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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
    ​
    “오늘 손님이 올 거예요.”
   “손님이요? 그럼 차랑 쿠키라도 준비할까요?”
   “뭐, 준비하면 좋긴 하겠죠.”
    ​
    ​
    미아는 리안이 구워준 적 있는 쿠키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새카만 알갱이가 박힌 쿠키는 황홀할 정도로 달콤해서 평소의 표정이 흐트러질 정도였다. 
    ​
    ​
    ‘그러고 보니 그 검은 건 뭐지?’
    ​
    ​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가볍게 털어냈다. 미아는 요리 쪽에 영 재능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금술에 재능이 있는 걸 생각해보면 특이한 경우였다. 
    ​
    ​
    그렇게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
    ​
    ***
    ​
    ​
    띵 -.
    ​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오븐이 멈췄다. 
    ​
    ​
    “어디 -..”
    ​
    ​
    오븐을 열자 뜨거운 열기가 쏟아졌다. 난 익숙하게 쿠키가 얹어진 팬을 꺼냈다.
    ​
    ​
    “흐흥, 잘 익었네.”
    ​
    ​
    주방 테이블 위에는 쿠키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아이들 입까지 생각에 잔뜩 구워놓은 덕분이다. 
    ​
    ​
    “아..”
   “우아…”
    ​
    ​
    달콤한 쿠키 냄새가 퍼져나가자 아이들이 주방 입구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채 쿠키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
    ​
    “이따가 밥 먹고 줄 테니까. 다들 얌전히 있어 알았지?”
    “으응!”
   “네!”
    ​
    ​
    어제부터 노아에게 교육을 받기 시작한 아이들은 간단한 말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
    ​
    ‘자..그럼 손님이 오기 전에 다른 것도 좀 준비해볼까?’
    ​
    ​
    손님을 맞이한 공간을 정리할 필요도 있었고, 내어줄 차를 찾아야 했다. 난 주방 서랍장 문손잡이를 잡은 채 중얼거렸다.
    ​
    ​
    “분명 차가 여기 있었을 텐데 -.”
    ​
    ​
    그렇게 중얼거리며 문을 열자 찻잎이 든 유리병이 놓여있었다. 
    ​
    ​
    ‘오늘은 운이 좋네.’
    ​
    ​
    개그 세계는 몇 가지 법칙이 있다. 다양한 물건이 쌓여있으면 한 덩어리로 취급되어 갈색이나 회색으로 보인다거나,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물건을 뒤적거리면 한 번도 본적 없는 물건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
    ​
    지금처럼 안에 무언가 있다는 티를 내면 없던 물건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정말 운이 좋으면 일어나는 일이었다. 
    ​
    ​
    ‘한 245번 정도 해야 할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
    ​
    미친 것처럼 서랍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는 건 꽤 중노동이지만, 개그 세계 출신으로서 바람이 불 정도로 빠르게 문을 열었다가 닫는 건 일도 아니었다. 
    ​
    ​
    ‘차는 준비 됐으니까. 다른걸 챙기러 가자.’
    ​
    ​
    차를 한쪽에 챙겨두고 주방을 빠져나왔다. 주방 앞에 모여있던 아이들이 노아와 피아에게 통솔되어 끌려가는 게 보였다. 
    ​
    ​
    ‘흐뭇하네.’
    ​
    ​
    감옥에서 굶어 죽어가던 아이들이 어느새 ‘일상’이라는 걸 보내는 모습을 보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인중을 검지로 슥 닦고 있자니, 허리가 묵직해졌다.
    ​
    ​
    “…저, 제스?”
    “웅.”
    “거기서 뭐 하니?”
    “쮜인님이랑 부터잇서.”
    ​
    ​
    제스가 내 등 가운에 덥석 매달려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
    ​
    “왜…?”
    “쮜인님 지키거야.”
    ​
    ​
    그 말에 마음이 찡하고 울렸다. 이게 딸을 키우는 기분일까?
    ​
    ​
    “그래,그래. 오늘은 같이 있자.”
    “웅.”
    ​
    ​
    나는 제스를 허리에 매단 채로 청소하기 시작했다. 제스는 수인인 탓에 몸이 가벼워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
    ​
    “휴, 이 정도면 괜찮겠지?”
    ​
    ​
    나는 반짝거리는 응접실을 보며 흘러내린 땀을 닦고자 소매로 이마를 슥 닦았다. 
    ​
    ​
    살랑살랑.
    ​
    ​
    내 허리에 매달린 제스가 꼬리를 흔드는 게 느껴졌다. 종종 꼬리 끝이 내 허벅지를 두드렸다. 
    ​
    ​
    “이제 슬슬 식사 준비하러 가자.”
   “웅!”
    ​
    제스가 등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위로 든 채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
    팟파밧!
    ​
    ​
    꼬리가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러다가 다치는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다. 제스의 꼬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나는 황급히 식당으로 향했다.
    ​
    ​
    ***
    ​
    ​
    응접실 한쪽에 크기가 2m가 넘는 전신 거울이 놓여있었다. 그 거울이 표면이 물에 돌을 던진 것처럼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
    ​
    지잉 -..
    ​
    ​
    기묘한 소리와 함께 거울 표면이 더욱 거칠게 울렁거리기더니, 거울 아래쪽에서 반짝거리는 구두코가 튀어나왔다.
    ​
    ​
    우웅 -.
    ​
    ​
    거울이 쭉 늘어나는 것처럼 안쪽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
    ​
    “흐응, 잘 도착한 것 같네.”
    ​
    ​
    거울 안에서 튀어나온 도반이 광대뼈 씰룩거리며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지팡이를 흔들었다.
    ​
    ​
    그러자 도반의 모습이 투명해졌다. 제 완벽한 흑마법을 보며 기분 좋게 웃음 지은 도반은 이내 응접실을 훑어보았다. 
    ​
    ​
    “아아 -..역시 이곳은 아름다움이 부족…응?”
    ​
    ​
    어느 정도 구색만 맞춰놓은 공간에 혀를 차려던 그때, 도반의 시선이 반짝거리는 바닥을 향했다. 
    ​
    ​
    “이,이게 무슨…헉?”
    ​
    ​
    그는 뒤늦게서야 반짝거림이 바닥뿐만이 아니라 벽까지 이어져 있음을 알았다.
    ​
    ​
    “어,어떻게 이런 일이…!”
    ​
    ​
    감탄하며 앞으로 한걸음 걸어 나온 순간.
    ​
    ​
    삑!
    ​
    ​
    “억…!”
    ​
    ​
    도반은 제 발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바닥이 너무 뽀득뽀득해 마찰력이 강해져 발이 턱에 걸린 것처럼 바닥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
    ​
    쿵!
    ​
    ​
    “으윽..!”
    ​
    ​
    개구리 자세로 바닥에 쓰러진 도반은 턱을 부여잡은 채 일어났다.
    ​
    ​
    “이 년, 그래도 꽤 그럴듯한 함정을 설치해놨었군.”
    ​
    ​
    도반은 당장이라도 이곳저곳에 흑마법을 날려 전부 폭파하고 싶었지만, 그런 마음을 꾹 눌러 참았다. 
    ​
    ​
    ‘후우…독초를 구해야 하니 참아야 한다.’
    ​
    ​
    도반도 처음부터 미아의 거점에 숨어들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미아에게 괜찮은 재료를 넘겨 그가 원하던 독초를 넘겨받을 생각이었다. 
    ​
    ​
    ‘망할 년, 실험은 무슨 실험을 한다고! 미학도 모르는 게!’
    ​
    ​
    미아는 리안에게 독초를 실험해 보고 싶었기에 도반의 부탁을 거절했다.
    ​
    ​
    계속된 실험 실패로 눈이 돌아간 도반은 미아의 거점에 숨어들어 독초를 훔쳐 갈 계획을 세웠다.
    ​
    ​
    ‘최대한 조용히 독초를 훔치고 달아나면 돼!’
    ​
    ​
    그는 눈을 번뜩이며 천천히 응접실을 벗어났다. 
    ​
    ​
    달칵.
    ​
    ​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진한 검보라색의 바닥과 베이지색 벽이 가장 먼저 시선에 들어왔다. 비싼 마목으로 만들어진 탓에 집이 전체적으로 검은색이 살짝 섞인 보라색 빛이었다.
    ​
    ​
    ‘다행히 들키진 않았나 보군.’
    ​
    ​
    따로 마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에 안도하며 문을 열고 나왔다.
    ​
    ​
    ‘크크, 라니아님에게 선택만 받지 않았더라면 버려졌을 년이니, 이렇게 실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겠지.’
    ​
    ​
    그는 비웃음을 지은 채 지팡이를 흔들었다.
    ​
    ​
    ‘자, 독초가 있는 곳을 가리켜라.’
    ​
    ​
    그러자 도반의 눈에만 보이는 검은색 기운이 앞으로 쏘아졌다. 도반은 빛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
    “우리 거기 가자.”
    “응!”
    ​
    ​
    얼마나 걸었을까, 어눌한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도반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생각했다.
    ​
    ​
    ‘하, 인체실험 따위 흥미 없다면서 도도하게 굴더니 쥐새끼처럼 몰래 숨어서 하고 있었네? 어이가 없군.’
    ​
    ​
    도반은 삐뚜름한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
    ​
    ‘크흣, 이렇게 된 거 조금 장난이나 쳐볼까?’
    ​
    ​
    도반은 주먹을 가볍게 말아쥐고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그의 묵직한 팔이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
    ​
    그의 팔 안쪽에 가득한 기생충들이 마기에 반응해 마구 움직이고 있던 탓이다. 도반이 마기로 기생충을 손바닥으로 이끌었다. 
    ​
    ​
    그러자 손바닥이 살짝 찢어지더니 안쪽에서 새카만 지렁이 같은 게 기어 나왔다. 길이는 대략 성인 남자 중지 길이만 했고, 오래된 피에 절여진 것처럼 검붉은 액체에 뒤덮여 있었다.
    ​
    ​
    ‘이 녀석을 심어두면 꽤 재미있는 장면을 볼 수 있겠지.’
    ​
    ​
    꿈틀거리는 기생충을 들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두 아이에게 다가갔다. 기생충이 징그럽게 버둥거렸다.
    ​
    ​
    ‘자, 가라 -.’
    ​
    ​
    도반이 기생충을 아이에게 날리는 순간, 복도 코너 쪽에서 리안이 걸어 나왔다. 응접실에서 사용한 청소 도구를 도구함에 넣어놓고 식당으로 향하던 참이었다.
    ​
    ​
    리안의 등에 붙어있던 제스는 중간에 만난 노아가 리안을 힘들게 하지 말라며 뜯어가 혼자였다.
    ​
    ​
    “…! 혀엉!”
    “웅!”
    ​
    ​
    두 아이가 신이 난 얼굴로 리안에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 탓에 튀어 나간 기생충이 바닥에 철퍽 떨어졌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
    ​
    기생충은 몸 밖에 오래 나와 있으면 힘이 점차 약해져 죽을 수 있었기에, 필사적으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 탓에 바닥에 떨어졌던 기생충이 퓻! 하고 날아올라 비열하게 웃고 있는 도반의 얼굴에 떨어졌다.
    ​
    ​
    “응? 너희들 여기서 뭐 해?”
   “가티 움냐움냐 해!”
   “웅!”
    ​
    ​
    두 아이가 식사를 하는 것처럼 손으로 뭔가를 먹는 제스처를 하자 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
    “밥 먹으러 가고 있었구나?”
   “응!”
    “웅!”
    ​
    ​
    이제 막 말을 트기 시작한 아이들은 작게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끔찍한 경험이 전부 가시지 않아 아직 웃는 게 익숙하지 않아 해맑게 웃지는 못했다.
    ​
    ​
    ‘끄으윽! 망할 애새끼가!’
    ​
    ​
    도반은 제 눈알로 파고들어 오려는 기생충을 잡아 바닥에 던지며 고개를 휙 돌려 리안을 바라보았다. 
    ​
    ​
    ‘…!’
    ​
    ​
    리안을 시야에 담은 도반의 표정이 멍하게 풀렸다. 수십초가 지나기도 전에 그의 눈빛은 탐욕으로 물들었다.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도반을 신나게 굴릴 생각을 하니너무 즐겁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제스는 귀엽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과 추천은 사랑입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D다음화 보기

“오늘 손님이 올 거예요.”

“손님이요? 그럼 차랑 쿠키라도 준비할까요?”

“뭐, 준비하면 좋긴 하겠죠.”

미아는 리안이 구워준 적 있는 쿠키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새카만 알갱이가 박힌 쿠키는 황홀할 정도로 달콤해서 평소의 표정이 흐트러질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그 검은 건 뭐지?’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가볍게 털어냈다. 미아는 요리 쪽에 영 재능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금술에 재능이 있는 걸 생각해보면 특이한 경우였다.

그렇게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

띵 -.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오븐이 멈췄다.

“어디 -..”

오븐을 열자 뜨거운 열기가 쏟아졌다. 난 익숙하게 쿠키가 얹어진 팬을 꺼냈다.

“흐흥, 잘 익었네.”

주방 테이블 위에는 쿠키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아이들 입까지 생각에 잔뜩 구워놓은 덕분이다.

“아..”

“우아…”

달콤한 쿠키 냄새가 퍼져나가자 아이들이 주방 입구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채 쿠키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따가 밥 먹고 줄 테니까. 다들 얌전히 있어 알았지?”

“으응!”

“네!”

어제부터 노아에게 교육을 받기 시작한 아이들은 간단한 말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자..그럼 손님이 오기 전에 다른 것도 좀 준비해볼까?’

손님을 맞이한 공간을 정리할 필요도 있었고, 내어줄 차를 찾아야 했다. 난 주방 서랍장 문손잡이를 잡은 채 중얼거렸다.

“분명 차가 여기 있었을 텐데 -.”

그렇게 중얼거리며 문을 열자 찻잎이 든 유리병이 놓여있었다.

‘오늘은 운이 좋네.’

개그 세계는 몇 가지 법칙이 있다. 다양한 물건이 쌓여있으면 한 덩어리로 취급되어 갈색이나 회색으로 보인다거나,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물건을 뒤적거리면 한 번도 본적 없는 물건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지금처럼 안에 무언가 있다는 티를 내면 없던 물건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정말 운이 좋으면 일어나는 일이었다.

‘한 245번 정도 해야 할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미친 것처럼 서랍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는 건 꽤 중노동이지만, 개그 세계 출신으로서 바람이 불 정도로 빠르게 문을 열었다가 닫는 건 일도 아니었다.

‘차는 준비 됐으니까. 다른걸 챙기러 가자.’

차를 한쪽에 챙겨두고 주방을 빠져나왔다. 주방 앞에 모여있던 아이들이 노아와 피아에게 통솔되어 끌려가는 게 보였다.

‘흐뭇하네.’

감옥에서 굶어 죽어가던 아이들이 어느새 ‘일상’이라는 걸 보내는 모습을 보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인중을 검지로 슥 닦고 있자니, 허리가 묵직해졌다.

“…저, 제스?”

“웅.”

“거기서 뭐 하니?”

“쮜인님이랑 부터잇서.”

제스가 내 등 가운에 덥석 매달려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왜…?”

“쮜인님 지키거야.”

그 말에 마음이 찡하고 울렸다. 이게 딸을 키우는 기분일까?

“그래,그래. 오늘은 같이 있자.”

“웅.”

나는 제스를 허리에 매단 채로 청소하기 시작했다. 제스는 수인인 탓에 몸이 가벼워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휴, 이 정도면 괜찮겠지?”

나는 반짝거리는 응접실을 보며 흘러내린 땀을 닦고자 소매로 이마를 슥 닦았다.

살랑살랑.

내 허리에 매달린 제스가 꼬리를 흔드는 게 느껴졌다. 종종 꼬리 끝이 내 허벅지를 두드렸다.

“이제 슬슬 식사 준비하러 가자.”

“웅!”

제스가 등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위로 든 채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팟파밧!

꼬리가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러다가 다치는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다. 제스의 꼬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나는 황급히 식당으로 향했다.

***

응접실 한쪽에 크기가 2m가 넘는 전신 거울이 놓여있었다. 그 거울이 표면이 물에 돌을 던진 것처럼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지잉 -..

기묘한 소리와 함께 거울 표면이 더욱 거칠게 울렁거리기더니, 거울 아래쪽에서 반짝거리는 구두코가 튀어나왔다.

우웅 -.

거울이 쭉 늘어나는 것처럼 안쪽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흐응, 잘 도착한 것 같네.”

거울 안에서 튀어나온 도반이 광대뼈 씰룩거리며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지팡이를 흔들었다.

그러자 도반의 모습이 투명해졌다. 제 완벽한 흑마법을 보며 기분 좋게 웃음 지은 도반은 이내 응접실을 훑어보았다.

“아아 -..역시 이곳은 아름다움이 부족…응?”

어느 정도 구색만 맞춰놓은 공간에 혀를 차려던 그때, 도반의 시선이 반짝거리는 바닥을 향했다.

“이,이게 무슨…헉?”

그는 뒤늦게서야 반짝거림이 바닥뿐만이 아니라 벽까지 이어져 있음을 알았다.

“어,어떻게 이런 일이…!”

감탄하며 앞으로 한걸음 걸어 나온 순간.

삑!

“억…!”

도반은 제 발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바닥이 너무 뽀득뽀득해 마찰력이 강해져 발이 턱에 걸린 것처럼 바닥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쿵!

“으윽..!”

개구리 자세로 바닥에 쓰러진 도반은 턱을 부여잡은 채 일어났다.

“이 년, 그래도 꽤 그럴듯한 함정을 설치해놨었군.”

도반은 당장이라도 이곳저곳에 흑마법을 날려 전부 폭파하고 싶었지만, 그런 마음을 꾹 눌러 참았다.

‘후우…독초를 구해야 하니 참아야 한다.’

도반도 처음부터 미아의 거점에 숨어들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미아에게 괜찮은 재료를 넘겨 그가 원하던 독초를 넘겨받을 생각이었다.

‘망할 년, 실험은 무슨 실험을 한다고! 미학도 모르는 게!’

미아는 리안에게 독초를 실험해 보고 싶었기에 도반의 부탁을 거절했다.

계속된 실험 실패로 눈이 돌아간 도반은 미아의 거점에 숨어들어 독초를 훔쳐 갈 계획을 세웠다.

‘최대한 조용히 독초를 훔치고 달아나면 돼!’

그는 눈을 번뜩이며 천천히 응접실을 벗어났다.

달칵.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진한 검보라색의 바닥과 베이지색 벽이 가장 먼저 시선에 들어왔다. 비싼 마목으로 만들어진 탓에 집이 전체적으로 검은색이 살짝 섞인 보라색 빛이었다.

‘다행히 들키진 않았나 보군.’

따로 마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에 안도하며 문을 열고 나왔다.

‘크크, 라니아님에게 선택만 받지 않았더라면 버려졌을 년이니, 이렇게 실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겠지.’

그는 비웃음을 지은 채 지팡이를 흔들었다.

‘자, 독초가 있는 곳을 가리켜라.’

그러자 도반의 눈에만 보이는 검은색 기운이 앞으로 쏘아졌다. 도반은 빛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우리 거기 가자.”

“응!”

얼마나 걸었을까, 어눌한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도반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생각했다.

‘하, 인체실험 따위 흥미 없다면서 도도하게 굴더니 쥐새끼처럼 몰래 숨어서 하고 있었네? 어이가 없군.’

도반은 삐뚜름한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크흣, 이렇게 된 거 조금 장난이나 쳐볼까?’

도반은 주먹을 가볍게 말아쥐고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그의 묵직한 팔이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의 팔 안쪽에 가득한 기생충들이 마기에 반응해 마구 움직이고 있던 탓이다. 도반이 마기로 기생충을 손바닥으로 이끌었다.

그러자 손바닥이 살짝 찢어지더니 안쪽에서 새카만 지렁이 같은 게 기어 나왔다. 길이는 대략 성인 남자 중지 길이만 했고, 오래된 피에 절여진 것처럼 검붉은 액체에 뒤덮여 있었다.

‘이 녀석을 심어두면 꽤 재미있는 장면을 볼 수 있겠지.’

꿈틀거리는 기생충을 들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두 아이에게 다가갔다. 기생충이 징그럽게 버둥거렸다.

‘자, 가라 -.’

도반이 기생충을 아이에게 날리는 순간, 복도 코너 쪽에서 리안이 걸어 나왔다. 응접실에서 사용한 청소 도구를 도구함에 넣어놓고 식당으로 향하던 참이었다.

리안의 등에 붙어있던 제스는 중간에 만난 노아가 리안을 힘들게 하지 말라며 뜯어가 혼자였다.

“…! 혀엉!”

“웅!”

두 아이가 신이 난 얼굴로 리안에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 탓에 튀어 나간 기생충이 바닥에 철퍽 떨어졌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기생충은 몸 밖에 오래 나와 있으면 힘이 점차 약해져 죽을 수 있었기에, 필사적으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 탓에 바닥에 떨어졌던 기생충이 퓻! 하고 날아올라 비열하게 웃고 있는 도반의 얼굴에 떨어졌다.

“응? 너희들 여기서 뭐 해?”

“가티 움냐움냐 해!”

“웅!”

두 아이가 식사를 하는 것처럼 손으로 뭔가를 먹는 제스처를 하자 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밥 먹으러 가고 있었구나?”

“응!”

“웅!”

이제 막 말을 트기 시작한 아이들은 작게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끔찍한 경험이 전부 가시지 않아 아직 웃는 게 익숙하지 않아 해맑게 웃지는 못했다.

‘끄으윽! 망할 애새끼가!’

도반은 제 눈알로 파고들어 오려는 기생충을 잡아 바닥에 던지며 고개를 휙 돌려 리안을 바라보았다.

‘…!’

리안을 시야에 담은 도반의 표정이 멍하게 풀렸다. 수십초가 지나기도 전에 그의 눈빛은 탐욕으로 물들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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