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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0

    오늘의 아카데미는 평소보다 시끌벅적했다.그것은 바로 지금 나눠준 시험성적표에 대해서 이야기하느라 그런 것이다.

    누구 점수가 더 높은지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어떤 문제가 어려웠다던가.

    아이들은 성적표를 받고는 걱정하고, 자랑하고, 놀리고, 장난쳤다.

    그 모습이 참으로 아이들다워서 루크는 입가에 미소가 걸쳐지는 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루크 이루시?”

    그렇게 아이들을 살피고 있으니,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다가왔음을 깨달은 루크가 책상에서 일어났다.

    담임교사인 엠마가 나눠주는 종이조각 하나를 받으니, 엠마가 살짝 웃는 표정으로 말을 덧붙혔다.

    “좀 아쉬웠어, 루크.”

    엠마가 덧붙힌 말에 루크는 의아한 표정으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어 : 100점

    당연한 일이다.

    이 시대에 눈을 뜨고 가장 깊게 살핀 자료가 언어에 관한 문서와 정보들이었다.

    현대의 문자체계를 확실히 이해해야 현대의 시대에 쓰여진 책들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루크의 지식은 웬만한 언어학자의 수준.

    100점이 아니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수학 : 100점

    마법을 사용함에 수학은 당연히 필요한 학문이다.

    서클에서 클래스로 마법의 방식이 변화하면서 좌표공간과 필요 마나량 계산공식이 더욱 정교해지고 섬세해진 지금, 마법과 수학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와도 같았다.

    그렇기에 이 지식도 역시 아이들에 비해 과도하게 앞서나가는 종류의 것 중에하나다.

    그런데 시험범위는 고작 사칙연산이나 하는 수준.

    100점이 아닐수가 있겠는가.

    마법학 : 100점

    이것은 역시 두말할 필요도 없다.

    대마법사인 그가 100점 이외에 도대체 어떤 점수를 받는다는 말인가?

    역사 : 100점 

    이것 역시 꽤 혼란스러운 상태이기는 하지만, ‘잊혀질 전투’에 대한 정보를 알게된 이후 루크는 한동안 역사서를 끼고 살았었다.

    이미 수많은 역사관련서를 섭렵하며 쌓인 루크의 지식은 초급 아카데미과정에서 묻는 정보따위는 당연히 1초의 고민도 없이 답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했다.

    성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4대과목의 만점, 당연한 결과.

    그러나, 문제는 4대과목 이외의 것에서 벌어졌다.

    음악 : 98점.

    미술 : 97점.

    음악과 미술점수는 미묘했다.

    음악은 루크의 전공이 아니었고, 단지 정령친화력과 감각으로 듣기좋은 소리를 낼 수 있을 뿐이었으니 그러려니한다.

    사실, 루크의 음악적소양은 겨우 악보를 보고 연주할 수 있는 수준에 지나지않으니까.

    미술역시 비슷했다.

    루크는 과거의 사람인데다 화가도 아니었던지라 전문적인 미술기법같은건 모르고 있었고, 알았다고해도 그것이 현대에서 어떻게 불리우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꽤 높은 점수가 나온 것은 단지 교과서를 대충 훑어보고 기억 한켠에 던져둔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았으니 수업을 듣지 않으면 정확히 모르는 정보도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거기서 부족한 정보는 과거에 읽어둔 역사서에서 발췌해 유추해냈다.

    그러니까 이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뭔가 실수라던가, 논리적으로 자신이 잘못 이해한 정보가 있을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 점수는 이상했다.

    도덕 : 86점.

    도덕은 확실히 교과서에 적힌것을 베이스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생각하기에 가장 효율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86점이라니?

    그 점수를 루크는 쉽게 인정할 수가 없었다.

    물론 자신이 도덕적이기만 한 사람은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정의를 생각해오지 않았던가?

    그리고 루크는 그 오랜세월 스스로 올바르다 생각하는 행동을 해왔고, 답지에 행동을 그대로 적시했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이 이런 결과를 받아야한단 말인가?

    ‘한 과목이 이 점수라면 학년우수상은…….’

    아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90점대 후반도 아니고, 80점대 중반이니까.

    그렇게 루크가 복잡한 심경으로 성적표를 바라보고있던 순간, 

    “내일까지는 성적 정정기간이니까, 혹시 성적에 이의가 있는 학생은 쉬는시간에 교무실로 오세요.”

    그 말에, 루크는 곧장 의자에서 일어났다.

    ——-

    답지않게 불평가득한 표정을 짓고있던 루크에겐 답지와 해설본까지 보여주며 어째서 이 문제가 틀린 것인지 직접 설명해주었다.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문제, 횡단보도에서 취해야 할 행동으로 ‘가장’ 올바른 것은?

    1. 손을 들고 좌우를 살피며 건넌다.

    2. 혹시 사고가 나면 운전자에게 사과한다.

    3. 기다리는건 심심하니까 공놀이를 한다.

    4. 빨간불에 차에 치이는지 친구를 밀어본다.

    루크는 굉장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듯한 표정으로 2번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2번이 아니었던건가?”

    루크의 질문에 엠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여기의 답은 1번이야. 손을 드는 이유는 너같이 작은 아이들은 차에 타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서고.”

    “하지만, 사람을 쳤다면 운전자도 놀랐을텐데. 사과하는게 맞지 않나?”

    루크는 의아했다.

    “잘못에 사과는 나쁜게 아니지않나? 이게 어째서 올바른 행동이 아니라는 거지?”

    그 천진난만한 물음에 엠마는 역시 루크도 아이는 아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 배려심은 참 예쁘지만, 루크야. 보통 사고가나면 운전자가 사과를 해야하는거야.”

    “그런건가?”

    “그래, 만약 네가 차에 치이면 네가 크게 다칠테니까.”

    그 대답에 루크는 살짝 놀랐다.

    그런가, 이 시대의 상식은 보행자가 더 우선되는 것이었구나.

    ‘하긴. 보통은 사람이 차에 치인다면 사람쪽이 큰일이니까…….’

    과거의 마차사고의 구도를 생각해보면 마부가 경로에 뛰어든 아이를 탓하는 구도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시대는 또 그건 아닌 모양이다.

    이 편이 확실히 합리적이기는 하다.

    자신이 생각해보아도 역시 한 생명의 가치가 언제든 만들 수 있는 무생물인 마차의 값어치보다 높은게 말이 된다.

    ‘확실히, 그것이 올바르군.’

    루크는 납득한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또 다른 문제는 뭔가?”

    “자, 이 문제.”

    친구가 나쁜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 괴롭히는 아이를 제압하고 괴롭힘당하던 아이에게 처분을 묻는다. 수위에 따라서 치안대에 넘긴다. )

    “대체 이 답안 어디가 틀렸단 말인가?”

    “자, 루크야. 일단, 친구를 막 멋대로 제압하면 안돼.”

    “……? 아니, 지금 아이가 괴로워하는데,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하는게 상식 아닌가?”

    “네 말도 맞긴 하지만……. 일단은 대화를 해보려고 해야지. 오해가 있을수도 있잖아? 괴롭히는 게 아니라, 그냥 노는 거였을수도 있고.”

    “……대화라.”

    대화라니.

    그러고보니 자신의 답안에는 ‘대화’라는 말이 빠져있기는 했다.

    하지만 상황에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그렇지만, 상황이 급박하면 어쩌지?”

    “그럴땐 더욱 직접 제압하려고 하면 안되지! 네가 위험하잖니.”

    “……그런 거였나. ‘내가’ 위험하다라.”

    타인보다는 항상 자신의 몸이 가장 먼저라는 이야기.

    그러고보니 이 시험은 평범한 아이의 기준으로, 어떤 상식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그러니 당연히 자신 기준의 정의관을 관철해선 안되는 것이었을 터.

    그 후의 문제들도 비슷한 실수였다. 

    쉽게 뛰어넘을 수 없는 상식의 괴리.

    그렇다면야,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던가.

    루크는 드디어 어느정도 납득했다.

    그렇지만, 그렇게되니 이제는 너무나 미안해졌다.

    자신의 실수인데, 한순간이나마 엠마를 속으로 탓했다.

    그러면 안되는 일이었는데 말이다.

    루크는 점수에 납득을 함과 동시에 엠마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정말 미안하다, 내 실수였는데. 내가 점수에 욕심이 나서, 그대를 틀린 것으로 만들려고 했어.”

    상당히 귀여운 사과였다.

    이런걸로 미안해하는 아이는 단 한명도 본 적이 없는데.

    엠마는 그런 루크의 머리를 쓰다듬고싶다는 생각을 억누르느라 꽤 애를 썼다.

    “괜찮아,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루크는 높은 점수를 목표로 했으니까, 예상하지 못한 점수에 많이 속상했겠지. 선생님도 이해해. 오히려, 선생님이 점수를 낮게 줄 수 밖에 없어서 미안해.”

    “하아……. 그리 말해주니 고맙군.”

    루크가 한숨을 쉬며 몸을 돌리자, 문득 교무실 앞에서 한 여자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실로 귀엽게 묶어놓은 연분홍 양갈래머리가 살짝 날카로운 눈매와 어울려서 자존심이 강해보이는 인상의 엘프 아이.

    “아이야, 혹시 내게 뭔가 할 이야기가 있느냐?”

    “네가 루크 이루시?”

    “그렇단다.”

    “흥. 촌스런 이름이네! 할아버지같아.”

    여자아이는 그 말을 끝으로 휑 하니 교무실로 들어가버렸다.

    “……?”

    그 반응은 꽤나 당황스러웠다.

    ‘내가 저 아이에게 뭔가 잘못한게 있나……?’

    어쩌면, 아이라고 부른게 실수였을지도.

    —-

    교실로 돌아온 루크는 곧바로 자신의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조금 허무한 느낌이다.

    약간 멍한 표정을 짓고있으니, 루크를 향해 다가온 메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루크, 교무실에선 뭐래? 역시 점수가 잘못된거래?”

    “아니, 엠마가 납득이 가게 잘 설명해주었단다. 그건 내 실수였더군. 아마 이 점수가 맞겠지.”

    메리는 오히려 루크보다 더욱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그렇구나……. 아쉽겠다.”

    아쉬운 일이기는 하다. 그 점수탓에 아마 이번 ‘학년성적 우수상’은 받을 수 없을 테니까.

    ‘조기졸업이 조금 멀어졌군.’

    “하아…….”

    드물게도 루크가 한숨을 쉬는 모습에 메리는 루크가 상심이 참 크구나 싶었다.

    “루크, 너무 상심하지 마. 다음 시험은 더 잘 보면 되지! 그렇게 못봤어도, 내 점수보다는 한참 높은걸.”

    “맞아. 메리는 공부 그렇게 잘 못하니까.”

    “ㄴ, 너, 너도 이번에 겨우 보충을 피할 정도잖아!”

    “하여튼 난 목표 달성이야.”

    두 아이가 사이좋게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루크는 시루드를 불렀다.

    “시루드, 혹시 말이다. 내 이름은 촌스럽느냐……? 솔직히 대답해주거라.”

    “……조금?”

    “……허.”

    ‘루크 이루시’라는 이름이 촌스럽다니, 그건 정말 처음 들어본 말이다.

    그에게 이름은 언제나 자랑스러운 것이었다.

    허나, 지금은 그저…….

    ‘촌스러운 할아버지라…….’

    “허허허.”

    루크의 영혼이 나간듯한 허탈한 웃음에 메리는 시루드에게 호통을 쳤다.

    “야, 시루드! 네가 거기서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나, 나는 거짓말 못 한단 말이야!”

    루크가 서클을 제대로 쓰고싶다면 거짓말은 절대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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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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