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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1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네요. 저흰 일단 돌아갔다가 나중에 올게요. 저희가 함부로 들어도 되는 이야기 같지도 않고.”

       

       

       중년 여성의 이야기가 계속되자, 용사의 딸은 가족들과 함께 집을 나갔다.

       

       음. 용사네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예정이…. 불청객으로 인해 일그러지는구만. 씁.

       

       어쩔 수 없지. 빨리 끝내고 식사를 하는 수 밖에!

       

       

       “그 후로도 아저씨는 계속 저를 밀어내셨었지만 결국 제 고집이 이겼고, 아저씨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었지요. 여행의 목적은…. 아저씨의 저주를 푸는 것이고요.”

       

       

       여성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저씨는 저주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려주시지 않으셨어요. 말해주신 사실은 그저 신에게 저주를 받아 재앙이 주변을 맴돈다는 것 하나 뿐.”

       

       

       흠…. 저주 받아서 재앙이 주변에 맴돈다고? 그거 자기 잘못을 말하고 싶지 않아서 감춘거 아닌가?

       

       솔직히 여자한테 추근거리다가 신전과 그 신을 모독했다고 하면…. 저주 받아도 싼 놈이라는 말을 듣게 될 테니까.

       

       

       “그래도 저희들은 함께 세상을 여행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저처럼 아픈 사람들이나, 다른 이들에게 핍박 받던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했었죠.”

       

       

       저 멍청이가 사람을 도와준다는게 어째 믿겨지지 않는데.

       

       어쩌면, 다른 사람을 도운게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닐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거나, 아니면 저 여자가 다른 사람을 돕는데에 휘말려서 같이 도왔다거나.

       

       뭐, 본의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정말로 다른 사람을 도왔다면 그 또한 선업이겠지.

       

       아주 약간은, 달리 봐야할지도.

       

       

       “그, 그만….”

       

       

       여성이 이야기를 계속하는 가운데, 슬슬 제정신을 차린 바보가 자그마한 목소리를 내었다.

       

       

       “태양 아래에서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저씨였지만, 흐르는 물도, 약간의 불꽃에도 괴로워하는 아저씨였지만, 여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주를 풀 방법을 찾는 여행. 그 여행 중, 수많은 재앙에 시달리면서도 아저씨는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그로 인해 아저씨를 따르는 이들의 숫자가 일백이 넘을 정도로 말이지요.”

       

       

       이 바보를 따르는 이들이 일백씩이나? 흐음….

       

       뭐, 이 바보가 저지른 죄를 모르고 도움을 받았으니까, 따를 수 있는 것이겠지만.

       

       

       “아저씨의 주변에 있으면 신이 내리는 재앙에 휘말리니까, 다른 사람들은 안전한 곳에 마을을 이루고 지내고 있지만요. 아저씨와 동행하는 것은 저 뿐이고.”

       

       

       그렇게 말하는 중년 여성은 어째서인지 자랑스럽다는듯한 얼굴이었다.

       

       

       “그렇게 저주를 풀기 위한 여행을 하던 도중, 어느 나라의 왕이 아저씨의 힘을 탐냈었죠. 늙지도 죽지도 않는 아저씨의 힘을 얻는다면 영생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영생이 있다면 세상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흐음, 영원한 생명을 탐낸 놈이 있었나? 뭐, 그걸 노리는 자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가진 것이 많으면 많을 수록, 크면 클 수록 그것을 뒤로한 채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걷고 싶진 않을테니까.

       

       

       “그때 아저씨는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없어서…. 혼자 몰래 떠나가셨지요. 스스로가 큰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그, 그건…. 걸리적거리는 너희들을 떼어내기 위해….”

       

       “결국 혼자 왕을 찾아가서 왕의 탐욕을 끝내셨잖아요? 그 왕은 백성들에게 악평이 자자했는데, 아저씨 덕분에 현명한 왕자가 새롭게 왕이 되었다고 들었고요! 아저씨 덕분에 한 나라가 더욱 나아진 길을 가게 된 것이라구요!”

       

       

       흐음…. 자기 나라를 무너트린 놈이, 다른 나라는 도와준 꼴이로구만.

       

       

       “그렇게 아저씨의 소식을 듣게 된 후에는 아저씨를 찾아간 저를 떼어내지 않으셨잖아요! 정말로 싫으셨다면 저를 손쉽게 떼어내고 혼자 떠나셨을텐데!”

       

       “…….”

       

       

       바보는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아마도, 여성을 떼어내지 못한 이유는…. 외로웠기 때문이 아닐까?

       

       아까 용사와 싸우면서도, 다른 이들의 죽음을 지켜볼 수 없는 삶은 싫다고 말하기도 했었으니까.

       

       저런 바보라도, 혼자가 싫었던 모양이지.

       

       주변 사람들의 삶은 소중했던 모양이지.

       

       

       “그렇게, 저와 아저씨는 수많은 재앙을 견디며 여행을 계속했어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돕고, 저주를 풀기 위한 단서를 찾는 여행을 계속했지요.”

       

       “제발…. 그만….”

       

       

       바보가 죽어가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자신이 한 일을 전부 까발려지니 어지간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술에 취한 아저씨가 골아 떨어지면서 작게 중얼거리셨죠. 용사님과 용의 무녀님의 이름을요.”

       

       “흐음. 우리의 이름을?”

       

       “네. 두 분의 이름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후회하는듯한 목소리로 말하였지요. 그 외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했었어요.”

       

       

       뭔가 이상해?

       

       

       “신에 의해 내려진 저주라면, 신에게 가장 가까운 인간에게 부탁을 하는게 가장 먼저였을테니까요.”

       

       

       음. 확실히, 신에게 가장 가까운 인간이 여기 떡하니 있으니 말이지.

       

       생명의 여신에게 선택받은 인간. 용사가 있었으니까.

       

       

       “나중에 생각해보면, 아저씨의 여행 도중에는 용사님과 행선지가 겹치는 일이 없었어요. 아니, 오히려 용사님을 피하는 경로처럼 보였었지요. 그걸 알아차린 것은 무척이나 뒤늦은 일이었지만.”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다?”

       

       

       내 말에 여성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저씨를 설득하는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요. 죽어도 만나지 않겠다고 설득에 설득을 거듭한 끝에 간신히 받아들여 주셨구요.”

       

       “그래서, 나와 누님을 찾아온건가?”

       

       “네. 여러분이 마지막 희망이니까요.”

       

       

       중년의 여성은 이제야 사지가 온전해졌는지 몸을 일으키는 바보를 보며 말했다.

       

       

       “그러니, 부디 두 분. 힘을 빌려주세요. 아저씨에게 걸린 저주를 풀 수 있도록….”

       

       

       그런 여성의 어깨를 짚으며, 바보가 말했다.

       

       

       “이제 되었다. 이들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을거다.”

       

       “네? 어째서죠?! 용사님이라면, 용의 무녀님이라면, 소문으로 듣던 두 분이라면…. 분명 아저씨께 도움을 주실텐데요!”

       

       

       그런 여성의 말에, 바보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겠지.

       

       저주에 걸리게 된 원인이 나에게 껄떡거리고 신과 신전을 멸시했다는 것을…. 자신을 따르는 여성에게 말할 수 없었을테니.

       

       그러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바보를 대신해서 말했다.

       

       

       “네? 어째서인가요?”

       

       “그 바보가 저주에 걸린 원인 때문이지.”

       

       

       나는 싸늘한 눈으로 바보를 노려보았고, 바보는 슬쩍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거기에 신이 직접 내린 저주는 신의 노여움을 풀거나, 신이 바라는 것을 하지 않으면 풀 수 없지. 저주를 풀 다른 방법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니, 수백년 넘게 찾아도 알 수 없을게다.”

       

       “하, 하지만….”

       

       

        여성은 무언가 더 말하고 싶다는듯이 입술을 움찔거렸지만, 결국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없었다.

       

       그리고, 저 바보 본인도 저주를 풀 생각은 없어보였고.

       

       용사와 싸우면서 한 말도, 저주를 풀어달라는 말이 아닌 자신을 죽여달라는 말이니까.

       

       저 바보는 처음부터 저주를 풀 생각이 없었다는 말이었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을 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는 어리석은 짓은 그만 두거라. 신에게 저주를 받았다면 그 신에게 매달려야지. 다른 곳에 매달린들 방법이 나오겠느냐.”

       

       

       내 말에 바보는 무척이나 싫다는듯이 미간을 구긴다. 자신에게 저주를 내린, 생명의 여신에게 매달리고 싶지 않다는 얼굴인듯 했다.

       

       그래서는 수백년이 지나도 저주가 안풀리겠지.

       

       그러니까.

       

       

       “알겠으면 올바른 방법을 찾아서 저주를 풀거나, 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거라. 그렇지 않으면 풀 수 없을 것이야.”

       

       

       이렇게 직접적으로 힌트를 준다면 기억이 되살아나겠지!

       

       슬슬 나도 그 땅의 저주를 풀어주고 싶거든! 네놈의 똥고집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풀어주고도 남았으니까!

       

       네놈에게 걸린 저주는 알바 아니지만!

       

       

       “올바른 방법…?”

       

       “그래. 올바른 방법.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하지 않고 있지 않느냐.”

       

       

       솔직히, 나는 저 바보가 용서를 빌기 위해 신전에 오는데에 몇년 걸리지 않을거라 생각했었으니까.

       

       순례자를 통해서 이야기도 전했었으니까. 1년 ~ 2년 정도면 금방 신전에 와서 데굴데굴 꿀꿀 멍멍하고 울며 굴러다닐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저게 수십년동안 버티네! 세상에나!

       

       진짜, 쓸데없는 곳에서 근성이 대단하다니까.

       

       

       “그리고, 슬슬 저주를 풀지 않으면 그 놈의 어리석은 영혼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그 쓸데없이 굳센 고집은 그만 꺾고, 신전으로 가서 용서 빌거라.”

       

       “네, 네! 그러니까, 어느 신께 용서를 빌러 가야하죠? 아저씨가 태양 아래에 나오면 괴로워하니까, 빛의 신부터 가야할까요? 아니면 다른 신들은…. 음…. 명확한 신전이 있는 신이….”

       

       “그만.”

       

       

       바보는 허둥대는 여성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용의 무녀가 말하는 신전은 분명 생명 신전이겠지.”

       

       

       바보는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다.

       

       

       “모든 일이 그곳에서 시작되었으니까.”

       

       “그, 그렇다면 빨리 가도록 하죠! 마침 가까우니까….”

       

       “싫다. 그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

       

       “아저씨!!”

       

       

       바보는, 아니 멍청이는 정말로 싫은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생명의 여신이냐. 뭐가 자애로운 어머니란 말이냐. 나에게는 고통만 주었으면서. 이런 삶은 바라지도 않았건만.”

       

       

       이 새끼가…? 제 잘못은 생각치도 않고?

       

       계속해서 기회를 주고, 반성만 한다면 저주를 풀어주겠다고 했는데도, 제 잘못은 생각 안하고 남 탓을 해?

       

       안되겠다. 이 새끼는 그냥 답이 없겠어.

       

       그냥 여기서 바로 뼈와 살을 분리하고, 영혼을 영원히 고문해버리던가 해야─

       

       

       “멍청한 놈!”

       

       

       내가 손을 쓰는 것보다, 용사가 빠르게 움직였고, 멍청이의 얼굴에 주먹이 틀어 박혔다.

       

       

       퍼억!!!

       

       

       목이 부러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뒤로 넘어가는 멍청이.

       

       그런 멍청이를 보며 용사는 매우 드물게도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억지만 부리다니! 병신도 이런 병신이 없구나!”

       

       

       옳지! 잘한다! 더해라!

       

       나는 그렇게 소리치는 용사의 뒤에서 마음 속으로 응원하며, 멍청이를 지우기 위해 살짝 모았던 마력을 흩트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감사합니다!
    꾸준한 3코인. 감사하읍니다…!

    Rillan님 100코인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 챙길께요!
    일단 오늘 글 예약하고… 맛있는거 먹고 푹 자야지…!

    (반응이 없다. 죽은지 얼마 되지 않은 평범한 시체인듯 하다.)

    세탁기? 제가 그걸 왜 돌려요?

    예로부터 세탁은 빨래방망이로 두들기고 손으로 쥐어짜거나 비틀면서 하는 것이었는데.

    컴퓨터를 질렀지만, 아직 배송되진 않았습니다. 빨리 왔으면 좋겠다… 흑흑…

    오면 해볼게 산더미네요. 그동안 사양 탓에 못했던 게임들 다 해봐야지. 아, 팰월드도 질러놨어요. 할인하는 동안.

    하고싶은게 너무 많은데, 몸뚱이는 하나라서 아쉽네에! 글 쓸 몸과 게임할 몸과 밥먹고 잠 잘 몸이 따로였으면 좋았을텐데!

    표지… 변경…!

    표지는 계속 AI로 찍어내고 있습니다. 괜찮다 싶은게 나올때마다 바꿀거에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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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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