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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0

       *** ***

         

       “후.”

         

       군자인이불발(君子引而不發) 약여야(躍如也) 중도이립(中道而立) 능자종지(能子從之).

         

       군자는 활을 쏘는 법을 가르칠 때 시위를 당기는 법까지만 보여 줄 뿐 시위를 당기지 않는다. 그 가르침이 정도를 따른다면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 자들은 스스로 활쏘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가는 일은 이제 시작이지만 선사님들의 노력은 노력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었다! 선사님들이 문파를 위해 애쓰는 모습은 분명 정도였고 어르신들이 정도를 지키며 노력하는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점창파 제자들이 깨우침을 얻었을 것이니 힘을 내시라!

         

       그렇게 말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내가 어디서 이런 먹물 내음 나는 말을 들었겠는가. 무협지를 읽으며 주워 들은 구절도 있겠지만 깨달음 DB에 위치한 상위 깨달음들은 대부분 저렇게 있어 보이는 구절로 이루어져 있다.

         

       “하여간 선배 사고칠 줄 알았어요.”

         

       흑묘가 지객당 바깥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래서 이번 일은 선배가 의도한 건가요? 아니면 우연?”

         

       “진짜 그냥 순수하게 선사님들의 사기진작이나 해 드리려는 의도였는데…”

         

       “하여간 이 선배 말은 왜 이리 믿을 수가 없을까요? 평소에 뭐만 하면 사람을 속여먹으니 도무지 말에 신뢰가 가지를 않네.”

         

       흑묘가 의심의 가득한 몸짓을 취하며 날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아시죠? 이건 월복당의 힘을 동원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문제인거.”

         

       “알지.”

         

       아마 운종 선사님은 현경에 진입할 것이다. 점창파에서 날 배려해 이 소식을 숨겨준다 해도 그 소문이 퍼지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로 커다란 일이다. 현경의 고수가 새로 탄생했다는 소식은 이 무림천하를 떠들썩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소문이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어떻게 운종 선사가 현경에 올랐는지 조사하겠지. 운종 선사가 현경에 오를 수 있는 깨달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의 편린이라도 잡기 위해서.

         

       그 과정에서 내 존재가 드러나는 일은 이미 기정사실.

         

       운종 선사에게 깨달음을 준 낭인이 하필 여일예에게도 깨달음을 줬다 하네? 거기에 또 낭인객잔에 있을 때는 당도경이 신무공을 창안했다는 정황도 있고?

         

       나를 주목하는 무림인들이 아주 많아질 것이다.

         

       지객당의 창문을 통해 보이는 점창파는 고요했다. 평소라면 기합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야 할 시간이지만 운종 선사의 깨달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점창파 자체가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운종 선사님을 감싼 기가 점차 짙어지는 것이 보인다. 전신이 강기로 뒤덮인다고 해야 할까. 그 상태로 몸이 떠오른 것을 보니 이제 본격적으로 환골탈태가 시작되려는 모양이다.

         

       현경에 오른다고 꼭 환골탈태를 하는 것은 아닌데…뭐 점창파의 선사이셨으니 내공량이 부족하지는 않았겠지.

         

       환골탈태는 내공량과 관련이 있다. 이론상 내공만 일정 수치에 도달하면 누구나 환골탈태를 할 수는 있다. 문제는 경지가 따라주지 않으면 그 수준의 내공을 쌓을 수 없다는 거지만.

         

       일반적으로는 현경에 진입해야 그 내공량을 맞출 수 있으니 그 말이 그 말일까.

         

       나도 흑묘도 이 순간만큼은 숨을 죽이고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어디서 현경의 무인이 탄생하는 순간을, 환골탈태가 이루어지는 순간을 직접 목도할 수 있을까.

         

       환골탈태는 내 생각보다 고요했다. 막 온몸을 다짐육으로 만드는 뼈 소리가 들릴 줄 알았는데. 그저 운종 선사는 강기의 고치에 휩싸인 채 조용히 떠 있을 뿐이었다.

         

       다만.

         

       점창파 전체를 아우르는 듯한 부드러운 기의 폭풍이 그 고치를 중심으로 몰아치고 있을 뿐이었다.

         

       눈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무 변화 없는 정적인 풍경.

         

       그러나 기감으로 느껴지는 풍경은 수남산의 정기가 운종 선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광경이었다. 점창파의 부지를 넘어서 이 산 전체의 기운이 운종 선사가 만들어낸 고치 안으로 빨려드는 그 움직임은…무공을 연마하는 사람으로서 황홀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대단해.”

         

       흑묘의 혼잣말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거친 느낌이라고는 하나 없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모여드는 기운이었지만 그 힘만으로도 사람을 내리누르는 압박감이 있었다. 저 힘이 응축되고 터져나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얼마나 넋을 놓고 그 기의 흐름을 관조하고 있었을까.

         

       솨아아아아.

         

       운종 선사님을 중심으로 바람이 불었다. 운종 선사님을 외부와 격리시키던 고치가 풀리고 운종 선사님의 모습이 드러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피부가 조금 매끈해진 것 외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어 보였으나 바뀐 것은 외형이 아니라 선사님 안에 자리잡는 기였다. 차분하게 갈무리 되어 있으나…거대한 것들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존재감을 내뿜는 법이었다.

         

       웅크리고 있다고 하여 코끼리가 작아 보이지 않듯이. 현경이라는 지고한 경지를 개척한 운종 선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운을 보여주고 있었다.

         

       “성취를 축하하네.”

         

       “성취를 축하하네.”

         

       “…고맙군 모두.”

         

       영울 선사가 모두의 의문을 대표해 물었다.

         

       “현경에 도달했는가.”

         

       운종 선사님은 말없이 손을 들어 올렸다. 검이 절로 허공에 떠올랐다.

         

       이기어검(以氣馭劍).

         

       그 위에 조금씩 기운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선사님들이 짚은 사발 위에서 피어오르던 강기(剛氣)가 서서히 그 검을 뒤덮기 시작했다.

         

       “오오…”

         

       환강(環剛). 지금은 검이 주체되었으니 이기어강검이라 불러야 할까.

         

       몸 외부의 기를 뿌리는 것을 넘어 손이 닿지 않은 곳에서도 강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현경의 증명.

         

       운종선사님은 스스로가 현경의 경지에 입문했음을 증명해 보였다.

         

       *** ***

         

       “낭인분께는 또 은혜를 입고 말았군요.”

         

       내 앞에는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이제는 둘이 되었으나 어제까지만 해도 점창의 유일한 현경의 고수였던 청허 선사. 그리고 장문인 사공명 마지막으로 오늘 현경에 오르신 운종 선사까지.

         

       “일예에 이어 운종 선사에게까지 깨달음을 베풀어 주셨으니 이제는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후우, 그저 우연이 겹쳐 일어난 일에 불과할 뿐입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이 천하가 넓고 재주가 많은 기인이사들이 많다고는 하나 타인에게 깨달음을 전수해 주는 능력이 있는 자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사공명의 말에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저 운(運)과 명(命)의 씨줄과 날줄이 엮이며 하나의 형상을 이룰 뿐이지요. 천기가 낭인 도우분과 점창을 이어 준 것이겠지요. 그러니 낭인분께서는 그리 부담스러워하시거나 겸양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우연인들 어떻고 필연인들 어떻겠습니까?”

         

       “점창파는 낭인 도우분께 두 번의 깨달음을 전해 받았으니 응당 감사를 표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서….혹여 원하시는 것이 있으신지요.”

         

       사공명의 말에 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러니까 사공명은 내가 깨달음을 전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할지라도 모른척을 해 주겠다는 뜻일까.

         

       “헛흠. 가령 자네에게 쏠릴 과도한 관심이 부담된다면야 나는 외부 일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을 작정이네.”

         

       운종 선사의 말에 조금은 감이 왔다.

         

       현경의 고수를 둘이나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당장에 문파의 위상이 달라질 대사건이다. 당대에 현경 고수가 없는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도 여럿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점창이 현경을 둘이나 보유하게 되면? 구파일방중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점창파에서는 그런 이득을 포기하면서까지 내 의향에 맞추어 주겠다는 소리였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후후, 물론입니다. 일예와 운종이 깨달음을 얻은 것이 점창과 낭인분이 엮여 일어난 운명이라면 낭인 도우분께서 그로 인해 곤란함을 겪게 됨 역시 운명. 그 길에 점창이 함께 해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좀 뻔뻔하게 생각할까.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결국 내가 깨달음을 흘렸기에 운종 선사님이 현경에 올랐다 할 수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현경의 고수를 문파에 안겨 주었으니 점창파에는 아주 큰 이득이라 할 수 있겠지.

         

       “일단은 점창파에서의 제 체류기간을 조절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원한다면 평생 머무르셔도 상관 없습니다.”

         

       시원시원하군.

         

       “그리고 운종 선사님이 현경에 올랐다는 소식은…제가 떠난 뒤에 공식적으로 발표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공명은 이 부분에서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친김에 영약까지 부탁할까. 수속성 내단은 해저동굴에서 백년화리를 연성하며 획득했고 목속성 영약은 돈으로 구매했으며 사마염이 몰수한 황금가의 창고에서 음속성 영약과 금속성 단약을 구했다.

         

       점창파에서 일속성 영약을 연단해주기로 했으니 화속성과 토속성 영약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칠요 속성 영약을 구해야 한다고 하셨지요? 점창파에서 화속성 영약은 어찌 제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의 감사드립니다.”

       

       아무리 현경 고수를 만들어 주었다고 해도 문파 기둥뿌리를 뽑아 먹을 기세로 요청을 하니 나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뭐 실제로 기둥뿌리가 뽑히지는 않겠지만…이렇게 많은 요구를 단번에 쏟아내게 되니 민망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칠요 속성의 영약들은 단순하게 다음 경지를 개척하기 위한 작용 말고 내 기의 운용을 원활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었으니 한시라도 빨리 강해져야 할 지금 빠르게 영약을 구할 필요가 있었다.

         

       토속성 영약은 지금 딱히 구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데…일단은 수련을 하며 흑묘와 점창파의 정보망을 빌려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영약을 모두 받으시려면 점창에 한동안 머무르셔야 합니다. 추후 생각나는 점이 있으시다면 혁기린을 통해 전달해 주시지요.”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장문인전을 나서니 흑묘와 혁기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련이나 하고 있지 뭐하러 여기에 와 있냐.”

         

       “누가 대형사고를 쳤는데 어떻게 태평하게 수련이나 해요?”

         

       흑묘의 힐난에 나는 뒷목을 벅벅 긁었다. 흑묘와 혁기린에게는 장문인전에서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흐음. 한동안은 점창파에서 생활해야 하는걸까요. 잘됐네요. 혁기린 대협이랑도 붙어 있을 수도 있고 아이들도 귀엽고. 안 그래요?”

         

       그렇게 말하며 어깨로 혁기린의 어깨를 툭 치는 흑묘. 혁기린 역시 내 걱정에 어두워졌던 안색을 풀고는 슬쩍 웃었다.

         

       “예. 점창파에 계신 동안은 안전하게 보호해 드리죠.”

         

       사실. 지금의 조치라고 해 봐야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했다. 결국 내가 깨달음 주머니라는 사실은 언젠가 중원 무림 전체로 퍼질 테니까. 그때 내 경지가 일류인지 절정인지는 그다지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이 정도였을 뿐.

         

       그래도 점창파에 장기 체류하기로 한 결정에 두 사람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는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선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요.”

         

       “음?”

         

       흑묘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그깟 실수좀 했다고 안색이 딱딱해진 건 선배답지 않네요. 선배는 사천에서 황금선 일당도 일망타진한 잔머리가 있잖아요? 어차피 점창에서 평생이고 보호해 주겠다고 했다면서요. 그럼 좀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그 잔머리 핑핑 굴려 보라고요.”

         

       “후후. 표현은 조금 그렇지만 사천성에서의 귀계는 정말이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황금선을 위시한 여가산장의 범인들을 완전히 일망타진하고 정의를 구현하셨지요. 낭인님의 머릿속에 좋은 계책이 떠오를 때까지 점창에서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하.”

         

       아니 이 두 사람은 날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거지?

         

       그렇지만 두 사람의 말은 나를 일깨우는 말이었다. 나는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다. 만약 여일예도 흑묘도 만나기 전의 내가 지금과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떻게 되었을지는 몰라도 나는 두려움에 떨며 필사의 환국행이나 서장행을 택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두 사람을 보면서 아까 사공명이 입에 담았던 인연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 점창에 있었기에 점창파의 선사님들이 축 처졌기에 선사님들을 위로하다가 결국 깨달음을 내뱉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공명은 지금의 사태 자체가 그저 운명이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어쩌면 사공명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점창파와 어울림으로써 나는 깨달음을 내뱉었고…그리고 점창파와 어울렸기 때문에 점창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씨줄과 날줄의 엉킴이라.

         

       “자, 갑시다 선배. 쌀튀김이라도 먹으면서 궁리해 보자고요.”

         

       “예, 부족하나마 제 머리라도 더하도록 하지요.”

         

       나는 두 사람에게 소매를 붙잡혀 끌려가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지금 쓰러졌을지 모르겠지만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왜냐하면 인연이라는 엉킴이 내가 떨어지지 않도록 받쳐 준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 이 두 사람이 나와 단단히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

         

       나는 두 사람에게 끌려 가며 피식 웃었다.

         

       뭐 그래.

         

       해결책은 지금부터 같이 생각해 보면 되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조금 늦었습니다악!

    *22/08/11일 86~104화 리메이크가 적용되며 화수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104화 이후에 내용을 감상하시던 독자님들은 2편이 삭제되며 내용이 당겨졌으니 2회 뒤로가기를 누르시면 제 진도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변경 내용이 궁금하신분은 공지 참조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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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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