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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티폰의 이야기 – (2)

       

       

       

       산을 덮을 정도의 엄청난 거구인 티폰이 제우스를 제압하여 끌고 간 흔적은 선명했다.

       데메테르가 본다면 눈이 돌아갈 정도로 완전히 갈아엎어진 땅.

       

       티폰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돌풍 때문에 주변의 동식물, 인간들이 모조리 죽어나간 처참한 광경.

       거기에 제우스가 끌려가면서 저항하느라 남은 신력의 흔적.

       

       얼마나 이동했을까, 나는 흔적이 어느 산에서 끊긴 것을 확인했다. 

       

       이 산에 분명 제우스가 갇힌 동굴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리하여 지금 내 힘줄이 티폰의 손아귀에 들어간 상태다. 만약 네가 나를 도울 수 있다면 신들의 왕, 제우스의 이름으로..”

       

       반투명한 수소의 형상에게서 목소리가 흘러나와 엎드린 인간에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 수소가 제우스의 신력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눈치채고 퀴네에를 벗으며 다가갔다. 

       

       “제우스.”

       “음? 하데스 형님이시군.. 헤르메스가 다행히 성공했는가. 허나 지금은 힘이 모자라 더 이상은 이걸 유지하기..”

       

       제우스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 듯, 그의 신력이 흐트러지자 수소도 사라져버렸다. 

       나는 옆에서 엎드린 인간을 내려다보았다. 

       

       “미.. 미천한 인간 카드모스가 저승의 군주, 하데스 님을 뵙습니다!”

       

       오.. 일반적인 인간들은 내 이름을 두려워하고 꺼려하지만 이 남성은 뭔가 달랐다. 

       대부분 소중한 사람이 죽었거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일 때는 하데스라고 부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플루토라고 하는데..

       

       고개를 바짝 숙이고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 카드모스를 바라보자 그가 설명을 시작했다. 

       

       자신은 카드모스라 하는 페니키아의 왕자고.. 티폰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제우스가 이 산의 동굴에 갇힌 상태이며..

       제우스 님이 힘줄을 빼앗겨 자신에게 수소를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나 어쩌구..

       

       대충 제우스의 명을 받고 티폰에게서 힘줄을 되찾아 오려고 했다는 말이였다. 

       횡설수설하는 그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제우스가 미쳐버린건 틀림없었다. 

       

       티폰의 숨결 한번에 그대로 죽어버릴 인간에게 힘줄을 되찾아 달라고 한다니.

       그렇게까지 상황이 다급한 것일까, 아니면 이 인간에게서 무언가를 본 것일까.

       

       “정말 제우스의 명령대로 따를 생각이냐, 네 짧은 명이 더욱 단축될 수도 있다.”

       

       만약 그가 못하겠다고, 너무나도 두렵다고, 사실은 자신도 겁이 난다고.

       내게 애원한다면.. 제우스의 진노를 막아줄 의향이 있었다.

       

       그러나 금발의 남자, 카드모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 * *

       

       

       

       페니키아의 왕자, 카드모스는 평범한 인간이다.

       

       괴물들과 신비를 두려워하고, 올림포스 신들을 경외하는 평범한 인간.

       그런 평범한 인간에게..

       

       어느 날, 아버지인 아게노르 왕이 카드모스의 누이인 에우로페를 찾아오라고 명령했다.

       자신의 왕자들을 모두 내보내면서 공주인 에우로페를 찾아오지 못한다면 나라에 돌아오지 말라는 명령.

       

       당연하게도 카드모스는 에우로페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고, 막연한 심정으로 길을 걷다가 킬리키아 산 근처에 도달했다.

       그런데 누이를 찾기 위해 산이라도 수색하려던 그의 앞으로 갑자기 무언가가 나타났다. 

       

       “인간이여, 나는 신들의 왕 제우스다.”

       

       반투명한 수소의 형상을 한 무언가에게 그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위엄 있는 말투와 신비로운 기운, 주신 제우스 님이 맞는지는 몰라도 분명 신. 

       

       신이 카드모스에게 자신을 도우라고 명령했다.

       신조차 패한 강력한 괴물에게서 힘줄을 가져다 달라고 하였다. 

       신이 내리는 명은 절대적, 그는 따라야만 한다. 

       

       그의 목덜미에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신들의 왕, 제우스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숫소가 말하는 보상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카드모스의 머릿속은 괴물에 맞서야 한다는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했다. 

       

       음울한 인상의 남성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그랬다.

       

       “제우스”

       “음? 하데스 형님이시군..”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은 괴물에 대한 것보다 더한 공포로 씻겨졌다. 

       분명 태양이 하늘을 비추고 있었지만 주변이 어두워지고 공기가 무거워졌다. 

       

       숨을 쉬는 것이 힘들어진 카드모스는 남성 주변의 풀들이 시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남성에게서 뿜어지는 싸늘한 기운이 주변을 장악하며 엄청난 존재감과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게 신이 아니라면 무엇이 신이란 말인가.

        

       ‘분명.. 저 둘이 하데스, 제우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저자, 아니 저분이 명계의 군주 플루토란 말인가?

       저 수소는 정말로 제우스 신이 보내신 것이고?!

       

       그는 고개를 슬쩍 들어올려 제우스 신의 수소를 바라보는 하데스를 살폈으나…

       음울한 남신의 눈을 바라본 그는 대경실색하며 다시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을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사람의 눈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검은 심연이 양 눈에 있었기에.

       흔한 강의 신 따위가 아닌, 올림포스의 높은 신격.

       

       ‘..하데스 신이 확실해!’

       

       고개를 숙이던 카드모스는 제우스 신의 수소가 사라지고 저승의 군주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이 사태에 대해 설명하라는 듯이 보는 시선에 입이 제 멋대로 움직였다.

       

       “미.. 미천한 인간 카드모스가 저승의 군주, 하데스 님을 뵙습니다!”

       

       ‘플루토라고 불러드렸어야 했나..?!’

       

       계속해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명계의 군주에게 카드모스는 마른침을 한번 삼키고 설명했다. 

       자신에 대한 것과 제우스 신이 방금 보낸 수소가 말한 모든 내용을 전부.

       

       ‘젠장, 말을 너무 더듬었잖아, 무례하다고 나를 명계로 데려가시면 어떡하지..?’

       

       하데스가 고민하는 잠깐의 정적.

       카드모스는 계속되는 침묵에 마치 피가 마르는 것만 같은 긴장감을 느꼈다. 

       

       드디어 저승의 신의 입이 움직였다.

       

       “정말 제우스의 명령대로 따를 생각이냐, 네 짧은 명이 더욱 단축될 수도 있다.”

       

       머리를 조아린 카드모스는 숨을 들이켰다. 

       이는 분명, 자신을 배려하여 하신 말씀.

       

       미천한 인간인 내가 괴물에게 목숨을 잃을까 걱정해주시는 것.

       명계의 입장이라면 인간의 죽음은 곧 자신의 권세가 늘어남을 의미할 텐데..

       

       자신의 왕국에서도 모두가 꺼려하고 두려워해 신전을 만들지 않았던 저승의 신.

       플루토, 아니 하데스께서 이리도 자비로우신 신이였단 말인가?

       

       그런 자비로운 말과는 별개로 그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자신은 제우스 신의 명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방금 하데스 신의 말대로 하찮은 인간들은 괴물에게 쉽게 죽어나가는 몸인데 어째서 제우스 님은 나를 골라 도와달라고 하신 것일까. 

       심지어 티폰이라는 괴물은 그 위대하신 신들의 왕, 제우스마저 패배시킨 무시무시한 놈인데. 

       

       제우스 님이 아무리 위대하신다 한들, 내 목숨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 나약한 인간을 시험하려는 신의 장난일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티폰이라는 괴물에게 죽는다면.. 동생, 에우로페도 찾을 수 없고 형제들 또한..

       

       고개를 숙인 카드모스는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또렷한 목소리로 답했다. 

       

       “예, 물론입니다.”

       

       

       

       * * *

       

       

       

       내 존재감 때문에 두려움에 떨던 기색이 옅어졌다. 

       확고한 신념을 자기 자신을 지탱하는 기둥으로 삼아 압박을 버티는 건가. 

       

       비록 그를 배려해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존재감을 억누르고 있지만 그마저도 평범한 인간은 감당하기 힘들텐데. 

       

       두려움과 자기확신, 당당함이 공존하는 모습. 

       어째서 그는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스스로 죽는 길을 자처하는 것일까?

       

       “…어째서?”

       

       많은 의문을 품고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인간은 신들의 노예나 하인이 아니다. 제우스의 명령이 강압적이라고 느껴서 한 선택이라면 내가 그를 보호하리라. 

       

       목을 한번 가다듬은 카드모스가 이유를 말한다. 

       

       “으음. 그것이..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신들의 은혜를 배웠습니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를 만든 것은 신들이라는 것을요.”

       

       분명 인간을 만든 것은 신들이 맞지만 그건 필요에 의한 탄생이였을 뿐이다. 지금 보여주는 행동은 정말로 제 조물주에 대한 보답뿐일까?

       

       “오늘 아침에 떠오르는 해는 헬리오스 신의 자비였으며, 밤마다 저를 위로해준 달빛은 셀레네 신의 은총이였지요.”

       

       카드모스의 눈동자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제가 매일 먹는 음식은 데메테르 님의 축복이 가득한 곡물이며, 마시는 물은 포세이돈 님의 가호가 깃들어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그는 끊임없이 신들의 은혜를 말했다. 

       급하게 지어내거나 거짓이 아닌, 정녕 마음에서 우러나온 생각. 

       

       “…마지막으로 제가 티폰에게 죽는다 하더라도 제 눈앞에 계신 하데스 신의 보살핌을 받을지언데 어찌 괴물 따위가 무서워 피하겠나이까.”

       

       대단하다.

       이승에 이런 자가 존재했었나?

       

       카드모스가 고개를 살짝 들어올려 나를 쳐다보았다. 

       나와 눈을 마주치는 것이 힘겨운 듯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오지만 그는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괴물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의지로 가득찬 인간의 눈.

       그곳에서 아레스를 뛰어넘는 용맹이 타오르고 있었다. 

       

       “분명 저는 위대한 신들에 비하면 하찮은 인간이지만,”

       

       그가 다시 내게 고개를 숙였다. 

       신격의 존재감에 눌린 것이 아닌, 감사와 경외를 담아서. 

       

       “주어진 은혜를 모르는 자는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카드모스는 분명 영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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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of Underworld

King of Underworld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Score 3.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ades, the God of the Underworld from Greek and Roman Myt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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