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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작가님 제 연기 어땠어요?]

         

         

       집에 도착해서 휴대폰을 보니 이런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음.

         

       자신의 연기가 어땠는지는 직접 연기한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뭐. 당연히 본인의 연기에 만족했으니까 이런 문자를 자신 있게 보낸 거겠지.

         

         

       [그냥 완벽했어요. 솔직히 제가 평가할만한 수준이 아니던데요?]

         

         

       그래도 이럴 때는 확실하게 칭찬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계속되는 NG는 지금의 설소영에겐 분명 가혹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이런 식의 멘탈 케어라도 받아야 그녀의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다.

         

         

       [ㅎㅎ…… 그 정도는 아닌데……]

         

         

       얼마 지나지 않아 대놓고 수줍음이 담긴 것 같은 답장이 날아왔다.

         

       설소영과 수줍음…?

         

       드라마 속의 차갑고 도도한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번 건 조금 충격적이었다.

         

       쓰으읍…….

         

       근데 수줍어하는 그녀를 보니 왜 놀리고 싶어지지?

         

       설마 몸이 어려지니까 드디어 정신도 어려져 버린 건가?

         

       그래도.

       

         

       [근데 그렇게 잘하는 사람이 왜 계속 NG를 냈을까……. 설마 저한테 직접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계속 실수한 건 아니죠?]

         

         

       역시 이건 못 참지.

         

       나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로부터 답장을 오기를 기다렸다.

         

       이번 답장은 어째선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평소라면 5분 내외로, 조금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답장이 왔는데 이번 건 30분이나 걸렸다.

         

       음, 한창 현장을 정리하는 정신없을 때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였다.

         

       하지만 말이다.

         

         

       [맞아요.]

         

         

       이런 답장을 받으니 고개가 저절로 갸웃하였다.

         

       어라라…?

         

       이렇게 당당한 반응을 기대하고 보낸 건 아니었는데…?

         

         

       [그러니까 현장에 자주 방문해주세요. 작가님이 제 연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뭔가 평소보다 연기가 잘 되는 것 같으니까요. 아, 이왕이면 현장에서 직접 지도해주셔도 저는 좋은데.]

         

         

       이어서 온 문자를 보니 저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아무래도 되려 놀림 받고 있는 건 이쪽이었던 모양.

         

       설마 처음에 수줍은 듯한 반응은 이걸 위한 연기였던 건가…….

         

       쩝.

         

       이래서 연기하는 사람들은 무섭다.

         

       그들이 작정하고 가면을 쓴다면 나 같은 일반인은 뭐가 진짜인지 알 방법이 없다.

         

       쉽게 말해 대화의 주도권은 항상 그들에게 있다는 소리.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답장을 작성했다.

         

         

       [한번 생각해볼게요.]

         

         

         

       ***

         

         

         

       고생했다는 의미에서 빨리 칼퇴를 하라는 스텝들의 말에 설소영은 등을 떠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민석이 운전하는 차에 탑승한 그녀는 무언가에 홀린 듯 휴대폰을 쳐다봤다.

         

         

       [927 작가님]

         

         

       그 이름을 보며 설소영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결국 스텝들과 남궁환 덕분에(?) 그와 만날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뭐…… 아쉽다면 당연히 아쉬운 일이긴 한데 지금 그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927 작가의 반응이었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조금 전 자신의 연기를 칭찬했다.

         

       솔직히 스스로도 만족할만한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자신의 연기를 어떻게 봤느냐였다.

         

       조금 전 자신의 연기가 그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입장에선 말짱 도루묵과도 같았다.

         

       만약 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설소영은 클라이맥스 씬을 다시 촬영할 생각이었다.

         

         

       ‘그가 만족할만한 연기를 선보일 때까지.’

         

         

       ……계속.

         

       설소영의 생각은 확고했다.

         

       아, 재촬영 건에 대해선 스튜디오엔믹스 측의 의견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신을 대신해 모든 책임을 대신 짊어준다고 말했으니까 설소영은 그저 그 사람의 말을 믿을 뿐이었다.

         

         

       [작가님 제 연기 어땠어요?]

         

         

       설소영은 그의 반응을 얻기 위해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냈다.

         

       솔직한 심정으론 연기할 때보다 그의 답을 기다리는 지금이 더 떨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온갖 부정적인 가정을 떠올리며 설소영의 얼굴은 더욱 심각해져 갔지만…….

         

         

       [그냥 완벽했어요. 솔직히 제가 평가할만한 수준이 아니던데요?]

         

         

       그에게서 이런 답장을 받은 설소영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헤헤. 칭찬받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소리까지 내뱉으면서 말이다.

         

       참고로 설소영 본인은 모르지만, 앞에서 운전하고 있던 차민석은 제대로 그 소리를 들었다.

         

         

       ‘말도 안 돼…….’

         

         

       차민석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마냥 거의 경악한 수준으로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속으로는 방금 있었던 일을 부정하고 있을 정도였다.

         

       차민석은 생각했다.

         

       본인이 모시는 소영 아가씨가 누구던가?

         

       엄청난 카리스마와 능력으로 제일전자를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설한용 사장.

         

       그분의 카라미스와 능력을 그대로 물려받은 사람이 바로 소영 아가씨였다.

         

       언제나 차분하시고, 뭐든지 잘하며, 심지어 외모마저도 어머니인 이화영 여사를 닮아 아름답다.

         

       만약 이 시대에 공주라는 직책이 있었다면 그에 가장 걸맞은 사람은 아마 소영 아가씨가 틀림없었다.

         

       그렇기에 차민석은 설소영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 사실을 함구하기로 결정했다.

         

       단, 그의 아버지인 설한용에게는 이 사실을… 음, 일단 알려야 하지 않을까?

         

       차민석이 그렇게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아까의 심각했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느샌가 입가에 미소가 걸린 설소영이 은우에게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ㅎㅎ…… 그 정도는 아닌데……]

         

         

       사실 문자의 내용을 적으면서도 ‘내가 그 정도로 잘했나?’, ‘그래, 그 정도면 작가님도 깜짝 놀라셨겠지.’ 등등 이런저런 행복회로를 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근데 그렇게 잘하는 사람이 왜 계속 NG를 냈을까……. 설마 저한테 직접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계속 실수한 건 아니죠?]

         

         

       약간의 불만이 담긴 것 같은 문자를 읽으니 순간 심장이 철렁거렸다.

         

       여, 역시 마음에 담아 두셨던 건가?

         

       설소영은 이럴 때 어떤 말을 해야 정답인지 몰랐다.

         

       이런 식으로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대답해야 하는 건 그녀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맞아요.]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고민에 고민을 더한 결과 나온 해답은 그냥 당당하게 말하자는 거였다.

         

       애초에 그가 질문해온 말에 직접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건 팩트가 맞았다.

         

       물론 그걸 위해서 일부러 실수한 적은 없긴 한데…….

         

       결론적으로 그것 덕분에 그가 내 연기를 볼 수 있었으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

         

       그래도 ‘맞아요.’ 하나만으로는 조금 당황해 하실 것 같아서 추가로 문자를 작성해서 보냈다.

         

       약간의 바램을 담아서…….

         

         

       [그러니까 현장에 자주 방문해주세요. 작가님이 제 연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뭔가 평소보다 연기가 잘 되는 것 같으니까요. 아, 이왕이면 직접 연기 지도를 해주셔도 저는 좋은데…….]

         

         

       하지만 문자가 전송되고 자신이 적은 글을 다시 확인한 설소영은 곧바로 후회했다.

         

       이번 거… 너무 급발진한 거 아닌가?

         

       당신이 봐준다고 생각하니까 이상할 정도로 연기가 잘 된다, 직접 만나서 오붓하게 연기 지도를 해주면 나는 너무 좋을 것 같다.

         

       이쯤 되면 누가 봐도 호감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거다.

         

         

       “으으으…….”

         

         

       순간 설소영의 귓불이 살짝 붉어진다.

         

       그러곤 조금 창피했는지 뒷좌석의 시트를 주먹으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다만 그녀가 느낀 창피함은 아주 잠시였고, 그것은 곧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과연 상대방은 어떻게 답장을 해올까?

         

       아마 내가 아는 927 작가님은…….

         

         

       [한번 생각해볼게요.]

         

         

       그래. 지금처럼 언제나 보이지 않는 선을 잘 지키시는 분이셨지.

         

       문자를 읽은 설소영은 쓴 미소를 지었다.

         

       하긴 이제 겨우 전화 한 통화 했는데 너무 설레발을 치긴 했다.

         

       뭐…….

         

       그래도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아, 맞다. 오늘 저녁에도 운동가세요?]

         

       

       그가 내게 마음을 열어줄 때까지 계속 노력해볼 생각이다.

         

         

         

       ***

         

         

         

       며칠 뒤.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 16화의 촬영은 순탄하게 끝마쳤고 1화의 방영일까지 정식으로 공개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드라마 홍보를 위한 공식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각자리 마다 마이크가 올려진 기다란 테이블에 남주인공 역, 여주인공 역을 맡은 남궁환과 설소영이 정해진 자리에 착석했다.

         

       이윽고, 그들을 중심으로 다른 배우들과 촬영에 관여한 주요 스텝들이 나란히 자리에 착석했다.

         

       참고로 이번 기자간담회는 여러 의미에서 화제가 되었다.

         

       암흑기에 빠진 드라마 시장 상황 속에서 스튜디오엔믹스가 야심 차게 준비한 드라마가 과연 반등에 성공할 것인가? 또한, 거의 낙하산 급으로 뽑힌 설소영의 검증되지 않은 연기력 문제 등등.

         

       이번 간담회에 참여한 기자들은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대중들의 관심을 끌 만한 기삿거리를 얻기 위해 수많은 질문 공세를 펼칠 것쯤이야 불 보듯 뻔했다.

         

         

       ─지금부터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기자간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긴장감이 흐르는 장내의 분위기 속, 사회자의 시작 멘트에 맞춰 간담회는 시작됐다.

         

       처음에는 나영진 PD의 가벼운 작품 소개와 짧은 예고편 영상을 방영했는데 어째 시작부터 기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일단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스토리다.

         

       출연진들이 아무리 짱짱하다고는 하나, 정작 메인이 되는 스토리가 재미없거나 중간에 산으로 가기라도 한다면 자연스레 욕을 먹게 되는 게 바로 드라마였다.

         

       뭐…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이쪽 세상에서 방영해왔던 드라마들의 스토리를 생각해보면 은우의 기준으론 애들 장난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 은우의 머릿속에서 직접 나온 스토리였기에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은 이쪽 세상에선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드라마라고 볼 수 있었다.

         

       당연히 나영진 PD의 처음에 말한 스토리 설명은 기자들의 흥미를 유발했고, 예고편은 감탄사를 튀어나오게 하였다.

         

       다만.

         

         

       ─질문하겠습니다. 왜 여주인공 역에 굳이 설소영 씨를 쓴 겁니까?

         

         

       기자간담회는 이제 시작이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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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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