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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해츨링이 뭘 보고 화염 마법을 익혔는지 알게 되자 머릿속에서 몇 조각 되지 않는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처음에 내가 인간의 언어를 쓰는 걸 보고 이해와 습득, 그리고 응용 특성을 활용해 마나로 음성화를 성공시켰었지.’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직접 피운 불을 보고 ‘불’이라는 존재 및 개념을 이해한 다음 그걸 응용해서 미니 버전 플레임 캐논을 쐈다. 

       

       ‘아마 내가 마찰열을 이용해서 불씨를 만들고 산소를 공급해 살리는, 발화의 모든 과정을 관찰하면서부터 이미 이해를 시작하고 있었겠지.’

       

       즉, 이 해츨링은 뭘 경험하든 빠르게 배워 자기 걸로 만들고 발전시키기까지 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이건 농담이 아니라 진짜 천재잖아.’

       

       우리는 그걸 천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면, 엘더 드래곤급이 되면 그냥 모든 드래곤의 정상에 서겠는데?

       …아닌가? 주접인가?

       

       “쀼우?”

       

       해츨링은 내가 자기 재능에 경악하고 있는 건 줄도 모르고 내 낯선 반응에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렸다. 

       

       나는 조금 더 궁금해져서, 녀석에게 마법 습득 과정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럼 그 ‘마법을 쓸 수 있게 됐다’는 게 어떤 느낌이니? 막 마나를 어떻게 움직여야 되는지 경로가 보인다거나 그런 건가?”

       

       이번에는 주관식에 가깝게 물어보았다.

       

       ‘어쩌면 대답에 따라 나도 힌트를 얻어서 마법을 쓸 수 있게 될지도 모르잖아? 드래곤한테 배우는 마법이라니. 1타 강사가 바로 앞에 있는 거나 다름없네.’

       

       게임에서 마법을 쓸 때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 눈앞에서 직접 마법을 보고 나니 뭔가 로망이 생겼다고 할까. 

       

       그래도 판타지 세계에 들어왔으면 내 손으로 마법 정도는 한 번 써 봐야 하지 않겠는가. 

       

       ‘비록 마력 스탯이 3이긴 하지만…. 적어도 0인 것보단 가능성이 있으니.’

       

       나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해츨링의 대답을 기다렸다.

       자고 일어났으니 음성화해서 대답할 마나 정도는 있겠….

       

       “으음, 나도 정확히는 모루게써! 아마…뀨우우…!?”

       

       하지만 신나서 대답하던 해츨링의 음성화는 왜인지 중간에 끊겨 버렸다.

       해츨링 자신도 당황한 듯 손으로 자기 머리를 통통 두드렸다. 

       

       “마나가 뀨우우….”

       

       무리해서 음성화를 하려고 해서 머리가 핑 도는지, 해츨링의 머리가 기우뚱했다. 

       

       “얘야, 괜찮아? 힘들면 말 안 해도 돼.”

       

       나는 급히 녀석이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 주었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처음에 드래곤 레어에서는 이것보다 훨씬 말을 많이 했었다.

       갓 태어났을 때보다야 지금이 마나 최대치나 사용 효율 등의 조건이 더 좋을 텐데 왜….

       

       “혹시 어제 화염 마법 때문에 마나를 너무 많이 써서 그런 거니?”

       “쀼!”

       

       짐작 가는 이유를 대 봤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라는 듯 해츨링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아, 혹시 드래곤 레어가 특수한 환경이었던 건가?’

       

       기억을 되짚어 보니 해츨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처음 레어에서 나온 다음부터 음성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내가 처음에 힘드니까 웬만하면 길게 말하지 말라고 말을 해 놓긴 했지만, 해츨링은 웬만하면 수준이 아니라 단 한 마디도 음성화를 사용해 말하지 않았다.

       

       ‘처음에 그렇게 오래 말할 수 있었던 게 자기 몸에 있는 마나뿐 아니라 드래곤 레어에 있는 농축된 마나를 끌어 썼기에 가능했다고 한다면 이해는 돼.’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앞으로도 최대한 음성화는 안 시키는 편이 낫겠네.’

       

       뭐, 얘가 말을 못 한다고 해서 딱히 엄청나게 불편한 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사실 쀼쀼 거리는 게 더 귀여우니 괜찮다.

       

       ‘마나 부담을 안 주려면 스무고개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객관식으로 물어봐야겠어.’

       

       어차피 나중에 해츨링의 레벨이 오르고 마나 최대치가 올라가게 되면, 그래서 음성화를 사용해도 전혀 부담이 없는 상황이 되면 해츨링이 알아서 필요할 때 음성화를 사용할 것이다.

       

       저래 보여도 꽤 똑똑한 녀석이니 그 정도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거고.

       

       나는 내 손에 기대고 있는 해츨링에게 다독이듯 말했다.

       

       “아무래도 음성화는 마나가 엄청 풍부한 곳이 아니면 아직은 삼가는 게 좋을 것 같네. 일단 충분히 쉬고, 회복되면 천천히 출발하자. 알겠지?”

       “쀼우….”

       

       마법에 대한 내 질문에 끝내 대답해 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는지 해츨링의 입꼬리가 축 처졌다. 

       

       “괜찮아, 괜찮아. 그냥 잠깐 궁금해서 물어본 거고, 네가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으면 안 물어봤을 질문이었으니까.”

       

       나는 시무룩해져 있는 해츨링의 입꼬리 쪽 볼살을 잡고 가볍게 당겼다.

       역시 최근에 생선을 배 터지게 먹어서 그런지 볼살의 감각이 아주 쫀득했다.

       

       “삐유우?”

       “그럼, 정말이고말고. 네 몸이 우선이니까, 절대 무리하지 말고 힘들면 바로 바로 쉬어야 돼. 알겠지?”

       “삐유우우!”

       “좋아.”

       

       나는 웃으며 볼살을 촵 당겼다가 놓아 주었다. 

       

       “쀽!”

       

       해츨링은 자신의 볼살이 혹시 늘어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듯 양손을 볼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곧 안심한 듯 자신의 볼을 손바닥으로 작게 원을 그리며 문질렀다. 

       

       “뀨우.”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내게 스마트폰이 없는 걸 진심으로 원망했다. 

       

       진짜 저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야 되는데!

       

       ***

       

       햇볕이 드는 흙동굴의 입구란, 생각보다 굉장히 좋은 휴식처였다. 

       

       “아, 좋다. 그냥 이대로 한숨 더 자고 싶을 정도야.”

       “뀨우우우….”

       

       적당한 온도, 적당한 습도.

       그리고 종종 불어오는 바람까지.

       

       어젯밤에 마물의 습격이 있었던 곳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해츨링이 완전히 마나를 회복할 때까지, 우리는 그렇게 볕 드는 곳에 대 자로 누워 요양을 즐겼다. 

       

       ‘이번에도 누울 때 꼬리는 오른쪽으로 젖혔네. 역시 오른꼬리잡이인가.’

       

       나는 기분 좋게 뻗어 있는 해츨링을 힐끔 바라보며 틈틈이 깨알 데이터를 수집했다.

       

       ‘저러다가 기분이 좋으면 종종 꼬리로 바닥을 두 번 톡톡 두드리고.’

       

       톡톡.

       

       ‘그렇지.’

       

       예상이 맞아떨어질 때마다 빙긋 웃는 나와 눈이 마주치면, 해츨링은 영문도 모르고 활짝 마주 웃어 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나는 한 번 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약 한 시간 정도를 더 푹 쉰 후, 우리는 다시 마을을 향해 떠날 채비를 했다.

       

       “자, 잘 쉬었으니 가 볼까?”

       “쀼우!”

       

       해츨링이 내 어깨 위에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아 참. 그 전에.”

       “쀼우?”

       

       나는 해츨링을 그대로 들어 땅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우리가 묵었던 동굴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저기서 썼던 마법, 다시 써 볼 수 있겠니? 네가 하기에 따라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이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거든.”

       “쀼우? 쀼!”

       

       해츨링은 일단 알았다는 듯, 잠시 정신을 집중하더니 작은 두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그리고.

       

       “쀼우우우우!!!”

       

       해츨링의 외침과 함께, 녀석의 손 앞에서 화염 줄기가 뻗어져 나와 동굴 안쪽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잠깐 지켜보던 내가 손을 들었다.

       

       “오케이, 멈춰도 돼.”

       “쀼!”

       “마나는 괜찮아? 이 정도가 최대면 어느 정도 쓴 것 같니?”

       “쀼우… 쀼!”

       

       내가 손으로 범위를 표시하자, 해츨링은 1/3 되는 지점에 앞발을 가져다 댔다. 

       

       ‘흐음, 이 정도에 삼 분의 일이면 꽤 크네. 그럼….’

       

       나는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는 해츨링에게 조금씩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방금 마법을 좀 단순하게, 이런 공 모양으로 만들어서 날려 볼래?”

       “쀼우?”

       “오오, 그렇지! 그런 느낌으로! 그걸 ‘파이어 볼’이라고 한단다. 그럼 다음은….”

       

       그 다음은 긴 화살 모양으로.

       다음은 화염으로 벽을 세운다는 느낌으로.

       

       이런 방법으로 나는 해츨링에게 플레임 캐논보다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하위 서클의 마법들을 가르쳐 주었다. 

       

       ‘…가르쳐 줬다고 하니까 조금 어감이 이상하긴 한데.’

       

       그냥 이런 느낌으로 해 보라고 하면 바로 바로 정확하게 해내는 이 녀석이 대단한 거지.

       

       마치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서 ‘이런 거 요렇게 요렇게 하면 되지 않나?’ 하고 보이는 대로 말하면 그 자리에서 코딩을 막힘 없이 해서 진짜 구현해 버리는 사기급 개발자를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리고 파이어 볼이나 파이어 애로우를 동굴 벽에 여러 번 쏘게 해 본 결과, 미세하지만 점점 위력이 증가하고 있는 게 보여.’

       

       그리고 반복할 때마다 마법을 만들어내는 속도나 만든 마법의 퀄리티 자체도 증가하고 있고.

       

       ‘좋았어. 그렇다면.’

       

       마을로 출발하기 전에 내가 이렇게 해츨링에게 마법을 시켜 본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 해츨링이 마법으로 마물이나 야생 동물을 상대할 수 있다면, 굳이 기존의 3, 4일 걸리는 안전빵 동선을 타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내가 처음에 짠 동선은 서부 숲의 마물이나 야생 동물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동선이었다.

       변변한 무기 하나 없던 우리에게는 실제로 그 동선이 최선이었고.

       

       하지만 만약 우리에게 신변을 지킬 충분한 힘이 있다면, 동선을 거의 직선 거리에 가깝게 수정하는 게 가능하다.

       

       ‘그럼 최소 하루는 통째로 단축할 수 있을 거야.’

       

       이제는 난사하기 좋은 하위 서클의 마법까지 장착한 해츨링이 있으니, 직선 거리로 움직여도 충분하리라.

       

       “그럼 진짜로 출발해 볼까?”

       “쀼우웃!”

       

       그렇게 자신이 넘치는 해츨링을 데리고 길을 떠난 지 반나절.

       

       “크르르르….”

       

       숲 한가운데에서 야생의 늑대를 만난 나는 어제와는 달리 씨익 웃었다. 

       

       그리고 늑대를 가리키며 외쳤다.

       

       “해츨링, 너로 정했다! 파이어 애로우!”

       “쀼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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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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