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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중원은 참 넓습니다.

         

        이렇게 드넓은 중원에서도 특히 폐쇄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역이 어딘 줄 아십니까?

         

        맞습니다. 바로 사천입니다.

         

        지리적 특성 때문에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당가의 작자들이 수작을 부린 건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지요.

         

        물론 그 비밀을 파헤치려는 사람은 매년 나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들의 명은 대체로 짧았습니다.

         

        몸이 시퍼렇게 변해서 숨을 헐떡이며 끔찍하게 죽어가니, 누가 당가에 대해 캐묻겠습니까.

         

        저같이 숙련된 밀정이나 겨우 하는 것이지요.

         

        사천성에 잠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놈들이 쓰는 독과 암기에 대한 정보는 따로 별지에 적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추가적인 정보를 얻었습니다.

         

        원래라면 선금을 받아야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먼저 글을 써서 보내겠습니다.

         

        독이라는 게 사실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건 알고 계시겠죠.

         

        이 당가놈들은 스스로에게 독을 주입해, 깨달음을 얻는다고 합니다.

         

        따라 할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남궁의 사람인 당신이 당가의 것을 따라 하다 죽으면, 그게 무슨 망신입니까.

         

        당신이 깨달음에 얽매여 있지 않다는 건 알고 있긴 하지만요.

         

        제가 이 말을 꺼낸 이유는 이곳 당가타(唐家陀)에 마교의 고수가 침입했기 때문입니다.

         

        큰 사건입니다. 그러나 소문이 밖으로 새어 나가진 않을 겁니다.

         

        침입한 마교도를 잡지도 못했고 당가의 중요한 물건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놈이 침입한 이유는 물건을 훔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물건은 바로 거미. 그것도 인면지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 거미들이지요.

         

        고독의 재료로 쓸지, 내공 향상을 위해 사용할지는 모르겠지만 꽤 타격이 클 겁니다. 영물을 뺏긴 셈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리고 그 사건을 조사하던 중, 사천의 영물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짐조 같이 뻔하디뻔한 것으로 제가 생색을 낸다고 생각하진 않을 거라 믿습니다.

         

        저조차 처음 듣는 이름이었습니다.

         

        달로포(狚露暴)

       

       포악한 이리와도 같은 이슬.

         

        당가에게 이슬이라는 건 곧 독입니다.

         

        포악한 독이라는 뜻이지요.

         

        몸길이는 2장을 훌쩍 넘고 무게도 70관이나 되는 영물입니다.

         

        목에는 커다란 꽃 모양의 기관이 있는데, 만 가지 독을 뿜어낸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게다가 영물이 독인의 경지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제 말이 무슨 뜻인 줄 아시겠습니까?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화산의 용인처럼, 당가에도 그것과 비슷한 존재가 있다는 겁니다.

         

        (중략)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귀하디귀하다는 복어주도 한 병 구했으니, 돌아가는 날에 같이 회포나 푸시지요.

         

        「청무린의 마지막 밀서(해석본) 中」

         

         

        *

         

         

        온몸이 찢어지는 격통이 느껴진다.

         

        개미 독과는 차원이 달랐다.

         

        위력 자체가 월등히 높은 건 아니었다.

         

        줄어드는 HP는 그때와 별 차이가 없었으니까.

         

        개미 독에 당했을 땐 한창 전투 중이었던 상황이었다.

         

        뿜어져 나오는 아드레날린에 고통을 느낄 겨를도 없던 거였다.

         

        지금은 완전한 맨정신이었다.

         

        게다가 독이 들어올 걸 알고 있었고.

         

        생살을 찢고 독이 주입되는 고통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이러다 잘못되는 거 아닐까.

         

        지금이라면 꼬리를 자르기만 하면 해결할 수 있을 거다.

         

        아직 독이 온몸에 퍼지지 않았으니까.

         

        손을 들었다.

         

        내 꼬리에 박힌 독니를 빼내려는 거미의 머리를 살짝 눌렀다.

         

        “키에엑!”

         

        꾸득.

         

        이미 박힌 독니에서 독이 추가로 주입되는 게 느껴졌다.

         

        이 정도도 못 버텨서, 무얼 할 수 있겠나.

         

        숨을 쉬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몸이 뜨거워졌다.

         

        단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온다.

         

        이 감각, 한 번 느껴본 적 있었다.

         

        거북이의 방해를 받아 각혈했을 때 느낀 감각이었다.

         

        그러니까, 운기조식에 거의 성공할 뻔했을 때 느낀 감각.

         

        꼬리에 붙은 거미를 떼어 내고 가부좌를 틀었다.

         

        중독된 탓일까, 몸의 감각이 평소보다 날카로웠다.

         

        그린 바실리스크의 몸.

         

        나는 이 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다.

         

        진화하는 순간, 뼈가 재구성되고 그 위에 살과 가죽이 붙었다.

         

        세포 하나하나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기억났다.

         

        뜨거운 기운이 온몸으로 퍼졌다.

         

        하단전에서 중단전으로.

         

        중단전에서 상단전으로.

         

        다시 하단전으로.

         

        그래.

         

        이게 운기조식이구나.

         

        그렇게 한 번.

         

        다시 한번.

       

       계속해서 시를 순환시켰다.

         

        도합 열두 번의 순환이 끝났다.

         

        [「소주천」을 획득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무수한 메시지가 보였다.

         

        [「독 저항 LV1」을 획득합니다.]

         

        처음에 얻으려고 했던 스킬을 얻었다.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마비 저항 LV2」이 「독 저항 LV1」에 반응합니다.]

         

        [「산 저항 LV4」이 「독 저항 LV1」에 반응합니다.]

         

        [「독 저항 LV1」이 「십독불침」으로 진화합니다.]

         

        물갈퀴걸음이 소룡등천보로 진화했던 거처럼, 독저항도 진화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막혀 있던 혈이 뚫리면 이런 기분일까.

         

        그동안 올리지 못했던 레벨들이 한 번에 올랐다.

         

        [「백란심법」을 획득합니다.]

       

       그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나는 운기조식을 끝냈다.

         

        【그린 바실리스크 LV5】

        HP:70/70

        MP:32/32

        【칭호】

        「거미에게 사랑받는 자」

         

        거미들은 내 양옆에 서서 기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호법이라도 서주는 걸까. 괜히 웃음이 나왔다.

         

        고맙다, 얘들아.

         

        “겍겍!”

         

        우득.

         

        몸을 움직였다.

         

        시야가 넓어졌다.

         

        덩치가 확실히 커졌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엔 내 허물이 세 개나 벗겨져 있었다.

         

        꼬리로 살짝 밀어 허물을 치웠다.

         

        “키에엑!”

         

        거미들은 내 허물을 보고 좋다고 달려들었다.

         

        선수 유니폼을 받은 팬의 모양새였다.

         

        그래, 어차피 쓰지도 못하는 거 가져가렴.

         

        녀석들이 내 허물을 씹고 뜯고 있었다.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그린 바실리스크 선정 가장 설레는 일 3위 안에 드는 일.

         

        새로 얻은 스킬을 확인하는 일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스킬】

        「꼬리 자르기LV9」「차가운 피 LV1」「포식 LV1」「야생의 눈 LV2」 「꼬리 자르기 LV1」「마비 저항 LV2」「산 저항 LV4」「소룡등천보」「소주천」「십독불침」 「백란심법」 …….

       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니, 스킬이 아니라 무공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음미하듯 무공의 효과를 하나씩 읽었다.

         

        「소주천」

        기경팔맥 중 임독양맥을 제외한 여섯 개의 경맥을 운기합니다. 기를 순환시켜 내상을 치유하고 내공을 쌓습니다.

         

        소주천.

         

        운기조식의 일종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주천과 대주천을 합쳐서 운기조식이라고 말하는 거지만.

         

        소주천 정도만 해도 어디 가서 나 운기조식 좀 할 줄 압니다 떠들 수 있었다.

         

        소주천에 처음 성공하면, 소성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결코 낮은 게 아니었다.

         

        대주천에 비해 아쉬울 뿐이지.

         

        「십독불침」

        열 가지 독이 몸에 감히 침범할 수 없습니다. 독에 강한 내성을 갖습니다.

         

        만독불침의 열화의 열화의 열화 버전일 거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독 저항LV1 이런 것보단 10배는 나았다.

         

        「백란심법」

        아주 기초적인 내공심법입니다. 어떤 심법으로든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법까지 얻었다.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니다.

         

        보법이 아닌, 무공을 쓰는 도마뱀이 탄생하고 말았다.

         

        두꺼비와 거북이.

         

        딱 대.

         

         

        *

         

         

        별의 거북이와 악마 두꺼비를 사냥 하기 전에 거처를 옮기는 작업을 했다.

         

        십독불침의 몸을 가진 지금이라면, 두꺼비의 독에도 저항할 수 있고 거북이의 단단한 껍질도 어떻게든 부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놈들은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곤 했다.

         

        내가 본 수만 해도 각각 세 마리.

         

        게다가 거북이와 두꺼비의 사이가 이상하게 좋은 것도 마음에 걸렸다.

         

        서로 싸우는 거 같으면서도, 결착은 짓지 않는다.

         

        싸우다가 미운 정이 든 게 확실하다.

         

        그러므로 정면에서 놈을 사냥하는 건, 나와 동급인 녀석들 6마리와 싸워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일 대 일이면 몰라도, 다굴은 좀 힘들지.

         

        즉, 내가 집을 옮기는 건 거북이 두꺼비 소탕 작전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었다.

         

        “게게겍!”

         

        전생 전에도 하지 못한 내 집 마련의 꿈.

         

        이곳에서 달성하고 말았다.

         

        아주 세레브한 모던 하우스.

         

        무려 오션 뷰, 아니 스왐프 뷰까지 탑재되어 있다.

         

        적당히 자란 나무 밑동에 거미줄과 나뭇잎을 얽히게 해서 만든 천혜의 요새.

         

        솔직히 모습이 조금 엉성하긴 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한 보금자리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장점 첫 번째.

         

        색이 초록초록했다.

         

        초록색이라면, 바로 그린 바실리스크의 색이다.

         

        적당히 높은 위치에 있기에 기척을 숨기고 잠을 잘 수 있었다.

         

        나뭇잎에 매달려 밑에 있는 먹잇감을 노리는 것도 수월할 거고.

         

        장점 두 번째.

         

        바로 밑이 물웅덩이다.

         

        즉, 나무와 물을 오가는 보법을 펼칠 수 있는 내게 유리한 환경이라는 거다. 먹잇감이 풍부한 것도 장점이었고.

         

        장점 세 번째.

         

        시끄러운 이웃이 없다.

         

        이게 가장 크다.

         

        두꺼비와 거북이를 피해 이사 온 만큼, 이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운기조식을 취해도 방해할 존재가 없었다.

         

        게다가 운기조식을 취할 때, 이 조그마한 거미들이 호법 비슷한 걸 서줘서 안심이기도 했다.

         

        “키에엑….”

         

        녀석들은 배를 까고 누워 있었다.

         

        …내가 고생시키긴 했지.

         

        거미줄도 마구 뽑고 손이 안 닿는 곳은 거미들을 보내기도 했고.

         

        “겍겍!”

         

        손질이 끝난 물방개를 녀석들에게 던져줬다.

         

        그래도 복지는 확실하잖아.

         

        너희도 좋지?

         

        “케엥….”

         

        무슨 일인지, 탐탁치 않아 하는 눈치였다.

         

        내가 던진 물방개를 보는 듯 마는듯하더니, 몸을 데굴데굴 굴렸다.

         

        “케에에에엥….”

         

        입맛이 고급이 된 걸까.

         

        어휴, 물방개 하나만 해도 감지덕지하던 녀석들이.

         

        물고기나 잡아줄까.

         

        나도 슬슬 배고프긴 한데.

         

        씁. 그런데 물고기도 피라냐만 먹으면 좀 질린단 말이야.

         

        어디, 좀 괜찮은 사냥감 없나?

         

        “꽤애애액!”

         

        투스야.

         

        푸스야.

         

        밥 먹을 준비하자.

         

        배달왔다.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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