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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9

   오늘도 여전히 태양 빛 같은 머리카락과 남다른 몸매를 부각하고 있는 그녀는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있었다.

   그 양이 꽤 많아 물끄러미 보고 있자 그녀가 멈칫하며 스리슬쩍 쟁반을 돌렸다.

     

   “……오늘은 평소보다 힘을 좀 써서 먹는 거야.”

   “별말 안 했다.”

     

   평소에 그녀가 얼마나 먹는지 아는 크라슈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아스트리아는 많이 먹어도 찌는 체질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어딘가 다른 곳으로 영양분이 다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에게 말하면 화낼 테니까 말하지 말자.

     

   “식당에서 먹을 거면 자리 좀 맡아줘.”

   “으, 응?”

   “같이 앉자고.”

     

   크라슈가 말하자 아스트리아는 눈을 천천히 크게 뜨더니 곧 무심코 환하게 웃었다.

   그러다가 자기가 웃었다는 걸 깨닫고는 움찔거리더니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마, 마음대로 하던가.”

     

   새침한 척 고개를 돌린 아스트리아가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아스트리아에게 쏠렸지만, 그녀의 시선은 오롯이 크라슈만 흘기고 있었다.

     

   예전과 달리 그녀의 속마음을 아는 크라슈였기에 그 시선이 나쁜 의미가 아니란 걸 잘 알았다.

   그러니 적당히 수프와 빵, 고기, 야채가 포함된 오늘의 세트 메뉴를 시킨 크라슈는 아스트리아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주위는 왜인지 텅 비어 있었다.

     

   ‘1기생이 많이 없는 덕이 큰가.’

     

   2기생들은 전체적으로 이제 막 성인이 된 아이들이 많다.

   아마 아스트리아의 신분상 옆에 함부로 앉기에는 부담됐겠지.

     

   1기생 녀석들이야 겪어온 게 있으니 뻔뻔함을 내세워 이 기회에 말이라도 한 번 더 걸어 봤겠지만 말이다.

     

   크라슈가 앞에 앉자 아스트리아가 시선을 내린 채 자기 식판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말이 없는 녀석이 아니었는데.’

     

   이때 당시에 아스트리아는 부끄러움이 훨씬 더 많은 모양이었다.

     

   “저번에 치료해줬었지. 고맙다.”

     

   그러니 크라슈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그러자 그제야 몸을 움찔거린 아스트리아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당신 매번 몸을 너무 무리하게 써. 그러다가 정말 감당 못 하게 될 거야.”

     

   그녀에게서 제일 먼저 튀어나온 말은 걱정이었다.

   벌써 몇 번이나 아스트리아에게 신세를 졌다.

   그러니 그녀도 크라슈의 상태를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냐.”

   “그러냐가 아니야. 이대로면 당신 서른이 되기 전에 죽어.”

     

   그녀는 진심이었다.

   크라슈의 몸은 무리가 계속 쌓여 나가며 자꾸만 수명을 깎아 먹고 있다.

     

   이런저런 것들로 채워 넣고 있긴 하지만 그런 것들로도 감당할 수 없을 때가 올 것이다.

     

   “괜찮아. 생각해둔 거 있어.”

   “하나도 안 괜찮아.”

     

   아스트리아가 성을 내듯 눈썹에 쌍심지를 세웠다.

     

   “걱정해주는 거냐.”

   “다, 당연히 걱정이야 하지!”

     

   아스트리아가 심술 난 표정을 지었다.

   그녀를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자꾸만 과거의 그녀가 떠올랐다.

     

   그 녀석도 똑같이 매번 걱정을 해줬다.

   제발 몸 좀 아껴 쓰라고 말이다.

     

   “정말로 생각해둔 게 있으니 걱정하지 마. 그리고 서른까지면 여유 있어.”

     

   어차피 서른 되기 전에 멸망하는 게 이 세상이니까.

     

   “당신이란 사람은…….”

     

   아스트리아는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적어도 약속해.”

   “약속?”

   “다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나한테 반드시 와. 나라면 당신이 어떤 꼴이라도 치료해줄 수 있을 테니까.”

     

   어차피 무리할 거라면 차라리 제대로 낫기라도 하라는 소리였다.

     

   “그거 나한테만 득 되는 소리 아니냐?”

     

   치료받을 수 있다면야 크라슈는 무조건 땡큐였다.

   그러니 크라슈가 묻자 아스트리아는 크라슈를 응시했다.

     

   “아니니까 하는 말이야.”

     

   그녀의 태양 빛 같은 눈동자가 마주했다.

   그녀의 눈을 통해 말의 속뜻을 알아차린 크라슈가 잠시 멈칫했다.

     

   그건 자신을 돕는 게 아스트리아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라는 소리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호감이 있는 이를 돕는 게 좋으니까.

     

   솔직하게 속마음을 내뱉은 아스트리아의 얼굴이 이내 다시금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 러니까 약속이나 하라고.”

   “약속할게.”

     

   크라슈에게 손해 볼 거 없는 약속이다.

   그러니 약속하자 그녀는 이내 살짝 기쁜 듯이 웃다가 곧 부끄러움을 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몸은 다 컸지만, 마음은 아직 여러모로 여린 그녀였다.

     

     

   * * *

     

     

   아스트리아와의 식사를 끝마치고, 크라슈는 곧장 훈련장으로 향했다.

   낮에는 줄곧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으니 제대로 몸을 풀 작정이었다.

     

   그렇게 크라슈가 무학 훈련장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이었다.

   때마침 아는 얼굴 한 명이 훈련장 밖으로 나왔다.

     

   “크라슈.”

     

   이쪽을 알아본 그녀가 화색을 보였다.

   그러다가 곧 얼굴이 굳어진 그녀는 크라슈의 옷깃을 잡았다.

     

   “잠깐, 들어가지 말아봐.”

     

   그녀는 다름 아닌 하링이었다.

   갑자기 훈련장에 들어가는 걸 막는 그녀를 보고, 크라슈는 고개를 기울였다.

     

   “왜, 훈련장 안에 뭔 일 있냐.”

   “그게…….”

     

   하링이 말하기를 주저하는 듯했다.

   그걸 본 크라슈는 자연스럽게 귀에 오러를 모았다.

     

   그러자 강화된 청각이 내부 소리를 들려줬다.

     

   “그러니까 여긴 우리가 쓸 거니까. 너네는 나가 있으라고.”

   “부, 부당하잖아요. 저희도 같은 라헬른 아카데미 학생인데. 그리고 왜 저희만.”

   “정말로 그걸 몰라서 묻는 거야?”

   “읏.”

     

   무언가 다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대충 상황을 이해한 크라슈가 하링을 돌아봤다.

     

   “그러니까 지금 시비 걸고 있는 쪽이 그때 날 안 좋게 본다던 제국파 녀석들이냐?”

   “……응.”

     

   하링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녀는 살짝 걱정스러운 눈으로 크라슈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머리 위에 무심코 텁하니 손을 올린 크라슈가 몸을 돌렸다.

     

   “그럼 바로 응수해줘야지. 왜 기다리냐.”

     

   하링의 걱정이 쓸데없는 것임을 보여주듯 크라슈가 거칠게 문을 열었다.

     

   쾅!

     

   열린 훈련실 문과 함께 한순간에 이쪽으로 시선이 몰려들었다.

   거기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제국파인 1기생 놈들과 그 앞에 어린 2기생 아이들이 보였다.

     

   무학과 훈련실은 1기생, 2기생 할 거 없이 다 같이 사용하고 있으니 당연한 거였다.

   그리고 크라슈는 2기생 아이들이 어느 쪽 진형인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스타론.’

     

   그 아이들은 전부 스타론 진형의 아이들이었다.

   제국파 1기생들이 2기생인 스타론 아이들을 괜히 핍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주위를 스윽 둘러보니 다른 왕국 쪽 녀석들은 구태여 그 일에 끼지 않고 있었다.

   제국과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보다야 지켜보는 게 편하다는 거겠지.

     

   ‘스타론 1기생들이 없군.’

     

   만약 스타론 1기생들이 있었다면 절대 이 꼴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론 출신 1기생들은 지금 전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스타론의 1기생들은 대부분 아닉스나 혹은 샬롯의 단에 속해 있다.

     

   아닉스는 쌍아단 일원들과 다시금 일이 있어 자리를 비운 상태.

   거기에 샬롯의 단 사자단은 여전히 임무를 나간 상태다.

     

   당연히 스타론 1기생들이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에 때마침 교수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오늘은 오전 정규 훈련 시간 이후 오후에는 개별적 훈련 시간을 주는 날이다.

     

   그러니 교수도 없었던 것이다.

     

   ‘이 녀석들 노렸네.’

     

   저놈들은 지금 스타론 1기생들이 없을 때를 노려 일부러 스타론 2기생들을 핍박한 것이다.

   왜냐하면 스타론 2기생들이 의존할만한 사람은 라헬른 아카데미에 한 명뿐이었으니까.

     

   “크라슈 발하임이다.”

   “왔네.”

   “일이 커지겠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크라슈가 나타나자마자 이목이 확 끌렸다.

   스타론 2기생들을 괴롭히던 제국파 녀석들이 느글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시그린 쪽 녀석들은 아니군.’

     

   제국은 그 크기가 워낙 크다.

   그러니 제국 안에서도 시그린만이 아니라 여러 파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번 회차에서 시그린은 창공의 세대를 모으는 데 집중했으니까.’

     

   제국파 전체를 규합하는 데 들인 시간보다 창공의 세대에 들인 시간이 길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제국파 내에서도 분파가 나온 것이다.

     

   크라슈는 목을 두둑 풀었다.

   스타론 2기생들의 눈이 크라슈에게로 향했다.

     

   이제 막 성인이 되어 꿈을 이루겠다며 들어온 라헬른 아카데미.

   그곳에서 제국파라는 거대한 폭거 앞에 무참히 당하고 있던 그들의 얼굴은 울상 직전이었다.

     

   딱히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딱히 스타론에도 좋은 기억은 없으니까.

     

   저놈들도 자신이 반푼이 신분으로 들어왔다면 여전히 뒤에서 헐뜯고 다녔을 거다.

   지금이야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 크라슈는 반푼이가 아니었다.

   좋든 싫든 스타론을 대표하고 있으며 2기생 무학 1위에 위치하고 있다.

     

   스타론은 둘째 쳐도 2기생을 건드린다는 건 무학 1위인 크라슈를 똑같이 무시한다는 소리와 같았다.

     

   이쪽에 이빨을 들이밀었다면 똑같이 이빨에 물릴 각오를 해야 한다.

   그 사실을 이참에 그들에게 알려 주기로 했다.

     

   “스타론을 내쫓고 싶냐.”

     

   크라슈가 이미 이야기를 다 들었다는 듯이 말했다.

     

   “내쫓기는…….”

     

   그러자 한 녀석이 느글거리는 표정으로 입을 떼려는 순간 어느새 크라슈가 그의 앞에 있었다.

   순간 크라슈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한 그가 급히 팔을 들어 올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크라슈가 앞발을 내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앙!

     

   내질러진 다리에 얻어맞은 이가 훈련장 끝까지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쿨럭, 커흑.”

     

   상당한 충격이었는지 그는 침음을 삼키며 몸을 감쌌다.

     

   “이게 무슨 짓이야.”

   “이 새끼가.”

     

   그것을 본 제국파 이들의 표정이 일순간에 분노로 휘감겼다.

   크라슈를 끌어 내리기 위해 스타론을 건드리긴 했지만, 그가 이렇게나 무턱대고 선제공격부터 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크라슈는 옆에 있는 다른 녀석의 머리를 그대로 잡았다.

   머리가 잡힌 이는 즉시 반응하려 했으나 크라슈는 그보다도 빨랐다.

     

   어느새 올려 쳐진 크라슈의 다리가 놈의 복부를 가격했기 때문이었다.

     

   “카흑!”

     

   비명을 지른 놈의 몸이 앞으로 숙이자 크라슈는 머리를 잡은 그대로 바닥에 콰앙 내려찍었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연기 위, 크라슈는 그대로 발을 들어 망설임 없이 놈의 뒷머리를 발로 내려찍어 버렸다.

     

   쾅!

     

   울려 퍼진 소리와 함께 크라슈에게 머리를 짓밟힌 녀석의 얼굴 사이로 핏물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크라슈는 그것을 무척이나 차갑게 내려다보며 주위 녀석들을 돌아보았다.

     

   움찔-

     

   생각 이상으로 과격한 처사와 망설임 없는 행동에 그들이 일순간 굳었다.

   차갑게 식은 크라슈의 눈동자를 보니 그들의 머릿속에 누군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샬롯 발하임.

     

   제국파고 4왕국이고, 소규모 도시건 뭐건.

   출신에 상관없이 자기 눈에 거슬리는 그 순간 평생 자기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박살을 내놓는 라헬른 아카데미 최고의 미친년.

     

   크라슈가 그 여자의 동생임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었다.

     

   “왜, 샬롯 누님한테 맞다가 나보니까 해볼 만해 보였냐?”

     

   크라슈가 이죽거리는 웃음을 지은 순간 그들의 눈빛이 변했다.

   그러고는 그들이 그대로 달려드려는 순간이었다.

     

   “그만.”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제국파의 움직임이 일순간에 멈췄다.

   크라슈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안경을 쓴 잿빛과 흑색이 뒤섞인 머리카락의 한 남성이 서 있었다.

   

   

   

   

     

   그리고 크라슈는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래, 이 녀석이었나.’

     

   분파한 제국파의 또 다른 중심.

     

   판드라 아우가스트

     

   반푼이 때도 짜증 나게 엮인 한 명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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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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