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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0

       공장은 이전보다 바빠졌다. 바쁠 수 밖에 없긴 했다.

         

       잘 나가는 상품이 있는데.

       그것보다 좋은 방향성을 제시했으니까.

         

       다크엘프들이 일단 제품을 찍어냄과 동시에 핵심 개발자 들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냈다.

         

       수상할 정도로 콧수염이 멋들어진 사내는 중얼거렸다.

         

       “어렵네….”

       “하지만 이걸 개발하려면….”

       “요구하는 조건이 마나 효율을 더 올려야 하지.”

       “그게… 사실상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이거 지시한 사람이 누구라고?”

       “총 책임자님이 보시더니… 이 정도는 되어야 좋아 보인다고….”

       “이런 시발.”

         

       새로 들어온 노예 아니, 개발자 이엘의 말이 돌프의 머릿속에서 번역되었다.

         

       주딱이 이렇게 만들란다.

       이 정도가 되어야 만족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미달되면… 큰 문제가 생길 거다.

         

       돌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주딱은 무섭지 않았다.

       주딱의 성격상 아 그래요? 아쉽네. 쩝. 하고 말 테니까.

       하지만 지시를 이행하지 못했을 때, 다가오는 절망은 따로 있었다.

         

       여왕. 베아트리스.

       바늘로 찔러도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여인.

       그녀가 조용히 집무실로 부르는 것이다….

       (돌프는 이미 한 차례 겪었다.)

         

       그녀 외엔 인기척이 없는 방.

       공기가 얼어붙는 감각 속에서 소파에 앉아 그녀의 말을 경청해야 했다.

         

       ─돌프 경. 기간이 늦어질 것 같나요?

       ─노력해보겠습니다….

         

       ─주딱의 요구치가 어려웠나요?

       ─제 불찰입니다….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하지만 사람이 힘들다보면 반발심이 생기는 법.

       돌프의 머릿속에서 마구니가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이렇게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하나?

       다른 기술자도 없는데 내가 무릎을 꿇어야 하나?

       다른 나라로 떠나면 더 잘 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한 돌프였지만….

         

       ‘이 곳의 조건이 너무 좋긴 하군….’

         

       지금까지의 삶을 떠올려버렸다.

       여기는 너무나도 좋다!

       마탑의 생활은 비교도 안 되고, 여태까지의 인생 중에서 지금은 커리어 하이였다.

         

       ‘사실 지금이 최고 아닐까?’

         

       다른 나라로 간다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환상 아닌가.

       갔더니 붙잡혀서 노예처럼 다뤄질 가능성도 없진 않다.

       그리고 억만금에 달하는 공장까지 흔쾌히 투자해주는 곳이 어딨단 말인가.

         

       돌프의 머릿속에서는 두 명의 콧수염이 싸웠다.

       여기가 좋다! 아니다 다른 곳도 좋을 거다!

       그의 이런 심정을 아는 걸까.

       자연스럽게 베아트리스는 위로를 건넸다.

         

       ─돌프 경에겐 기대가 많아요.

       ─아니 아닙니다….

       ─힘든 만큼 확실한 보상을 해드릴 거라 약속할게요.

       ─예… 알겠습니다.

         

       그 결과는 확실했다.

       풍족한 생활, 넘치는 급여, 보장되지 않은 여가.

       이 삶에 적응해버린 돌프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너, 납치 된 거야.

       이제 와서 어떻게 이런 조건을 포기할 수 있을까.

       그러니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정해져있었다.

         

       “좆같군.”

       “저도 심히 그렇습니다.”

         

       도망칠 마음은 없으니. 그냥 말이라도 이렇게 하면서 버텨야지.

       돌프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후임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도 결국 풍요로운 생활에 적응하고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이미 시작된 일이었다.

       돈 맛을 봐버리면 사람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들의 아래에서 일하는 팀원들도 월급 명세서를 보더니 맛이 가버렸지 않았던가.

         

       사각 사각.

       그들은 종이에 마법 술식을 적었다 고쳤다를 반복하면서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크흑….”

       “망할 왜 안 되는 거냐고….”

       “응애… 엄마 보고 싶어….”

         

       그들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놀이일 땐 별 생각이 없었지만, 돈을 벌기 시작한 순간부턴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울면서도 마법을 계속해서 찍어내는 건.

       그들이 받는 돈이 너무 많아서였다.

       지옥 같은 이 곳에서 천국과 같은 보상을 약속하기 때문이었다.

         

       “아아… 여기는 천국인가. 지옥인가.”

       “지옥입니다. 돌프경.”

       “이엘. 입 다물게.”

         

       돌프는 가볍게 읊조리고서 사라져버린 휴가를 향해 눈물을 흘렸다.

         

       그들이 눈물을 흘리는 동안.

       물론 주딱은 그런 속사정을 알리가 없었다.

       주딱은 평소처럼 갤러리를 관리 (즐겁다) 하고

       베아트리스는 예산과 관련된 문서를 훑어보며 계산하다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용사는….

       심심해서 괜히 검을 뽑아봤다가 집어넣기도 하고 갤러리에서 눈에 띄는 놈을 몇 명씩 차단했다.

       그 정도로 심심했다.

         

       공장에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고.

       다른 사람들도 무언가 할 일이 있으니까.

       혼자 붕 뜨는 사람은 자연스레 용사였다.

         

       ‘저도 마법 도와줄 수 있는데….’

         

       물론 마법의 이론에 빠삭한 건 아니지만, 의지를 담으면 하늘이 돕고 발현되는 것 아니던가.

       그래서 도와주려했지만, 개발부에서 강력히 거절했다.

         

       용사! 퇴출되다!

         

       용사 파티에서 퇴출당해버린 용사처럼.

       용사는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주딱을 빤히 바라본다거나…. 옆 얼굴을 유심히 지켜보거나… 언제 알아채나 가까이 다가가기도 했지만.

       지루함이 달래지진 않았다.

         

       야추에서 5연패를 박은 순간부터 따분함이 몰려왔으나.

       이건 아마 크게 상관없을 거라 생각한 용사가 조용히 집무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

         

       은근슬쩍 스리슬쩍 바깥으로 나온 용사는 바깥에 이상한 사람이 있나 확인하고.

       여유롭게 공장 바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래도 주딱님은 모르시니까요.’

         

       갤러리에 푹 빠져있으면 뭘 해도 모르니까. 잠시 외출해도 괜찮다.

       그리고 이 거리라면 충분히 호위할 수 있다.

         

       용사는 거리로 나와 멍하니 주변을 구경했다.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 뛰노는 어린이들, 잡일할 사람을 찾는 길드원들.

       혹시… 영지 안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해결할 셈이었지만.

         

       ‘평화롭네요.’

         

       언제 봐도 엄청 평화로운 영지라고 해야 할까.

       분위기가 느긋하다.

         

       오늘은 잠깐 산책을 하고 돌아가는 걸로 할까.

       느긋한 발걸음을 옮기던 용사는 킁킁 냄새를 맡았다.

       맛있는 냄새….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레 냄새를 쫓았다.

       닭꼬치 가게다. 불을 피우고 천천히 연기로 훈연하는 중이이었다.

         

       “하나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그녀는 받아든 닭꼬치를 유심히 보았다.

       붉은 양념이 잘 배어들고 기름으로 윤기가 흘렀다.

       맛있으면 다음에 주딱과 함께 오는 것도 좋지 않을까.

       용사가 가볍게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있네요….’

         

       미묘한 매운맛과 달달한 양념. 부드러운 닭다리살까지.

       다음엔 주딱과 같이 오는 것으로 하자.

       용사가 마지막으로 닭꼬치를 해치웠다.

       나무꼬챙이를 쓰레기통에 버리기까지 완료.

       이제 슬슬 돌아가도 좋지 않을까. 고민하던 그때.

         

       “….”

       “?”

       “….”

       “?!”

       “….”

         

       헤센 백작과 눈이 마주쳤다.

       그와 동시에 용사의 눈이 미묘하게 호선을 그렸다.

       장난감 포착 완료.

       용사가 단걸음에 헤센 백작의 앞으로 도약했다.

         

       “헤센 백작님. 안녕하세요.”

       “요, 용사님.”

       “요즘 잘 안보여서 걱정했습니다.”

       “요새 좀 바빠서 그랬습니다….”

       “그런가요.”

         

       정말인가요? 묻는 용사의 빤한 시선에 헤센 백작이 슬쩍 눈을 피했다.

       그는 죽을 맛이었다.

         

       왜 용사가 여기에 있단 말인가.

       공장 쪽에 있는 것 아니었나?

       헤센 백작의 등이 축축해졌다.

         

       용사와 함께한 시간이 길진 않으나, 헤센 백작은 용사의 표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미묘하게 지루함이 담긴 눈빛….

       이건 대련으로 지루함을 달래고 싶은 용사 모드였다.

         

       ‘망할… 대련은 안 된다….’

         

       검을 나누는 건 즐거운 일이나….

       헤센 백작은 용사와의 대련이 두려웠다.

         

       ‘용사님과의 대련은 힘들단 말이다….’

         

       처음에야 즐거웠으나… 용사가 괜히 용사가 아니었다.

       헤센 백작이 느끼기에 용사란 천외천의 존재였다.

       그녀는 지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먼저 지치는 건 헤센 백작 쪽이었다.

       그리고 지루해하지 않는다.

       매일같이 기절할 때까지 대련을 하는데 어떻게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피해 다니던 거였는데… 하필이면 운 나쁘게 걸려버렸다.

       헤센 백작은 슬그머니 운을 떼었다.

         

       “저 용사님….”

       “네에.”

       “제가 바쁜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합니다.”

       “그런가요.”

       “예. 그… 제가 밀린 업무가… 많습니다.”

         

       헤센 백작이 슬쩍 용사의 눈치를 살폈다.

       대화를 하는데도 표정이 바뀌지 않는다. 눈빛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목소리도 항상 일정하다.

       이건… 긍정의 의미일까? 대련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일까.

       살짝 기대한 헤센 백작이었으나….

         

       “그러시군요.”

       “예… 예?”

         

       …그러시군요?

         

       “헤센 백작님과 대련할 생각에 기뻤으나… 바쁘다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허어… 저도 아쉽습니다. 용사님.”

       “저와의 대련보다 업무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시다니.”

       “아니 그건….”

       “저와 대련할 바엔 일 하는 게 낫다….”

       “그건 절대 아닙니다!”

       “용사와의 대련에 가치가 없다는 거군요….”

       “그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용사랑 대련할 바엔….”

       “아니, 아닙니다!”

         

       이어진 선동과 날조에 헤센 백작의 눈앞이 하얘졌다.

       이 여자. 기어코 대련을 할 생각이다.

       오늘도 기절할 때까지 검을 휘두를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거절할 수 있을까.

       용사 방패까지 사용하다니!

         

       “큭….”

         

       헤센 백작은 힘에 굴복했다.

         

       “대련… 하겠습니다. 대신 잠깐만입니다.”

       “머리를 쓰기 전 몸 풀기 대련은 언제나 좋은 법이니까요.”

       “…그렇습니까.”

       “저도 주사위를 굴리기 전에 검을 휘두르곤 한답니다.”

         

       주사위…? 주사위와 머리를 쓰는 게 무슨 연관이…?

       헤센 백작은 물어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괜히 캐물었다가 대련에서 기절할 때까지 몰아세워질 것 같으니까.

       하지만 그의 생각은 기우였다.

         

       “크흑….”

       “오늘의 대련. 즐거웠습니다. 헤센 백작님.”

       “저도… 예….”

         

       말하지 않아도 기절하는 결과로 이어졌으니까.

         

       “기절했군요.”

         

       헤센 백작을 쓰러뜨린 용사는 만족스럽게 검을 거뒀다.

       역시 검을 휘두를 대상으로 헤센 백작만한 사람이 없다.

       장난감 (헤센 백작)에게 시원하게 검을 휘두른 용사는 다시 집무실로 조용히 복귀했다.

         

       집무실 안에서는 여왕과 주딱이 체스를 두고 있었다.

         

       “어라, 용사님 어디 다녀왔어요? 어느 순간 안 보이던데.”

       “잠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오. 산책 좋죠.”

       “맛있는 닭꼬치 가게도 찾았습니다.”

       “아니 그런 곳을 혼자 가시면 어떻게 해요? 다음에 같이 가시죠.”

       “그럴까요.”

         

       용사가 희미하게 입 꼬리를 올렸다.

         

         

       ***

         

         

       “음. 무난하네.”

         

       주딱은 업데이트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이전과 같이 잘 알던 스마트폰의 모습과 얼추 비슷해졌다.

       다만, 배터리 사용량이 늘고 동영상도 20분을 저장하는 게 한계지만….

       다음 제품에서는 더 발전할거다.

         

       아직은 갤러리와 사진, 동영상 밖에 없지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다보면 이것저것 나오면서 잘 되겠지.

         

       “이번엔 준비도 완벽하다고.”

         

       갤러리에 동영상을 올릴 준비는 이미 끝난 채였다.

       떠오른 알람을 확인했다.

         

       【갤러리 관리 레벨이 올랐습니다!】

       【관리 특전을 고를 수 있습니다.】

         

       갤러리 특전!

       이걸 얻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악질 글을 지웠던가.

       주딱은 으흐흐 웃으며 스크롤을 아래로 내렸다.

         

       【갤러리 사진 업로드 제한】

       【갤러리 1:1 대화 기능 추가】

       【갤러리 검색 기능 강화】

       【갤러리 배너 사진 추가】

       【갤러리 실명제】

       【갤러리 투표 기능 추가】

       …….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가 찾는 건 아니었다.

       설마 없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스크롤을 마지막까지 내리자 씨익 웃음이 지어졌다.

         

       【갤러리 동영상 기능 추가】

         

       “이궈궈던.”

         

       이 버튼만 누르면 이제… 갤러리에 으흐흐한 영상이 올라온다 이거지.

       가슴 사진이 아니라 영상! 드디어! 마참내!

       행복한 꿈을 꾸던 주딱이었지만, 돌프의 목소리가 그를 방해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적용할 생각인가?”

       “예?”

       “다른 사용자들의 스마트폰에도 적용해야할 것 아닌가.”

       “그거야….”

         

       어떻게 해야 하지?

       대륙에 있는 사람들의 스마트폰을 걷어서 업데이트를 해?

       아니면 새로 출시하는 스마트폰에만 적용해?

       주딱의 세상이 무너졌다.

         

       “테엥….”

       “거기에 마나 배터리 효율 문제는 다음 제품에서나 해결될 텐데….”

       “그냥 다음 세대부터 할까요….”

       “그게 사실 올바른 길이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니.”

       “슬프네요….”

         

       방법이 없다는 거잖아.

       바이바이 가슴 동영상아.

       주딱은 눈물을 머금고 공장 바깥으로 나왔다.

       스마트폰 충전을 해야 하니, 다크엘프들이 관리하는 충전소로 향했다.

         

       다음 세대까지는 보류구나.

       주딱이 슬퍼하면서 스마트폰에 충전 단자를 꽂은 순간.

         

       “?”

         

       【업데이트를 적용하시겠습니까?】

         

       문구가 떠올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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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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