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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0

       곡 선정까지 모두 마치자 한시우가 우리를 모아 두고 파이널 경연에 대한 공지를 시작했다.

         

       “미리 알고 계셨던 분들도 있겠지만…,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파이널 경연은 생방송으로 진행됩니다.”

         

       “…….”

         

       생방송이라는 말에 참가자들의 얼굴이 굳었다.

         

       현역 방송인들도 꺼려하는 것이 생방송이다.

         

       혹여 방송에 미숙한 우리가 생방송 도중 실수를 하는 건 아닌지…, 확실히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풀타임 생방송은 아닙니다. 총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 중 1시간은 미리 녹화된 영상이 나가고 1시간 반만 생방송으로 진행될 겁니다.”

         

       “아….”

         

       그나마 다행인지 불행인지 풀타임 생방송은 아니란다.

         

       ‘1시간 반 생방송이라…, 그건 할 만할 것 같은데?’

         

       하지만 이러한 내 생각은 한시우의 다음 말에 바로 깨지고 말았다.

         

       “나아아 파이널 경연 장소는 바로…, 잠실실내체육관입니다.”

         

       “……어?”

         

       순간 나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그도 그럴게…, 우리 어디서 무대한다고? …잠실?

         

       파앗.

         

       하지만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듯 화면에서는 아예 잠실실내체육관의 모습을 비쳤다.

         

       나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그걸 멍하니 보는 사이 한시우가 진행을 이었다.

         

       “참고로 잠실실내체육관의 총 수용인원은 11000명입니다. 그리고 팬분들께는 총 1만 부의 티켓을 발행할 예정입니다.”

         

       “…….”

         

       그 말을 듣는 순간 드는 생각은 딱 한 가지였다.

         

       ‘다 팔 수는 있냐?’

         

       나아아가 요즘 화제의 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아직 데뷔도 못한 연습생이었다.

         

       1군 아이돌 콘서트도 아니고 고작해야 연습생들한테 무슨 1만 석 규모의 콘서트라니….

         

       원래 여돌은 남돌에 비해 팬들의 화력이 딸린다.

         

       나는 나아아 파이널 때 텅텅 빈 관객석을 마주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해야 했다.

         

       ‘아니…, 1만 명 다와도 문제야.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가 무대 할 수 있을까?’

         

       나아아 세트장의 수용인원은 수백 명 내외다.

         

       수백 명 앞에서만 무대를 하다가 갑자기 1만 명 앞에서 무대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나는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걱정을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모두의 얼굴에는 걱정이 피어 있었다.

         

       이런 기색을 느꼈는지 한시우가 진행을 하다 말고 참가자들을 보고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 참가자 여러분들 전원의 얼굴에 걱정이 핀 것 같습니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대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워서 그러시겠죠.”

         

       “…….”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먼저 무대를 해 보았던 입장에서 충고를 드리겠습니다.”

         

       한시우는 대한민국 0티어 남돌 출신이었다.

         

       그런 그에게 잠실실내체육관 정도는 중간 정도 규모의 콘서트장일 터.

         

       “정말 사람 뒤지게 많습니다.”

         

       “…….”

         

       “무대에 서면 정말 압도당한다는 게 무슨 느낌인지 바로 알게 될걸요?”

         

       …근데 한시우에게도 1만 석 규모 콘서트장은 부담이었나보다.

         

       잠실실내체육관에 대해 설명하는 한시우가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약속드릴 수 있는 건….”

         

       이내 그의 얼굴이 피더니 눈동자는 황홀감으로 차기 시작했다.

         

       “이번 무대가 여러분께 평생동안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

         

       “이런 말 꼰대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상의 데뷔 무대를 그곳에서 치르는 여러분은 정말로 행운아입니다.”

         

       …행운아.

         

       그래…, 1만 명 앞에서 무대라니.

         

       인생에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몇 없겠지.

         

       “…….”

         

       한시우의 충고는 우리의 부담을 덜어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가슴을 뜨겁게 지펴주기는 했다.

         

       “이번 파이널 경연은 중간평가가 없습니다. 따로 요청받지 않는 이상 트레이너의 개입 또한 없을 예정입니다.”

         

       중간평가도 없고 트레이너의 개입도 없다라….

         

       사실상 알아서 하라는 의미였지만 이제는 나름 무대 짬이 찬 우리를 어느 정도 인정한다는 의미도 되었다.

         

       “길고 길었던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그 마지막 무대에서 여러분들의 꿈을 아낌없이 보여주십시오. 자, 그러면 구호를 한 번 외친 후 해산토록 하겠습니다.”

         

       스륵.

         

       한시우 손을 앞으로 내밀자 이에 반응한 내 손도 나도 모르게 앞으로 내밀었다.

         

       “…….”

         

       허공에 나만 손을 뻗고 있어서 처음에는 뻘쭘했지만….

         

       척.

         

       “…!”

         

       곧이어 내 손 위에 이혜정이 손을 올렸다.

         

       다음은 서유진. 그리고 나머지 우리 팀원들도 그 위에 손을 얹고 있었다.

         

       슬쩍 옆을 보니 유 설 팀도 자기들끼리 손을 모으고 있었다.

         

       어느덧 파이널 경연이 된 지금.

         

       우리 참가자들의 마음은 마지막 무대를 향한 열망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제가 신호하면 다 같이 외쳐 주십쇼, 하나, 둘, 셋!”

         

       ““Show me your dream!!””

         

       “이것으로 오프닝 촬영을 마치겠습니다! 참가자 여러분은 각자 연습실로 돌아가 연습을 시작해 주십시오!”

         

       앞으로 6일.

         

       이것으로 나아아 마지막 무대를 향한 카운트다운이 세어지기 시작했다.

         

         

         

         

       **

       

         

         

         

       “…….”

         

       “…….”

         

       “…….”

         

       연습실에 모인 우리 1팀의 분위기는 그닥 좋지 못했다.

         

       친하지 않기 때문은 아니었다.

         

       나아아 파이널에 이른 지금 서로 얼굴을 모르는 참가자들은 없었으니까.

         

       실제로 나는 이번 1팀에서 이혜정과 서유진 말고도 다른 팀원들과 안면이 꽤나 깊었다.

         

       지난 경연들에서 같은 팀을 했던 참가자들도 있었고.

         

       그렇다면 지금 우리 팀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음…, 우리가 고른 곡이…, 지뉴스 선배님들의 ‘용사와 마왕 : 빛과 타락의 이야기’네요….”

         

       “…….”

         

       우리가 파이널 경연에서 무대를 선보여야 할 곡이 망곡 of 망곡이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다른 경연에서 이 곡이 걸렸다면 모르겠는데 하필 파이널에서 당첨이 돼 버리다니….

         

       가뜩이나 생방송이라 부담스러운데 심지어 관객은 1만 명이나 된다.

         

       여기서 잘못 삐끗하면 1만 명의 관객 앞에서 박제되어 평생의 흑역사로 남아 앞으로의 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이미 선정된 곡을 바꿀 수도 없고…, 대놓고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었다.

         

       전성기가 조금 지났지만 지뉴스는 여전히 1군 남돌이며 우리의 아이돌 선배였으니까.

         

       대놓고 곡을 마음에 안 들어 하거나 싫어하면 지뉴스 팬들이나 시청자들에게 몰매를 맞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우리 팀에서 가장 맏언니인 이혜정이었다.

         

       “이 곡이 확실히…, 난이도가 좀 있긴 하지.”

         

       “…….”

         

       “내 생각에 원곡 그대로 가는 건 조금 무리일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 생각은 어때?”

         

       “…….”

         

       원곡 그대로 갈 수 없다는 말에는 모든 팀원들이 공감했을 것이다.

         

       용사와 마왕.

         

       요즘은 판타지 소설에서도 쓰지도 않을 그 구닥다리 설정을 그대로 이어 나가기는 무리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편곡을 하기에는 원곡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편곡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조금 오글거리긴 해도 노래 자체가 나쁘지는 않아. 멜로디도 괜찮고…, 기교도 어느 정도 섞여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아는 노래기도하고….”

         

       이혜정의 말대로 ‘용사와 마왕 : 빛과 타락의 이야기’는 사실 곡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다.

         

       도저히 손발을 오그리지 않을 수 없는 컨셉과 가사 때문에 그렇지 멜로디 작곡은 굉장히 유명한 작곡가가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지뉴스 팬들 중에서는 이 곡을 최애 곡으로 뽑는 이들도 어느 정도 있는 데다 해외 지뉴스 팬들 중 이 곡을 좋아하는 이가 많을 정도다.

         

       가사를 모르고 들으면 좋은 노래…, 이런 느낌이랄까.

         

       거기다 워낙 지뉴스의 흑역사로 조리돌림 당했던 곡이라 인지도도 꽤 높았다.

         

       하지만 이혜정이 아무리 포장을 해대도 망곡의 아우라가 감춰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혜정의 어쭙잖은 억빠 때문에 분위기는 더 침울해지고…,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던 그때였다.

         

       스윽-.

         

       “…저기.”

         

       “……!”

         

       이 무거운 침묵 속에서 슬며시 손을 드는 누군가가 있었다.

         

       …바로 나였다.

         

       “나한테…, 편곡 아이디어가 있어.”

         

       “……!!”

         

       내가 먼저 편곡 아이디어를 운운하자 참가자들이 무저갱에서 동아줄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눈을 빛냈다.

         

       지금 팀원들은 지난 경연들에서 내가 꽤 괜찮은 아이디어를 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이번 같은 답 없는 상황에서도 내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바로 내 편곡 아이디어를 풀며 그들의 기대를 충족해주는 대신….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이요? 무슨….”

         

       팀원들에게 먼저 딜을 걸었다.

         

       “이번 무대…, 내가 꼭 센터를 하고 싶어.”

         

       “…!”

         

       지금껏 나는 이렇게 대놓고 센터를 하고 싶다고 뜻을 밝힌 적이 없었다.

         

       이에 팀원들이 모두 놀란 눈치로 나를 보았지만…, 내 요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는데…, 원래 ‘용사와 마왕 : 빛과 타락의 이야기’는 용사 사이드와 마왕 사이드 반반으로 파트가 나뉘잖아?”

         

       “…그렇죠.”

         

       용사와 마왕 : 빛과 타락의 이야기는 바로 용사와 마왕의 대립이 주 이야기다.

         

       이를 위해 6명의 지뉴스 멤버들은 반반으로 나뉘어 서로 대립하는 형식의 곡을 꾸몄다.

         

       “내가 혼자서 마왕 사이드를 하고 싶어. 나머지 6명은 용사 사이드를 하고.”

         

       “그, 그건…!”

         

       절반이 넘는 파트를 사실상 독식하겠다는 말에 팀원들이 사색이 되었다.

         

       나는 그런 팀원들을 안심시켜 주기 위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물론 과도한 파트 독식은 없을 거야. 파이널이니만큼 공정한 파트 분배를 약속할게.”

         

       “…….”

         

       “센터 그리고 마왕 사이드. 이것만 지켜 주면 바로 내가 떠올린 편곡 아이디어를 말해 줄게. 나만을 위해서 이 제안을 하는 게 아니야. 내 말을 들어 준다면…, 우리는 분명 좋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을 거야.”

         

       “…….”

         

       좋은 무대를 약속했지만 팀원들의 침묵은 길어졌다.

         

       그리고 곧….

         

       “아이참, 다들 뭘 고민하는 거예요!”

         

       답답하다는 듯 서유진이 나섰다.

         

       “이미 이 곡이 골라진 이상 저희한테 답은 없잖아요! 뭐라도 해야죠!”

         

       “…….”

         

       “여기 서정 언니 말고 예린 언니랑 팀 안 해 본 사람 있어요? 위기에 빠질 때마다 예린 언니가 팀을 구했었잖아요. 이번에도 한 번 믿어보자구요!”

         

       전직 안하무인 서유진이 떽떽거리면서 소리치자 이내 눈을 감고 고민하던 이혜정이 눈을 뜨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찬성.”

         

       “…!”

         

       “다들 뭘 걱정하는지 알아. 하지만…, 예린이는 지금까지 자신만을 위해 파트를 독식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 나는 이번에도 예린이를 믿을 거야.”

         

       이혜정이 진솔한 목소리로 그리 말하자 결국 다른 참가자들도 속속들이 찬성했다.

         

       “저도…, 찬성이요. 제가 여기까지 남아 있을 수 있던 이유가 예린 언니랑 팀을 자주해서기도하고…. 예린 언니의 능력을 믿어요.”

         

       “에잇…, 나도 찬성. 예린이 말 따랐다가 손해 본 적은 없으니까.”

         

       “나도 찬성.”

         

       “나도!”

         

       그렇게 팀 전원이 찬성 의사를 밝히자…, 나는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다들…, 믿어 줘서 고마워.”

         

       “당연하지. 그래서 예린아, 이번 무대 편곡 아이디어가 뭐야?”

         

       “내가 생각한 이번 무대 편곡 방향은….”

         

       나는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팀원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팀원들의 반응은….

         

       “…어렵다, 하지만 할만해.”

         

       “확실히 수요층이 탄탄한 컨셉인데 이상하게 지금까지 시도해 본 팀이 없었네요.”

         

       반신반의긴 해도 긍정적이었다.

         

       확실히 내가 제안한 컨셉은 꽤 어려운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다.

         

       시즌 초반 낮은 순위의 참가자들을 팀으로 끼고 있는 경우에는 시도해보기 어려웠을 터.

         

       하지만 지금 남아 있는 참가자들은 이미 경연에 도가 튼 베테랑들이었다.

         

       “이번 경연…, 해볼 만 하겠는데?”

         

       “편곡, 편곡부터 시작하자.”

         

       “사람 나눠서 나머지는 안무 짜고.”

         

       우리 팀은 그렇게 시작할 때 있었던 침울한 분위기를 걷어 내고 익숙하게 역할을 분담하여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편곡은 유진이랑 혜정 언니가 할 거지?”

         

       “그러면 안무는 내가…”

         

       “안무 영상 담겨 있는 태블릿 pc 어디다 뒀지?”

         

       나는 그런 팀원들을 보며 한시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번 무대가 여러분께 평생동안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평생동안 잊지 못할 경험….

         

       이를 선사할 우리의 마지막 무대가 뜨겁게 시작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YuSeol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ㅎㅎ 과연 무대가 어떻게될지 이제 곧 공개되니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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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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