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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0

       “일단 마실 것부터 시킬게.”

         

       연쇄살인마가 해맑게 웃었다.

         

       “아까부터 가게 주인이 눈치를 주더라고. 보니까 너 여기에 몇 시간은 앉아 있었던 모양인데, 그러면 최소 라떼는 시켰어야지. 에스프레소가 뭐야 에스프레소가. 싼티나게.”

       

       연쇄살인마는 올리비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곧장 카운터로 다가갔다. 그와 눈이 마주친 바리스타가 어깨를 움찔 떨었다. 나름 살기를 지운 모양이지만, 애초에 평범한 일반인이 견딜 수 있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몸을 옅게 떠는 정도로 끝났다는 건…….

         

       ‘어디서 감시하나 했더니.’

         

       아리아가 파견한 정보원 중 한 명인 게 분명했다.

         

       “주, 주문 하시려고요?”

        “네. 카페 라떼로 하나요.”

        “예! 그, 근데 돈은…….”

        “저기 숙녀분이 내주실거에요.”

       

       연쇄살인마는 손을 들어 올리비아를 가리켰다.

         

       “왜? 10년만에 만났는데 이런거 하나 못 사줘?”

       “…….”

        “어차피 나한테 용건이 있어서 온 거 아니야? 내 협조를 구하는 데 커피 한 잔이면 싸지.”

       “알았으니까, 돈이나 내고 와.”

       

       티잉.

       올리비아가 은화를 튕겼다. 연쇄 살인마는 눈웃음을 지으며 은화를 받아냈다.

         

       “역시, 너는 말이 통한다니까?”

       

       잔금을 치르고 온 연쇄살인마가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래? 10년 동안 연락 한 번 없다가.”

         

       붉은 눈동자.

         

       방금 바리스타, 아니. 정보원이 몸을 떤 이유도 저 눈동자 때문이다.

         

       바리스타가 쟁반을 들고 와 빈 잔들을 처리했다. 연쇄살인마는 생글생글 웃으며 카페 라떼를 받았다.

         

       둘 사이에 대화는 없었다. 올리비아가 에스프레소를 말 없이 한모금 마셨을 뿐.

         

       “확인할 게 있어서.”

       “확인? 뭐를?”

       “네 몸 속에 마신의 잔재가 숨겨져 있을지.”

       “……10년이나 지났는데? 잠깐, 설마 10년 동안 그걸 찾고 다녔던 건 아니지?”

         

       과연, 일리있는 말이었다.

         

       어쩌면 ‘올리비아’는 마신의 잔재의 대하여 이미 알고 있었을수도.

         

       “마음대로 생각해.”

        “그런데 웬일로 순순히 말해주네? 너답지 않게.”

       

       놈과 괜한 심리전을 해봐야, 얻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괜한 심리전이라도 걸었다가 하루종일 붙어다니기라도 한다면 이쪽만 손해다.

         

       물론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역시. 이놈도 아니네.’

         

       연쇄살인마의 상태창을 몇 번이고 확인해봤지만 특별한 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사실 아리아의 보고서를 봤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놈이 마신의 잔재와 융화됐으면 도시 하나를 뒤집어놨지, 사람 한두 명 찔금찔금 죽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을테니까.

         

       올리비아는 혀를 찼다.

         

       ‘……이렇게 되면 유곽까지 가야 되겠는데?’

         

       올리비아가 기억하는 ‘대마녀’라면 필히 서부 군도 어딘가의 유곽에 틀어박혀 있을테니까.

         

       보면 볼수록 느끼는 건데, 이 회차의 ‘마신 원정대’는 확실히 정상적이지는 않았다.

         

       키엘, 리브가까지는 참 괜찮았는데, 나머지 둘이 연쇄살인마와 대마녀라니.

         

       마신을 잡기는 커녕, 내분이 안 난 것도 용했다.

         

       ‘……이때 무슨 실험이라도 했나?’

         

       올리비아가 노말 엔딩을 본 횟수만 수백 번이 넘는다. 매번 똑같은 멤버로 깨는 것에 질린 이후에는, 이런 실험적인 조합을 시도하고는 했었다.

         

       결국 정석대로 하는 것이 최고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지만.

         

       올리비아는 아공간에서 아리아에게서 받아온 자료를 꺼냈다.

         

       [8월 17일. 기루 최상층을 한 달 전세 냄.]

       [9월 17일. 기루 최상층을 한 달 전세 냄.]

       [10월 17일. 기루 최상층을…….]

         

       괜히 보고서의 9할이 연쇄살인마와 관련된 내용이었던 것이 아니다.

         

       이 미친년은, 10년 내내 기루에만 처박혀 살았다.

         

       ‘……확실히 정상은 아니야.’

         

       대마녀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음에도 마신을 처리하는 데 한 손 거든 것도 그렇고, 살인을 즐기면서 정상인의 탈을 쓰고 있는 이 놈도 그렇고.

         

       역시 회귀자 중에 정상인은 리브가 뿐이다.

         

       보고서를 훔쳐본 연쇄살인마가 눈썹을 까닥거리며 말했다.

         

       “다음은 대마녀야? 가봤자 별다른 소득은 없을텐데. 알잖아. 걔 악마라면 질색을 하는 거.”

        “알아서 할테니까 좀 다물어.”

       “아니, 답답하잖아. 왜 굳이 고생을 사서 하려 그래?”

       “그럼 너는, 혁신적인 방법이라도 있냐?”

        “있지.”

       

       연쇄살인마가 모자를 손가락에 걸고 빙글빙글 돌렸다. 그 모습이, 마치 나이프를 돌리는 것 같았다.

         

       “그냥 넷 다 죽여버리면 되잖아. 나도, 재수없는 키엘도, 성녀도, 대마녀도. 전부 다.”

         

       그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났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잭나이프가 들려 있었다.

         

       “아, 기왕이면 나는 맨 마지막에 죽여줘. 키엘 그새끼 죽는 건 꼭 보고 싶으니까.”

         

       확실히, 미친 놈이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 어차피 나 혼자서 아무리 용을 써도 키엘은 못 죽이니까.”

         

       연쇄살인마가 올리비아를 향해 잭나이프를 겨누며 말했다.

         

       “마신이 죽은 지금, 걔들을 전부 죽일 수 있는 건 올리비아 너 한 명 밖에 없어.”

        “아니.”

       “왜. 키엘 때문에? 그 새끼가 강하긴 하지. 그런데……아무리 봐도 너한테는 안 될텐데?”

         

       틀린 말은 아니다. 정점에 도달한 자들끼리 싸운다면 결국 경험이 많은 쪽이 이기니까.

       그리고, 적어도 이 회차의 키엘은 100레벨의 마법사와 싸워본 경험은 없을 것이다.

         

       “…….”

         

       따가운 시선에 올리비아는 그쯤에서 생각을 끊고, 눈길을 돌렸다.

         

       연쇄살인마는 아까부터 재밌어 죽겠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유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올리비아가 키엘보다 강할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함으로써 일이 수틀린다면 키엘과 대립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얼추 시인해버린 셈이다.

         

       젠장할.

         

       “그러고도 찾지 못하면…….”

       “나보고 죽어라?”

       “에이, 그랬는데 너한테 잔재가 없으면 어떡해. 그러면 마신 좋은 일만 하는거잖아.”

         

       연쇄살인마가 양 손을 좌우로 뻗어 도시 양끝을 가리켰다.

         

       비열하고 잔인한 눈빛.

         

       “여기부터, 저기까지. 싹 다 죽여버려.”

         

       연쇄살인마의 손가락이 점점 하늘로 올라갔다.

         

       “그래도 못 찾았으면, 더 많이 죽이는거야. 자유도시 마키나, 서부 군도, 제국……그리고는 대륙에 있는 사람들 전부를.”

         

       연쇄살인마의 눈이 붉게 빛났다.

         

       “그러다간 언젠간 나오지 않겠어? 그 때도 못찾았으면……어쩔 수 없지. 네 말대로 자살하는 수 밖에.”

         

       어떠냐고 물어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마치 반응을 시험하려는 듯이.

         

       ‘…….’

         

       그 때까지 올리비아가 입을 다물고 있자, 연쇄살인마의 얼굴이 무표정으로 변했다.

         

       “사실, 나는 네가 이 도시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어. 근데 왜 바로 안 오고 세 시간이나 지켜봤는지 알아?”

       “왜지?”

        “흥분됐거든.”

         

       쐐애액!

         

       “…….”

         

       콰직.

         

       바리스타의 바로 옆에 잭나이프가 틀어박혔다.

         

       올리비아가 마법으로 경로를 틀지 않았다면, 그자리에서 머리가 꿰뚫렸을 것이다.

         

       “……미쳤냐?”

       

       아무리 놈이 마신 원정대의 일원이었다고 해도, 방금 건 선을 넘었다.

         

       아리아가 만들어준 ‘살인 면허’는 중범죄 이상을 저지른 죄인들을 살해했을 때 쓰라고 준거지, 기사단 출신 정보원을 죽이라고 만들어 준 것이 아니다.

         

       “미친건 너야. 올리비아.”

         

       연쇄살인마가 까닥, 손가락을 휘저었다.

         

       사신(死神).

         

       허공에서 낫이 나타나 길가를 거니는 행인들의 목에 걸렸다. 바리스타로 위장한 정보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정보원이 공포에 떠는 가운데, 연쇄살인마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망할 황제 폐하의 따까리들께서, 감시하고 있었던걸 내가 몰랐을 것 같아?”

        “…….”

        “그런데도 내버려뒀어. 왜?”

       

       서걱.

         

       낫이 무언가를 베었다.

         

       “10년 전에, 너랑 내가 약속을 했었거든.”

         

       관통하였다.

         

       “어, 아……?”

       

       피보라가 솟구쳤다.

         

       동시에 무언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손가락, 마디, 손바닥, 팔, 그리고 어깨까지.

         

       한 때 신체의 일부였던 고기 조각들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

       

       올리비아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연쇄살인마의 멱살을 쥐었다.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나를 10년이나 감시했는데, 당연히 값을 치뤄야지 않겠어?”

         

       길가에 수많은 행인들이 나뒹굴었다. 모두가 팔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행인이라기엔 지나치게 레벨이 높았던 자들.

         

       전부 아리아가 연쇄살인마를 감시하기 위해 보낸 정보원들이었던 것이다.

         

       “나는 오래 참았어. 10년 동안, 네가 부탁했던 대로 사람도 적당히 죽였고, 선도 안넘었지. 이제는 네가 약속을 지킬 차례야.”

        “무슨 약속.”

       “봐, 이상하잖아. 네가 약속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는데.”

         

       너, 올리비아가 맞기는 해?

         

       연쇄 살인마, 아니.

         

       대악마 바포메트를 단신으로 살해한 사신(死神)이 미소지었다.

         

       그 미소를 마주한 순간, 이상한 장면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올리비아가 알지 못하는 기억들이었다.

         

       [만약 내가 다시 널 만나러 온다면, 그때는 날 죽여도 돼.]

       [그 대신, 너도 약속 하나만 해.]

       [그때까지 선은 넘지 않겠다고.]

         

       드문드문 이어지는 장면들.

         

       깜짝 놀란 올리비아가 멱살을 놓고 뒷걸음질 쳤다.

         

       “이건 도대체……?”

       “그럼 그렇지.”

         

       연쇄살인마는 입술을 핥으며, 소름끼치는 눈빛으로 올리비아를 노려보았다.

         

       “네가 잊었을리가 없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대악마 바포메트는 마계 서열 4위입니다.

    마왕-가스모데우스-아가레스-바포메트-지렁페고르 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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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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