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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0

        이튿날이 되고, 정해진 시간이 되자마자 방송을 켰다.

       

        – 라하!

        – 라하라하!

        – 용하

        – 라하

        – 안녕하세요

        – 알흠다운 점심이에용!

       

        “반갑구나 아이들아.”

       

        나의 인사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대부분은 나에게 하는 안부 인사였으나, 일부는 오늘 이어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반응들이 기쁘게 느껴졌으나, 동시에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괜히 이 이야기를 했나…….’

       

        반쯤 토로하고 싶은 마음으로 꺼낸 이야기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씁쓸함과 슬픔이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먼저 시작한 이야기다. 여기서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나는 기억을 더듬어 가기 시작했다.

       

       

        *            *            *

       

       

        나의 이야기하기에 앞서, 그 당시 내가 살아가던 세상의 모습을 조금은 설명해야 할 것 같구나.

       

        내가 살아가던 그 세상은 아직 문명다운 문명조차 제대로 꽃피지 못한 곳이었단다.

        지성체가 존재하지만, 아직 지성체다운 문명을 꽃피우기엔 힘든…….

        그래. 너희들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말하자면 ‘신석기 시대’에서 ‘청동기 시대’의 사이쯤이라고 해야 할까?

       

        [- 오.]

        [- 세계관 설명 조아용]

        [- 까마득한 옛날이네.]

        [- 만년 전이면 그럴 법도 함.]

        [- ㄹㅇㅋㅋ]

       

        다만 너희들이 생각하는 대로 석기와 청동기를 사용하지는 않았단다.

        조악하나마 철기를 사용하고는 했었지.

        멀리서나마 인간들의 모습을 관찰한 적이 있었기에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단다.

       

        어쨌든 내가 살고 있던 정글 지역은 수많은 생물들이 서로를 먹이사슬로 엮으며 살아가는 곳이었단다.

        나와 같은 드래곤족도 많았고, 너희들이 ‘고블린’이라고 부르는 생물의 조상 격에 해당하는 생물 같은 것들도 살아가고는 했지.

       

        그리고 인간들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정글 밖에 존재하는 작은 초원 지대에서 살아갔단다.

        힘도 약하고, 가죽도 얇고, 면역력도 약하고…… 모든 것들이 약한 인간들의 무리가 무시무시한 포식자가 가득한 정글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무리였겠지.

        그나마 나무를 잘 타는 인간들 몇몇이 정글에서 살아가고는 있었지만…….

       

        [- 나무를 잘 타는 인간?]

        [- 특이하네요.]

        [- ㅇㅇ]

       

        참 특이한 인간들이긴 했지.

        귀가 좀 긴 인간들이었는데, 특이하게도 안정적인 초원이 아니라 굳이 정글에서 삶을 꾸리는 것이…….

       

        [- 그거 엘프잖아요!]

        [- 엌ㅋㅋㅋ]

        [- 그거 인간 아닙니다!]

        [- 아닠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글쎄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겉보기엔 외형이 비슷비슷해서 헷갈렸을지도 모르겠구나.

        너희들은 이것을 ‘수렴진화’라고 하던가?

       

        [- 그게 그렇게 되나?]

        [- 수렴진화 소리를 여기서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 ㄹㅇㅋㅋ]

       

        어쨌든, 인간들을 위협할 포식자들이 가득한 세상이었단다.

        그런 세상에서 제대로 된 문명도, 제대로 된 기술도 개발하지 못한 인간들은 금세 사라져야 마땅하겠으나…… 그들이 작게나마 연명할 수 있었던 것은 외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멸자에서 필멸의 격을 벗어던지고 초월자가 된 이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존재한 초월의 격에 의지가 생겨나며 탄생한 존재들. 탄생의 순간부터 초월자였던 이들.

        다른 이들이 부르길, ‘고대신’이라 부르는 초월자들이 인간들의 뒤를 봐주고 있었던 것이란다.

       

       

        *            *            *

       

       

        – 고대신?

        – 일반적인 신이랑 다른가요?

        – ??

       

        설명을 계속하려고 했지만, 채팅창에 올라오는 글들을 바라보며 잠시 설명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이들은 고대신은커녕 초월자라는 개념도 겨우겨우 알아차리고 있었지?

       

        “그래. 일단 거기부터 설명해야겠구나.”

       

        그렇다면 이제 잠시 고민을 해 본다.

        어떻게 설명해야 인간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

       

        “음…… 그래. 이곳에 존재하는 ‘신화’의 첫 장을 떠올려 보자꾸나.”

       

        인간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전해져 내려온 ‘신화’는 지역마다 다르다.

        그것은 ‘신’이라 불렸던 과거의 초월자들이 각각 영역을 나누어 인간들을 다스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각 지역에 나타난 ‘관찰자’가 다른 차원의 신들을 보며 퍼뜨린 구전이 그 지역에서만 전해져 내려온 탓이다.

        하지만 각각 다른 신화의 구전 속에서도, 공통된 서술을 하는 부분이 있다.

       

        – 그런 게 있다고요?

        – ?

        – 뭔가요?

        – ㅇㅇ

        – ㄹㅇㅋㅋ

       

        “신화의 첫 시작이지.”

       

        대부분의 신화 속을 보면, 첫 시작은 아무것도 없는 ‘혼돈’에서부터 출발한다.

        혼돈 속에서 첫 존재가 태어나고, 그로부터 다른 생명들이 탄생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 진짜네?

        – ㄹㅇㅋㅋ

        – 올

        – 그러네?

       

        “여기서 ‘아무것도 없는 혼돈’은 모든 우주와 차원의 근원을 의미하는 것이고, 거기에서 태어나는 ‘첫 존재’는 우주와 차원의 시작을 의미한단다.”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카오스’가 우주 탄생의 근원이고, ‘가이아’는 우주가 탄생하고, 시공간의 개념이 생겨났으며, 차원이 분열되기 시작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모든 신화에 나오는 ‘태초의 존재’는 본질적으로 같은 존재를 의미한다. 다만 각 신화에 따라 다르게 묘사할 뿐이다.

        그리고 그 ‘태초의 존재’로부터 탄생한 첫 번째 신들이 바로 내가 말하는 ‘고대신’이다.

       

        “개념적인 의미로 보자면 초월자는 모두 ‘신’이라고 할 수 있단다. 다만, 그 근원은 본래 필멸자였던 신이라는 차이점이 존재하지.”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그, 뭐였지?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곳에 나오는 그그그그…….

       

        “헤클래스? 헤르쿨로스?”

       

        – 헤라클래스?

        – 헤라클레스요?

        – 대영수컷?

       

        “그래. 헤라클레스가 내가 말하는 초월자라고 할 수 있단다.”

       

        본래는 인간이었지만, 후에는 인간의 격을 벗어던지고 신이 된 존재.

        비록 신화에서 나오는 그는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이라는 차이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것이다.

       

        – 오호.

        – 그렇구나.

        – 하긴. 라나님도 옛날이야기 들어 보면 약하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 호옹이.

       

        “하지만 고대신은 아니란다.”

       

        내가 말하는 일반적인 ‘초월자’가 ‘헤라클레스’라면, ‘고대신’은 ‘제우스’라고 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신이었던 존재.

        태어나기를 초월자로서 태어난 존재.

       

        “내가 태어났던 차원은 그런 고대신들이 존재했고, 그들은 인간들과 같은 지성체들을 보살폈…… 아니, 조금 다른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들이 인간들을 보살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인간들이 가축을 기르는 것과 같았지.

       

        – 그런데 신들은 왜 인간들을 보살피나요?

        – ㅇㅇ

        – 신앙이 중요한 건가요?

        – 궁금해요!

       

        “어느 정도 짐작을 하는 이들도 보이는구나. 그래. 신들에겐 ‘신앙’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신’과 ‘초월자’의 차이는 없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둘 사이에 아주 차이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둘을 구분 짓게 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신앙’을 수급하는가의 유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 없느냐? 간절히 원했더니, 그것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 말이다.”

       

        – 비슷한 것은 알 것 같은데요?

        –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 준다는 거요?

        – 뭔지 알 것 같음.

        – 아하.

        – 알겠어요(모르겠음)

       

        대충 아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야기하기 쉬워지지.

       

        “지성체의 염원은 단순히 생각에 그치지 않는단다. 지성체의 염원은 그 자체로 하나의 힘이지.”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면, 기우제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본래 기우제라는 것은 마법이나 주술 같은 수단으로 비를 불러오는 의식이다. 하지만 기우제에서 마법과 같은 부분은 어디까지나 거드는 것이고, 그 본질은 비가 내리길 바라는 지성체들의 ‘염원’이다.

       

        “마법이나 주술은 그런 지성체들의 염원을 모으고 증폭하는 것에 불과하지.”

       

        즉, 충분한 숫자의 지성체들이 하나의 염원에 의지를 모을 수만 있다면, 마법이나 주술과 같은 수단이 없어도 어지간한 일들은 이룰 수 있다는 소리와도 같다.

       

        “군체의 형태로 존재하는 초월자들이 그런 방식으로 초월을 이루는 것이란다.”

       

        자! 그럼, 여기서 이야기를 되돌려서.

        ‘신’들은 지성체로부터 ‘신앙’이라는 이름의 염원을 모은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염원을 이용해 자신들의 ‘초월’을 강화한다.

       

        “예를 들어서, 전쟁의 신은 자신에게 신앙을 보내는 지성체들의 염원으로 ‘전쟁’이라는 초월을 더더욱 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단다.”

       

        이렇게 함으로써 신들은 신앙이 뿌리내린 차원 한정으로 본래 자기 힘보다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신들은 자기 신앙을 지성체들에게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자신들의 힘을 ‘신성력’이라는 이름으로 허락하기도 하는 등 노력한다.

       

        – 와.

        – 그렇구나.

        – 그럼 헌터들 중에도 신성력 사용하는 사람 있나요?

        – 그런 건가?

        – 허미.

        – ㄹㅇㅋㅋ

       

        “이곳에서 신성력을 사용하는 이들은 본 적이 없구나.”

       

        아무튼 이런 이유로 한 차원에 자리 잡은 신들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신들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외부에서 쳐들어오는 초월자들이 곧바로 신들부터 공격하는 것이 아닌, 지성체들부터 공격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지성체들의 숫자를 줄여서 신앙의 공급을 줄이기 위해서다.

       

        “나도 이런 사건에 휘말린 적이 몇 번 있었지. 마신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던 초월자를 퇴치하기 위해, 용사라는 인간과 함께 행동했던 적이 있었는데…….”

       

        – 엌ㅋㅋㅋㅋㅋ

        – 도대체 썰이 몇 개일까?

        – 파도파도 나오는 것은 썰…….

        – 아직 다 못푼 썰들이 한가득한데, 이제 그만 꺼내심잌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뭐, 이 정도라면 이야기하기 전에 필요한 설명은 다 한 것 같다.

        나는 잠시 음료수를 마시며 입과 목을 적셨다.

        그리고 헛기침을 해서 시청자들의 주목을 모으고,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슈르네의 알을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마신이 주신부터 패지 않는 이유는 체급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몬스터가 인간들부터 죽이는 이유는 자원줄 끊기 공격이었던 거임.

    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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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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