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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린과 루시는 곧장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한 뒤처리를 위해 눈으로 동굴 입구를 메우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린의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어깨죽지는 서큐버스 손톱에 뚫리고 허리도 절벽에서 바위 위로 떨어지는 바람에 통증으로 필수도 숙일 수도 없었다.

         

         

        “린 괜찮아?”

         

         

        복부에 매달린 루시가 걱정했지만 린은 고개만 끄덕이고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거친 숨이 그가 고통을 참고 있다는 걸 알려줬다.

         

        포대기와 자신 때문에 허리에 부담이 가는데도 묵묵히 이동하는 그에게 루시는 미안했다.

         

         

        “별 거 없어 보이는 동굴이지만 문양이 있는 걸 보면 여신의 성소야. 확실히 그냥 밖에 있을 때보다는 통증이 덜해.”

         

         

        그런 루시를 달래기 위해 린은 일부러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가 맞게 찾아온 거야?”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제대로 오게 된 거지.”

         

         

        성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맵에는 마수가 출현하지 않는다.

         

        대신 타임어택이 존재한다.

         

        DLC에서도 이 공간은 서큐버스에게 쫓겨서 진입한다.

         

        서큐버스가 당도하기 전에 엘릭서를 찾아서 루시를 회복시키는 게 1장의 마지막 미션이다.

         

        그러나 지금은 게임이 아닌 현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일단 너무 추웠다.

         

        방한 도구는 획득도 못하고 혹한 산맥의 설산으로 쫓겨났다.

         

        몸의 긴장이 풀리고 추격전으로 흘렸던 땀이 식자 바로 쌀쌀함이 닥쳤다.

         

        이 쌀쌀함은 얼마 안가 냉기가 되고 뼛골까지 시리게 만들 터였다.

         

        명색이 여신의 성소인데 보온 효과가 없는 게 아쉬웠다.

         

         

        “루시 추워?”

         

        “난 괜찮아. 그보다 린은?”

         

         

        그렇다면 굳이 스킬 스크롤을 쓸 필요는 없겠지.

         

        그게 린의 생각이었다.

         

        느껴진다. 자신의 한계가.

         

        한 걸음, 한 걸음이 쉽지 않았다.

         

        무릎을 들어올리고 앞으로 내딛는다.

         

        단순한 반복 과정인데 중심도 똑바로 안 잡히고 질질 끌듯이 이동하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를 준비해놓자.

         

        전투도 못하는 짐꾼이 나중에 도움이라도 되려면 아이템을 아껴놓는 게 낫겠지.

         

        비록 죽은 자의 온기가 담긴 템일지라도 루시가 요긴하게 써먹어 주면 좋겠다.

         

        여신의 성소 맵은 구조가 매우 단순했다.

         

        퍼즐 맵이지만 퍼즐이라고 부르기 민망했다.

         

        어차피 제대로 된 전투는 루시가 회복한 2장부터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신의 성소는 일직선으로 쭉 가기만 하면 엘릭서가 있는 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럼에도 퍼즐 맵이라고 보는 이유는 일직선 길 옆으로 숨은 템을 먹으러 가는 곁가지 길들이 즐비하기 때문이었다.

         

        그 길들을 다 돌면 쏠쏠한 스킬 스크롤과 소모 아이템이 많은 것도 있지만 뭣보다 짐꾼이나 루시의 과거를 보여주는 환영과 텍스트가 무지막지하게 나온다.

         

        서큐버스 타임 어택과 맞물려 1장 최종 미션에 긴장감을 주는 요소였다.

         

        그냥 쭉가도 클리어가 되지만 플레이어로서 아이템과 스토리를 스킵하는 건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것이 초회차 플레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린은 아니다.

         

        게다가 본인이 짐꾼인데 짐꾼 과거 따위 봐서 뭐하나.

         

        루시의 과거도 안다.

         

        클리어 했으니까.

         

        따라서 린은 대수롭지 않게 앞만 보고 걸어나갔다.

         

        하지만,

         

         

        “보물상자?”

         

         

        일방통행으로만 가고 있는데 떡하니 아이템이 든 보물 상자가 놓여져 있었다.

         

        미믹인가 싶어 돌을 던져보았지만 미동도 없었다.

         

        조심스레 열어보자 거기에는 스킬 스크롤이 들어 있었다.

         

         

        [단죄: 이기심의 말로]

         

        스킬 설명: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파티원의 멘탈을 박살냅니다. MP 혹은 기력 혹은 신성력 수치를 0으로 만들고 다시는 회복하지 못합니다. 정신 붕괴는 덤.

         

         

        플레이버 텍스트:

        “방법이 없음. 이 심상세계를 깨부숴야만 함.”

         

         

        처음 보는 스킬이었다.

         

        게다가 스킬 설명도 살벌하기 그지 없었다.

         

        이 정도 변수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나 린이 스크롤을 짐꾼의 낭에 챙기는 순간,

         

         

        “린?!”

         

        “이런…!”

         

         

        검은 기운이 그들의 주위를 감싸며 순식간에 암막을 만들어 냈다.

         

         

        ‘과거 볼 시간 따위 없는데!’

         

         

        눈앞에 그리운 풍경들이 스쳐지나가고 귓가에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리기 시작했다.

         

         

        “루시?”

         

        “…….”

         

         

        루시는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환영에 완벽히 잠식당한 듯 했다.

         

        어쩔 수 없다.

         

        린도 환영 속에 놓여져 있었지만 성소의 길만큼은 똑똑히 보였다.

         

         

        “따라오라고 이씨! 모두가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만들거야!”

         

         

        시끄럽네, 그 바람은 어떤 형태로든 이뤄지긴 했으니까.

         

        네가 바랐던 거랑 거리가 멀 수도 있겠지만.

         

         

        “난 너희들과 달라. 더 높은 경지에 올라서고 이루어 낼거야. 그런 날이오면 내가 직접 너희들에게 은혜를 내려줄 수 있도록 할게.”

         

         

        은혜 받기는커녕 원수를 갚으러 가게 생겼다 이것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있잖아, 짐꾼. 전투에 도움이 전혀 안되는 널 우리가 대체 왜 데리고 다녀야 하지?”

         

         

        다 오늘, 이 순간을 위해서다.

         

        안타깝게도 정신계 공격이나 상태 이상은 면역이란 말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린은 그저 묵묵히 앞을 향해 걸어나갈 뿐이었다.

         

         

         

        —

         

         

         

        “그쪽으로 간다!”

         

        “제가 커버할 게요!”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는 와중에 마수 서넛이 루시의 공격 범위를 벗어나 성 쪽으로 접근했지만 나이드리안이 재빠르게 화살을 쏴 저지했다.

         

         

        “술식 완성. 방어 영역 전개.”

         

         

        티그리아가 마법을 시전하여 성을 방어막으로 감쌌다.

         

         

        “하아… 하아…! 드디어…!”

         

         

        루시가 흐노니를 들고 자세를 취했다.

         

        붉은 금빛이 성검에 맺히기 시작하자 유니크 돌연변이 마수가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방어합니다!”

         

         

        터엉-!

         

        마수의 몸통박치기를 막아낸 라인폴드는 주르륵 뒤로 밀려났다.

         

        힘겨루기를 하며 돌연변이 마수가 울부짖자 떼거리가 그를 지나쳐 루시를 노렸다.

         

         

        “머리 좀 굴린다 이거냐!”

         

         

        왼쪽을 맡은 아르실이 수많은 권격으로 돌진을 늦추고 나이드리안이 오른쪽에 화살비를 날려 사살한다.

         

         

        “범위 포착, 추출, 압축, 압축, 압축, 가속… 착화!!”  

         

         

        티그리아가 주먹을 움켜쥐자 뒤에서 더 몰려오는 마수들에게 광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말하는대로 술식이 이뤄지는 그녀의 실력은 상당함을 넘어섰다.

         

        꾸이이이이익-!!!

         

        그러나 그 중 한 놈이 용케 살아남아 돌연변이와 라인폴드를 정면에서 뛰어넘고 루시를 향해 달렸다.

         

         

        “이런 젠장!”

         

        “티그리아! 하나 가고 있어요!”

         

        “큭…! 포착, 가속, 이동, 가속, 예리!”

         

         

        자리를 지키고 있던 아르실과 나이드리안의 재촉에 티그리아도 빠르게 마법을 쏘았지만 빗나가고 말았다.

         

        아직 힘이 덜 모인 루시가 이대로 검기를 날려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

         

         

        “우아아아아!”

         

         

        겁에 질린 채 고함을 지르며 짐꾼이 제 한몸 가리지 힘든 작은 방패를 들고 멧돼지 마수에게 달려들었다.

         

        빠악!

         

         

        “꾸엑!”

         

         

        볼썽사나운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지만 딱 알맞게 그 사이에 풀차지를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린다아!!!!”

         

         

        충분히 모인 힘으로 성검을 휘두르자 붉은 금빛이 충만한 검기가 쏘아졌다.

         

        검기는 유니크 돌연변이부터 다른 떨거지 무리까지 죄다 일격에 베어버리고 한참을 날아가 놈들의 둥지까지 박살을 내었다.

         

         

        “…해냈다!”

         

         

        이로써 지난번에 방패 뒤에 혼자 숨어 있던 추태를 만회할 수 있으리라.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는 짐꾼을 용사는 거칠게 밀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하, 하지만 저 이번에는…!”

         

        “비전투원이더라도 용사 파티야. 네가 객기로 죽으면 용사 파티라는 절대적인 힘을 사람들이 의심하고 불안해 한다고!”

         

        “그렇지만… 저도 꼴사납게 뒤에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루시도 알고 있었다.

         

        짐꾼이 남몰래 검을 잡고 방패를 들어 수련을 하고 있다는 걸.

         

        하지만 그는 재능이 없었다.

         

        전투는 그의 영역이 전혀 아니었다.

         

         

        “그래 애썼네.”

         

        “그쵸? 부족한 것 투성이긴 하지만 저도 계속하다보면….”

         

         

        안 돼, 말하지 마.

         

        자신을 말리기 위해 뛰어갔지만 과거의 루시는 그녀를 통과해버렸다.

         

         

        “이봐 짐꾼.”

         

         

        하지 마!

         

         

        “짐꾼이면 짐꾼답게 짐이나 들고 다녀.”

         

         

        린에게 그러지 마!

         

         

        “괜히 나대다가 시체 돼서 짐짝이 되지 말고.”

         

        “아….”

         

         

        멎어버린 목소리.

         

        축 늘어지는 어깨.

         

        그를 위한 거라고 생각했다.

         

        괜한 기대감을 넣어 죽게 만들 수는 없으니 따끔한 말로 멈춰세우는 게 효과적이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세상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녀 옆에 가면을 벗은 린이 서있었다.

         

        둘은 과거의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

         

         

        “팔다리 잘리는 기억이나 반복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기서 뭐하는 거죠?”

         

        “너 누구야?”

         

        “오, 단박에 이 린이 아니라고 확신하시네?”

         

        “린은 그런 말투 안 써.”

         

        “린이 이런 말투를 안 쓴다고?”

         

         

        린의 얼굴이 물감처럼 번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누군가 붓으로 거칠게 엑스 표시를 해놨다.

         

         

        “네가 그렇게 린에 대해 잘 알아?”

         

        “린은 내 거야…!”

         

        “앵무새도 아니고 맨날 그 말만 하네.”

         

         

        물감으로 덧칠된 존재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자 손도 물감처럼 번지면서 그녀의 팔을 녹였다.

         

        다른쪽 손도, 아래쪽의 양다리도.

         

        덧칠된 존재가 그녀의 팔다리 양쪽을 잡고 늘어지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타들어가는 고통에 루시는 비명을 질렀다.

         

        너무 아파서 찔끔 흘린 눈물이 도로 들어가버렸다.

         

        물감이 흘러내리고 원래부터 없던 팔다리가 허우적거린다.

         

         

        “저리 꺼져!!!!”

         

        “오 세상에. 날 거부한다고? 그렇게 원하던 나를?”

         

        “넌 린이 아니야!”

         

        “당연히 아니지. 하지만 난 너와 린이 그토록 찾던 바로 그거라고?”

         

        “아아아아아악!!!”

         

        “고통스럽니? 고통스러워? 응?”

         

         

        물감은 그녀를 한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계속해서 팔다리를 잡고 늘어지며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들었다.

         

         

        “잘린 팔다리가 아픈 거냐!”

         

        “리이이이인!!!”

         

        “끝까지 너밖에 모르는군!”

         

        “도와줘, 린!!!!”

         

         

        물감은 강제로 고개 들게 만들었다.

         

        엎어진 그녀의 얼굴을 잡고서 앞을 보게 했다.

         

         

        “보라고! 네가 그에게 한 짓들을!”

         

        “싫어어어어!!”

         

         

        짐꾼은 노력했다.

         

        다른 파티원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정말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실천했다.

         

        그리고 수천번 고개를 떨궜다.

         

        대개 그 고개를 떨구게 한 사람은 루시 자신이었다.

         

         

        “눈치가 그렇게 없어? 방금 라인폴드랑 단 둘이 있던 중이었잖아!”

         

        “운동하다가 스프를 태웠다고…? 너 정말 짐꾼 맞는 거야?”

         

        “입 좀 다물어. 모두가 널 불편하게 여기고 있어. 제발 묵묵히 제 할 일만 하면서 지낼 수는 없어?”

         

         

        부릅뜬 눈으로 아무리 뚫어져라 응시해봤자 가면 뒤 그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그저 그가 점점 무뎌져 가는 것만을 느꼈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야. 여기까지 왔다는 건 큰 진전이기도 하지.”

         

         

        물감의 몸 전체 질질 흘러내린다.

         

        루시는 물감에 온몸이 치덕치덕 젖었지만 정작 화상을 입는 것처럼 뜨거웠다.

         

        소리 없는 비명이 울러퍼졌다.

         

         

        “—–!!!!!!!”

         

        “오! 벌써 뼈가 생겼네? 봤지? 사지를 회복시키는 것쯤이야 내게 아무것도 아니야.”

         

         

        루시는 일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상상도 못할 고통 속에서 그녀는 역으로 너무 아파서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육체 복원 따위! 하지만… 죽어버린 마음은 나도 어쩔 수 없어.”

         

         

        물감이 다 녹아내린 손가락을 들어 짐꾼을 가리켰다.

         

         

        “보여? 보여? 보여?!”

         

         

        더 이상 짐꾼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루시는 울음을 터뜨렸다.

         

         

        “너희들이 죽여버린 마음이 보여?!”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정신없이 용서를 빌었다.

         

        자신의 죄를 마주한 루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빌었다.

         

         

        “으응~ 안돼안돼.”

         

         

        물감은 용서하지 않았다.

         

         

        “용서를 빌기에는 너무 늦었어.”

         

         

        물감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루시에나 에스텔! 눈을 떠! 이제 그를 보내줘야지?”

         

        “뭐라고?”

         

        “그의 역할은 끝났어. 임무를 무사히 성공한 그를 칭찬해주렴.”

         

        “무슨 소리야?”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물감은 점차 그녀의 몸에 스며들었다.

         

        마지막 한방울이 심장 속으로 들어가기 전, 물감 아니 엘릭서는 없는 자비심을 쥐어짜내 그녀에게 속삭였다.

         

         

        “지금 일어나면 린의 유언 정도는 들을 수 있을 거야.”

         

        “웃기지 마!”

         

         

        루시는 젖 먹던 힘을 다해 일어섰다.

         

        손으로 땅을 짚고 무릎과 발로 바닥을 딛고 일어섰다.

         

        대리석처럼 새하얀 손과 발이었다.

         

         

        “내 손….”

         

         

        보드랍다.

         

         

        “내 다리….”

         

         

        튼실한 골반을 지탱하는 허벅지를 따라 쭉 뻗은 각선미가 이뻤다.

         

         

        “다시 생겼어…!”

         

         

        감격에 겨워 연신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던 루시의 귓가에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다행이네.”

         

         

        린이었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긴 채 동굴 벽에 기대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시커멓게 타버린 서큐버스가 누워 있었다.

         

        정확히는 서큐버스 였던 것과 산산히 깨진 성수병이 뒹굴고 있었다.

         

         

        “내가 말했지?”

         

        “린?”

         

        “꼭 고쳐주겠다고.”

         

         

        말투와 표정은 평온했지만 몸에서 흘러나오는 핏물은 무시 못할 양이었다.

         

        복부를 가리고 있는 걸로 보아 내장이 튀어나오려는 걸 막고 있는 듯 했다.

         

         

        “아쉽게도… 난 여기까지인가 봐.”

         

         

        루시는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오싹함이 전신을 휘감고 솜털이 쭈뼛 섰다.

         

        아무 말도 못하고 굳어있는 그녀에게 린은 떨리는 손으로 들고 있던 여러겹의 옷을 걸쳐주었다.

         

         

        “감기 걸릴라….”

         

         

        린은 미소 지었다.

         

        이전의 옅고 희미한 것이 아닌, 처음으로 그녀를 향해서 크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게 끝이었다.

         

        린이라는 남자의 삶을 장식해준 건 처량한 미소가 전부였다.

         

         

        “…거짓말이지?”

         

         

        그의 뺨에 손을 뻗었다.

         

        차가웠다.

         

         

        “나랑 함께 하겠다고 했잖아.”

         

         

        툭

         

        루시의 손이 닿자 그는 힘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아….”

         

         

        루시는 비로소 린의 죽음을 체감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용사는 그녀의 유일한 아군, 최고의 동료, 그녀의 린을 잃었다.

         

         

         

         

       

       

       

       

       

       

       


           


He Became the Only Ally of the Abandoned Warrior

He Became the Only Ally of the Abandoned Warrior

Abandoned Hero's Only Ally, 버림받은 용사의 유일한 아군이 되었다.
Score 6.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saved the Warrior who used to ignore and bully me and now she is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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