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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1

        

        

       

       

       

        

       검은 탑 마족이 처치되고 하루 뒤에 아이작이 돌아왔지. 시기가 적절하다고 생각되지 않니?

        

       괴묘-체셔가 앨리스에게 했던 얘기다. 높은 건물에서 뒹굴며 우연히 교문을 지켜보다 얻은 정보였다.

        

        

       어젯밤, 총학생회실에서.

        

       앨리스 캐럴은 목에 낀 흑백 초커를 매만지며 조용히 생각했다.

        

       검은 괴물, 이름 없는 영웅.

        

       메르헨 아카데미에 출현했던 마족들을 처치하고 다닌 정체불명의 존재를 세간에선 그리 일컫는다.

        

       앨리스는 그를 방해꾼이라고 불렀다. 마족이 빛 속성 보유자, 이안 페어리테일을 죽이는 걸 방해하고 있으니까.

        

       방해꾼은 처단해야 할 적이지만.

        

       그는 부유섬을 처치함으로써 자신이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른 자라는 사실을 만인에게 증명했다. 적어도 이 메르헨 아카데미 부지 내에선 실질적인 최강자인 셈.

        

       대마법사란 마나 감지력이 비상식적으로 높아, 설령 발산 중이지 않은 마나라도 감지할 수 있다.

        

       즉 아이작이 실제로 방해꾼이라 쳐보자. 그를 하수인이나 사역마를 써서 몰래 감시해 버리면 ‘여기 있는 수상한 저를 봐주십시오’라고 대놓고 선언하는 꼴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바보 같은 짓이지.

        

       하물며 그 멍청한 허상의 리파 탓에 학사 내에 마족과의 내통자가 있다는 정보가 나돌아다니고 있는 상황. 그 정보는 학사 내에 잔류 중인 황실 기사단에게도 공유되고 있다.

        

       앨리스는 부단히 신중을 기해, 방해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심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

        

        

       따라서 필요한 건 정보.

        

       이미 아이작에 관한 정보는 긁어모았고, 수상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확신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니 아이작이 방해꾼이라고 확정 지을 수 있는 정보가 필요했다.

        

       그가 검은 괴물이라는 확신이 들면, 약점을 찾아내고 어떻게든 없애야 할 터.

        

       목이 욱신거린다. 초커를 문지르던 앨리스의 손길이 점점 거칠어졌다.

       

       

       “하아.”

       

        

       그녀는 호흡을 가다듬고 감정을 추스른 뒤, 가까스로 초커에서 손을 떼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여전히 메르헨 아카데미엔 하얀 눈송이가 하염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 * *

        

        

        

       메르헨 아카데미 학생회장. 흑막이자 2학년 1학기 파트의 최종 보스.

        

       하트 여왕-앨리스.

        

       <메르헨의 마법 기사> 「9막, 앨리스 토벌전」의 난이도는 몹시 높은 편이었다.

        

       들이닥치는 트럼프 군세. 앨리스는 강인한 하수인들을 대량으로 퍼붓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해도 허를 찔리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트럼프 군세 중 최상급 전력이자 중간 보스 격인 팔라딘들은 특히 뚫기 힘들었지.

        

       그 모든 병력을 수족처럼 부리는 보스가 다짜고짜 내 앞에 나타나니 나로선 놀랄 수밖에.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쏟아지는 함박눈. 좁은 우산 아래.

        

       나와 앨리스는 가까이서 두 눈을 마주했다. 이토록 그녀와 거리를 좁히는 건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앨리스는 방학임에도 교복 차림이었다. 학생회장 업무를 수행하느라 그런 거겠지. 총학생회실이 있는 바르토스관은 정복 차림으로 나다녀야 한다는 보수적인 관습이 있으니까.

        

       문득 서리의 시련 때, 죽어 가는 나를 웃는 얼굴로 내려다보던 교복 차림의 앨리스가 떠올라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올라왔다.

        

       다만, 그때와 차이점이 있다면 어깨에 걸친 케이프였다. 진홍색과 검은색, 금색이 조화를 이루는 학생회장 전용 겉옷. 간지는 덤이다.

        

       그보다, 마침 길을 지나던 중에 우연히 경로가 겹쳤던 건가? 아니면….

        

        

       ‘일부러 접근한 건가?’

        

       

       역시 [심리 간파]는 먹히지 않는다. 앨리스에겐 고유 특성 [붉은 여왕의 역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말의 정보조차 읽어내지 못 하는 것이다.

        

       뭐, 그래도.

        

       나를 미행하고 있었다고 해도 암갑귀가 있는 동굴까지는 모를 터였다.

        

       거기까지 가면서 빙설룡-힐드를 반딧불이 형태로 소환해 미행하는 자가 없는지 살폈으니까. 몰래 쫓아왔어도 눈이 펑펑 쏟아진 탓에 눈길에 발자국이 남았겠지. 나와 빙설룡이 못 알아챘을 리 없었다.

        

       본인의 마법으로든, 사역마나 하수인의 도움을 받았든, 하늘을 날면서 나를 미행하지도 못했으리라. 그랬으면 마나 감지력이 뛰어난 빙설룡에게 진작 들켰을 테니.

        

       즉, 날 발견하고 몰래 쫓아왔다고 해도 암갑귀가 있는 동굴을 벗어나고 교정을 거닐 때부터였겠지.

        

       그리 생각을 마치고 빠르게 표정을 갈무리했다. 일부러 입을 살짝 벌리고 ‘와’하고 작은 감탄사를 흘렸다.

        

       계속 당황한 채로 있다간 의심을 살 우려가 있잖아.

        

        

       “왜 그렇게 놀라?”

       “아…, 예쁘셔서요.”

        

        

       일부러 말을 더듬으며 쑥스러운 기색을 비쳤다. 좋아, 찐따스럽군.

        

       잠시 어색하게 벙쪘던 실수를 만회하는 훌륭한 거짓말로 이만한 게 또 있을까.

        

       아, 예쁜 건 사실이다. 내가 놀랐던 이유를 구라 친 것이었다.

        

        

       “취향이 상식적이구나. 정상인이라 다행이야.”

        

        

       남은 손으로 턱을 괴고 태연하게 대답하는 앨리스.

        

       그녀는 자기가 예쁘다는 걸 상식으로 여긴다. 적어도 그녀의 인식으론, 해가 뜨고 지는 것과 동일 선상에 놓여 있는 참 명제였다.

        

        

       “일으켜 줄까, 애기야?”

        

        

       애…, 뭐요?

        

        

       “애기…?”

       “넌 후배잖아. 거기다 애기처럼 보이는걸. 응애, 전 애기예요~.”

        

        

       앨리스는 붉은색 브로치가 달린 내 케이프를 잡아당겨 제 뺨 옆에서 흔들며 자연스레 교태를 부렸다. 아직 귀찮아서 2학년을 상징하는 파란색 브로치로 안 바꾸고 있었다.

        

        

       ‘얘 왜 들떴어?’

        

        

       마른침을 삼키고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들뜬 게 아니다. 사람 마음을 파고들기 위한 연기겠구나.

        

       앨리스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녀를 ‘사람 대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난 아니야.’

        

        

       <메르헨의 마법 기사> 시나리오에서 앨리스를 숱하게 봐 왔던 나로선, 지금 그녀의 행동이 몹시 어색하게 느껴진다.

        

       전에도 언급했듯 앨리스는 정보가 제한 적이고 미스터리한 캐릭터라, 많은 플레이어가 그녀의 비밀을 주제로 활발하게 토론해댔다.

        

       그 내용을, 나는 전부 숙지하고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연금발의 빌런이 가진 성격적 결함, 특징 따위를 세세하게 알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앨리스의 친절한 성품은 순전히 본인 이미지를 위한 것이었다.

        

       겨울방학이라 유동 인구가 없는 길에서, 곤란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냥 못 본 척 지나치는 편이 훨씬 그녀의 성격에 걸맞다는 얘기다.

        

        

       ‘내 생각이 맞다면.’

        

        

       마족과의 내통자가 학사 내에 있다는 정보와, 앨리스의 적인 검은 괴물이 대마법사라는 정보가 공공연한 상황.

        

       발산 중이지 않은 마나까지 감지하는 대마법사를 상대로, 몰래 감시한다는 어리석은 선택지를 앨리스가 고를 리 없었다.

        

       그렇다면 직접 나를 찾아온 연유가 납득 간다.

        

       그녀는 내가 검은 괴물인지 아닌지 확신을 얻으려 할 것이고.

        

       긍정적인 확신이 생기면 나를 암살하려는 공작을 세울 것이고.

        

       그러기 위해 내 허점을 노리고자 할 터.

        

       즉, 그녀가 직접 찾아와 나를 떠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이르니 이제는 확신이 든다.

       

       

       ‘앨리스는….’

       

       

       지금 날 의심하고 있다.

        

        

       “…왜 그렇게 굳어 있니? 꼭 내가 너 잡아먹을 것처럼.”

        

        

       예리하네.

        

        

       “좀 당황스러워서…. 방금 애교 부린 거예요?”

       “별걸 다 신경 쓰는구나? 눈 호강했다고 생각하렴.”

        

        

       특유의 자상한 미소를 짓는 앨리스.

       

       

       “몸 불편해 보이는데. 가는 데까지 도와줄까?”

        

        

       일단 여기서 벗어나고 생각하자.

        

       나는 아직 앨리스에 비해 턱없이 약한 편. 일이 틀어지고 내가 검은 괴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끝장날 것이었다.

        

        

       “아니요, 괜찮….”

        

        

       일어나려 했으나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중심을 잡지 못했다.

        

       결국, 휘청거리다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눈길이라 아프지는 않은데…. 한번 넘어지고 나니까 힘이 쫙 풀렸네.

        

        

       “어?”

       

        

       앨리스는 잿빛 마법진을 전개해 내게 중립 속성 마법 [염력]을 사용했다. 무형의 힘이 가볍게 내 몸을 일으켰다.

        

       일반적으로 생명체는 타인이 사용한 [염력] 따위에 강한 저항력을 갖는다. 마나끼리 서로를 밀어내는 힘, 마나 역장이 작용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지금 내 몸 상태로는 [염력]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 하는 모양. 마력이 얼마 안 남아서 그런 거겠지.

        

       그나저나 마력 밀도 무시무시하네. 미친 거 아니냐.

        

        

       “거절할 상태는 아닌 것 같네.”

       

       

       ‘아오, 내 몸….’

        

        

       몸 상태가 개판이다.

       

       이런 상태에서 굳이 앨리스가 부담스럽다고 애써 호의를 거절하며 피하려 하면 오히려 수상쩍겠지.

       

       

       “하하, 그러게요….”

        

        

       됐다, 당황하지 말자.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생각했다. 내가 이 아카데미에서 살아남으려면 서툰 행동은 금물일 테니.

        

       뭐, 이번 기회에 앨리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서를 찾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검은 괴물이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 주는 것도 좋겠고.

        

        

       ‘상황은 나한테 유리해.’

        

        

       지금 내 몸 상태를 보아라. 딱히 아무 일도 없었는데 천하무적 같던 검은 괴물이 약골처럼 휘청거리는 꼴이 말이나 되는가.

        

       그러니 나는 그저 평범한 아이작을 연기하면 된다. 그러면서 앨리스가 하는 말, 그녀의 미세한 표정 변화, 말투, 언행 따위에서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힌트를 읽어내자.

        

        

       “염치없지만…, 신세 져도 괜찮을까요?”

        

        

       곤란한 척 앨리스에 버금가는 예의 바른 미소를 연기했다.

        

       나는 이 녀석과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그럼 허리 똑바로 펴볼래?”

       

       

       앨리스는 [염력]으로 내 상체를 편안하게 고정해주었다.

        

        

       “옳지.”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앨리스.

        

       그렇게 우리는 우산 하나를 같이 쓰고 나란히 눈길을 걸어 나갔다.

        

       생활동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학생 식당에서 루체와 함께 저녁 먹을 생각이었으니까.

       

       

       ‘그림 참 묘하네….’

        

        

       2학년 1학기 파트 최종 보스와 커플 우산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싶다.

        

        

       “다리 불편하지?”

       “네, 힘이 잘 안 들어가네요.”

       “왜 그렇게 다쳤니?”

       “사역마 소환하고 싸우면서 단련하느라…. 좀 열중했나 봅니다.”

       “지금은 왜 소환 안 해? 돌아가는 거 힘들잖아.”

       “마력을 거의 다 써서요. 눈길도 좀 걷고 싶었고.”

       “귀여운 대답이구나. 몸 상태는 엉망인 주제에.”

        

        

       쓸데없는 대답에도 앨리스는 가볍게 웃으며 반응해주었다.

        

        

       “선배는 학생회장이죠?”

       “그렇지. 네 직속 선배이기도 해. 마법학부니까.”

       “원래 산책 같은 거 자주 하세요?”

       “평소엔 잘 안 한단다. 눈이 많이 오니까 그냥 걷고 싶어졌어. 너랑 같구나.”

        

        

       이거, 그냥 재미없고 상냥하기만 한 예쁜 선배와 대화하는 기분이네.

        

        

       “근데 넌 방학인데도 아카데미에 남아 있는 거니?”

       “네, 그냥….”

        

        

       갈 데도 없고 해서요.

        

       …라고 대답하려다 말았다. 순간 앨리스의 질문이 교묘하게 느껴지며, 강한 위화감이 퍼뜩 들어버린 까닭이었다.

        

       앨리스가 나를 의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만약 최근에 내가 혼탁의 바벨을 처치하고 돌아온 게 우연히 목격돼서 그런 거라면?

        

       앨리스의 사역마, 괴묘-체셔는 아카데미 부지 이곳저곳을 나돌아다니며 뒹구는 걸 좋아한다. 즉, 녀석이 우연히 나를 목격한 거라면?

        

        

       ‘내 대답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새삼 느끼지만, 대화란 정보의 공유다. 앨리스에게 빈틈을 보이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대답만 입에 담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곤란한 질문을 넘기면, 자연스럽게 내 쪽에서 질문을 이어 나가며 화제를 돌리자.

        

        

       “조금 골치 아픈 가정사가 있어서요. 굳이 방학이라고 고향에 오래 머무를 생각도 없고. 여기서 단련이나 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선배는 일이 많아서 남아 있는 거죠? 학생회장이라.”

        

        

       앨리스는 지그시 눈을 깜박이고서, 정면을 쳐다보았다.

        

        

       “그렇단다. 난 반대로 고향에 돌아가고 싶네. 대부분의 사람이 다 그렇겠지만. 근데 방학에도 여기 남아 있으면 무섭지 않니? 여기에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괴한이 있다고 생각하면.”

       “검은 괴물…, 이름 없는 영웅 말씀하시는 거죠?”

       “물론이지.”

        

        

       아쉽게도 지금의 나는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기는커녕 카야 선에서 컷이다.

        

        

       “마족한테서 우릴 지켜 주는 거니까, 무섭다기보다는… 든든한 느낌이죠. 아무래도. 확실히, 선배는 학생회장이니까 골치 아프겠네요.”

        

        

       너한테 나는 처리해야 할 방해꾼이니까.

        

        

       “애기는 이해심이 깊구나.”

        

        

       앨리스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태연했다.

        

        

       “하지만 내가 감히 말하는데 검은 괴물은 아직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란다. 불확실성이 다분하지.”

       “예?”

       “목격됐던 정보에 따르면 무척 흉포했다고 하니까. 지금까지의 행보는 우릴 지켜 준 거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얘기란다. 단순히 우리가 모르는 사정이 있어서 마족을 해치우고 다니는 걸 수도 있잖니. 검은 괴물은 언제 폭주할지 모르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고려해도 이상할 게 없지.”

        

        

       앨리스는 목에 낀 흑백 초커를 살살 문질렀다.

        

        

       “나는 학생회장이니까, 적어도 이 위치에 있는 한 불확실한 건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대비해야 해. 신경 써야 할 게 많단다. 마족 출현이나 검은 괴물이나….”

       “회장 자리는 다음 학기 끝날 때 내려놓는 거죠? 하필 이런 시기라 많이 힘드시겠네요.”

       “이해해 줘서 고맙구나. 그러고 보니….”

       

       

       뭔가 떠오른 것처럼 잠시 뜸을 들이는 앨리스. 마치 자기 말에 집중하라는 의도도 담겨 있는 듯했다.

        

       간혹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슴이 턱 막히면서 찝찝하고 불길한 감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러했다.

        

        

       “마족이 출현했던 자리에, 네가 깊이 연관된 적이 있었구나.”

        

        

       1학년 1학기에 마족이 출현했을 때는 많은 1학년생이 엮였고, 1학년 2학기에도 대부분 마찬가지였지만.

        

       하나 빈틈이 있었다.

        

        

       ‘수렵 평가….’

        

        

       땅속 거인 마족의 몸속에서 악식의 카야를 상대했던 수렵 평가 날.

        

       외관상 나는 리제타, 카야, 이안과 함께 마족에게 죽을 뻔했던 피해자가 되었지. 엮인 이가 적었다.

        

       진상규명위원회 소집 명단에는 학생회장도 포함되어 있었으니, 앨리스도 내 소식을 접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을 터.

        

        

       “1학년 2학기 수렵 평가 날이었어. 그날 학생들 위치가 실시간으로 추적되고 있었지. 그때, 마족이 출현하면서 모든 마력이 무력화되기 직전에.”

        

        

       앨리스의 눈길이 내 쪽으로 돌아갔다.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그 벚꽃 색감의 눈동자에서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다.

        

        

       “엘트섬 중심부에 이르렀던 사람은 단 네 사람뿐이었단다.”

        

        

       네 사람.

        

       나와 카야, 리제타, 이안.

        

       그중 얼음 속성은 나와 카야뿐이었고.

        

       카야는 혈법사로 각성하고 나에게 패배해 기절했던 상황.

        

        

       “…….”

        

        

       남은 사람은 나뿐이었다.

        

        

       “많이, 무섭지 않았니?”

        

        

       앨리스는 매혹적인 입술을 부드럽게 달싹였다.

       

       공격적인 질문이다. 나를 떠보려는 의도를 대놓고 드러낸 것이다.

       

       그거 참….

       

       

       ‘아쉽게 됐네….’

       

       

       자신에게 정보의 우위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리 떠본 듯했지만, 아쉽게도 상대가 잘못 됐다.

        

        

       “무서웠죠, 진짜. 검은 괴물도 선배 말대로 난폭하게 보였고. 근데… 제 기억이랑 다르네요.”

        

        

       나는 앨리스의 연분홍빛 눈동자와 눈을 맞추고 태평한 척, 진짜로 궁금하다는 표정을 연기하며 물었다.

        

        

       “혹시 착오가 있으신 거 아니에요?”

       

       

       내 목소리가 내리 깔린다.

       

       

       “선배가… 제게 거짓말할 이유는 없을 텐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 워령 님, 지겨워 님 부족한 사람 후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2.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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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AWBDLH,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the weakest character in my favorite game’s Hell Mode. I want to survive, but the way the main character is being controlled is atrocious. It can’t be helped. I have to stop the bad ending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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