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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호기심.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사실을 알고자 하는 마음.

        

        인간과 짐승의 경계를 구분짓고, 삼라만상을 인류의 발자취 아래에 복속시키는 데에 가장 큰 공언을 한 바로 그 감정.

        

        

        하늘에서부터 떨어져내린 벼락에 맞은 바싹 마른 나무로부터 불이 피어올랐고, 142만 년 전의 인류는 그것에 호기심을 품었다.

        

        그로부터 불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약하고 상처입어 버려진 한 마리의 늑대가 무리에서 버려져 아무도 오지 않는 숲 속에서 홀로 죽어갈 때, 이를 우연히 발견한 한 사람이 있었다.

        

        그로부터 최초의 사육이 시작되었다.

        

        일일히 열거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수많은 발견들의 거의 대부분이 바로 이러한 궁금증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수많은 정보들을 찾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수십 년 전의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내용조차 확인 가능한 현대 사회에 이르러서도,

        

        호기심이라는 감정은 여전히 모든 사람들의 가슴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니까,

        

        

        

       “…와, 와….”

        

       “…만족스러우신가요?”

        

       “아,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내 꼬리에 붙여진 센서를 떼다가 그만 과도하게 열중해버린 이 사람도, 어쩔 수 없는 호기심이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해주면…되나.

        

        아무튼, 이런 시선 자체는 사실 꽤나 익숙했다. 어떻게 보면 가슴을 빤히 들여다보는 것보단 훨씬 낫기도 하고.

        

        같이 작전하던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한 막사에서 지내면 자연히 적응할 수밖에 없지.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과정이 완료되었단 음성이 울려퍼졌다.

        

        

        

       “불편하지는 않으셨나요?”

        

       “모든 발톱에 스티커 하나씩 붙인 것 같은 기분이었죠.”

        

       “하하, 설명 진짜 잘 하시네요.”

        

        

        

        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발톱에의 비유는 아주 유서깊은 설명이었다.

        

        꼬리를 만져졌을 때 무슨 감촉이냐고 묻는 모든 사람들을 단 한 번에 납득시킨 화려한 전적을 자랑한다.

        

        

        아무튼, 꽤나 바쁜 하루였다.

        

        건물에 막 도착했을 때는 머리 바로 위에 떠있던 해도 어느덧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여름의 한복판이기에 해가 완전히 지고 어둠이 찾아오려면 아직 멀긴 했지만, 고작해야 한 시간만 지나도 내 복귀에 애로사항이 꽃필 것이다.

        

        이렇게 보니 꽤 골치가 아프긴 하네.

       

        퇴근시간에, 하필이면 직장인들 많은 여의도라 더더욱.

        

        

        

       “무슨 일 있으신가요?”

        

       “이따 집에 어떻게 갈지를 생각하고 있었네요.”

        

       “네?”

        

       “이용 인원이 많은 시간이랑 겹치면 조금 골치아프거든요.”

        

        

        

        휘적휘적.

        

        그 말과 함께 꼬리를 눈 앞에서 살포시 팔랑거리자, 회수한 작은 센서의 부착 위치를 기록하던 한설아 씨가 머리에 물음표를 띄운다.

        

        하여간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안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타는 퇴근 지하철에, 제 뒤에 선 분들까지 거슬리게 하긴 좀 그렇지요.”

        

       “아, 아아아. 무슨 소린지 알겠어요.”

        

        

        

        내 골반에 단단히 붙어있는 꼬리의 존재만으로, 만원 지하철을 탑승 시에 무슨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다행히 오늘 이곳에 왔을 땐 지하철 이용 인원이 비교적 적은 정오의 시간대였기에 별 일은 없었지만,

        

        

        

       “…혹시 집이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이신가요?”

        

       “그리 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깝다고 할 만한 곳도 아니네요.”

        

        

        

        적어도 여의도에서 15km 정도 떨어진 곳이면 가깝다고 할 수는 없지.

        

        옛날의 기억을 되살려 도심 급속주파하는 느낌으로 뛰어가볼까 생각하며 재차 덧붙였다.

        

        

        

       “혹시 접속기 관련 논의라는 게, 오래 걸리는 편인가요?”

        

       “…확답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고객님의 자금 및 시간적 여유에 따라서 변수가 늘거나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직접 이야기를 나눠야만 해서요.”

        

       “그렇군요.”

        

        

        

        수긍하는 와중에도, 한편으로는 머릿속에서 이후 어떻게 뛰어가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길 자체는 손목의 디바이스가 알아서 팝업해줄 테니 크게 상관없을 거고.

        

        한 시간 정도 적당히 뛰면 집에 도착할 수 있으려나.

        

        그렇게 이리저리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던 와중,

        

        

        

       “…아니면, 저희가 따로 문의하여 차량 배차에 여유가 있는지를 확인해드리겠습니다.”

        

       “그래주신다면 저야 좋지만, 괜찮나요?”

        

       “당일 저희 업무가 고객님의 데이터 측정 뿐만이 아니라 활동지원도 포함되어있어서, 규정에 의하면 문제 없습니다.”

        

       “아.”

        

        

        

        그렇다고 한다.

        

        조직 문화라고는 기껏해야 대여섯 명 정도의 팀을 이루어 싸돌아다니고,

        

        후드 박스나 킬하우스 내 훈련하며 교관들에게 평가받는 것밖에 해본 적 없던 나였기에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른다.

        

        

        

        …왜 하필 이름이 이카루스일까.

        

        미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지금으로서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동안의 경험 상으로 미루어봤을 때…많은 궁금증들은 시간이 지나며 차차 해결될 것이었다.

        

        그러나 이 부분에 관해 품은 궁금증은…과연 어떨까.

        

        생각에 침잠하는 건 금기였지만, 스트레스 및 생각의 의도적인 구획화는 아직까지는 내 특기가 아니었다.

        

        

        

       “…고객님?”

        

       “네.”

        

       “아, 잠시 생각 중이셨구나. 지금 배차 예약하려고 하는데, 언제가 괜찮으실까요?”

        

        

        

        머리 위로 지그시 집중하자 렌즈로부터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오후 5시 16분, 17시 16분을 가리키고 있는 그것은 그 옆에 BMNT와 EENT까지도 참으로 친절하게 표기해주고 있었다.

        

        잠시간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언제 가든 크게 상관없어요. 지금은 따로 하는 일도 없고.”

        

       “그렇다면 6시 30분 괜찮으실까요?”

        

       “네.”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휴대폰 너머로 이어지는 대화는 뭔지는 잘 몰라도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어, 크게 문제는 없을 듯했다.

        

        그리고.

        

        

        

       “네, 확인했습니다. 5분 전에 저희들이 지정 위치까지 동행할 예정이고, 탑승 후 내비게이션에 위치 입력하시면 차량이 자율 주행으로 고객님 집 앞까지 모셔다드릴 겁니다.”

        

       “시트가 좀 불편하실 수 있는데, 탑승하신 후 침대 형태로 조절하면 좀 더 편하게 가실 수 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나가 마무리되자, 이들은 또다시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재차 말을 걸었다.

        

        

        

       “이것 말고, 또다른 문제는 없으시죠?”

        

       “지금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긴 한데, 논의 중 생각나는 게 있다면 말해드릴게요.”

        

       “알겠습니다. 해드릴 수 있는 게 있다면 당일 조치해드릴테니, 오후 8시 전까지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후 8시요?”

        

       “그때가 저희 퇴근시간이라 그렇습니다.”

        

        

        

        아이구야.

        

        인터내셔널이라는 단어를 당당히 붙이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 어째….

        

        그리 생각하고 있을 즈음 이어지는 해명.

        

        

        

       “물론 공식적인 퇴근 시간은 아닙니다만, 부서 특성 상 업무량이 굉장히 많아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저희도 월급날 하나만 바라보고 살죠.”

        

       “보도자료 전송하고, 기사 모니터링하고, 미팅하고, 컨텐츠 제작하고, 공식 SNS 관리하고, 집에 가서도 모니터링하고…E스포츠 기간에는 이보다 더해요.”

        

       “…고생이 많으시네요.”

        

       “정말 그렇죠. 안 그래도 좀 있으면 E스포츠 예선 시작이라 벌써부터 죽을 맛이에요.”

        

        

        

        이제는 어느 정도 면식이 있다고 푸념까지 듣는다.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보니 이런 말까지 하게 됐네요. 자, 다음은…미팅 장소인 1층 카페인데, 혹시 마시고 싶은 것 있으신가요?”

        

       “마시고 싶은 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직원들은 할인도 있고, 당일 나온 활동지원비로 구매하는 거라 전부 업무 경비에 포함되니까요.”

        

        

        

        업무 경비라.

        

        …잠깐만.

        

        그러면…내가 뭘 먹어도 전부 업무 경비 처리가 된다는 건가?

        

        

        애써 무시하고 있던 한 가지 감각이 강제로 점등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날숨에 섞여 나오던 공허감이 식도와 비강, 그리고 코로 느껴졌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주 자명했다.

        

        잠시간 생긴 공백에 한설아 씨가 나의 얼굴을 돌아보았지만, 내가 할 말은 정해진 상태였다.

        

        숨을 고르고, 비장하게 덧붙였다.

        

        

        

       “혹시.”

        

       “네?”

        

       “그걸로 식사도 가능한가요?”

        

        

        

        뭐, 왜.

        

        나도 사람인데, 밥 좀 먹자.

        

        

        

        

        

        

        

        

        

        

        

        

        

       “전 이번 생에는 다이어트는 틀렸나봐요.”

        

        

        

        파스타를 돌돌 말아 입에 넣던 한설아가 푸념하듯 덧붙였다.

        

        안타깝다면 안타깝게도 나는 저 발언에 공감이 불가능한 신체였다. 남들처럼 먹다가는 살이 쭉쭉 빠지는 가성비 폭망 몸뚱아리였기 때문이었다.

        

        칼로리 보충이 무지막지하게 쉬워진 현대 사회라 다행이었다.

        

        이 시점에서 구태여 내 특성을 언급할 필요는 없었기에 얌전히 입에 피자를 구겨넣었다.

        

        

        

       “혹시 살이 잘 빠지는 운동은 없나요? 신체 라인이 굉장히 좋으시던데.”

        

       “식단 조절을 병행하며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로잉 머신이나 버피 테스트로 체지방을 태우고….”

        

       “…역시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질문에 발이 달려 날 찾아오지 않는다는 법은 없더라. 결국 이런 원론적인 대답만 해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숨만 쉬어도 남들의 두 배 이상의 칼로리를 쓰는 나한테 다이어트 비법을 물어봐도 크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그렇게 그녀가 재차 침묵하는 사이, 나는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접속기라.’

        

        

        

        토탈 프라이스는 꽤나 상당했다. 하이엔드 세팅이 된 컴퓨터의 대략적으로 두 배에서 세 배 정도 되는 가격이라고 해야 하나.

        

        기종에 따라 차이가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성인들도 쉽사리 건들기 어려운 가격이었다.

        

        물론, 그래서 나온 게 있었다.

        

        

        

       “…보통, 그래서 다들 접속기를 장기간 대여합니다. 한 달에 대략 5만원 정도의 비용을 주고, PC방에 가서 사전에 등록된 기기를 받아 박스 안에 들어가서 게임을 하죠.”

        

       “PC방이요?”

        

       “정식 명칭은 프라이빗 컨트롤 룸이지만, 다들 그렇게 부릅니다. 박스는 프라이버시 보장을 위한 1인용 캡슐 같은 거구요.”

        

        

        

        PC방이라.

        

        어딘지 모르게 기시감이 느껴지는 그 단어에 하마터면 김빠진 웃음을 내뱉을 뻔했다.

        

        

        

       “E스포츠 기간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1 : 3의 시간 가속 비율을 유지하기 때문에, 게임을 오래 해도 일상생활에 그리 큰 지장은 없을 겁니다.”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으로 현재 수중에 얼마만큼의 가용 금액이 있는지를 떠올려보았다.

        

        다시 돌아온지도 어언 두 자릿수의 일자가 지나는 중이었고, 시간은 언제나 많은 문제의 해결책이기도 했다.

        

        그동안 지급되지 않았던 모든 돈을 전부 되돌려받는 것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했으나,

        

        

        

       -Total : $6,913.68

        

        

        

        …일시불로 하는 건 좀 부담스러워도, 할부로 하면 크게 문제는 없을 터였다.

        

        또한 개인적인 선호도에 의하면 기계는 튼튼하면서도 최대한 다양하고 우수한 성능을 보장해야만 했고,

        따라서 최신형이라고 하더라도 꼭 좋은 것들은 아닐 확률이 어느 정도는 있었다.

        

        저쪽이 보여주었던 기기 목록을 재차 확인하고 있던 와중,

        

        

        

       “지불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으니 확인한 다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자사 VR 플랫폼에 소속된 스트리머 분들도 그리 지불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건 차후 생각해보겠습니다.”

        

        

        

        …기분이 참 묘하구만.

        

        아무리 내가 다녀온 세상이 게임으로 변했다는 것을 인정하고자 해도, 마치 가시처럼, 자꾸만 한두 군데에서 받아들이기 좀 골치아픈 사실들이 툭툭 나온다.

        

        모든 일들을 전부 마무리짓고 왔었더라면 마음이 좀 가벼웠을까.

        

        또 불쑥 튀어나오는 잡생각을 잊기 위해서라도 입을 열었다.

        

        

        

       “기종은 이걸로 하겠습니다. 할부는 12개월로.”

        

       “아, 벌써 결정하셨나요?”

        

       “과도하게 길게 고민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요.”

        

        

        

        선택지 하나하나에 목숨이 오가는 전장이라면 모를까, 어느 것을 고르든 크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면 마음 가는 대로 결정하는 게 더 나았다.

        

        되려 내가 이렇게 빨리 선택할 줄 몰랐는지, 두 명이 나보다도 더 놀란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일은 진행된다.

        

        사전에 입력한 개인정보가 표기된 터치패드를 확인하여 교차검증을 한 뒤, 계좌정보를 입력하고 패드와 연동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나에게 구매 이외의 선택지는 따로 없었다.

        

        

        

       “…네, 확인됐습니다. 기기는 자택으로 배송될 예정이고, 궁금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지 물어보시면 됩니다. 또한 물리 엔진의 인게임 적용에 시간이 약간 걸려서, 대략 3일 정도 후부터 배송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배송 이외에도 다른 방법이 있나요?”

        

       “기다리는 게 싫으시다면 직접 오셔서 수령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게 더 편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그게 낫겠네요.”

        

       “그러면 그렇게 전달해놓겠습니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 후로는 게임에 대한 문답이 이어졌다.

        

        게임 내부의 시스템에 대한 정보야 내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알아가면 될 것이었고, 그렇기에 가장 이목을 끈 부분은 따로 있었다.

        

        

        

       “…E스포츠 이야기가 몇 번 나온 걸 보면, 대회 등이 많이 있나보네요.”

        

       “아, 그 방면에 관심이 있으셨군요.”

        

        

        

        단순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건 아니고, 개인사와 관련된 감정이 상당히 섞였지만…아무렴 어떤가. 결국 관심이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

        

        

        

       “개최되는 대회는 워낙 많지만 가장 유명한 건 역시 다크존 월드 챔피언십 리그일 겁니다. 이름에서부터 알다시피 로컬 챔피언십을 통해 선발한 팀들 간의 경쟁이 주요 볼거리구요.”

        

       “경쟁은 주요 관심사죠.”

        

       “바로 그렇습니다.”

        

        

        

        어느덧 식사도 마무리되어가고 있었지만, 이 주제로의 대화는 이제 시작이었다.

        

        

        

       “총기에 익숙한 나라들이 많이 유리하겠네요.”

        

       “그렇습니다. 특히 게임 서비스 이후로 미국은 단 한 번도 1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습니다. 그 이하로는 유럽 및 한국, 일본, 러시아 등이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죠.”

        

        

        

        그럼 그렇지.

        

        미국은 진짜…총기의 천국이다. 게다가 인프라 방면으로도 따라갈 수가 없지.

        

        그런 나의 인식에 쐐기를 박듯,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으로 이어지는 설명.

        

        

        

       “아직까지는 개인 부문에서도, 스쿼드 부문에서도 미국을 따라잡기 힘든 실정이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실제 미군 소속 인원들이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는 판이에요.”

        

       “…현직 닌자나 땅개들도 할 수 있나요?”

        

       “네?”

        

       “아, 잠깐 말이 잘못 나왔네요.”

        

        

        

        망할 놈의 은어들. 하도 작전대 선임관이나 작전대장이랑 떠들다보니 이런 단어까지 술술 나온다.

        

        금방 정정해주었다.

        

        

        

       “현직 SOF 소속이나 군인인 사람들도 접속 가능하다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나 해서요.”

        

       “SOF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물론 그 부분에서는 제한이 있죠. 서버도 따로 할당되어서, 전역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서로간 매칭 자체가 안 되고요.”

        

       “그런 부분에서는 따로 조치가 되어있긴 하네요.”

        

       “인게임까지 현실적인 피지컬이 침투하는 건 밸런스에 맞지 않으니까요.”

        

        

        

        나름 합리적인 방안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 궁금증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고, 되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질문 하나가 솟아났다.

        

        

        

       “그럼 반대로, 게임 플레이를 통해 누적된 경험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나요.”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그 부분도 나름의 조치가 되어 있습니다.”

        

       “감각을 왜곡할 수도 있겠네요.”

        

       “정확합니다.”

        

        

        

        후식 겸으로 나온 커피로 목을 축인 이들이 덧붙였다.

        

        

        

       “사고 및 테러 발생 예방을 위해서, 하드코어 플레이가 아닌 이상 모든 변수를 게임 내에서 현실과 동일하게 재현하는 건 제재를 받아요.”

        

       “따라서, 게임 내 모든 상호작용에 대한 변수는 현실과는 상당히 다르게 조정되어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 총 좀 쏘는 사람이라도 현실에서 명사수가 될 수 없는 이유죠.”

        

       “뭔가 많군요.”

        

       “다크 존의 파급력이 범세계적이다보니, 조금 복잡하더라도 이런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뭔가 생각보다 길어지는데.

        

        게임을 하러 온 건지 강의를 받으러 온 건지 슬슬 헷갈리기 시작할 때 즈음, 다행스럽게도 얼추 마무리가 되기 시작했다.

        

        

        

       “그것 말고도 재장전 등을 포함한 모든 화기 조작, 이동, 상호작용 등이 전부 그래요. 다크 존의 커스터마이징이 자유로운 것도 감각을 오인시키기 위함이거든요.”

        

       “플랫폼 가입 약관에도 나와있는 정보이긴 한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보고 넘깁니다.”

        

       “약관이란 게 원래 그렇죠, 뭐.”

       

        

        

        

        물론 그렇다고 모든 약관들을 전부 넘기면 나중에 큰일난다.

        

        아무튼, 머릿속으로 정보들을 정리했다.

        

        요컨대 현직 특수부대원들 등은 일반인들과 매칭도 안 되고, 전역한 사람들만 가능하다는 것이 그 첫 번째.

        

        근육기억의 누적을 통해, 현실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감각 변수 조정이 그 두 번째.

        

        이게 이 게임에 존재하는 안전장치 중 두 개인가?

        

        이런 부류를 접하는 게 처음이라서 이게 체계적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별다른 잡음 없이 굴러가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신경쓸 부분은 아닌 듯했다.

        

        

        그렇게 되어, 어느덧 식사도 끝났다.

        

        당일 필요 칼로리를 전부 채우기는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최저 칼로리 정도는 어떻게든 충당할 수 있었다.

        

        남은 건 집에 가서 마저 메꾸기로 결심하고, 주차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내부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차량 한 대. 뒷좌석은 눕기 편하게 침대 형태로 변환된 상태였고, 내비게이션 화면이 중앙에 달려있었다.

        

        앞으로 다시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스르르 올라가는 창문 위로 흐릿해지는 홍보부 소속 남녀 한 쌍과 손짓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작별이었다.

        

        

        

       “오늘 하루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뭘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고생하셨어요!”

        

        

        

        별다른 진동과 소음 없이 능숙하게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어느덧 해가 수평선 아래로 뉘엿뉘엿 떨어지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으로 직시할 수조차 없을 만큼 밝았던 그것도, 이제는 발갛게 타오르는 구슬이 되어 세상을 어둠에 내맡긴다.

        

        그 사이 마포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로 유유히 진입하는 차량.

        

        

        비록 집에 도착하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터였지만, 비어버린 태양의 허전함을 메꾸려는 듯 길은 퇴근하는 차량들의 불빛으로 가득했다.

        

        그것을 무드등 삼아, 나는 침대로 변환된 뒷좌석 시트에 몸을 뉘였다.

        

        푹신하고 노곤했다.

        

        

        

        참으로 긴 하루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양은 많은데 별 내용이 없는 것 같네요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설 연휴 잘 쉬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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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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