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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0

    <130 – 착한아이에게 주는 상>

     

    스탯석은 복용 시 랜덤능력치를 1 올려준다.

    단, 하급 스탯석이 올려주는 능력치는 하급 선에서 그친다.

    오르는 능력치 수치에 상한이 걸려있다는 뜻.

    오크노디의 신체는 꽤 소질이 높았다.

    기본능력치들이 모두 이미 하급능력치 상한에 근접할 정도로 성장치를 끌어올린 상황.

    요즘은 확신하고 있다.

    하급스탯석을 먹어봤자 오를 능력치는 더 이상 하나도 없다고.

    조금 더 크기가 큰 돌멩이.

    중급 스탯석을 먹지 않는 한, 돌을 먹는다고 능력치가 오를 일은 없다.

    그래서 베푼 호의였다.

     

    ‘모브 정도면 스탯석도 나눠줄 수 있지!’

     

    사실 궁금하기도 했다.

    하급반 엑스트라.

    다른 회차에서는 주목도 안 했을 애송이.

    이 아이를 키우면 어디까지 자랄까.

    2학년이 되어도, 3학년이 되어도 아카데미에 계속 다닐 수 있을까.

    가능 불가능을 떠나서 시험해보고 싶어졌다.

    이 아이는 오랫동안 데리고 다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호의를 베풀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선뜻 응할 줄은 몰랐다.

     

    “돌멩이를 먹는건데?”

    “각오는 했어. 오크노디가 시키는 일에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

     

    마인드부터 보통이 아니다.

    확실히 모브는 탈 엑스트라스러운 순응력을 지녔다.

    뭐만 하면 “그런 걸 어떻게 해!” “가능할 리가 없잖아!” 하고 발을 빼는 무리들과는 전혀 다르다.

     

    “그럼… 저녁시간에 봐!”

     

    모브는 2시간 뒤에 도축당하는 운명을 깨닫고 제 의지로 받아들이기를 결심한 애완동물처럼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딴에는 진지하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긴장한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는 뜻이다.

     

    “어떤가요? 교육은 잘 되가나요?”

    “저녁에도 교육을 해주기로 했어요!”

    “후훗. 역시 오크노디는 이래야죠. 옳지 옳지. 앞으로도 착한아이로 있어주세요.”

     

    강의장에서 마주친 아카디아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슴이 큰 아카디아는 팔을 들면 상의가 달라붙어서 상체의 라인이 눈에 확 띈다.

    시선처리가 부끄러워서 슬며시 눈을 돌리자 쑥스러움의 이유를 쓰다듬 때문이라고 착각한 아카디아가 “에잇 에잇!” 하고 더 열심히 쓰다듬어주었다.

     

     

    * *

     

     

    화기애애한 오크노디와 아카디아의 분위기와 달리, 강의시간은 고역이었다.

     

    “오늘은 새로운 스킬을 배우는 시간이다. 여태까지는 <공중사격>, <빠른사격>, <파워샷>을 배웠지만 오늘 배울 스킬은 네임드 스킬이다.”

     

    교관이 독특한 파지법으로 화살을 한뭉치 과녁에 싣고는 과녁을 향해 발사했다.

    푸슈슉 소리와 함께 일제히 날아든 화살이 과녁을 수직으로 일자를 그리며 타다닥 꽂히자 멋모르는 학생들이 우와, 하고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모브는 사색이 되었다.

     

    “뭐해, 모브? 너도 봤잖아! 저 개쩌는 사격을 봐!”

    “바보야… 교관님이 저걸 왜 보여줬겠어.”

     

    모브의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베오름의 일자사격>. 이것이 오늘 너희가 배울 사격스킬의 이름이다.”

     

    네임드 스킬은 평범한 스킬보다 복잡한 운용법과 섬세한 조절을 요구한다.

    그만큼 운용은 어렵지만 한 번 익히면 특정상황에서 사용할 때의 위력은 평범한 스킬과 궤를 달리한다.

    소위 말하는 <심화과정>에 해당하는 스킬!

     

    “우선 비숙련자는 한 번에 세 개의 화살부터 사용하면서 천천히 사용하는 화살갯수를 늘린다. 유효범위와 정확도 또한 갈수록 어렵게 평가하겠다.”

    “교관님. 그래서 이 스킬을 어떻게 하면 습득할 수 있어요?”

     

    순진한 한 학생이 손을 들며 물었다.

    하나마나한 질문이었다.

     

    “잘.”

    “…네??”

    “열심히.”

    “교관님??”

    “2시간 동안 열심히 연습하도록.”

    “아니, 교관님?? 저기요?? 야, 어디가! 야!!”

     

    모브는 뒤늦게 현실을 깨닫고 좌절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묵묵히 화살부터 쥐었다.

    이미 결정된 사항.

    백날 항의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화살 여러 대를 동시에 시위에 매겨보려니 조준시간이 길어지고 손이 떨렸다.

     

    퓨뷰븃

     

    좌로 우로 위아래로 제멋대로 휘어지는 화살들.

    동시에 여러 화살을 일자로 나란히 꽂는 일은 쉽지 않았다.

    평소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의 사격인데도 이렇다면 숙련도를 쌓는 과정이 더욱 험난할 것은 말하지 않아도 자명했다.

     

    퍼버벅

     

    그런 자신의 역경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신궁의 후예라 불리는 스콜라는 보란 듯이 마력화살을 일자로 과녁에 꽃았다.

    거침없이 화살갯수를 늘려나가고 거리를 점점 더 늘리는 스콜라의 뒤를 오크노디가 빠르게 쫓았다.

    스콜라만큼은 아니어도 마치 수십 년은 이 스킬을 연마했던 사람처럼 금방 감을 잡고 잠시 잊었던 스킬을 되찾는 것처럼 실력이 팍팍 늘어난다.

     

    ‘이게 재능차이. 하급반은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는 상급반과의 격차인가.’

     

    이 정도였다.

    오크노디와 자신의 격차는.

    생각했던 것보다 아득히 먼 격차가 존재한다.

    노력만으로 될 것이 아니다.

    재능이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따라잡는다?

    아니.

    뒤처지지 않는 것도 힘겹다.

    어떤 기행이라도 마다할 때가 아니었다.

    그것이 강의가 끝나자마자 남몰래 인적 드문 뒷골목에서 만나 돌멩이를 건너 받았을 때, 망설임 없이 돌을 삼킨 이유였다.

     

    ‘크윽.’

     

    괴롭다.

    먹을 것이 아닌 물질을 삼키는 행위란.

    자신의 몸이 잘못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참는 행위란.

    헛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꾹 참고 몸의 거부반응을 짓누르는 행위란.

    마치 스스로를 학대하는 가학행위와도 같다.

     

    “어때? 뭔가 느껴져?”

    “속이 더부룩해…”

    “원래 그런 거야! 이제 몸을 쓰면서 어떤 능력치가 올라갔는지 시험해보면 되겠당.”

     

    전력 스프린트로 최고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을 측정하고, 최고속도가 전보다 더 높아졌는지도 측정하고, 소모한 체력이 회복되는 시간도 측정한다.

     

    “민첩이 올랐네!”

     

    이번에는 최고속도에 도달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가속력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정말로?”

    “응!”

    “돌멩이를 먹었을 뿐인데?”

    “응응!”

    “하하. 뭔진 몰라도 굉장하네.”

     

    이해는 가지 않는다.

    하지만 기록은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분명히 돌멩이를 먹기 전에 측정했던 것보다 시간이 앞당겨졌다.

     

    “원래 사람은 돌멩이를 먹으면 빨라져?”

    “아니? 이건 특별한 돌이라서 그래!”

    “고마워. 그런 특별한 돌을 날 위해 써줘서.”

    “알면 됐어!”

     

    무한한 고마움을 느끼는 내게 오크노디가 “손!” 하고 외치며 손바닥을 펼치게 하더니, 주머니에서 알사탕 하나를 꺼내 올려주었다.

     

    “잘했으니까 사탕 하나 먹어! 착한아이한테 주는 오크노디의 상이야!”

     

    딸기맛이라.

    웃음이 절로 나오는 맛이다.

    오크노디의 근처에서 느껴지는 달달한 향기와 비슷한 것도 같다.

    늘 이런 달짝지근한 디저트를 먹으니까 이런 향기가 나는 거겠지.

    기분이 좋아졌다.

    오크노디의 비밀을 하나 알게 된 것 같아서.

     

    “맛있지?”

    “응.”

    “원래는 리프랑 다시 만날 때까지 아껴먹으려고 아껴둔 건데 특별히 나눠준 거야!”

    “고마… 워?”

     

    감사인사를 하려는데 눈앞이 어지럽다.

    갑자기 강한 현기증이 몰려오며 숨이 턱 막혔다.

     

    “──? ──?”

     

    머리가 핑 돈다.

    오크노디의 목소리가 점점 멀게 느껴진다.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됐다.

    돌멩이인가.

    사탕인가.

    둘 중 하나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역시 돌멩이를 먹은 게 잘못이었나.

    이마를 부여잡으며 신음하다가 쿵 쓰러졌다.

     

    깜빡. 깜빡.

     

    감기는 눈 너머로 풍경이 휘리릭 지나간다.

    바람이 볼을 할퀴었다.

    오크노디가 업고 달리는 건가.

    참 빨랐다.

    분할 정도로.

    이 속도감을 따라잡고 싶다.

    그런 생각을 마지막으로 의식이 뚝 끊겼다.

     

     

    * *

     

     

    “정신이 들었니?”

    “여, 여기는…”

    “의무실이란다.”

     

    일어서려는 모브의 머리를 의사가 마법지팡이로 가볍게 툭 밀어 도로 침대에 눕혔다.

     

    “호흡곤란, 어지러움, 근육마비. 꽤 강한 신경독을 먹었는데. 짐작 가는 구석은 있니?”

     

    독이라고?

    그럴 리가.

    그가 먹은 건 독이 아니었다.

     

    “무언가 착오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돌을 삼켰을 뿐인데 어째서 독이…”

    “낸들 알겠니? 아무튼 치료비는 데려온 아이가 대신 냈으니까 오늘밤은 푹 자고 내일 나가렴.”

    “…안 됩니다. 그래서는 강의진도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좀 더 빨리 나갈 수는 없습니까?”

    “중독증세 자체는 해독이 끝났으니까 당장 돌아가도 괜찮아. 기력이 부족해서 채울 시간을 준 것 뿐이니까. 그래도 모처럼 의료동 신세를 졌으니 쉬다 가는 게 나을 걸? 의료동 침대에는 누워있는 사람의 기력회복속도 상승효과가 걸려있거든.”

     

    의사는 제 할 말만 하고 좋을 대로 쉬다가 나가라며 커튼을 쳤다.

    신음을 흘리며 굳은 몸을 푸는데 종이쪽지 하나가 이불 옆으로 툭 떨어졌다.

     

    [의사쌤이 이 정도는 괜찮다고 안 죽는대! 이틀 뒤에 나으면 또 보자! – OKNODIE]

     

    역시 오크노디가 도와줬구나.

    기력이 회복되자마자 병실을 빠져나왔다.

    꽤 늦은 시각이다.

    기숙사로 돌아가면 곧바로 잠들어야 할 시간.

    취침이라면 이미 충분히 했다.

    발길은 자연스럽게 비밀훈련장으로 향했다.

     

    “끈기 하나는 좋네. 병실 신세를 졌다더니.”

    “하루를 통으로 날릴 수는 없으니까.”

     

    오늘도 비밀훈련장에서 마주친 즈앙.

    오크노디와 같은 상급반 학생이자 암살자 클래스에 키 높이도 작은 예쁘장한 여자아이.

    아이 특유의 천진난만함이 엿보이는 오크노디와 달리, 무언가 위험한 살인자의 느낌에 훨씬 가까운 즈앙은 오늘도 스산한 미소를 지었다.

     

    “고작 훈련 정도로 쓰러질 정도면 더 쉬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오크노디가 훈련을 도와줬는데 몸이 놀라서 쓰러진 것 같아.”

    “오크노디가?”

     

    흥미를 보이는 그녀에게 저녁에 있던 일을 들려줬더니 즈앙이 박장대소를 했다.

     

    “아하하핫!”

    “뭐야. 그렇게까지 비웃을 건 없잖아.”

    “먹으란다고 그걸 먹는 너도 참 대단하다 싶어서.”

    “어쩔 수 없잖아. 그만큼 간절했다고.”

     

    하도 놀려대는 통에 불퉁해진 목소리로 그리 대꾸하니, 즈앙이 웃다가 흘린 눈물을 닦으며 웃음기가 덜 가신 목소리로 말했다.

     

    “너, 네가 무슨 훈련을 받았는지는 알아?”

    “돌 먹는 훈련?”

    “틀렸어. 독 먹는 훈련이야.”

     

    즈앙은 웃겨 죽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문제가 있는 것도 돌멩이가 아닌 사탕 쪽.”

    “사탕에 독이 들어있었다고?”

    “아직도 눈치 채지 못했어? 오크노디는 너한테 암살자 훈련을 시켜준 거라고. 그 아이가 아는 유일한 훈련법인 자기가 배운 훈련법을.”

    “…고작 한 알만 먹었을 뿐인데 반나절을 쓰러진 독이 든 사탕을, 오크노디는 일상훈련처럼 꾸준히 먹고 있었다고?”

    “오크노디네 조직도 꽤 악질스럽지. 그것도 보통 훈련이 아니라 ‘착한 아이’ 노릇을 할 때마다 독사탕을 하나씩 먹었으니까. 오크노디네 조직이 아니라 스승님 밑에서 배운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야.”

     

    무언가 심상치 않은 뉘앙스가 느껴졌다.

     

    “…무슨 뜻이야?”

    “너 정말 둔하구나?”

    “부탁해. 부디 알려줬으면 좋겠어. 난 배움이 느려서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야.”

     

    인형처럼 단아한 얼굴의 즈앙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모브의 미간을 쿡 찔렀다.

     

    “고개 숙이지 마. 친구끼리는 그러는 거 아니야.”

    “미, 미안.”

    “암살자는 뒤통수를 보면… 후후. 알고 싶지 않을 일을 하고 싶어진다고.”

     

    긴장감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새삼 실감이 들었다.

    암살자가 어떤 존재인지.

    오크노디와 즈앙이 어떤 세계를 살고 있는지.

    나름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알던 것은 수박 겉핥기나 다름없었다.

     

    “원한다면 알려주겠지만…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겠어?”

    “물론이지. 친구잖아? 즈앙 너도, 오크노디도.”

    “그리 가볍게 대답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듣고 나서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면… 입만 번지르르하게 말해봤자 아무 소용없으니까.”

     

    무채색의 눈동자가 속내를 파헤치는 것처럼 빤히 쳐다보았다.

    그 눈동자가 어쩐지 조금은 무섭게 느껴졌다.

     

    “지금까지의 관계를 전부 날릴 수도 있는데. 그런데도 굳이 듣고 싶어?”

     

    즈앙의 눈에서는 두 사람의 진정한 내면을 감히 안다고 자부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어둠이 느껴졌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 그 어둠은 눈앞에서 내비친 즈앙의 어둠보다도 그녀가 알린 오크노디의 어둠이 훨씬 더 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독사탕은 조직이 내린 벌일 거야.”

    “벌?”

    “그 아이가 착한아이가 되고 싶어 할 때마다 꿀꺽 삼켜야 하는 벌.”

    “그게 대체, 무슨…”

    “아직도 모르겠어?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고 싶은 거야? 쿡쿡. 모브… 귀여운 반응을 보이는 것도 좋지만 도피해봤자 소용없어. 네가 원했잖아.”

     

    듣고 싶지 않다.

    이해하고 싶지 않다.

    주춤 주춤.

    조금씩 물러서는 모브의 걸음을 즈앙이 따라온다.

    털썩.

    벽에 닿은 그가 털썩 주저앉자 즈앙이 고개를 숙이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알겠니? 괴롭혀야 할 동물을 괴롭히지 못했거나. 때려야 할 사람을 때리지 못했거나. 죽여야 할 표적을 죽이지 못했거나.”

    “폭력과 살인에 대한 거부반응을 없애는 훈련을 거부하는 ‘착한 아이’에게 내리는 벌.”

     

    오크노디의 달콤함과는 다른, 알싸한 향기 속에 묻어나는 혈향이 모브의 코에 스며들었다.

     

    “암살조직이 착한아이에게 주는 독사탕은 그런 의미의 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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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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