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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그곳까지 갈 때는 한순간이었지만 올 때는 한참이나 걸렸다.

       

       다 같이 날아오기에는 알리사가 너무 불안정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산속에서 며칠이나 길을 헤맨 아이의 상태가 좋을 리가 없었다.

       

       “드디어..! 도착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영업 첫날인데 이렇게 문을 닫아야 하다니···.

       

       “잠깐만.”

       

       급하게 다녀오느라 깜빡하고 있었다.

       

       “내 돈통!”

       

       점사를 봐주고 모은 내 돈들.

       

       “내 포상금….!”

       

       란돌프가 주려 했던 두둑해 보이는 주머니.

       

       이 모든 걸 팽개치고 나는 날아갔던 것이다.

       

       “이…이런…”

       

       황급하게 달려가니 내가 펼쳐놨던 돗자리가 보였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웅성거리고 있었다.

       

       “저…저기 온다!!”

       

       “혼자 오는데?”

       

       군중들 사이로 소중한 돈 통이 보였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한스가 초조한 듯이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혼자 있는 내 모습에 눈동자가 촉촉해지는 게 보였다.

       

       “…제..제발..찾았다고 해주시게.”

       

       내가 떠난 직후부터 줄 곧 이곳을 지켜온 모양이다.

       

       한스를 보자니 내 속도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알리사는….”

       

       지금쯤이면 눈에 보일 때가 됐을 텐데···.

       

       “아, 저기 오네요!”

       

       “알리사!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부리나케 뛰쳐나간 한스가 알리사를 안아 올렸다.

       

       연신 감사하다고 외치며 울먹이는 모습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썩 괜찮네.”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무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했다.

       

       알리사를 부둥켜안고 훌쩍이던 한스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한스의 눈빛을 마주하자니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눈물 범벅이 된 아저씨의 얼굴이라니···.

       

       앞으로 이런 눈빛을 자주 보게 될 것 같다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

       

       무속인의 길을 걷는 이상 계속 이런 일이 생길것이다.

       

       특히나 이곳에서는 내 힘을 쓸 곳이 많을 것 같았다.

       

       “저희의 은인이십니다!”

       

       한스는 이제 나에게 존댓말까지 쓰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당장 집에 달려가 전 재산을 끌어모아올 기세였다.

       

       돈이 생긴다면야 편해지겠지만 영 내키지 않았다.

       

       뭐랄까, 해야 할 일을 한 느낌이랄까.

       

       스승님께서 복채를 적게 받고 다니신 이유가 이런 것이겠지.

       

       “괜찮아요. 그냥 잘 사세요.”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은혜를 모르지는 않습니다.”

       

       이러다가는 강제로라도 내 주머니에 쑤셔 넣을 것만 같았다.

       

       나는 딱 잘라 말했다.

       

       “5실버.”

       

       “예?”

       

       “그 이상은 못 받아요.”

       

       내 말에 한스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그 정도면…용병을 고용하는 것보다 헐값일 텐데…”

       

       잠시 생각을 하던 한스의 눈이 묘하게 반짝거렸다.

       

       감동과 존경이 그 안에서 휘몰아 쳤다.

       

       어째 오해를 하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난 기분이다.

       

       한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가를 바라지 않으신다니, 은인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아니, 바라지 않는 게 아니라…”

       

       이 양반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돈이야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나는 딱 5실버 밖에 받을 수가 없다.

       

       그 이상으로 받아도 결국, 내 손에 남는 건 5실버 일 것이다.

       

       나의 행동을 본 주변 사람들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한스의 형편이 어렵다는 걸 아는 모양이로군.”

       

       한스가 형편이 안 좋은 사람인지도 몰랐다.

       

       고생길은 보이지 않았는데···.

       

       은근슬쩍 끼어들어 말하는 파라몬 영감의 목소리도 들렸다.

       

       “부담을 가질까 봐 일부러 5실버라도 받는 것이겠지.”

       

       “그럴 수가….!”

       

       웅성.

       

       웅성.

       

       이상한 오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니, 여러분 그게 아니라….”

       

       “저런 젊은이가 사기를 칠리가 없지.”

       

       “나도 내일와서 그 점이란 걸 봐야겠어!”

       

       달아오르는 분위기에 알리사가 한마디를 더 하며 불씨를 끼얹었다.

       

       “고블린에게 잡아먹힐뻔했는데, 크리스 오빠가 막아줬어요….!”

       

       “허어….!”

       

       

       ***

       

       

       두 노인이 시끌벅적한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보게 라몬, 참 보기 드문 청년이야. 안 그런가?”

       

       “내 말했지 않은가.”

       

       “이번에도 5실버만 가져가는군.”

       

       클로셀의 눈에 어려 있던 호감이 더 깊어졌다.

       

       “자기 몫은 챙기며 살아야 할 텐데 말이야.”

       

       클로셀은 크리스가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파라몬이 미친 줄 알았다.

       

       누구보다 파라몬을 잘 알았기에 더 궁금했다.

       

       그리하여 크리스를 불렀다.

       

       혹여나 그의 친우가 네크로맨서의 수작에 놀아난 것이라면 단박에 죽여 없앨거라 생각하며.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지.’

       

       네크로맨서들이 쌓는 어둠의 마나는커녕, 마법 비슷한 것을 배운 흔적도 없었다.

       

       그저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그것도 이상하군.’

       

       평범한 일반인이 능숙하게 고블린을 잡는다?

       

       그것도 눈을 감고서?

       

       분명히 크리스는 앞이 훤히 보이는 것처럼 고블린과 싸웠다.

       

       앞은 물론 뒤에도 눈이 달렸나 싶은 움직임이었다.

       

       파라몬의 말에 따르면 검술을 배운 흔적도 없다고 했다.

       

       “생각할 수록 흥미롭단 말이야. 파라몬 자네는 눈을 감고 싸울 수 있겠는가?”

       

       “물론 가능하네.”

       

       “그렇군.”

       

       “허나, 그것은 나와 동급의 기사일 때의 이야기일세. 경지가 높은 기사라 하여도 눈을 감고 싸우는 데는 한계가 있네.” 

       

       “아까 보았던 제국의 전투술은 짚이는 바가 있는가?”

       

       파라몬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크리스를 가리켰다.

       

       “손과 다리가 떨리는 게 보이는가?”

       

       “흐음….”

       

       파라몬의 말처럼 크리스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저 몸으로 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라네. 근육에 부상을 입은 것이지.”

       

       “일부러 몸을 약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은?”

       

       “절대 없네.”

       

       클로셀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드 마스터인 친우의 말이 틀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검술에 한해서라면 그의 눈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잠시 말을 멈췄던 클로셀이 입을 열었다.

       

       “저 친구는 마법을 배우지도 않고 내 결계를 찢었고, 검술을 배운 적도 없는데 눈을 감고 고블린을 상대 했으며…”

       

       “흐음….”

       

       “자기 몸이 상하더라도 기꺼이 아이를 구해 낸 것이로군.”

       

       “그렇네만….”

       

       “거기다 물욕마저도 없고?”

       

       클로셀과 파라몬의 표정이 아리송해졌다.

       

       “말도 안 되게 완벽한 친구로구만.”

       

       “…거기다 나의 은인이기도 하지.”

       

       “소드 마스터의 은인이라…”

       

       조각상을 깎던 친우의 마음을 알았기에 클로셀의 표정이 씁쓸해졌다.

       

       파라몬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가.

       

       완고한 고집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며 포기했던 일이었다.

       

       “나에게도 은인이로군.”

       

       “껄껄…”

       

       파라몬의 웃음에 클로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몇 십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친우의 웃음은 아주 보기가 좋았다.

       

       ***

       

       “흐흐흐흐….”

       

       돈이 쌓여 있다.

       

       비록 실버가 아닌 쿠퍼였지만 마음이 든든했다.

       

       모두 합쳐서 1실버 25쿠퍼.

       

       다행히 내가 없는 동안 한스씨가 돈 통을 지켜 준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금액이다.

       

       거기에 한스씨에게 받기로 한 5실버까지 합하면 꽤나 여유로운 금액이었다. 

       

       덕분에 오늘 저녁도 고기를 먹을 수 있다.

       

       치이익 –

       

       큼지막한 고깃덩어리들이 거의 다 익어 있었다.

       

       “마당이 있는 집이 이래서 좋구나.”

       

       마당이 어디부터 어디까지라는 기준은 없었다.

       

       근처에 사람이 살지 않으니 그냥 내가 마당으로 정한 곳은 다 우리 집 마당이었다.

       

       “일단…신당에는 하나 올렸고…”

       

       큼지막한 고기를 접시에 담아 들고 집 뒤편으로 걸어갔다.

       

       그곳에 조촐한 제삿상을 차려놨다.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요깃거리 정도는 되리라.

       

       무엇이든 정성이 중요한 법 아니겠는가.

       

       턱.

       

       고기를 올리고 나니 제법 그럴싸했다.

       

       옆에 세워 놓은 술을 잔에 따른 나는 고개를 들었다.

       

       “많이도 오셨네.”

       

       일단 우리 집 뒷산에 있는 영혼들부터가 그 수가 장난이 아니었다.

       

       일부만 내려왔음에도 족히 열 명은 넘었다.

       

       거기다 이 근처를 떠도는 잡귀들까지.

       

       잔치를 벌여도 될 만한 인원인 것이다.

       

       “차린 건 없지만 좀 드시고 가세요.”

       

       – ……

       

       묘지에 자리 잡았던 영혼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제삿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잡귀들도.

       

       “확 씨! 어디 잡귀새끼들이 겸상을 할라고.”

       

       내가 방울을 치켜들자 뭉쳐 있던 잡귀들이 일제히 몸을 멈춰 세웠다.

       

       움찔.

       

       “그러게 착하게 살았으면 곱게 갔을 거 아니야? 응?”

       

       생전에 사람들에게 죄를 저질렀고, 죽어서까지 그 버릇을 못고쳐서 이렇게 잡귀가 된 것이다.

       

       “너희 죄 지은 거 다 돌아온다? 괜히 사람한테 해코지 하다 걸리면 또 뒤지는 수가 있어?”

       

       호통을 쳐서 쫓아내거나 기세로 누르는 수밖에 없는 잡귀들.

       

       내가 기가 세기에 망정이지 영안만 트였다면 제법 괴롭힘을 당했을 것이다.

       

       “야, 대가리 넌 이리 와봐.”

       

       움찔.

       

       머리의 타격감이 너무 좋아서 별명을 대가리라고 지었다.

       

       또 머리가 날아갈까 봐 두손으로 꼭 잡고 있는 모습이 제법 웃겼다.

       

       “목 잘려 뒤진 놈이 뭘 잘했다고 제삿상을 받아?”

       

       – ….?

       

       내 말에 공동묘지에서 온 목이 덜렁덜렁한 영혼 한 명이 물끄러미 눈빛을 보내 왔다.

       

       “아, 어르신은 식사하시면 됩니다.”

       

       저 어르신들은 제삿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살아생전 몸을 바쳐 큰일을 하신 분들이니까.

       

       “잡귀새끼들은 저기에 따로 차려놨으니까 거기가서 먹어. 너희는 고기 없다.”

       

       도대체 쟤네들은 언제 성불을 하려고 끈덕지게 붙어있는 건지···.

       

       이승에 남은 이유가 삿된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계속 밥을 주다 보면 개과천선해서 성불할지 누가 알겠는가?

       

       “이제 나도 먹어야겠네.”

       

       생각해보니 오늘의 첫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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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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