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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0

       “아니, 잠깐, 이것 좀, 놔봐!”

        

       ‘사라’가 투정을 부렸지만, 사라를 꽉 끌어안고 있는 소희는 포옹을 풀지 않았다.

        

       “나는 그런 사정도 모르고……! 그저 내 마음대로…….”

        

       하지만 소희에게 그 말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열심히 발버둥을 치던 ‘사라’는, 이내 자기 얼굴에 뚝뚝 떨어지는 무언가를 느끼고 몸부림을 멈췄다.

        

       “…….”

        

       ‘사라’는 고개를 들었다.

        

       너무 딱 달라붙어 있어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라는 소희의 축축하게 젖은 볼이 자신의 볼에 닿는 것을 느꼈다.

        

       소희는 울고 있었다.

        

       “……울어?”

        

       “…….”

        

       소희는 그저 말없이 훌쩍거리고 있었다.

        

       이제 보니, 포옹하는 느낌도 조금 달랐다.

        

       지금까지 소희는 꾸준히 ‘사라’를 포옹해왔지만, 보통은 짧고 강한 포옹이었다. 마치 엄마가 자신의 딸이 못 견디게 귀여워서 꽉 끌어안는 것처럼, 한번 강하게 안고 풀어주는 포옹. 가끔 조금 길게 안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꼭 끌어안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소희는 강하긴 해도 부드럽게 사라를 안고 있었다.

        

       마치, 정말로 꼭 그렇게 해 주고 싶다는 듯.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듯.

        

       “…….”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사라’는 그 포옹을 받고 뭔가 떠오른 것이 있었다.

        

       어머님이었다.

        

       물론, 평소의 어머님의 포옹과는 달랐다.

        

       그것보다는, 훨씬 더 오래전의,

        

       마치 어머니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듯,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자신을 안아주던 ‘엄마’의 포옹.

        

       아홉 살 이후로는 제대로 겪어 본 적이 없는 그런 포옹이었다.

        

       “……아.”

        

       거기까지 생각한 ‘사라’는 순간 퍼뜩 정신이 들었다.

        

       “자, 잠깐, 잠깐! 아직, 아직이야! 아직 돌아가면 안 된다고! 괜히 돌아갔다가는 다음엔 더 충격적인 무언가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단 말야!”

        

       자신도 모르게 정신이 과거의 기억으로 회귀하려는 것을 얼른 날려버리고, ‘사라’는 몸부림을 쳤다.

        

       물론, 이 기억 때문에 자신의 안에 잠들어있는 사라가 나타날지 아닐지는 잘 모른다. 이건 그 사람의 기억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하늘이가 하던 행동이 잠재의식 깊숙한 곳의 자신을 ‘끌어올리는 것’같은 행동이었다면, 이 행동은 자신의 의식을 과거의 기억 저편으로 부드럽게 ‘밀어 넣는 것’ 같은 행동이었다.

        

       그렇기에, 위험하다.

        

       ‘사라’는 본능적으로 그렇게 판단했다.

        

       “으, 응.”

        

       ‘사라’가 진심으로 발버둥 치자, 소희도 당황해서 팔에서 힘을 풀었다.

        

       ‘사라’는 얼른 옆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침대 끄트머리에 가 앉으며,

        

       “너, 앞으로 3일간 포옹 금지.”

        

       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

        

       쿠쿵, 하고 소희의 머리 위에 보이지 않는 바위가 떨어졌다. 아직도 볼에 흐른 눈물이 마르지 않아서, 그 모습이 엄청나게 처량해 보였다.

        

       ……3일은 너무 심했나?

        

       “……3일 말고, 오늘 하루 간 금지.”

        

       ‘사라’가 그렇게 말했다.

        

       “…….”

        

       다시 한번 방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던 조금 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방금 그 행동으로도, 의식을 전환하는 게 가능했던 거야?”

        

       하늘이 물었다.

        

       “나, 나도 모르겠어.”

        

       ‘사라’는 당황해서 조금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이건 위험해. 적어도 바로 조금 전의 그 포옹은 위험했어. 내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엉망진창인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앉아있는 사람 중 그 말을 함부로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걸 느낄 수 있는 것은 ‘사라’ 본인뿐이었으니까.

        

       ……사실, 바로 조금 전의 그 포옹이 아주 오래전의 어머님의 포옹과 너무나 비슷했다는 것을 말하기 쑥스러웠을 뿐이지만.

        

       바로 조금 전까지 자신의 삶을 아무렇지도 않게 포기할 수 있을 것처럼 말을 하며 방 안의 분위기를 휘어잡던 그녀였다.

        

       ‘다 포기했었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진심이었다. 그렇기에, 어떻게 그 포옹이 자신의 과거, 그것도 그렇게 오래전의 과거를 떠올리게 할 수 있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의식을 바꾼다고 했는데, 방금 그 행동이 그거랑 무슨 관련이 있어? 다른 사람과 몸을 붙이는 거랑 관련된 거야?”

        

       “…….”

        

       수아의 물음에, ‘사라’는 순간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가,

        

       “아, 아니거든!”

        

       하고, 조금 화난 듯 외쳤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하늘은 얼굴을 붉혔다.

        

       그 ‘몸을 붙이고 있던’ 사람이 바로 하늘이었으니까.

        

       “다른 방법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우리가 찾아낸 방법은 ‘그 인격이 가진 가장 강렬한 기억’을 떠올리는 거야. 그리고 그냥 떠올리는 수준으로는 안 돼. 그 기억에 관련된 사람과, 그 기억을 가장 잘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행동을 하며 상황을 떠올리는 거야. 그러니까, 일종의 충격요법이지.”

        

       “그런데, 어쩌다가 ‘너’의 그 강렬한 기억이 하늘이랑 몸을 비비는 게 된 거야?”

        

       소희의 질문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직 살짝 젖어있었지만, 적어도 얼굴에 묻은 눈물은 닦은 뒤였다. 눈이 조금 충혈되어있었지만, ‘사라’는 그걸 못 본 척하고 말했다.

        

       “……걔가 이쪽에서 가지고 있던 가장 강렬했던 기억이 쟤 위에 올라탔던 기억이었으니까.”

        

       “……아.”

        

       소희는 금방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소희는 그때 옆에서 ‘사라’가 하늘이 위에 올라타는 것을 보았다. 그 당시에는 그 이유를 ‘기억이 돌아오게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해줬었다. 덕분에 소희는 그 기억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럼 방금 그건?”

        

       “그, 그건 나도 모르겠어.”

        

       정확히는 짐작 가는 부분이 있었지만, 당장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말한다면, 차라리 먼저 그 사람과 상의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사라’는 다시 한번 그렇게 얼버무렸다.

        

       “……그런데.”

        

       ‘사라’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소희를 보며 물었다.

        

       “너는 왜 태도에 차이가 없는 거야? 나는 너가 알고 있는 ‘사라’랑은 다른 사람이라니까?”

        

       “하지만 너도 ‘사라’잖아.”

        

       “뭐……?”

        

       소희는 ‘사라’에게 빙긋 웃어주었다.

        

       “내가 만나고 있는 네가 어떤 사람이건, 나에게 있어서 너는 ‘사라’니까. 과거가 어떻든, 미래에 어떤 일을 하려고 하건, 내 옆에 있던 네가 나를 어떻게 느끼고 있건. 내가 느끼는 너는 언제나 나에게 있어서 ‘사라’야. ‘사라’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러니까 어떤 ‘사라’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거든.”

        

       소희는 ‘사라’ 옆으로 살짝 다가와 앉았다. 사라는 침대 끄트머리 쪽으로 몸을 살짝 더 빼면서 몸을 피했지만, 소희는 이번에는 사라를 끌어안지는 않았다.

        

       다만, 그저 ‘사라’의 손을 잡을 뿐이었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했지?”

        

       “아니,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니까?”

        

       ‘사라’가 당황해서 말했지만, 소희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상관없어.”

        

       고개를 살짝 저은 소희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냥 계속 좋아할 뿐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활짝 웃어 보였다.

        

       마치 태닝을 한 듯 살짝 어두운색의 피부. 염색한 뒤 귀찮은 듯 방치해서 머리 꼭대기에서부터 서서히 점령해나가듯 내려오는 검은 머리. 일하거나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라면 그냥 열어두는 셔츠 단추.

        

       하지만 그런 평소의 이미지를 한 번에 날려버릴 정도로, 그 미소는 청초해 보였다.

        

       “……어, 아, 헿,”

        

       ‘사라’는 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소희가 그렇게 말한다고 ‘사라’가 좋아하는 사람이 변하지는 않는다. 이 말은, 의식의 저 깊은 곳으로 잠든 그 사람에게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 말을 듣고 이렇게 기분이 들뜨는 걸까.

        

       어째서 이렇게 가슴이 간질거리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걸까.

        

       ……아, 그래, 알 것 같다.

        

       자신을 ‘좋아해 준다’고 했으니까.

        

       지금까지 좋아하는 사람 하나 없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 준다고 했으니까.

        

       ‘어떤 모습을 하건 상관없이’ 좋아해 준다고 했으니까.

        

       소희가 하는 말은 아마 ‘친구 이상으로’ 좋아한다는 뜻이겠지만, 친구 이상이라는 것은, 친구만큼 소중하다는 말도 포함되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사라’는 다시 한번 느낀 것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하고.

        

       “……그렇구나.”

        

       결국, ‘사라’는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대답해줄 필요 없어. 아니, 대답해주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 그만두게 하지는 말아줘.”

        

       “…….”

        

       ‘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웃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한테, 도저히 나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기억 속에서는 우악스럽고 행동도 훨씬 단순했었는데.

        

       아, 어쩌면, 오히려 그렇게 단순한 사람이기에 이렇게 솔직할 수 있었던 걸까.

        

       “아, 그건 안 돼.”

        

       어느새 ‘사라’를 안기 위해서 슬금슬금 올라오는 손을, ‘사라’는 찰싹 때렸다.

        

       “어딜 방심한 틈을 노리려고.”

        

       소희는 시무룩하게 손을 내렸지만, 그 태도가 조금은 귀여워 보였다.

        

       “…….”

        

       어, 그런데 바로 조금 전까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더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Brightwing님, 후원 감사합니다!

    칭찬 정말 감사드립니다ㅠㅠ 작가에게 있어서 글 잘쓴다는 칭찬만큼 듣고 싶은 칭찬은 없죠. 단순히 글을 쓰는 것이 일이라서가 아니라, 좋아해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언제나 글 쓰는 것이 좋습니다. 소설 뿐만이 아니라 가끔 짦은 산문같은 것을 쓰기도 하고 일기 비슷한 것을 쓰기도 해요. 물론 혼자 쓰는 글은 그렇게 길게 쭉 쓰지는 못하지만… 글 쓰는 것이 그만큼 즐거우니까요.

    글을 읽다보면 쓰고싶어진다고들 합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라이트노벨, 판타지, 웹소설을 읽다보니 저도 쓰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나오는 재미는 역시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을 때 나옵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께서 있었기에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소설을 완결까지 쓸 수 있다면, 그 모든 것은 독자 여러분의 공이겠죠.

    저를 지금까지 이끌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께서 읽기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런 칭찬을 받을 수 있도록, 독자님께서 저의 글을 읽고 나서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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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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