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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0

       지난 세계선 수복 사건 당시.

        파딱들이 갑작스럽게 새로운 조직을 창설하고 그 우두머리로 내 이름을 올린 뒤로 생긴 변화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마탑의 모든 학파와 조직들이 ‘황금별’이라는 신성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유명세를 이용해 물을 더럽히는 놈들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가면만 쓰면 누구나 조직원으로 인정받는 이 느슨한 연결고리는 악당들에게 활개치기 딱 좋은 위장이었다.

       

        ====

        [확실히 개추가면 쓰고 인생이 달라졌다]

       

        원래는 강의 때 백가 출신들 눈도 못마주치고

        쓰레기 아무데나 버리고 침 찍찍 뱉고 했는데

       

        개추가면(진품) 쓰고 나니깐 품위유지 하려고 스스로 노력하려고 한다

        방금도 복도에 얼음 정수기 버려져 있길래 코드 뽑아서 묶어 버리고 왔다

       

        마탑 밖에선 귀족은 커녕 같은 평민 눈도 못마주쳤는데 이제는 메릴린 동상 팬티 훔쳐 볼 때도 당당하고

        아무리 기분 좆같은 일이 생겨도 샤워하면서 혼자 나는 누구? 

        “주딱이 직접 통솔하는 황금별의 정식 멤버” 하면서 웃으니깐 기분도 좋아지네

       

        이래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말이 나온거같다.

       

        — 개추

        — 이건 또 뭔 좆같은 템플릿이냐

        — 이게 황금별 평균인가요?

        — 메릴린 동상 팬티를 당당하게 훔쳐볼 필요는 없어요…….

        — 팬티는 왜 훔쳐보는데 ㅅㅂ ㅋㅋㅋㅋ

         ㄴ 그거 최근에 디자인 바뀜

         ㄴ 님이 그걸 어케 암?

         ㄴ ㄹㅇ임 좀 더 과감한 쪽으로 바뀜

         ㄴ 표정도 미묘하게 수치심 느끼는 것 같아서 꼴림 2배임

        ====

       

        개중에는 이런 망나니 같은 놈들도 있었으니 적절한 수질관리가 필요한 때였다.

        황금별의 평판이 나빠지면 자연스레 수괴인 나에 대한 수사 역시 강화될 터.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가면을 쓰고 다크 나이트가 되는 것이었다.

       

        ====

        [최근에 설치고 다니는 비추가면 새끼들 뭐임?]

       

        검은 완장이랑 한패인 것 같은데 저것도 분탕임?

       

        아님 걍 사칭이냐

       

        — 분탕이라면 짚이는 구석이 하나 있거든요…….

        — ‘그 완장’ 장난감 아님?

        — 나 얼마 전에 지하철역에서 애들 사탕 뺏어먹는 거 봄

        — 비추에요~

        ====

       

        황금별의 명예를 더럽히는 가짜 개추단들을 척살한다.

        어디까지나 마탑의 질서를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악역을 자처하는 것일 뿐, 절대로 내가 가면 쓰고 분탕을 치고 싶은 게 아니었다.

       

        “자, 이제 가봅시다.”

        “뭘 하러 가나요?”

        “나쁜 짓을 하는 마법사들을 잡아서 정의의 심판을 내리는 거죠.”

        “그런 건 치안대에 맡기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 파트너로 낙점한 것이 시간이 남아도는 니플헤이르 가문의 막내 아가씨.

        잊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6위계 이상의 마법을 난사할 수 있는 순혈 마법사로 같이 다니면 혹시 모를 사태에도 안전을 보장받을 것이 분명했다.

        허나 내 이야기를 모두 들은 비나는 드물게 상식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비추가면의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드는지 연신 가면을 고쳐쓰면서.

       

        “마탑의 학파들끼리 맺은 질서 유지 조약에 비준되지 않은 단속행위는 강력히 금지되어 있어요. 설령 현장을 목격했다 하더라도 저희가 사적인 재제를 내릴 자격은 없…….”

        “트라팔가 호수에 오줌을 싸는 녀석들도요?”

        “당장 가요.”

       

        간단하게 설득을 마친 나는 그녀와 함께 먹잇감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밤이 찾아온 마탑의 1층에는 곳곳에 세워진 가스등이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대광장으로 나오니 삼삼오오 모인 커플들이 상당히 눈에 띄었다.

        다음 원탁회 때는 기숙사 통금 시간을 단축시키는 의제를 내야겠다고 다짐하던 찰나, 수상한 인기척이 눈에 띄었다.

       

        “비나 님, 저기요. 개추가면을 쓴 검은 후드의 두 사람.”

        “저들이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제 복사뼈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은 이들입니다. 외부인들은 모두 퇴장한 시간일 텐데 이건 수상하네요.”

        “……저는 사감을 만난 지 꽤 오래됐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이런 모습을 보면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나는 전지의 비석 뒤로 사라지는 마법사들을 쫓았다.

        흩어지지 않기 위해 비나에게 손을 내밀자 그녀는 순간 경직되더니, 살포시 내 손가락을 잡아왔다.

        두 마법사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 안쪽으로 한참 이동하다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베니스 상단’이라는 간판을 확인한 나는 기감을 활성화해 문에 귀를 대고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물건은 준비됐어?’

        ‘오전까지 받기로 했어.’

        ‘내일 거래가 마지막 기회니까 절대 놓쳐선 안 돼.’

        ‘괜찮을까?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걱정할 것 없어. 만일을 대비해 ‘그분’께서 우리 뒤를 봐주실 테니까.’

       

        세상에, 범죄 모의의 현장이라니!

        마탑 바깥의 조직들끼리 암거래를 하는 게 분명했다.

        심지어 ‘그분’이니 ‘물건’이니 스케일이 크고 다분히 위험한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개추가면을 쓰고 내 평판을 떨어뜨리려는 저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현장을 덮쳐 배후를 캐내기 위해 나는 비나와 함께 안으로 치고 들어갔다.

       

        “꼼짝 마!”

        “비추에요!”

        “누구냐!”

        “잠깐, 우리는…… 커억!”

       

        사악한 악의 조직원들은 순혈 마법사와 용살자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녀석들을 가볍게 제압한 우리는 덤으로 더는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흠씬 두들겨 패주었다.

        의식을 잃은 마법사들의 소지품을 빼앗고 결박하여 정의를 실현한 나는 두 사람을 치안대에 넘기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마침 불이 켜진 초소가 있어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근처에서 수상한 거수자를 목격해 잡아왔는데…….”

        “꺄아아아악!!! 언니!!”

        “대, 대학원생의 왕……! 어떻게 여기에……!!”

       

        천변의 방을 같이 통과했던 쌍둥이 마법사 샬롯과 엔.

        그녀들은 오랜만에 만난 내 얼굴을 보고 공포영화에 나오는 여주인공들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중층까지 올라간 마법사가 왜 야간 경비나 서고 있나 의아해하던 찰나.

        내가 데려온 마법사들을 본 그녀들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가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맷이랑 페드릭이잖아!”

        “아는 사람인가요?”

        “둘 다 치안대 최고의 정예병들이야, 내일 있을 범죄조직의 거래현장에 사전조사를 하러 나간 거였는데…….”

        “잔인하게도 마력회로를 완전히 부숴놨어. 용서 못 해…… 대체 어떤 놈들 짓이지?”

        “…….”

       

        나와 비나는 뻘쭘하게 서서 서로를 쳐다 보았다.

        아니, 분명히 수상했었잖아.

        정보부도 아니고 비밀 임무 같은 거, 그것도 개추가면 쓰고 하지 말라고.

        지금이라도 자수해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 아직 의식이 남아있던 마법사 하나가 눈을 떴다.

       

        “끄으윽……!”

        “페드릭, 정신이 들어!?”

        “미안, 우리가 제대로 백업을 해주지 못해서. 뭐라도 좋아, 너희를 습격한 이들에 대한 단서 같은 건 없어?”

        “저, 저…….”

        “어이쿠!”

       

        떨리는 그의 손이 우리 둘을 가리켰다.

        나는 번개 같은 속도로 미끄러지는 척을 하며 그를 가격해 의식을 잃게 만들었다.

        내가 패트릭을 덮치자 샬롯과 엔이 급히 마장을 꺼내들었으나 그보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는 게 먼저였다.

        나는 설화수처럼 순수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조금 전 훔쳤던 그의 지갑에서 돈만 빼내어 로브에 도로 넣어 주었다.

       

        “제가 그를 발견했을 때, 분명 저희에게 하고 싶어하는 말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게 정말이야, 요?”

        “범인이 누구인지 들었어?”

        “그때는 끝까지 듣지 못했지만 지금 그가 가리킨 것을 보고 확신했습니다. 패티는 자신들이 끝내지 못한 일을 제가 대신해주기를 바라는 겁니다.”

        “패트릭이야.”

       

        갑작스럽게 작전에 투입될 인원에 공백이 생긴 상황.

        마침 이곳에는 패트와 매트를 대체할 완벽한 요원이 대기 중이었다.

        비나는 아직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샬롯과 엔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본부에 교신을 보내놓고 자신들끼리 무언가 의논하던 두 사람은 다소 굴욕적인 투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내일 있을 거래에 두 사람 대신 나가줬으면 좋겠어.”

        “우리랑 첸돌 님이 뒤를 봐줄 거니까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

        “오, 그야말로 바라던 바입니다. 헌데 무슨 거래입니까?”

        “겉으로는 연금학파 측에서 실험을 위해 필요한 기자재들을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아니야.”

       

        전대 치안부장과 다르게 첸돌은 나름 정의롭고 일처리가 깔끔한 남자였다.

        그의 커리어에 유일한 오점이라면 죄 없는 나를 실수로 대학원에 가둔 것뿐이니 믿을 만 하겠지.

        그러나 샬롯과 엔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말로 첸돌이 확보한 정보가 진실인지 귀를 의심캐할 만한 것이었다.

       

        “거래를 진행하는 상대 측도 신원이 불분명해서 연금학파 소속 마법사로 변장한 뒤 그들과 접선해 체포할 계획이었어.”

        “그들이 들여오려는 물건은 정식으로 허가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굉장히 위험한 분류라고 추측되고 있어.”

        “위험한 분류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거죠?”

        “…….”

       

        오호, 여기서 입을 닫으시겠다.

        누구 덕에 버스 타고 천변의 방을 통과했는지 잊어버린 모양이군.

        나는 최근 마가렛과의 대화 이후 묘하게 얌전하고 협조적인 살살이를 집어들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아악! 내면에 잠들어 있던 대학원생들의 원한이……!!!”

        “알았어, 알았어! 알려주면 되잖아!”

        “언니!?”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지만, 연금학파가 정체불명의 조직으로부터 원하는 건 일종의 신비야.”

        “신비라뇨?”

        “어떤 건지는 몰라. 하지만 단순한 신비는 아닐 거야. 왜냐하면…….”

        “4대 재앙과 관련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거든요.”

        “…….”

       

        4대 재앙과 관련된 신비는 몇 개 없다.

        그리고 그중 ‘거래’에 쓰일 정도로 이동이 용이한 것으로 그 수를 좁히면 더욱 적어진다.

       

        대마녀의 심장.

        명계의 마지막 문.

        태초의 피.

        그리고…….

       

        “그게 최상층 공략을 위한 열쇠라고 들었어.”

       

        나는 내일 거래장소에 나가 그 정체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타는 내일 퇴근 후 일괄적으로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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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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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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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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