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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몬스터의 사체가 인류의 식문화에 등재된 것은 불과 300년 전쯤이었다.

       몬스터란 괴수는 대부분 흉측한 모습이었고, 살점에선 감당하기 힘든 악취를 풍겨댔다.

       요리 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진 퇴비나 가축의 먹이,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한낱 쓰레기에 불과했던 것이 몬스터의 사체였던 것이다.

       

       그러다 300년 전.

       

       대륙에 대기근(大飢饉)이 들어 굶어죽는 이가 급증했으나 귀족들은 제 살 길만 찾아댔으니, 피지배계층은 그야말로 흙을 퍼먹어야 할 정도로 역경의 시기를 맞았었다.

       

       그것이 기점이었다.

       

       인간의 강렬한 생존 본능.

       

       그것이 몬스터의 사체를 도마 위에 올린 것이다.

       

       살기 위해 혐오를 참고, 악취를 참으며 몬스터의 사체를 식재료로 삼기 위한 연구가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 현재는 몬스터의 사체가 유용한 식자원이 되어있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기근에 허덕여 본 적 없는 지배계층에겐, 하찮은 피지배계층에게나 필요한 천하고 불쾌한 식자원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엘든의 감평은 당최 믿을 수가 없었다.

       경악과 경멸을 애써 숨기며 답하던 이들과 달리, 그의 눈빛은 진실되어 보였다.

       돼지과 몬스터의 다리를 그대로 구워낸 흉물스런 요리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그는 진실되어 보였다.

       

       거짓말이야.

       애써 충격을 감추고 연극을 펼치고 있는 걸거야.

       말이야 누군들 못해, 직접 먹어보면 숨길 수 없는 경악을 드러내어 이 복수극의 서막에 동참하게 될 거야.

       거미, 개미, 애벌레 같은 걸 먹이며 즐거워하던 너희들도 그 공포를 느껴봐야 하니까…!

       

       그렇기에 간절한 바람을 담아 간청했다.

       

       “…그럼 오해하지 않을 테니, 한입만이라도 먹어줄래요?”

       

       참으로 웃긴 상황이었다.

       참으로 황당한 상황이었다.

       복수인이 피복수인에게 간청을 해야 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최종 후보의 기권 선언은 혼약대전 역사상 전무했던 일이었고, 대처할 수 있는 조항이 마련되어있지 않았다.

       기권자에게 최종 평가전에 진심을 다할 것을 강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진심이란 강제한다고 해서, 독촉한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지금처럼 기권에 대한 결정을 미루며 억지로 붙잡아두는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

       

       다행히 그가 요리에 손을 댔다.

       편애와 호의를 밝혔음에도 묵묵부답이던 그가 드디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풀리지 않는 난제(難題).

       그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며 엘든의 모든 행동과 반응을 주시했다.

       경멸하고 혐오하던 것이 입속을 헤집는 건, 결단코 거짓으로 덮을 수 없는 소름인 법이다.

       

       데론과 카일과 블런드.

       

       그것을 반증하듯 세사람은 헛구역질을 비롯한 거부 반응을 숨기지 못한 채, 꾸역꾸역 식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물론 그들의 공포를 즐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들과 다르니까.

       남의 불행과 공포를 쾌락으로 여기는 악인이 아니니까.

       

       그저.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들을 기억하길 바라며.

       

       그 악행의 희생양이었던 이를 기억하길 바라며.

       

       그 희생양의 고통과 슬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를 바라며.

       

       7일 후에 거행될 대면식에서 그들이 진심어린 참회를 하길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참회하지 않는 자는, 기회를 저버린 자는 자멸의 길을 걷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 모든 바람을 위해선, 엘든 라펠리온도 몬스터 요리를 먹고 헛구역질을 해야 했다.

       설령 이제 와 악독한 천성이 변했다 해도, 그날의 일들에 대해선 죗값을 치뤄야 했다.

       

       하지만.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었습니다. 솜씨가 훌륭하시군요. 대공녀님.”

       

       엘든은 외려 찬미를 보냈다.

       진실된 감동이 담긴 눈빛으로.

       실로 거짓이라 폄하할 수 없는, 순수한 눈빛으로 자신의 요리 실력에 찬미를 보낸 것이다.

       게다가 여운이 남은 듯, 그릇에 놓은 요리를 보며 손가락에 묻은 기름기를 빠는 모습은 허기진 미식가와 다름없어 보였다.

       

       쪽.

       

       쪽.

       

       그가 몬스터 요리는 눈길도 주지 않으며, 가축의 특수부위를 이용한 요리를 꺼려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미세한 반응이라도 보여야 했다.

       혐오와 증오를 토해내며 살아온 그라면, 그것이 자신의 입으로 들어올 때 미약한 불쾌라도 표했어야 했다.

       허기진 미식가가 아니라, 겁에 질린 희생양이 되었어야 했다.

       

       ‘대체 뭐야? 대체 뭐냐고…!’

       

       진실을 찾고자 선전포고를 했던 언쟁에서 보기 좋게 패배했었다.

       일보 후퇴해야 했고, 칼을 갈고 다시금 전장으로 끌어들였다.

       이번엔 기필코 승전하리라.

       자신에게 그랬듯, 혐오와 경멸을 입에 우겨넣어 기만의 가면을 벗겨내고 말리라.

       그리 다짐하며 야심차게 준비한 무기, ‘몬스터 요리’를 꺼내들었었다.

       

       “으웁.”

       “흡….”

       “헙….”

       

       데론과 블런드, 카일까지 이어지는 동안 승전보는 쉼없이 울렸다.

       한데, 엘든의 차례에서 또 다시 패전보가 울렸다.

       

       약이 올라 미칠 것 같았다.

       분하다 못해 환장할 노릇이었다.

       

       엘든을 독대한 이후, 밀린 연구와 실험도 뒤로 한 채 온종일 그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가 던진 난제가 흥미로웠고, 또 짜증났기 때문이다.

       흑마법, 요술 서적까지 뒤져가며 수많은 가설을 세우고 그에 따른 입증 계획을 세웠었다.

       밤잠까지 줄여가며 말이다.

       그 여파로 백색여우 가면 속의 낯빛은 다소 초췌해져 있었다.

       눈 밑으로 그늘이 드리웠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머릿속엔 가설과 입증만이 가득했다.

       

       “……?”

       

       사나웠던, 그래서 무서웠던 저 얼굴이 왜 이렇게 얄밉게 보일까.

       재학 시절에는 눈조차 마주치지 못할 만큼 두려웠던 그의 눈을 왜 이렇게 파고 들고 싶을까.

       

       알밉다.

       얄미워.

       그리고 분해.

       너무너무너너무 분하다고.

       

       르미앙이 어금니를 곱씹었다.

       이 세상에 답이 없는 문제는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답이 없는 건, 그저 없어 ‘보일’ 뿐이다.

       숨겨진 답을 밝혀내는 건 위대한 탐구가가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이며, 소양이며, 자질이었다.

       

       벌컥!

       

       르미앙이 신경질스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애당초 그들의 공포를 즐기고자 시작한 복수가 아니었다.

       애당초 그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면 복수는 시작되지도 않았을 터다.

       그저 계몽과 선도가 바탕인 복수.

       이 정도면 첫째 날의 메세지 전달은 충분했다.

       

       무엇보다.

       

       “……?”

       

       엘든의 저 순진무구한 표정과 마주하고 있기 힘들었다.

       탐구가의 열망에 자꾸만 불쏘시개를 들이부으며 약을 올리는 듯한 표정.

       재학 시절엔 학대와 조롱으로 괴롭히더니, 이젠 얄궂은 농간으로 괴롭히는 걸까.

       대체 어떻게 알아채고 이 복수극을 교묘히 피하고 있는 걸까.

       물러서지 않아.

       어디 한번 끝까지 피해보라지.

       그리 다짐한 르미앙이 입을 틀어막은 채 구역감을 삼키고 있는 세 명의 후보들을 훑어보고선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흥.”

       

       엘든 라펠리온에게 토라진 비음만 남긴 채로.

       

       그리고.

       

       르미앙이 대전을 빠져나가자, 구역감을 애써 참고 있던 세 명의 후보들도 부리나케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비위가 가장 약했던 카일 벨라온은 채 막지 못한 구토를 흘리며 말이다.

       

       “…….”

       

       삽시간에 텅비어버린 대전.

       인기척 하나 없는, 그 고요한 공간에 홀로 남은 한 마리의 누렁이가 맛보지 못한 음식들 주변을 기웃거리다, 이내 그들을 따라 대전을 빠져나간다.

       

       오물오물.

       

       쩝쩝.

       

       “흠, 맛있기만 한데.”

       

       촉촉한 닭다리 맛이 나는 코트보의 앞다리 구이.

       구수한 번데기 맛이 나는 하프 웜 볶음.

       쫀득한 치킨 윙 맛이 나는 블랙뱃 날개 구이.

       

       이 훌륭한 맛을 내팽개친 채 뛰쳐나간 세 명의 인간을, 미식가 누렁이는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

       

       

       누렁이.

       아니,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대전을 빠져나온 엘든이 렌들러와 함께 이동 중이었다.

       뒤따르던 렌들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별채가 있는 곳과는 반대 방향이었던 까닭이다.

       하물며, 엘든이란 공자의 걸음이 향할 방향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이 길의 끝엔, 북부령 최대 규모의 도서관이 있었으니까.

       

       “도서관.”

       “…예?”

       

       렌들러가 잽싸게 귀를 후벼팠다.

       그리고 재차 물었다.

       

       “도서관… 말씀이십니까?”

       “응. 읽을 거리나 찾아보려고.”

       

       15일간 대공성에 체류하려면 틈틈히 비는 시간을 활용할 건덕지가 있어야 했다.

       그리고 15일 내내 최종 평가전을 치루는 것이 아니다.

       하루는 대공녀와 함께 평가전을, 그 이튿날은 공식 일정이 없는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물론 그 휴식 시간도 최종 후보자들 간의 회동 및 개인 일정을 위함이었지만 말이다.

       

       때문에 기권자는 휴식 시간을 온전히 즐길 거리가 필요했다.

       

       하루 종일 레이첼과의 훈련으로 시간을 보낼 순 없는 노릇이다.

       힘들 때, 지쳤을 때, 휴식을 취하며 편히 즐길 거리가 필요했다.

       게임기도, 티비도, 너튜브도 없는 이 무료한 세계에선 읽을 거리가 최고인 법.

       특히 현대에서도 웹소설 광이었던 이준우가 북부령 최고의 도서관으로 향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이제 마음의 양식까지 쌓으려 하시다니…… 소인, 너무도 기뻐 눙….”

       “그만.”

       

       그저 이세계의 소설이 읽어보고 싶을 뿐이다.

       마음의 양식 같은 걸 쌓고자 하는 걸음이 아니었다.

       울보 노집사가 눈물을 보이기 전에 서둘러 일갈한 엘든이 도서관으로 입장했다.

       

       ‘엄청 넓군.’

       

       과연 북부령 최대 규모의 도서관 답게 광활하다.

       또한, 대공성 외부의 일반 귀족들과 대공가의 사용인들을 위해 개방된 공간이라 사람도 많았다.

       

       “추천할 만한 책이 있으면 들고 와. 난 읽을 거리나 찾아볼 테니.”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렌들러와 헤어진 엘든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도서관 이곳 저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소설 속 세계의 소설은 어떠할까, 라는 기대를 품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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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migrated Into A Tragic Romance Fantasy

Transmigrated Into A Tragic Romance Fantasy

후피집물의 후회캐가 되었습니다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curious about what a female-oriented tragic romantic fantasy was like, so I skimmed through only the free chapters. And then… “…Ha.” I found myself transmigrated into one of the main male characters, destined for tears of regret, exhaustion, and obsession. So, the first thing that had to be done was… “I, Elden Raphelion, hereby declare my withdrawal from the competition for the betrothal of the Third Northern Duchess.” To escape this trag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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