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3

        어린 시절 세뇌당해, 누군가의 명령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던 여성.

        멈춰있던 그녀의 인생은 ‘서하루’라는 이름 석자를 받고 나서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앞의 청년, 서유진 덕이었다.

        

        

        “아빠. 왜 이렇게 늦었어. 백 밤 자고 온다 했잖아.”

        “미안, 그게….”

        “용서해 줄 테니까, 어부바.”

        

        

        …다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정신 역시 그 시절에 머무른 채.

        유진의 미간에 주름이 파였다.

        

        

        ‘아내들한테 미안한데….’

        

        

        사정이 안타깝긴 하고, 도와주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다 큰 여자 아닌가.

        기억으로 미루어 보건대, 현재 나이는 20대 후반일 테고.

        

        그런데 어리광을 들어줘?

        같이 밥 먹고, 놀이동산 가고. 어부바 해주고?

        이거 바람피우는 거잖아. 쓰레기잖아.

        

        하렘 순애라는 모순을 지향하는 그로선 꼭 피하고픈 일이었다.

        

        

        -소곤소곤.

        

        “협회장님. 어쩝니까?”

        “음? 업어주면 될 거 아닌가.”

        “아니, 그. 여기저기 닿을까 봐….”

        “……허어.”

        ‘이리 생겨서 여자 경험 하나 없는 건가? 어쩜 이리 건실한 청년이 다 있을꼬.’

        

        

        사정을 모르고 보면 동정으로 오해받기 딱 좋았지만, 아무튼.

        

        이후 유진과 협회장은 서로 합의를 나누었다.

        그녀의 처우에 대하여.

        

        

        “전 일과 끝나고만 보살펴 주면 된다고요?”

        “그래. 아무리 각성자라지만, 넌 생도이니. 자유시간을 너무 뺏을 수는 없지.”

        

        

        합의 결과. 유진은 ‘아빠’로서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그녀와 어울린다.

        

        

        “자유시간을 뺏는 것도 보상하지. A급 각성자 임무 평균대로 시급을 쳐주겠다.”

        “…? 평균,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쩨쩨하게 개인 임무만 추려 평균 내는 것도 귀찮으니 말이야.”

        “……개처럼 아빠 하겠습니다, 선생님!!”

        

        

        졸지에 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유진이 싱글벙글했다.

        

        협회장 겸 이사장인 설하연 역시 매우 만족했다.

        

        

        “뭐, 명목상 내 업무를 조금 도와줄 필요가 있겠다만….”

        “맡겨만 주시죠!!”

        “후후. 그래. 그래.”

        ‘아무리 그래도 실무 경험은 없을 테니, 미리 시켜둬야겠어.’

        

        

        써먹자니 말을 안 듣고, 감옥에 처박자니 너무 아까운 A급 각성자를 획득.

        거기에 차기 후계자로 점찍은 유진을 자연스레 끌어들이기까지.

        

        뭐, 돈이야 조금 들겠지만. 

        유진에게나 큰 돈일뿐 억만장자인 그녀에겐 과자값 아닌가.

        

        싼값에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니 기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자, 그럼 가자. 하루야! 배고프지? 뭐 먹을래?”

        “돈가스.”

        “돈가스! 나도 돈가스 좋아하는데. 같이 먹으러 갈까?”

        “어부바.”

        “응, 응! 어부바도 해줄게!”

        “……응. 용서할게.”

        ‘늦은 건 화나지만, 아빠는 엄청 약하니까. 어쩔 수 없던 거겠지. 그리고 엄청 상냥하고, 엄청 엄청 잘 생겼으니까. 화 안 나.’

        

        

        서하루는 그냥 기뻤다.

        제 아빠 얼굴만 봐도 좋은 그녀였다.

        

        

        * * *

        

        

        내 임시 딸, 하루와 함께 기분 좋게 식당으로 향했다.

        입가에 미소를 활짝 띠고서.

        

        누가 보면 바람피우는 것 같아서 꺼려 하던 놈 맞냐 할 수도 있겠지만…

        

        

        ‘한 달에 걸쳐 A급 임무 수행하는 걸로 쳐준다고? 평균 단가가 10억이니까, 그걸 하루 두 시간씩 한 달… 시급 1,600만 원? 미쳤다, 미쳤어!!’

        

        

        시급 16,000원도 아니고 1,600만 원이잖아.

        원래는 여러 명이서 나눠먹어야 하는 액수에, 이런저런 위험을 감수하며 얻는 돈 10억을.

        나 혼자 독식한다고.

        

        시급이. 1,600만 원이라고.

        

        이건 아내들도 인정해 줄 게 분명했다.

        

        

        ‘여사님께서 이렇게 통이 클 줄이야. 말년이라 인심이 후해지신 건가?’

        

        

        덕분에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세상에, 시급 1,600만 원?

        뉴비 시절에 이리 버니까 도파민이 장난 아니네.

        

        물론 회귀 전 벌던 돈에 비하면 푼돈이긴 하지만…

        아아. 눈앞에 벌써부터 최고급 훈련 장비니 게이트 입찰권이니 하는 것들이 아른거리는구나.

        자본주의 만세. 최면 만세. 우리 딸 만만세.

        

        

        “…아빠, 웃고 있어. 나랑 돈가스 먹는 거 좋아?”

        “그럼, 그럼~! 아빠는 아주 행복해요~!”

        “응. 나도 아빠 좋아.”

        

        -꼬옥.

        

        “그래. 얼른 가서 돈가스 먹자~.”

        ‘하루 아버님, 제가 다른 건 몰라도 맛난 건 많이 먹여드리겠습니다! 한 푸십쇼!’

        

        

        내 진심 200퍼센트 리액션에 하루 역시 대만족.

        

        그렇게 우리는 싱글벙글 학생 식당으로 들어섰다.

        

        

        “그러니까, 유진 걔는 너무 답답하게… 음? 유진?”

        “유진!! 방금 전엔 죄송… 어라?”

        ‘어라. 얘네 둘이 뭐 하냐.’

        

        

        들어가자마자 아내들이랑 마주쳤다.

        

        뭐지. 학식 먹으면서 수다라도 떨고 있었나.

        반갑게 인사했다.

        

        

        “앨리스, 시아야. 다녀왔….”

        “……걘 또 뭐야?”

        “유진……?”

        

        -오싹.

        

        ‘뭐지. 왜 무섭지.’

        

        

        …살기 어린 시선이 돌아왔다.

        

        뭐지. 내가 뭐 죽을죄라도 지었나?

        

        물론 회귀 전이었으면 뺨 맞을 짓을 하는 중이긴 해.

        임자 있는 놈이 엄한 처자 업고 있는 거니까.

        

        하지만, 2회차인 지금은 다들 나한테 별 감정 없을 텐데…

        

        

        -소곤소곤.

        

        “아빠. 쟤네 나 노려봐.”

        “……!!!”

        “하루가 문제였구나!!”

        

        

        깨달음은 금세 찾아왔다.

        

        우리 딸이 누구? 지난 아카데미 습격 사건 때 건물 때려 부순 전적이 있는 각성자.

        사람은 안 건드렸다고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녀 역시 어엿한 빌런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TV 따위의 미디어를 탔다면?

        저리 죽일 듯 쳐다보는 게 당연하지. 나 같아도 아내들이 빌런 업고 오면 기겁할 게 분명하니까.

        

        해명을 위해 빠르게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 하는진 알겠는데, 아니야. 하루는 내 딸이거든!”

        “………?”

        

        -조용.

        

        

        학생 식당에 정적이 흘렀다.

        급히 말한 나도, 앨리스나 시아도. 하루도 조용.

        

        그 침묵이 깨진 건, 저 멀리서 지켜보던 영양사 아주머니가 접시를 떨어뜨린 순간이었다.

        

        

        “막장 드라마…?”

        

        -쨍그랑!

        

        “………네?!!!!!!”

        “뭐, 뭐엇!!!? 너, 유부남이었어!!!!!?”

        

        

        접시 깨지는 소리와 함께 풀린 정적.

        앨리스와 시아가 두 눈을 서슬 퍼렇게 뜨고 다가와 따졌다.

        너, 품절남이었니? 하고.

        

        …아. 말실수 제대로 했네.

        시급 1,600만 도파민에 뇌가 녹아서 그만 머저리 같은 실수를 했어.

        

        

        ‘괜찮아. 사정을 설명하면 다들 이해할 테니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아빠. 이 여자들 누구야? 내 엄마야?”

        “…엥?”

        

        

        설명하려던 혀가 갑자기 꼬였다.

        느닷없이 들어온 몸 쪽 꽉 찬 돌직구 때문이었다.

        

        그녀들이 내 전 아내였다는 건 극비.

        그녀들과 결혼하기 전까지는 절대 말해선 안 되는 비밀 아닌가.

        그전에 밝히면 아내들 입장에선 ‘히익 스토커’ 하고 말 테니까.

        

        그런데, 갑자기 일급비밀이 떡 하니 나와버리니.

        그런 의미에서 한 말 아닌 걸 앎에도 순간 뇌가 굳었다.

        

        

        ‘둘 다 아내가 맞긴 한데…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냐?! 아내 아니라고 하긴 죽어도 싫은데!!’

        “그, 그게….”

        “그게 무슨 말인가요. 당신!!”

        “마, 맞아!! 누가 이런 녀석 아, 아내…….”

        “둘 중 누가 내 엄마야?”

        

        

        물론, 대화는 내 사고 회로 복구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여자 셋이서 이런저런 대화를 시작했다.

        

        

        “뭐어!!!? 너, 그게 무슨.”

        “아빠는 아빠니까, 아내 있을 거 아냐. 아빠 아내 누구야?”

        “시아 양, 제가 한국어를 잘못 알아듣고 있는 건가요…? 아, 아내라니. 결혼한 사람 말하는 거….”

        “와이프 맞으니까 넌 괜히 끼어들지 말아 봐!! 아까 전부터 뭐라는 거야 너!? 애초에 너, 유진이랑 무슨 관계야!!”

        

        

        메인 딜러. 유시아.

        추정 S급 스킬 보유자다운 매서운 공격이 퍼부어졌다.

        

        

        “아빠랑 딸 사이야.”

        “거짓말 마! 너, 척 봐도 쟤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데….”

        “몰라. 아무튼 아빠는 아빠야.”

        

        

        하지만 그녀 눈앞에 있는 건, 협회장도 인정한 A급 최상위 각성자.

        하루는 눈 하나 꿈쩍 안 하고 모든 공격을 회피했다.

        

        나아가,

        

        

        “으음… 너는 엄마 아닐 것 같아. 네가 엄마면 아기 배고파서 울어.”

        “하, 하아아아아아!!!!!!?”

        

        

        극딜.

        이기적인 딜 교환에 치명타를 얻어맞은 시아가 재빠르게 가슴을 가렸다.

        애꿎은 날 흘긴 건 덤이었다.

        

        

        “아, 아니거든!? 옷이 이래서 그렇지, 나도 모아주는 속옷 입으면…!!!”

        “그럼 분홍이가 엄마야?”

        “네, 네…?”

        

        

        그 틈을 타, 앨리스까지 난전에 끌어들이는 하루.

        

        일단 근거리를 처리한 후 곧장 원거리 담당을 깨부수는, 그림으로 그린 듯한 정공법이었다.

        

        

        “분홍이가 우리 아빠 엄마냐구.”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애초에 왜 저희가 유진의 아, 아, 아내….”

        “너희, 아빠 보는 눈이 그랬어.”

        

        

        하루의 공격이 이번에도 불을 뿜었다.

        상황을 이해하지도 못했을 후열 딜러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어지간한 범부라면 어어 하다 당할 수밖에 없는 연계기였다.

        

        하지만, 내 아내는 급이 달랐다.

        

        

        “……아하? 그럼 제가 할까요? 후후.”

        

        

        여유로운 패링!

        상대방의 도발에 지지 않고 웃으며 응수하는, 마법 계열 각성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판단력!

        

        구경하던 내 마음속 10점짜리 점수판이 3개 척척 올라갈 정도로 완벽한 방어였다.

        

        보라. 시아조차 인정하고…

        

        

        “넌 또 뭐라는 거야 이 불여시 년아!!! 유진 너도 그만 정신 좀 차려!!!!”

        “아.”

        

        

        ……아니, 난 왜 이걸 중계하고 있던 거지.

        너무 당황해서 헛짓했네.

        

        재빠르게 상황 수습에 나섰다.

        

        

        “그게, 실은….”

        “아빠. 역시 저 분홍이가 아내야?”

        

        -콰앙!!!!!!

        

        “아니거든 이 바보야!!!? 왜 하필 쟨데!!!”

        “힉!!?”

        ‘진짜 화났는데 시아는!?’

        

        

        내 수습 시도, 시아의 진심 분노 앞에 날아가다.

        

        

        “저, 저기. 시아야. 잠깐….”

        “흐흥. 이게 무슨 한국식 농담인진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제 쪽이 조금 더 어울리긴 하죠.”

        “앨리스 넌 입 다물어 좀!! 야, 너!! 그거 무슨 의미에서 한 말이야, 어!?”

        “지, 진정…….”

        “가슴. 너무 작아.”

        “안 작거든!!!!!!!?”

        

        

        ……시아가 광폭화 패턴에 들어간 덕분에, 난 거의 10분은 쩔쩔매야만 했다.

        

        아니, 시아 가슴 크기 건드리면 진짜 화낸다고.

        

        나중에 쟤네한테 몰래 알려줘야겠네.

        그녀의 흉부를 트집 잡는 건, 남자로 치면 ‘너 게임 허접이잖아’급 도발이라는걸.

       ​

        

         * * *

        

        

        다음 날.

        

        

        “다들 반갑다. 난 너희들에게 마력 조작에 대해 가르칠….”

        

        -파직.

        

        “교수님. 저 이 정도인데, 앞으로 강의 시간에 체단실 가도 됩니까?”

        “……네?”

        

        

        자칭 2회차 최면 교배 아저씨가, 이것저것 안 숨기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김이파리 님 10코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의 머랭치기를 우다다다다다ㅏㅅ

    + 지금까지 히로인들 일러… 각 3장씩…
    완벽한 삼권분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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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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