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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0

       그 어떤 때보다 소란스러운 데카르트.

         

       프란체는 집무실에 앉아 셀다스가 보낸 전서를 읽었다.

         

       내용은 ‘진 바렌베르크 추적 작전 진행 보고서’였다.

         

       ──────────────

       진행 보고서.

       동원된 인력 – 1,263명.

       현재 어쌔신들이 도달한 국가 목록.

         

       무티아 제국

       힐론데 제국

       포르네 왕국

       자다르 왕국

       아이론 왕국

       사하라 왕국

         

       자유 도시 판테온과 성국 단델리온은 밀입국이 어렵고 경계가 심한 곳인지라 시간이 걸릴 듯함.

       ──────────────

         

       “엑시드는 벌써 대륙 각지에 퍼졌구나.”

       “한 달도 안 지났는데 일 처리가 빠르네요.”

         

       대륙 조사는 이대로 엑시드에게 맡기면 될 것 같다. 프란체는 카자르에게 물었다.

         

       “마탑 쪽은 어디까지 진행됐니?”

         

       가장 핵심인 마탑. 해외로 보내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그런 고급 인력을 이용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이미 탐색이 특기인 마법사는 제국 곳곳에 퍼지기 시작했어요. 페델리안에 있다면 진 씨라고 해도 그 마법사들을 피해서 숨진 못할 거예요.”

         

       탐색과 색적 마법은 뛰어난 어쌔신이라도 피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미세하게나마 마력이 흐르고, 오러가 흐르니까. 이는 곧 생명력이라 할 수 있다.

         

       “그래, 착실하게 진행되는구나.”

         

       이제 남은 건 영혼 결속 실험과 초월 마법사를 만나는 것인데…….

         

       ‘초월 마법사를 만나는 건 모든 대비를 하고 만나야 해.’

         

       자신을 노리고 있는 성녀의 협력자다. 위험 부담이 매우 크고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가야 한다.

         

       ‘케일이 오면 생각하자.’

         

       현재 케일은 이제 막 공작가에 선임된 기사들과 판옵티콘으로 사형수들을 데리러 간 상황.

         

       황실의 허가가 떨어지는 즉시 출발했기에 금방 돌아올 거다.

         

       “영혼 결속 마법의 진행은 어떻게 되어가니?”

       “일단 알고 계시는 대로 룬어 해석은 끝났어요.”

         

       카자르는 “근데 조금 까다로운 게 있어요.”하곤 말을 이었다.

         

       “마법식도 풀었고 마수로 마법의 재현을 성공하긴 했는데 작업이 워낙 복잡한지라 인간에게 사용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거 같아요.”

         

       10 마리의 마수에게 실험을 했는데 그 중 성공한 것은 단 두 쌍이다. 인간에게 적용하려면 한참 걸릴지도 모른다.

         

       “그래? 시간은 어느 정도 예상하니?”

       “최소 6개월이에요.”

       “…….”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프란체는 천천히 고개를 주억이며 턱을 어루만졌다.

         

       ‘마탑의 마법사들이 총동원했는데 최소 반년이라니, 너무 길어.’

         

       만약 진을 찾아서 감금까지 시켰는데, 영혼 결속 마법이 완성되지 않으면 곤란하다. 한시라도 빨리 결속시켜야 하니까.

         

       “일단은 알겠어. 시간은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해. 지원은 아끼지 않고 할 테니까.”

         

       카자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 알겠어요.”하곤 대답했다.

         

       “그런데 초월 마법사는 언제 만나러 가실 생각이세요? 때를 맞춰서 일정을 비워둬야 해서요.”

         

       프란체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초월 마법사와의 만날 기회를 얻으려면 먼저 황실에 요청해야 한다. 현재 데카르트 권위라면 충분히 가능할 터.

         

       “일단 전서부터 보내고 생각할 거야. 초월 마법사가 제멋대로인 것도 있지만, 그 외에도 위험 요소가 있어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해.”

         

       카자르가 “그 외에 위험 요소요?” 하고 물었다.

         

       “아, 그러고 보니 너희들은 모르고 있었지.”

         

       뒤에서 듣던 라데아와 카자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설명을 이어가는 프란체.

         

       “사실 내 목숨을 노리는 사람이 있어.”

       “공작님의 목숨을요? 누가요?”

       “제국의 성녀.”

         

       성녀라는 말에, 카자르와 레데아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 성녀요?”

       “그 사람이 공작님을 왜 노려요?”

         

       프란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휘저었다.

         

       “아쉽게도 그건 몰라. 엑시드와 진에게서 들은 정보인데, 성녀가 내 목숨을 노리는 것도 모자라 초월 마법사와 협력하고 있다더라.”

         

       카자르의 얼굴이 일순 심각해졌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초월 마법사를 만나는 건 너무 위험하다.

         

       “초월 마법사를 만나는 건 포기하죠. 아니면 저 혼자 만나고 올게요.”

         

       프란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설득하고 길을 돌아왔다. 여기서 위험이 가득한 곳으로 보낼 순 없다.

         

       “사실 초월 마법사를 만날 수 있는 이유는 그게 가장 커. 내 목숨을 담보로 잡고 테이블에 앉는 거지.”

         

       제국, 황실의 명도 무시하는 제멋대로인 초월 마법사가 요청을 들어줄 리 만무하다. 데카르트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위험 부담이 너무 커요. 만약 초월 마법사가 마음먹고 살의를 보이면 저희가 막으려 해도 공작님의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어요.”

         

       현재 카자르가 초월 마법사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해도 소드 마스터가 다 같은 소드 마스터가 아닌 것처럼, 실력과 경험의 차이는 압도적이다.

         

       “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어. 그리고 지금의 나라면 쉽게 건드릴 수 없을 거야.”

         

       프란체의 의견에 근거가 없진 않았다.

         

       “아무리 초월 마법사라 해도 대놓고 나를 죽이면 제국에 발을 디딜 수 없어. 지금의 나는 데카르트의 주인이니까.”

         

       그리고, 라고 말하며 말을 이어가는 프란체.

         

       “제국의 적이 되면 이 대륙에서 거처를 가질 수 없어. 물론, 그 마법사라면 어디서든 잘 살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대놓고 나를 죽이진 않을 거야.”

         

       초월 마법사는 수백 년을 살아온 초월적인 존재다. 절대로 생각없이 행동할 사람이 아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렇네요. 저희만 정신 차리면 괜찮을 거 같고요.”

         

       납득한 듯 고개를 주억이는 카자르. 프란체는 싱긋 웃었다.

         

       “초월 마법사 쪽은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기껏해야 암살자들이 내가 공작령 바깥으로 나갈 때까지 기회를 엿보고 있겠지.”

         

       가장 정석적이고 후환이 없는 암살은 대상이 이동할 때를 노려서 습격하는 것이다. 증거 인멸도 편리하고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혹시 전에 습격했던 사하라의 길드도 성녀와 관계있는 건가요?”

         

       프란체는 “맞아.”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진에게 들었는데, 그들에게 의뢰를 맡긴 게 그 초월 마법사야.”

       “아니, 그럼 역시 공작님께서 직접 가시는 건 위험한 거 아니에요?!”

         

       화들짝 놀라 동그래진 눈으로 묻는 카자르. 프란체는 고개를 휘저었다.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해.”

       “어떤 걸요?”

       “초월 마법사의 움직임 말이야.”

         

       전부터 이상한 게 많았다. 허접한 암살자들을 이용한 습격부터 모옥을 이용한 암살.

         

       ‘가장 편한 방법이 있는데 쓰지 않았어.’

         

       곁에 진이 있다고 해도 프란체를 죽일 목적이었다면 모옥과 함께 본인이 직접 등장했을 것이다. 이 점을 프란체는 놓치지 않았다.

         

       “내 목숨을 노리는 성녀에게 협력은 하고 있지만, 나를 죽일 마음은 크게 없는 거 같아.”

         

       카자르는 “어떤 점에서요?”하고 물었다.

         

       “편한 길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로 돌아간다는 점. 그리고 성녀에게 협력하는 시늉만 한다는 점.”

         

       칠성의 습격 당시, 프란체의 목숨이 절체절명 급으로 위험했던 건 맞다. 하지만 그것은 주술이라는 변수가 있던 것뿐.

         

       카자르나 자신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 카자르에게 설명하니 그녀도 고개를 주억였다.

         

       “확실히 마치 이 정도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다, 판단하고 움직이는 것 같네요.”

         

       프란체는 “그런 거야.”하고 대답했다.

         

       ‘그 마법사가 뭘 노리는 지는 모르겠는데.’

         

       지금까지의 행보를 유추했을 때, 자신보다는 진에게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해도 되겠지?”

       “네. 충분히 납득했어요.”

       “그래, 그러면 일도 끝났으니 탑으로 가자.”

         

       프란체와 카자르는 공작저를 나와 마탑으로 향했다.

         

       연구 중인 <간절한 영원의 노래>의 실험을 속행하기 위해서.

         

         

       * * *

         

         

       마탑은 50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륙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 아래에서 보면 구름에 맞닿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니 말 다 했다.

         

       여기서 위험한 마법이나 특수 실험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층이 있는데, 바로 지하다.

         

       프란체와 카자르는 이곳에서 영혼 결속 마법을 실험할 예정이다.

         

       “판옵티콘의 사형수들을 데카르트 수감소에 가둬놨다. 탈출을 노리고 반항하는 놈들을 좀 죽이긴 했는데, 그래도 100명은 거뜬히 넘더군.”

         

       마탑으로 보고하러 온 케일. 프란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해줬어. 이제 죄수들을 10명씩 나눠서 마탑으로 인도해. 기사들에게 시키고 너는 쉬어도 좋아.”

         

       케일은 “알겠다.”하고 대답한 뒤 따로 묻는 것 없이 나갔다. 풀린 눈과 노곤해 보이는 목덜미를 보니 지친 모양.

         

       “아무래도 판옵티콘까지 다녀오시느라 지치셨나 보네요.”

       “그렇겠지. 거리도 거리인데 거기는 날씨까지 야단법석이니.”

         

       그래도 준비는 완료했다.

         

       “이제 케일이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 영혼 결속을 실험하자. 시간이 촉박해. 곧바로 준비하렴.”

         

       카자르는 고개를 끄덕이곤 마석과 마도구들을 챙기기 위해 위층으로 이동했다.

         

       별안간 라데아가 물었다.

         

       “저기, 공작님.”

       “응?”

       “사람으로 이런 실험을 해도 괜찮나요…?”

         

       망설임이 가득한 목소리. 아무래도 사람을 상대로 마법적 실험을 하는 게 꺼려지는 모양이다.

         

       “라데아, 잘 들어. 우리는 사람을 상대로 실험을 하는 게 아니야.”

         

       프란체는 그리 말하곤 서류가 담긴 봉투 하나를 라데아에게 건네주었다.

         

       “그거 읽어보렴. 마음이 바뀔 테니까.”

       “네…….”

         

       라데아는 얼떨떨한 얼굴로 봉투에서 서류들을 꺼냈다. 내용은 다름 아닌 사형수들의 인적사항이었다.

         

       “어…….”

         

       서류 내용을 보고 그저 할 말을 잃은 라데아.

         

       귀족 부인을 범한 용병, 새파랗게 어린아이를 강제로 취한 도적, 영애들만 골라서 성폭행한 뒤에 살해하는 미친놈, 그 외 다수.

         

       하나 같이 말도 꺼내기 싫은 극악무도한 악질 범죄자들이다.

         

       “죽어 마땅한 놈들로 가득하네요…….”

         

       프란체는 픽 웃으며 대답했다.

         

       “틀렸어. 그놈들은 절대 편하게 죽어선 안 돼. 그래서 그 판옵티콘에서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거야.”

         

       얼마 전까지 라데아는 사형이 최고 징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들을 보곤 마음이 바뀌었다.

         

       “확실히 절대 편하게 보내주고 싶진 않네요.”

         

       종교적으로 승천한 성인이나 신화 속에 나오는 천사들이 와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수준이다.

         

       “아무튼, 이제 이해가 됐니?”

       “네.”

         

       아까와는 달리 거북함이 사라진 라데아. 오히려 이 범죄자들의 명단을 보고 기분이 불쾌해졌다.

         

       그러던 그때.

         

       “공작님, 죄수 10명을 데려왔어요.”

         

       카자르가 기사들과 함께 죄수들을 이끌고 지하로 내려왔다. 각자 얼굴에 두꺼운 천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그래, 이제 시작하자.”

         

       우웅…! 프란체의 그림자가 꿈틀거리더니 사슬 형태로 변했다. 철컹! 단번에 죄수들의 사지를 결박했다.

         

       “읍! 읍!”

       “우우웁! 웁!”

       “읍! 으으읍!”

         

       입에 재갈이라도 물린 것인지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는 죄수들. 두꺼운 천이 침으로 흥건해졌다.

         

       “더럽긴. 이들을 실험대 위로 올려두렴.”

       “네.”

         

       카자르는 염동을 이용해 사지가 결박된 죄수들을 실험대 위로 옮겼다.

         

       “으읍!”

       “웁! 우우웁!”

         

       어떻게든 몸을 비틀어 보지만 프란체의 사슬에 저항할 순 없었다.

         

       “자, 너희들은 이제 영혼 자체가 손상될 거야.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렴.”

         

       우웅-! 카자르와 프란체의 손 위에서 새까맣고 불길한 마력이 일렁였다.

         

       “간절한 영원의 노래.”

         

       영혼 결속 실험이 시작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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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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