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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13 – 수집가의 천국>

     

    탑승편은 마차와 선박, 두 가지다.

    그러니 내가 떠올린 것도 당연히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집사의 유능함이 너무 뛰어났다.

     

    “이게 머야?”

    “비공정입니다.”

     

    모르는 탑승편이 나타났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아가씨와 함께 입학시험을 치르러 가신다고.”

    “메이드가 부지런하시네. 그렇게 됐습니다.”

    “유감이지만 비공정의 탑승표는 수량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제가 구한 표가 마지막이었죠.”

     

    보란 듯이 3장의 표를 품에서 꺼내 보이는 조나.

    그의 살벌한 눈매에 비웃음의 기색이 어렸다.

     

    “늦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마차나 상선을 구해야 할 겁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를 떨쳐내서 속 시원하다는 표정을 하는 집사.

    회심의 미소가 무색하게도 공항에 도착하니 웬 노신사 한 분이 다가와 지젤에게 다가왔다.

     

    “탑승표는 여기 있소.”

    “감사합니다. 대금은 약속대로 바로 지불해드리죠.”

     

    표 2장 값을 주어 1장을 구매한 지젤.

    집사 조나의 떫은 표정을 보고 이번에는 그가 은근한 비웃음을 지었다.

     

    “티켓시험 동기끼리 같은 비공정으로 여행을 즐기는 것까지 방해하지는 않겠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어디까지나 저는 아가씨의 집사로서, 아가씨의 지인분이 곤란해 하지 않도록 탑승편에 신경을 써드렸을 뿐입니다만.”

    “시치미 떼는 재주는 부족하시군. 연기 공부를 더 해야겠어.”

     

    표정이 구겨진 조나.

    간식바구니를 들고 뒤를 따르던 리프가 그를 도와 한 소리를 했다.

     

    “너무 안심하지는 마십시오. 비공정은 사고가 잦습니다. 저희는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 동석했지만 지젤 씨는 호위들을 모두 돌려보내시지 않았습니까.”

    “친절도 하셔라. 집사나 메이드나 아가씨의 지인에게 배려심이 넘치는군요.”

     

    힘도 없는 주제에 까불지 마라.

    도움을 바란다면 좀 더 비굴하게 굴어봐라.

    어디 눈치껏 기어볼 테냐.

    그리 말하듯이 차가운 눈을 한 리프의 태도에도 지젤의 여유로운 얼굴은 끝나지 않았다.

     

    “아, 소개가 아직 이었던가요?”

    “……?”

    “안 그래도 가는 길이 달라져서 곁을 지킬 새로운 호위를 구했습니다.”

     

    지젤이 누군가를 향해 손짓을 하자 익숙한 얼굴이 하나 다가왔다.

     

    “오. 그때 그 쥐방울 아니야.”

    “윽. 그때 그 털보덩치.”

     

    원숭이수인.

    진즉에 4계층 재료수집 의뢰에 성공했던 남자가 다가왔다.

    설마 하는 메이드에게 쐐기를 박듯이 원숭이수인이 품에서 티켓을 꺼내며 말했다.

     

    “호위만 하면 비공정 탑승표 값을 대신 지불해준다더니, 이번 고용주는 꽤나 통이 크신데.”

     

    입학시험장 인근까지 편도로 10 금화.

    이거 한 장이 입학시험 실버티켓 가격이다.

    자금사정에 쪼달리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쓰는 가난한 플레이어들은 엄두도 못 낼 탑승편.

    사정 어렵기는 NPC들도 마찬가지다.

    풍운의 꿈을 안고 시험장에 오르는 이들은 탑승표 값을 마련하기도 벅찬 것이다.

    그런 탑승표 값을 대신 지불해준다고 하니, 원숭이수인이 기꺼이 호위임무를 맡을 만도 했다.

     

    “…….”

    “…….”

     

    덕분에 지젤을 싫어하던 조나와 리프만 기분이 무지무지 안 좋아보였다.

     

    “그러면 안 돼요!”

     

    나는 허리춤에 손을 얹고 조나와 리프에게 훈계했다.

     

    “바드아저씨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두 사람은 저한테 가까워지려는 사람들에게 너무 무례하게 행동하잖아요.”

    “오해입니다. 저희는 아가씨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불안요소를……”

     

    꾸욱 꾸욱.

    소매를 잡아당기자 조나가 말하다 말고 또 뭐냐는 얼굴로 무릎을 굽혔다.

    자세를 낮춘 조나의 입에 척 하고 손가락을 가져다대었다.

     

    “쉿!”

     

    놀란 듯이 멈춘 조나.

    그의 차가운 입술을 조금은 심술을 담아서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지젤아저씨는 불안요소가 아니에요. 늦은 나이에 학업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배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만학도라구요!”

    “…이보십시오, 꼬마숙녀양. 그렇게 말하면 제가 너무 늙어 보이잖습니까.”

    “어른의 방법이니 머니 홍삼캔디나 먹을 것 같은 말투 쓰면서 뭘 부끄러워하세요? 지젤 아저씨는 늙은 거 맞잖아요. 만학도라고 부끄러워하지 말아요!”

     

    인생은 모름지기 당당해야 된다.

     

    “강해지기 위해 수치를 무릅쓰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용기 있는 행동이죠!”

     

    조나의 날이 선 분위기가 한결 풀어졌다.

    리프의 냉막한 얼굴에도 조금은 웃음기가 떠올랐다.

    늦은 나이에 학업에 충실한 지젤씨의 사정을 듣고 다들 너그러운 마음이 들었나보다.

     

    “진짜 존나 꿀밤 마렵네.”

    “으하하! 꼬맹이 주제에 입담 하나는 좋구나.”

     

    본의 아니게 미안한 일도 생겼다.

    지젤은 비공정에 탑승할 때까지 원숭이수인놈의 놀림감이 되었다.

     

     

    * *

     

     

    <탑승편 이벤트>

    기나긴 훈련의 끝은 실전!

    아카데미 입학시험을 위해 절차탁마해온 당신.

    이제 그 성과를 거둘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카데미로 향하는 탑승편을 골라 시험장으로 향하세요!

     

    랜덤파파이벤트와 티켓시험에 이은 메인이벤트.

    탑승편 이벤트.

    조나가 비공정 탑승표를 구해서 본의 아니게 꿀을 빨게 되었지만, 이건 절대로 흔한 일은 아니다.

     

    “조나씨. 비공정은 너무 비싸잖아요.”

    “걱정 마십시오. 주인님께서 아가씨의 활약에 대한 보고를 받고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이 비공정은 주인님이 내리시는 상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상이요?”

     

    촌구석 지방귀족은 감히 엄두도 못 낼 엄청난 스케일의 포상이다.

    오크노디 캐릭터의 아버지는 보통 귀족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갑부인가보다.

     

    “아버님의 이름이 뭐였더라?”

    “때가 되면 알게 되실 겁니다.”

     

    무슨 딸이 지 아빠 이름도 모르냐는 소리를 들을까봐 잠깐 까먹은 척 수작을 부려봤는데, 혼쭐이 나기는커녕 오히려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뭐지?

    오크노디는 귀족의 사생아라는 설정인가?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그런 대단한 귀족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면서 편지와 호루라기만 달랑 받은 이유도 납득이 가지.

     

    “와! 이것 좀 봐요. 편지에 적혀있던 장소랑 티켓에 적혀있는 장소가 같아요.”

     

    생각난 김에 편지를 봤다가 깜짝 놀랐다.

    귀족은 입학시험 장소를 미리 알 수 있는 건가?

    티켓시험이 시작하기 한 달도 더 전부터?

     

    “쉿.”

     

    신이 난 입가를 면장갑을 쓴 손이 텁 하고 덮었다.

     

    “너무 큰소리로 떠들지 마십시오.”

    “왜요? 비공정 에티켓이 아니라서?”

    “부정행위로 입학시험에 탈락할지도 모릅니다.”

    “!!”

     

    뭐야 돌려줘요 내 입학시험.

    아카데미 졸업하는 게임에서 부정행위로 입학시험에 탈락하는 입구컷 멍청이가 있다?

    절대 곤란해.

    그런 잔인한 미래는 존재해서는 안 돼!

    겁을 먹고 입을 꾹 다물기는 했지만, 어쩐지 입술을 누르는 손이 떨어질 줄을 모른다.

    ……설마 아까 그걸 마음에 담아둔 걸까.

     

    “조나님.”

    “이런.”

     

    리프의 지적을 받고 나서야 자신의 무례를 깨달은 조나가 손을 떼었다.

    불만스레 입을 꾹 다물고 쳐다보고 있자니 순순히 사과하는 점은 평상시의 집사님답다.

    정말 생긴 거랑 안 어울리게 순하다니깐.

     

    “아가씨. 모처럼의 비공정 여행이니 가시는 길에 무료하지 않도록 시설을 구경하는 건 어떠십니까.”

     

    집사가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지 넌지시 권유했다.

    물론 내가 가고 싶은 곳은 하나뿐이다.

     

    “식당 갈래요!”

    “비공정에는 식당 외에도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전망실, 자연의 풍경을 담아낸 공중정원, 전속악사단이 배치된 극장과 태닝스팟 등이 존재합니다.”

    “식당 갈래요!”

    “밤에는 시설 중 일부의 용도가 변경되어 라운지바나 도박장이 열리기도 합니다.”

    “식당!”

    “……알겠습니다. 식당부터 가시죠.”

     

    야호, 도감수집!

    신난다!

     

    “아가씨는 정말 먹는 걸 좋아하시는군요.”

     

    요리도감의 중요성을 모르는 너희가 불쌍해.

    성장가성비 끝판왕 요리도감.

    도감컬렉션 효과도 지난 한달 반가량의 시간 덕분에 부쩍 올랐다.

    리스트를 본다면 이런 느낌이겠지.

     

    [현재 수집요리 – 102종]

    [컬렉션효과]

    전체요리수집10종 – 아이템드랍률1%증가.

    전체요리수집20종 – 아이템드랍률1%증가.

    …….

    전체요리수집50종 – 아이템드랍률1%증가. 건강1증가.

    전체요리수집90종 – 아이템드랍률1%증가.

    전체요리수집100종 – 아이템드랍률1%증가. 건강1증가.

    채식요리수집10종 – 식물추가피해1%증가.

    채식요리수집20종 – 식물추가피해1%증가.

    육식(땅)요리수집10종 – 야수추가피해1%증가.

    육식(공중)요리수집10종 – 공중추가피해1%증가.

    해산물요리수집10종 – 수중추가피해1%증가.

    디저트수집10종 – <달콤한 미소>기능습득.

    디저트수집20종 – <달콤한 숨결>기능습득.

    …….

    레어요리수집10종 – 레어아이템드랍률1%증가.

    레어요리수집20종 – 레어아이템드랍률1%증가.

    레어요리수집30종 – 레어아이템드랍률1%증가.

    레어요리 [눈꽃빙수] 수집 – 얼음친화1%증가.

    레어요리 [삼색사과주스] 수집 – 자연친화1%증가.

    …….

    레어요리 [신정산물고기회덮밥] 수집 – 수중호흡1분증가.

     

    다 기억하기에는 너무 많은 정보다.

    그래서 조나를 졸라서 구매한 수첩에 빼곡하게 먹은 음식과 기대되는 효과가 적혀있다.

    그것도 전부 한글로.

    알파벳을 쓰는 얘들한테 한글은 낯선 언어.

    혹시나 들키더라도 내용을 읽힐 걱정은 없다.

    빙수를 해줬더니 얼음저항력이 1% 오를 것 같애, 이딴 거 적고 있으면 정신병이 걱정된다고 수도원에 처박히지 않을지 걱정해야 하는 세계잖아.

     

    “세상에! 여긴 천국이에요!”

    “그렇게 좋으십니까?”

     

    오는 길에 마주쳤던 부잣집 여식들이 똑부러진 발걸음으로 경매장에 향하거나 귀족가 영애들이 우아한 발걸음으로 극장에 향하는 것과 달리.

    요리도감 수집에 미친 내 발걸음은 식당으로 향했고, 그 선택이 옳았음이 증명되었다.

     

    [비공장 공중뷔페]

    [5개 코스 각 20종 요리, 도합 100종 메뉴]

     

    이게 야스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희귀한 테디베어 필살기, 예약연재 12시간 앞당겨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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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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