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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숙소의 파괴행위로 경보가 울리자, 다급히 귀환한 예르나가 본 숙소의 상황은 말그대로 처참했다.

    문은 부숴져있지, 놈은 자빠져서 기절이나 하고있지, 내부는 완전히 박살나서 어질러져있지…….

    깔끔하고 조화로운것을 좋아하는 엘프인 예르나에겐 거의 악몽이었다.

    그녀는 그런 상황을 보자마자 기절해있던 붉은머리의 남성 숲지기를 깨워 분노를 쏟아냈고,

    그 결과…….

    “아니, 예르나. 들어보라니까? 진짜, 내가 오해를 안할수가 없었어.”

    “쓰읍, 손 똑바로 안 들어? 지금 누가 변명같은거 듣고싶대?”

    “넹…….”

    붉은머리의 거한이 해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벽을 보며 무릎을 꿇고선 손을 들고 벌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를 혼내는 예르나를 보던 루크가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그, 나는 괜찮다. 그러니까 그를 이만 용서해주지 않겠는가?”

    “…….”

    단호한 표정을 지어내고있던 예르나가 루크를 내려다본다.

    그렇게 잠시 루와 눈을 마주치고있던 예르나가 못이기는 척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진짜, 루가 안 다쳤으니까 내가 봐준다. 말해봐.”

    “그러니까!”

    남자가 곧바로 몸을 튕기듯 일으키며 자세를 잡는다.

    루크는 그것을 보고는 마법사라기보단 격투가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자, 들어봐!”

    “듣고있어.”

    “내가 혼자서 자빠진게 아니라니까, 저 꼬마가 마법을 썼다고, 마법을! 영창도 없이!”

    그는 마구 손짓과 발짓을 동원하면서 말을 늘어놓는다.

    그의 말을 듣다못한 예르나가 묻는다.

    “허. 루, 저말 진짜야?”

    “물론…….”

    사실이라고 대답하려던 루크는 일전의 버스에서 ‘마르코 알비’라는 청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허가받지 않은 마법사용엔 벌금과 징역이 따른다고 했던가…….’

    예르나는 숲지기로써, 법을 집행하는 권한도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불법적인 행위를 했다고 대놓고 말을 해도 괜찮을까?

    비록 몰랐다고는 하나, 불법을 행한것이다.

    그녀가 과연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루크는 그녀에게 실망을 안겨주고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마법을 쓰지 않았다는게 맞지 않겠는가.

    루크는 곰곰히 생각했다.

    “하하하, 설마. 이 내가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나?”

    살짝 식은땀이 흐르는것도 같았지만, 예르나는 루크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역시 그렇지?”

    “뭐라고! 저, 저……!”

    붉은머리의 남성이 얼굴까지 붉게 물들이며 루크를 손짓하면서 뒷목을 잡는다.

    루크는 혹여나 그가 흥분해서 ‘아까처럼 마법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달려드는 것을 경계하며 예르나의 뒤로 숨었다.

    하필이면 또 그 모습이 영락없이 겁먹고 어미 뒤로 숨어버린 아이와 같았다.

    그리고 예르나는 그 모습에 연민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예르나가 ‘언니가 잘 혼내줄게’라며 루크를 다독이자, 루크는 그저 당장의 상황에 이득이 되리라 판단해 예르나의 오해를 정정할 생각도 없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어억, 억!’하는 소리를 내면서 뒤로 넘어가려고 했다.

    루크는 그가 또 자신의 마법 사용을 폭로할까봐, 예르나가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조용히 하라는 듯이  입가에 손가락을 갖다대며 눈썹을 모았다.

    루크가 자신의 몸 뒤로 숨은 탓에 그 수상한 제스처를 보지 못한 예르나는, 기묘한 표정으로 화를 내는 다이튼을 향해 훈계하듯 말한다.

    “그러니까 마법은 그냥 핑계고, 결국은 니가 혼자 자빠져서 기절한거잖아. 수련 부족아냐?”

    “예르나, 정말 저 녀석 몸에 마나가 느껴졌다니까! 그것도 중~대형몬스터 수준이었다고! 사람이라면 그런 마나가 체내에 있을리 없잖아?”

    남자의 필사적인 외침에 예르나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거야, 우리 루한테는 심장에 서클이 있으니까 마력이 느껴졌겠지.”

    “뭐라고! 서클!?”

    더욱이 경악하는 남자의 모습에 루크는 괜히 그가 부담스러워져서 예르나의 뒤쪽으로 스윽 피했다.

    루크의 행동을 본 예르나는 그것이 겁을 먹은 것이라고 생각해 남자를 다그쳤다.

    “시끄러워, 우리 루가 놀라잖아! 안그래도 너때문에 엄청 충격받았을텐데!”

    “…….”

    반면 루크는 할 말이 없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남자는 가슴을 탕 탕 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국 그의 말은 예르나에게 닿지 않았다.

    예르나의 마음속에선 이미 루크의 신뢰도가 너무 높았으니까.

    예르나는 그런 남자의 모습을 보며 못미덥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다이튼 게네퍼, 이건 내가 궁금한건데. 왜 내 숙소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던거야?”

    “그, 그건……. 하하. 어쩌다보니?”

    할 수 있는 변명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안하느니만 못한 대답을 해버린 다이튼.

    그 대답을 들은 예르나는 곧바로 반응했다.

    “뭘 어쩌다보니야, 이 자식아!”

    빠악!

    “크헉!”

    예르나가 그대로 다이튼의 머리를 향해 하이킥을 후린 것이다.

    그녀는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다이튼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나 오늘 당직이니까, 너 퇴근 전까지 싹 다 고쳐놔. 알겠어?”

    “으으아, 알겠어, 알겠어!”

    그대로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구르는 다이튼을 보며, 예르나도 화가나면 저런 모습을 보이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

    다이튼은 곧바로 구매해온 문을 달고, 탁상을 배치했다.

    부서진 잔해와 엎어진 물건들을 죄다 정리하고, 바닥을 쓸고 깨끗이 닦았다.

    루크역시 그것을 도왔다.

    사소한(?) 오해에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루크는 오히려 그에겐 미안하기까지 했으니까.

    “하아…….”

    결국 다시 둘만 남게 된 루크와 다이튼.

    공기가 무겁다.

    만일 분위기에 형태가 있다면, 그것은 지금 어두운 숲 속의 늪지대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정신을 집중할만한 작업이 있다는 점일까.

    루크는 빗자루를 열심히 놀리면서 그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했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를 참을 수 없었던것은 루크뿐이 아니었다.

    “이봐, 꼬맹이.”

    걸레로 이곳저곳을 닦아내던 다이튼이 루크를 불렀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꼬맹이라는 말은 루크의 심기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루크의 입장에서는 그가 새파랗게 어린 애송이.

    비록 그에겐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하나, 그 호칭은 그냥 넘어가기 싫었다.

    “루크 이루시라고 부르거라.”

    “뭐. 그래, 루크 이루시…….”

    뒤통수를 긁던 다이튼이 이마에 붙은 반창고를 만지작거리며 우물쭈물거린다.

    예르나의 하이킥을 맞고 살짝 찢어진 상처였는데, 루크가 반창고를 붙여준 것이다.

    “뭐……. 미안했다. 나는 네가 몬스터인줄 알았어.”

    “괜찮다. 숲지기이니, 그럴수도 있는 것이지. 이해한다.”

    숲에는 수 많은 형태의 위험이 존재한다.

    그 위험엔 물론 인간을 빼닮은 몬스터도 있을 수 있다. 아니, 반드시라고해도 될 정도겠지.

    그런점에서 루크는 운이 너무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만일 그냥 숲에서 예르나와 마주쳤다면, 몬스터로 착각한 예르나가 루크를 공격했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그런 귀랑 뿔을 달고, 그정도의 마력까지 갖고 있어서 나는 몬스터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용서해줘.”

    “그야 물론이다. 그렇다면 나도 미안함을 전해야겠구나. 그건 고의가 아니었다.”

    “그래, 그렇겠지.”

    다이튼은 생각했다.

    서클마법이란, 사용할때마다 리스크를 짊어지는 마법이다  .

    마법은 언제나 ‘실패’라는 가능성을 안고있다.

    하지만 그 리스크가 거의 없는 클래스마법과는 달리, 서클마법에서의 실패는 곧 목숨까지 위협한다고 들었다.

    갑작스런 공격에서부터 자신을 지키기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위험한 방식으로 대응해야만 했던 것이겠지.

    하지만 억울한건 억울한거다.

    “근데 왜 날 거짓말쟁이로 만든거냐. 네가 마법을 쓴건 맞잖아.”

    “흐음……. 그건 사실 마법이 아니었다.”

    “그럼 그게 뭔데?”

    루크는 대답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그런데, 그대도 마력시를 갖고있는가?”

    “마력시까지는 아니고, 그냥 느껴지는 정도. 그런데 ‘그대도’ 라니, 넌 ‘마력시’를 갖고있는거냐?”

    “그렇다. 한쪽 뿐이지만 말이다.”

    루크는 자신의 왼쪽 눈동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과거의 자신은 두 눈 전부가 마력시로써, 두 눈동자 모두 금빛을 띄고 있었다.

    현재는 한쪽뿐이다만.

    때문에 마력시로 읽어내는 정보가 과거에 비해서 꽤나 한정적이었다.

    ‘과거엔 마법을 보기만해도 충분히 그 전부를 읽어낼 수 있었는데 말이다…….’

    정보의 공백을 추측과 이해로 때워버리는 것이 현재 루크의 사용방식.

    압도적인 수준의 지식이 쌓여 가능한 행위다.

    “허어.”

    다이튼이 충격을 받았다는 듯이 헛숨을 내뱉었다.

    “그게 그냥 짝눈이 아니었냐……. 허, 참.”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어낸 다이튼은 생각했다.

    마력시란, 원래 한쪽만 발현하는것도 매우 희귀한 것이었다.

    마법을 보자마자 읽어낸다니. 그런게 있으면 마법에 걸어잠그는 암호화술식은 다 쓸모가 없겠지.

    ‘그래서 내 마법에도 대응했던거군.’

    혼자서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거린 다이튼이 루크에게 말했다.

    “그런데, 서클마법은 누가 가르쳐준거냐? 꽤 자유자재로 쓰던데.”

    “독학이다.”

    “뭐시라.”

    하긴, 요즘 누가 서클마법을 가르쳐준단 말인가?

    대개는 심장에 서클이 생기는즉시 수술로 제거한다.

    그런 사정으로 스승을 구할 수 있을리 없으니, 물론 대부분은 독학을 하다가 보통은 마나역류로 죽어버린다.

    그런데 이정도로 완성시킨 서클마법이라…….

    “크게 될 놈이네 이거. 그래도, 서클마법은 위험하니까 자제해.”

    “잘 다룬다면 꽤 유용하다만?”

    “실수하면 죽는거잖아, 이녀석아.”

    “실수하지 않으면 되지않느냐?”

    “거, 말은 쉽지.”

    다이튼은 어린애와 말다툼을 하는 듯한 느낌에 뒷통수를 긁적이며 한숨을 푸욱 쉬었다.

    ‘아니, 실제로 어린애랑 말싸움이나 하고 있는거잖아.’

    서클마법을 긍정하며 싱긋이 웃고있는 루크를 바라보던 다이튼이, 미간을 누르며 말했다.

    “넌 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

    “그야 뻔하지않은가.”

    그는 가슴을 펴고, 더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내 꿈은 대마법사다.”

    이런 몸이 되어버렸어도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새하얗게…. 불태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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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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