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3

       

       

       

       

       

       

       13화. 선택받은 자 ( 2 )

       

       

       

       

       

       케니스가 쏘아 올린 작은 폭발로 인해 한바탕 소란이 있었지만, 데모닉과 성기사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나선 덕에 빠르게 진정될 수 있었다.

       데모닉과 성기사들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동안, 케니스는 신전 구석에 쭈그러져 있었다.

       

       그렇게 해 질 무렵에서야 신전에 복귀한 데모닉과 성기사들.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신전에 복귀한 데모닉의 호통이 신전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케니스는 목을 움츠리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히엑! 죄송합니다!!”

       

       “아무리 신이 나도 그렇지, 제대로 확인도 안 된 무기를 그렇게 다뤄!! 하늘에서 폭발했으니 망정이지, 민간인들이 피해를 봤으면 어쩌려고 했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케니스 수습 성기사, 지금 우는 건가? 울어?! 뭘 잘했다고 눈물을 글썽거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피면서 관절인형처럼 사과를 반복하는 케니스. 데모닉은 말 그대로 케니스의 영혼까지 탈탈 털었다.

       

       보다 못한 성기사들이 데모닉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케니스는 데모닉에게서 탈출할 수 있었다.

       

       

       “휴우…”

       

       도망치듯 빠져나와 겨우 한숨 돌린 케니스.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이번 사건으로 비록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았지만…사건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굉장히 유하게 넘어갔다.

       

       

       ‘솔직히 강등에 근신 처분까지 각오했는데…’

       

       

       사고였다지만 그녀는 도시 상공에 폭탄테러를 벌인 셈이니, 케니스 자신도 놀랄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이였다.

       케니스는 아직도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손에 든 검을 바라보았다.

       

       

       ‘아까 전에 그 광선은…’

       

       

       검에서 신성력을 모아, 응축하고 압축한 뒤 광선을 발사했다. 케니스는 본능적으로 그 광선이 신검 고유의 능력임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한달 동안 쿨타임? 쿨타임이 뭐지?’

       

       

       점차 그녀의 머릿속에 새겨진 생소한 단어와 지식. 자세한 뜻은 알 수 없지만, 아마 자신 같은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고차원의 지식이리라. 

       

       

       “이 능력과 신검을 활용한다면…”

       

       

       은빛 황혼단의 리치에게 복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약한 이들이 무력하게 고통받는 것을 지킬 수 있다. 그녀는 이 검과 함께 주어진 자기 사명을 잊지 않았다.

       

       

       “악을 멸하고, 선을 수호하라…”

       

       

       케니스는 신께서 남긴 마지막 말을 조용히 되뇌이며, 그 가슴에 새겼다.

       

       그렇게 한 소녀가 용사의 업을 짊어지는 밤이 조용히 지났다.

       

       

       

       –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 케니스는 며칠 동안 숙소에서 조용히 근신하며, 자숙하는 태도를 가졌다. 그에 데모닉도 어느 정도 마음이 누그러졌는지 그녀를 직접 호출했다.

       

       

       “케니스 수습 성기사. 얼굴 좋아 보이는군. 잘 지냈나?”

       

       “아닙니다!”

       

       

       데모닉이 케니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됐다. 만신전에서 온 편지다. 난 이미 읽어 봤는데, 흠. 자네도 직접 읽어봐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아, 제가 말입니까?”

       

       

       의아하게 되묻는 케니스. 만신전에서 온 편지라면 아마 케일과 한스에 대한 답장일터.

       

       

       ‘그걸 내가 직접 읽을 필요가 있나?’

       

       

       케니스는 데모닉이 건네주는 편지를 받아 빠르게 훑어보았다.

       편지의 내용은 간결했다.

       

       

       ‘서적을 조사해 본 결과…두 사람은 일종의 저주에 걸린 상태로 확인됨…해주하려면 북부에서만 발견된다는 ‘눈의 정수’가 필요하다…’

       

       

       두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에 케니스는 서둘러 편지를 마저 읽었다.

       

       

       ‘북부에 협력을 요청…북부에서 대가로 성기사단을 추가로 지원요청? 거기에 특정인원을 필수적으로 요구?’

       

       

       뭔가 이상하다. 케니스는 불안감이 등을 타고 오르는 것을 느꼈다.

       편지의 밑으로 내려갈수록 지진이라도 난 듯 떨리기 시작하는 눈동자. 케니스의 눈이 떨릴수록, 데모닉의 웃음이 점점 진해진다.

       

       

       ‘….북부쪽에서 케니스 수습 성기사의 북부 파견을 강력하게 요구?!’

       

       “데,데모닉 팔라딘님? 자,잘 이해가…이해가 안 됩니다?”

       

       

       데모닉은 이렇게 고소할 수 없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하하! 읽은 그대로지! 한 번 더 북부로 가야겠어, 케니스 수습 성기사! 하하하하!”

       

       “어,어째서…?? 왜…?”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동공이 힘없이 풀린 케니스를 보며 함박웃음을 짓는 데모닉. 그는 아직도 케니스가 친 사고를 수습하느라 3일 동안 철야를 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케니스의 표정을 보니 묵힌 속이 뻥 뚫리는 데모닉.

       

       

       ‘부,북부라니..!! 그 지옥 같은 곳을 또 가라고?’

       

       

       케니스의 머리를 스쳐 가는 북부에서의 끔찍한 기억들. 낮에도 춥지만 밤에는 더 추운 설원과 밤낮없이 쳐들어오는 마수들. 돌보다 딱딱한 빵과 수프로 마수의 대가리를 깨던 주민들까지.

       

       거친 기후와 미친 마수들. 그보다 더 거칠고 미친 북부 사람들.

       

       

       ‘아,안 돼…절대 안 돼!’

       

       

       케니스는 필사적으로 데모닉에게 말했다.

       

       

       “그, 데모닉 팔라딘님? 저 같은 수습 성기사가 도움이 되겠습니까? 편지에서 저를 지목해서 요청했다지만, 저 하나가 큰 도움이 될지…”

       

       “아니지, 케니스. 자네는 이미 수습 성기사가 아니라, 용사라는 걸 기억하게. 신에게 직접 임명된 용사란 말이지. 그러니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고 행동하게.”

       

       “그,그런…”

       

       

       용사를 들먹이는 데모닉에게 그만 말문이 막힌 케니스. 그런 케니스의 표정을 보며 데모닉은 고소해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조만간 키비타스에 있는 만신전에 들려서 정식으로 용사 임명식이 있을 것이다. 그 후에 곧바로 북부로 향할 테니, 그리 알고 있도록.”

       

       “예,예…알겠습니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대답하는 케니스를 보는 데모닉은 미소가 멈추지 않았다.

       

       

       “그래, 이만 가서 쉬게. 조만간 일정이 정해지면 내가 다시 전달해주지.”

       

       “예, 알겠습니다…”

       

       

       발을 질질 끌며 숙소로 향하는 용사 케니스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

       

       

       

       나는 뽕에 취해 있다.

       

       케니스라는 영웅급 모험가가 벌어다 준 골드에 취해 있다.

       

       

       “미쳤다…이게 말이 돼?”

       

       

       케니스로 딱 한 번 ‘마수 토벌’을 돌았는데, 보상으로 주는 골드가 말도 안 되게 많다. 이게…나라가 허락한 마약?

       

       

       “미쳤다 진짜. 드워프들은 돈 엄청 못 벌어오는 거였네.”

       

       

       방금까지만 해도 짧은 다리로 열심히 움직여가며, 돈을 벌어오는 귀여운 녀석들이었는데. 이제는 돈도 못 벌어오고, 못생긴 놈들로밖에 안 보인다.

       

       

       “너희들이 케니스보다 이쁘기를 해, 돈을 잘 벌어와?”

       

       

       이제 드워프들이 벌어오는 푼돈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큰 골드가 한 번에 들어오면…더 이상 드워프들의 작은 골드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려!

       

       

       “드워프들은 거기서 패배 대장간이나 하고 있도록.”

       

       

       답이 나왔다. 이 게임은 영웅급 모험가로 시작해서, 마수 토벌로 끝나는 게임. 답은 여관 업그레이드다.

       

       곧바로 건물 리스트에서 여관 업그레이드 화면을 띄웠다.

       

       

       “여관 업그레이드…여관 업그레이드로 더 많은 모험가들을 오게 해야 해…”

       

       

       제법 골드를 많이 쓰지만, 고민 없이 여관 업그레이드를 시킨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항상 과감해야 한다.

       

       

       “영웅급 모험가 한 명만 오면 된다…한 명만 더 늘려서 마수 토벌을 돌리면…!! 흐흐흐.”

       

       

       인생은 한 방이고, 사나이 인생은 굵고 짧게 가는 법. 

       

       

       빠밤ㅡ!

       

       《’낡은 여관’이 ‘번듯한 여관’으로 승급하였습니다!》

       

       

       내 과감한 투자를 축하해주는 듯 울리는 팡파레 소리. 난 함박웃음을 지었다. 벌써 골드가 아른 거리는 듯하다.

       

       

       “아, 무기도 미리 해금을 해놔야지.”

       

       

       영웅급 모험가에게 팔려면 최소한 A급은 돼야 돈이 좀 된다.

       무기 리스트를 열어 살 수 있는 리스트를 쭉 살펴본다.

       

       

       스윽ㅡ

       

       슥ㅡ

       

       “음, 너무 비싼데…”

       

       

       케니스가 한번 크게 골드를 벌어왔지만, A급 무기를 해금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관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았어도 골드가 부족했을 것 같다.

       

       

       “좀 등급을 낮춰야되나…?”

       

       

       순간 다시 한번 카드를 긁어 골드를 만드는 기적이 생각났지만, 콩나물에 케찹을 비벼먹은 기억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건 안 되지…두 번은 아니야.”

       

       

       고개를 흔들며 현질의 유혹을 털어낸다. 월급날까지만이라도 자중해야 한다.

       

       

       “결국에는 좀 등급이 낮은 무기를 골라야 한다는 건데…”

       

       

       쓰읍… 그래도 영웅급 모험가에게 좋은 무기를 줘야 마수 토벌에서 골드를 많이 벌어 올 텐데.

       

       잠시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그래, 우선 광산부터 뚫자.”

       

       

       지금 사지도 못 하는 A급 무기보다는, 광산을 좀 뚫어서 어느 정도 좋은 재료를 파밍해 둬야 한다.

       

       

       “나중에 A급 무기를 만들어도, 구리로 만들면 의미가 없지.”

       

       

       구리로 만든 ‘신실한 자의 대검’? 그야말로 돼지목의 진주목걸이다. 이 게임의 가장 근본은 광물 파밍이니까.

       

       

       슥ㅡ

       

       

       곧바로 화면을 광산으로 옮겼다. 2층까지밖에 뚫리지 않은 광산. 골드를 전부 투자해 광산을 뚫는다.

       

       

       “3층? 해금하고. 4층? 해금해. 5층,6층. 해금해!”

       

       

       미친 듯이 소모되는 골드. 쌓여 있던 골드를 전부 사용하니 광산은 어느새 6층까지 뚫렸다.

       

       드워프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광산을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케니스에게 밀려서 패배 대장간이 어울리는 드워프들이지만, 미우나 고우나 이 게임의 일꾼들인 녀석들.

       

       

       “내가 광고 한번 봐준다.”

       

       

       선심쓴다는 생각으로 30초짜리 광고를 봐서, 일꾼 속도 증가 버프를 받았다. 속도 버프를 받으니 더욱 빠르기 움직이며 일하는 드워프들.

       

       다리도 짧은 놈들 빠르게 움직이기까지 하니, 어릴 적 개미 키우기 세트를 보는 듯하다.

       

       

       “잘한다, 패배 드워프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례로 울리는 팡파리 소리.

       

       

       빠밤ㅡ!

       

       《최초획득! ‘불순한 납’을 획득!》

       

       빠밤ㅡ! 

       

       《최초획득! ‘이상한 청동’을 획득!》

       

       빠밤ㅡ!

       

       《최초획득! ‘쓸만한 은’을 획득!》

       

       빠밤ㅡ!

       

       《최초획득! ‘튼튼한 금’을 획득!》

       

       

       광산을 한 번에 여러 개 뚫었더니, 쉴 새 없이 울리는 팡파레 소리. 이제는 제법 다양해진 광물 리스트를 보니 흐뭇한 웃음이 나온다.

       

       

       “이런 맛에 방치형 게임 하는 거지.”

       

       

       나온 광물을 종류별로 하나씩 제련소에 집어넣고, 게임을 종료했다.

       

       

       “어으~ 운동 가야겠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고, 집에 와서는 게임만 하니까 나날이 체력 떨어지는 것을 실감했다. 생존 목적으로 운동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바로 어제.

       

       

       “헬스장 가야지…”

       

       

       오늘로 운동을 시작한 지 이틀이지만, 헬스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운동 하기 싫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와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추천과 댓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