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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0

       

       

       

       

       나는 그 질문을 끝으로 더 이상 질문을 받지 않았다.

         

       기자 회견이 모두 끝났음을 알리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기자들은 순식간에 회견장에서 사라졌다.

         

       오늘 있었던 기자 회견의 내용을 정리하고, 다른 신문사보다 빠르게 기사로 내야 하니까 뭐…….

         

       그래 봤자 나를 도와준 무한신문이 가장 빠를 거다.

         

       이미 사전에 정보를 얻었으니까 기자 회견이 끝나자마자 바로 기사가 올라갔겠지.

         

       어쨌든 거의 모든 신문사가 내 얘기를 다룰 테니 이 소식이 퍼지는 건 하루면 충분하다고 본다.

         

         

       “진짜 미친놈이네.”

         

         

       ……뭔가 요즘 들어 자주 듣는 소리.

         

       전시장 정문 쪽의 벤치에 앉아 있던 내게 차무식이 실실 쪼개며 다가왔다.

         

         

       “멀쩡하게 제정신인데 뭔 소리야.”

       “그런 놈이 사랑을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 도박을 하는 게 말이 되냐?”

       “음… 확실히 내가 생각해도 로맨틱하긴 하네.”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고, 차무식은 그런 나를 보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걍 혼인 신고를 안 하고 셋이서 오순도순 살면 되잖아.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없긴 한데.”

       “무식아. 나 이리 봬도 나름 각본가야.”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인데?”

       “낭만이 없잖아, 낭만이. 애초에 한국을 벗어나면 그만인 문제인데.”

       “어차피 너 한국 떠날 생각도 없잖아. 해외여행보다 침대에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 놈이 뭔 이민이여.”

         

         

       쓰으읍…….

         

       이 새끼.

         

       쓸데없이 예리하다.

         

         

       “그래도 경우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 인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동물이니까 뭐. 정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퍽이나 안 되겠다, 새갸. 그나저나 오늘 남은 일정은 어떻게 할 건데? 한빛예고로 돌아갈 거냐?”

       “아니, 나 점심 약속 있어. 심심하면 너도 같이 가던가.”

       “점심 약속? 누구랑?”

       “어… 아마 지금쯤 도착했을걸.”

         

         

       차무식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 순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의 여름은 어째 중동보다 더 더운 것 같소.”

         

         

       나와 차무식은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눈치챈 차무식의 표정은 참으로 볼만했다.

         

         

       “서, 설마 나보고 저 사람이랑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한 거야?”

         

         

       나는 차무식의 귓속말에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녀석이 바로 눈치챘다시피, 현재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모르는 게 더 이상했다.

         

       누가 봐도 한국에서 보기 힘든, 터번을 둘러쓴 남자.

         

       이미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을 보호하기 시작한 경호원의 수만 봐도 저 사람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하하. 이렇게 얼굴을 보는 것이 오랜만이긴 하지. 물론 그대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지만. 나랑은 다르게 말이오.”

         

         

       무함마드 왕자.

         

       어째서인지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내 앞에 서 있었다.

         

         

         

       ***

         

         

         

       차무식은 함께 식사를 하자는 얘기가 나오자마자 기겁하며 한빛예고로 도망쳤고, 서은우와 무함마드 왕자는 잠시 걸으며 대화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우선 감사하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었어요. 최근에 일어난 일들은 당신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아마 먼 길을 돌아가야 했을 테니까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오. 그리고 그리 감사할 필요는 없소. 애초에 이번 일은 나도 상당히 흥미롭게 보고 있으니.”

       “……?”

         

         

       무함마드 왕자의 말에 서은우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그의 흥미를 끌어낸 걸까?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전에 나는 이렇게 말했소. 하고 싶은 대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행동해달라고.”

         

         

       문뜩 걸음을 멈춘 무함마드 왕자가 앞서 걸어가고 있던 서은우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서은우는 그 말을 들으며 그와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대화가 불현듯 떠올랐다.

         

       어찌 보면 무함마드 왕자의 등장과 마지막으로 그가 해준 말이 모든 일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그때만 해도 927 작가가 어느 정도의 위상을 지니고 있는지 실감을 잘못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무함마드 왕자에게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이 정도면 사우디 왕가의 친구랑 927 작가라는 이름다운 행보인가요?”

       “하하. 어떤 의미에서 기대 이상이오. 사실은 줄곧 걱정했소. 나는 그대 같은 천재가 세상에 이끌려 다니지 않기를 원하거든.”

         

         

       무함마드 왕자는 눈앞의 927 작가를 만나고 딱 한 가지 걱정스러운 점이 있었다.

         

       자신이 느낀 927 작가라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유하고, 겸손하다.

         

       물론 좋은 의미다. 하지만 이것은 현재든 미래든 927이라는 작가에게 있어서 그저 약점에 불과하다.

         

       무함마드 왕자는 알고 있다.

         

       주변에 관심과 억압으로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어나간 세기의 천재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그것이 때로는 나라의 욕심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질투 때문일 수도 있고, 법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그것을 막아주기 위해 무함마드 왕자는 927 작가에게 본국으로 오라는 제안을 했다.

         

       그곳에서라면 한국과는 다르게 어떠한 방해요소 없이, 말 그대로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테니.

         

       다만, 927 작가 스스로가 그것을 원치 않았기에 무함마드 왕자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어쩌면 자신 역시 그를 억압하는 존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하지만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927 작가는 달라졌다.

         

       철저하게.

         

       자신이 원하는 걸 지키기 위해 뭐든지 할 생각인 것 같았고, 더 이상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이제는 무함마드 왕자 자신마저도 그것을 위한 초석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무함마드 왕자는 옅은 미소 짓고 있었다.

         

       평생을 이용만 해왔는데 당해보는 쪽은 또 처음이었고, 적어도 지금의 927 작가가 세상에 이끌려 다닐 사람이 아닌 것을 확인했으니까.

         

       뭐… 앞으로 한국에 일어난 일처럼 그 반대의 경우라면 또 모를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역사의 중심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소.”

       “에이, 역사까지는 너무 과장인 것 같은데요?”

       “과연 그럴까. 그대도 앞으로 대충 어떤 상황으로 흘러갈지 예상했기에 그런 도박을 한 것 아니오? 물론 뻔뻔한 정도로 그대가 무조건 이기는 도박이겠지만.”

         

         

       무함마드 왕자가 생각해도 이건 불합리한 도박이었다.

         

       당연히 불합리한 쪽은 927 작가가 아닌 반대쪽이다.

         

       927 작가가 이 작은 나라에서 등장한 덕분에 지금까지 그들이 얼마나 많은 영광을 누렸던가?

         

       동시에 그의 은퇴 건이 전해지자마자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질타를 받았다.

         

       그렇기에 오늘 927 작가가 기자 회견에서 한 발언은 사실상 불호령에 가까웠다.

         

       만약 자신과 두 여인의 관계를 인정해주지 않거나 욕을 하며 손가락질을 했다간, 그대로 미련 없이 한국을 떠나 다른 곳에서 활동하겠다는 것.

         

       심지어 927 작가의 정체가 아직 약관을 지나지 않은 소년인 것이 밝혀진 이상, 그 가치는 이제 가히 상상할 수 없겠지.

         

       즉, 한국에 운 좋게 나타난, 말 그대로 축복 같은 존재를 두 눈 뜨고 다른 나라에게 뺏길지도 모르는 뜻이다.

         

       고작 법이라는 족쇄 때문에…….

         

       물론 법은 나라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 너무나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렇기에 절대 쉽게 바뀌지 않으며, 단어 앞에 ‘고작’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가벼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927 작가의 은퇴 건으로 후회란 후회는 다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과연 그것이 눈에나 들어올까?

         

         

       “저는 그냥 이번 기회에 한 번 확인해 보는 거예요. 사람들이 얼마나 저를 좋아하는지를.”

       “이왕이면 나는 결과가 반대였으면 좋겠군.”

       “……예?”

       “이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속마음이 튀어나온 것 같군. 절대 흘려듣진 마시오.”

         

         

       무함마드 왕자의 사람 좋은 미소를 본 서은우는 쓴 미소를 지었다.

         

       누가 들어도 의도가 다분한 말이었다.

         

         

       “그나저나 그대는 용서가 너무 빠른 것 같소. 내 생각에는 아직 한참 부족한 것 같은데.”

         

         

       그때 무함마드 왕자가 새로운 주제를 꺼냈다.

         

       이것은 영광그룹에 관한 얘기였다.

         

       최도진 대통령의 도움으로 오늘 아침부터 순식간에 권해수 회장과의 협상 아닌 협상을 마친 서은우는 무함마드 왕자에게 부탁했다.

         

       중동 쪽 거물들을 서서히 복귀시켜 영광그룹의 주가를 다시 안정화 단계로 만들어 달라고.

         

       무함마드 왕자 개인적으론 최소 1달 정도는 더 지옥을 맛보여줄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서은우는 진심으로 자신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이 없었으면 했다. 일단 그 사람들이 직접적인 죄를 지은 건 아니니까.

       

       그리고 그것을 대가로 서은우가 받아낸 것은 권대한이 설소영에게 접근을 금지하는 것과 철 좀 들라는 의미에서 그를 청소년정신교육대에 보내는 것.

         

       조만간 1달 동안 간접 훈련병 생활을 겪고 있을 재벌가 자제의 사진이 기사로 나돌겠지.

         

       아마 원작 기준으로 면제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앞으로 영광그룹이 맹목적으로 927 작가를 배려해주는 것과 제일전자의 해외 진출 건을 아무런 대가 없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라고 말했다.

         

       이건 서은우의 지극히 개인적인 선물이었다.

         

       아마 미래의 장인어른 되실 분을 위한 거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나도 그대를 도운 기념으로 선물을 하나 받아가고 싶은데.”

       “선물이요?”

         

         

       서은우는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이 천하의 무함마드 왕자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

         

       당연히 금전적인 쪽은 아예 생각할 필요도 없겠지.

         

       그나마 작품으로 보답해주는 것밖에 없어 보이는데…….

         

       서은우가 그런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을 때 무함마드 왕자는 전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선물에 관한 얘기를 꺼냈고…….

         

         

       “오, 그거라면 마음 편히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한번 얘기해 볼게요.”

         

         

       서은우는 긍정적인 대답을 하며 어째서인지 씨익 미소를 지었다.

         

         

         

       ***

         

         

         

       이번에는 상당히 급하게 방한(訪韓)한 것이기에 무함마드 왕자는 일정상 한국에 그리 오래 있지는 못했다.

         

       어차피 이렇게 얼굴도장을 찍은 자체가 927 작가에게 힘이 실리는 일이었고, 지금의 그에겐 딱히 그 이상의 도움은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아무런 미련 없이 사우디로 돌아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던 그때였다.

         

         

       “이거 놔! 도대체 어디로 끌고 가는 거냐!”

         

         

       그의 근처로 큰 소리를 내지르며 누군가가 다가왔다.

         

       정확하게는 무함마드 왕자의 사용인들에게 양팔을 제압당한 상태로 끌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왕세자시여…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사용인의 말에 무함마드 왕자는 흡족한 듯 미소 지으며 선물을 살폈다.

         

       그는 무언가 죄라도 지은 듯 죄수복을 입고 있었으며, 양손이 완전히 결박당한 상태였다.

         

       또한, 서프라이즈라도 해주려는 듯 앞이 전혀 보이지 않게 시야를 가린 상태였다.

         

         

       “안대를 풀어주게.”

         

         

       무함마드 왕자의 명령을 받은 사용인들이 서둘러 죄수복을 입은 남자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안대를 풀었고, 그렇게 죄수복의 남자는 자신을 이곳으로 끌고 온 장본인과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눈빛을 보이고 있는 무함마드 왕자와.

         

       무함마드 왕자가 눈앞의 남자에게 이 정도의 살벌한 눈빛을 보이는 데에는 별 이유가 없었다.

         

       그야 자신의 친우에게 칼을 겨누고, 상처를 입히고 의식까지 잃게 만든 장본인 아니던가?

         

       ……그렇다.

         

       무함마드 왕자가 바란 선물은 이다혜 스토커 사건의 주범이었다.

         

         

       “자네는 지금부터 이 비행기를 타고, 나와 사우디로 가서 직접 그 죄를 심판받을 것이오. 한국의 법이 아닌 사우디의 법으로 말이지.”

       “그, 그게 무슨 개소리야!”

       “들은 그대로지. 황가의 친구를 공격한 것은 사우디에서 곧 반역과도 같은 일이니 기대하는 게 좋을 것이오. 왜냐하면……”

         

         

       무함마드 왕자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며, 얼굴이 사색이 된 남자의 어깨에 친근하게 손을 올렸다.

         

       그리고 남자에게 해줄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거든.”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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