리가 며칠은 더 이 마을에 머물게 될 거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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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무리의 발을 묶어둘 필요가 있었으니 아이 하나를 저녁상에 올리는 건 어쩔 수 없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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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쯧쯧, 얼마나 고생이 심했을까?’
    ​
    ​
    노인은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보며 입 안을 할짝거렸다. 혀끝에 비릿한 혈향과 야들야들한 고기 맛이 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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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께서 선택한 나와 함께라면 너희 모두 천국에 갈 수 있을 거란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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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피와 살이 된다면 저 아이들도 분명 함께 천국을 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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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이 대신관의 신분을 돈으로 살 적에는 그나마 자신이 죄를 짓고 있다는 인식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선 그조차도 남지 않아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한 선택이라 굳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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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목표는 제 소중한 무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 말은 곧, 무리의 어린아이와 처녀, 상품성 가치 있는 노예를 원하는 세 사람은 리안의 ‘적’으로 인식되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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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으로 돌려선 안 되는 존재를 적으로 돌린 순간, 그들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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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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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예쁘장한 것들이 꽤 많군. 하나쯤은 내가 챙겨도 되겠어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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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비 대장은 히죽히죽 웃으며 창문 밖으로 무리 지어 걸어 다니는 이들을 훔쳐보았다. 그의 시선이 릴리를 끈적하게 훑고 지나갔다. 
    ​
    ​
    “…!”
    ​
    ​
    감이 좋은 네로가 제 여자를 훑는 음흉한 시선을 눈치채곤 주변을 빠르게 휘휘 둘러보았지만, 경비 대장이 눈치 빠르게 시선을 뗀 탓에 발견하지 못했다.
    ​
    ​
    ‘한 실력 하는 놈이 있나 보군. 조심해야겠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개그 필터 펀치! 펀치!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흐음, 한 사람에게 2 실버나 줬단 말이지…”

작지만 화려한 신전 안에 중년의 여성이 작게 중얼거리며 씩 웃어 보였다. 그러자 그 옆에 앉아있던 인자하게 생긴 할아버지가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

“불쌍한 어린양들이 빛을 찾아 이곳까지 왔구나.”

자애로운 표정과 달리 노인의 눈에는 짙은 탐욕이 넘실거렸다. 건너편에 앉은 경비대장이 턱 아래까지 길게 자란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딱 봐도 운 좋게 한몫 단단히 챙긴 촌놈들 같던데… 자비를 내려 이곳에 뿌리내리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암, 좋은 생각이야.”

“호호홋, 저희가 도와주지 않으면 대체 누가 도와주겠어요? 이 또한 신의 뜻이라 생각하며 저희 아주 정성스럽게 돌봐주도록 하죠.”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오색찬란한 빛이 성스럽게 신전 바닥을 비췄지만, 그곳에서 오가는 대화는 더럽고 질척거릴 뿐이었다.

인간이 겨우 빚어낸 신의 형태를 한 조각상은 무기질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신의 벌이 무서울 법도 하지만 그들은 겁나지 않았다.

자신들이 행하는 것이 죄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비 대장이 힘없는 이들에게 뜯어내는 건, 돈의 일부가 신전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니 필요한 폭력이고.

중년의 여성 신관이 처녀를 납치하여 매일 밤 피를 뽑아 샤워하는 것도 젊음을 위한 욕심이 아니라, 신전을 오래오래 관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해지는 아픔일 뿐이고.

대신관인 노인이 고아원 아이들을 수도 대신전으로 보낸다는 핑계로 지하실로 데려가 한 끼 식사로 만들어 배를 채우는 건 인육을 즐기기 때문이 아니라, 고아원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고통받지 않고 신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자비를 보인 것 뿐이다.

그들은 천벌을 받지 않는 것이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죄가 아니라는 증거이며, 제 몸에 남은 티끌 같은 신성력이 천국으로 갈 증거라 여겼다.

‘오, 여기가 신전인가?’

그런 그들에게 신이 내린 이가 찾아왔다.

새하얀 머리카락이나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는 금안, 도자기처럼 반들거리고 달빛처럼 창백하지만 새하얀 피부. 곱게 휘어진 눈과 부드러운 미소, 손등에 새겨진 신의 인장은 동화 속 ‘성자’를 현실로 끄집어낸 것 같은 모습이었다.

‘여기 조각상은 안 움직이겠지?’

다만 그가 가진 능력을 생각해본다면 ‘신이 내린 천벌’ 혹은 ‘신이 보낸 사형집행관’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테지만 이곳에서 이를 아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보겠…”

“어멋?!”

신전을 위한 유익한 대화를 나누던 세 사람이 막 안쪽에서 걸어 나오다 리안과 마주쳤다.

한 번 보면 쉽사리 잊기 힘든 절세의 미모에 경비는 ‘비싸게 팔리겠군’이라고 생각하며 말을 흐렸고, 중년의 여자는 상기된 얼굴로 몸을 꼬았다.

대신관은 그저 허허롭게 웃으며 ‘얼굴을 보니 씨 좀 꽤 뿌리겠어.’ 따위의 생각과 함께 ‘아이는 많을수록 좋지, 야들야들하니..’같은 끔찍한 생각을 이어 했다. 하지만 겉으론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앗, 안녕하세요!”

신전의 분위기 탓에 리안은 마주친 세 사람은 너무나 당연히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각자 다른 이유로 리안에게 호감을 가진 세 사람은 마주 웃어주며 가볍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별거 아닌 대화가 오간 후 경비 대장은 상인들 돈을 뜯기 위해 신전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중년의 여성이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왕 여기까지 오신 거 제가 신전 안내해드릴게요.”

“아…큼, 괜찮습니다. 조금 궁금했던 거 뿐이라..”

리안은 어째서인지 눈앞에 있는 중년의 여성에게 여장 바바리맨의 향기를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섬뜩한 느낌에 솜털이 삐죽 서는 것만 같았다.

끔찍한 행위를 통해 억지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중년 여자의 나이는 상상한 것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옆에 있는 노인보다 더 많은 정도였다.

개그 세계의 남성들은 변장 수준의 화장으로 나이를 숨기는 여자, 남성임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 여장남자 등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진다.

개그 세계의 법칙과 상관없이 끔찍한 것에 많이 데어본 조상님들이 후손을 위해 남긴 유전자의 힘이었다.

하여튼 그런 이유로 리안은 중년의 여자를 슬금슬금 피했다.

“아이차암, 한번 둘러보고 가세용.”

중년의 여자가 리안의 팔에 끈적하게 달라붙으며 혀가 반토막 난 것 같은 말을 흘리자 리안은 팔뚝에 바X벌레가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했다.

“오빠!”

“…! 어어! 아이리스 금방 갈게! 저, 죄송하지만 제 일행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그럼 전 이만!”

리안은 후다닥 여자를 털어내고 신전 입구에 서 있는 아이리스에게 달려갔다.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아, 신전이 신기해서 구경하고 있었어.”

중년의 여자는 개그 필터의 영향으로 허공을 끌어안은 듯한 어정쩡한 자세로 굳어있다가 이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자세를 추슬렀다.

연신 자신의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고 싶다는 듯 머리카락을 귀로 넘긴 후 입구를 빠져나가는 리안과 아이리스에게 달려가려 했다. 그 순간, 리안의 금안과 달리 온기 한 점 느껴지지 않는 금안이 그녀를 향했다.

“…!”

제 오빠에게 엉겨 붙어있던 더러운 날파리를 향한 살기 어린 시선에 중년의 여자는 그대로 굳어, 또다시 엉거주춤한 자세로 두 사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리스의 눈빛이 너무 살벌했던 탓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내리 깐 채 몸을 덜덜 떨었다.

“오빠 그런데 -… 저 아.줌.마랑은 뭘 하고 있었던 거야?”

“…..!?”

아,아,아줌마?!

제 외모를 위해 어린아이의 가죽까지 벗길 수 있는 여자에게 ‘아줌마’라는 말은 금기어나 다름없었다.

그 말을 태어날 때부터 빼어난 외모를 타고난 데다가 한창 외모에 물이 오를 나이를 가진 아이리스가 그런 말을 뱉어내자, 그녀의 열등감이 폭발했다.

‘저,저런 망할 년이!’

하지만 입으로 욕설을 내뱉진 못했다. 아이리스가 뿜어낸 살기가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는 몰래 아이리스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술을 할짝거렸다.

‘딱 보니 처녀로구나. 저리 빼어난 외모를 가진 년이라면 못해도 10년의 젊음을 되찾을 수 있을 터!’

그녀는 제 다리에 매달려 예쁜 얼굴을 눈물, 콧물로 더럽힐 아이리스의 모습을 상상하며 기분 나쁘게 웃었다. 만약 아이리스가 그 모습을 발견했다면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두를 만큼 더러운 미소였다.

아이리스는 기분 나쁜 아줌마의 시선 속에서 오빠를 빼내고자 발 빠르게 신전을 떠났다. 그 탓에 더러운 여자의 미소는 1분은 더 이어졌다.

노인은 기분 나쁘게 웃는 중년 여자의 옆을 지나 신전 입구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이들이 손에 간식을 들고 꺄르르 웃으며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노인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숫자가 꽤 많아 보이니 한 명 정도는 맛봐도 되겠군.’

아이가 여럿 실종되면 모를까 하나 정도 안 보이면 아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할 터였다. 그 말은 곧 저 무리가 며칠은 더 이 마을에 머물게 될 거라는 말이다.

저 무리의 발을 묶어둘 필요가 있었으니 아이 하나를 저녁상에 올리는 건 어쩔 수 없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쯧쯧, 얼마나 고생이 심했을까?’

노인은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보며 입 안을 할짝거렸다. 혀끝에 비릿한 혈향과 야들야들한 고기 맛이 나는 것 같았다.

‘신께서 선택한 나와 함께라면 너희 모두 천국에 갈 수 있을 거란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렴.’

제 피와 살이 된다면 저 아이들도 분명 함께 천국을 갈 수 있으리라!

노인이 대신관의 신분을 돈으로 살 적에는 그나마 자신이 죄를 짓고 있다는 인식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선 그조차도 남지 않아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한 선택이라 굳게 믿었다.

리안의 목표는 제 소중한 무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 말은 곧, 무리의 어린아이와 처녀, 상품성 가치 있는 노예를 원하는 세 사람은 리안의 ‘적’으로 인식되었다는 말이다.

적으로 돌려선 안 되는 존재를 적으로 돌린 순간, 그들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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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예쁘장한 것들이 꽤 많군. 하나쯤은 내가 챙겨도 되겠어 흐…’

경비 대장은 히죽히죽 웃으며 창문 밖으로 무리 지어 걸어 다니는 이들을 훔쳐보았다. 그의 시선이 릴리를 끈적하게 훑고 지나갔다.

“…!”

감이 좋은 네로가 제 여자를 훑는 음흉한 시선을 눈치채곤 주변을 빠르게 휘휘 둘러보았지만, 경비 대장이 눈치 빠르게 시선을 뗀 탓에 발견하지 못했다.

‘한 실력 하는 놈이 있나 보군. 조심해야겠어.’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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