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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1

       제국의 2황자 이리드 크라운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자신의 강점은 무엇인가?

       

       그는 간단한 호신이 가능할지언정 우화급의 전투력은 없다. 1황녀 일레인처럼 전장을 누비면서 적들의 목을 추수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타인의 혼을 쏙 빼놓는 화술도 없다. 기본은 할 줄 알지만 결코 그 이상은 아니다. 그는 센트라에게 제대로 된 추파 한 번 못 던지지 않았던가.

       

       그가 잘하는 것은 용인술, 서류 작성, 조율과 프로젝트 관리 감독 등⋯⋯ 책상 위에서 처리하는 일들이었다.

       

       이를 합쳐서 이르기를 내정(內政).

       

       서류더미에서 누군가의 횡령 사실을 읽어내고, 불필요한 지출을 걸어 잠그며, 어떤 놈이 고문관인지를 알아내 지방으로 발령 내버리는 강력한 내정 능력. 

       

       그에게 포섭된 제국수호방위국의 요원들이 암암리에 이르길, 아무리 복잡하게 꼬인 행정이라도 결국 굴러가게 만들어버린다고 하여 『신의 톱니바퀴』!

       

       더하여, 그는 센트라와의 추억을 통해서 안목을 큰 폭으로 넓혔다. 낮은 곳에서 바라볼 줄 아는 그의 시선은, 강력한 용인술로 이어졌다.

       

       명절날, 아이가 있는 요원에게는 아이 관련 용품을 선물하고, 여자친구가 있는 요원에게는 치수가 딱 맞는 정장을 선물하고, C에게는 디저트를 선물하는 등.

       

       행정능력으로 확보한 예산을 바탕으로 쏘아지는 적재적소의 선물 챙겨주기!

       

       “그러고 보니 사흘 후가 조나단의 생일이었던가⋯⋯.”

       

       경조사까지 챙겨주는 세심함까지.

       

       역사 깊은 방위국의 요원들이, 2황자에게 자꾸만 충성을 맹세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평화로운 시대였더라면 제국을 더욱 부강하게 만들 수 있는 재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난세. 흑마법사들이 준동하고 흑심 품은 귀족이 하나둘 늘어나는, 여러 위협이 산재한 어지러운 시기.

       

       정직한 내실보다는 적과 맞서 싸워 꺾어 내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였다.

       

       그러면, 목표하는 바와 재능이 다르다 하여 포기할 것인가?

       

       아니다.

       

       “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그게 노력하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으니.”

       

       그렇기에.

       

       벤스톤 백작이 수상하다는 정황증거는 있으나, 확실한 물증이 없어 쉽사리 건드릴 수 없는 이 상황에서, 교묘한 정치력도 막대한 무력도 없는 이리드가 고른 방법은.

       

       서류의 산으로부터 티끌만 한 정보를 뽑아내어── 극악한 난이도의 퍼즐 맞추기를 통해, 벤스톤 백작을 옭아맬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해 내밀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거의 해냈다.

       

       벤스톤 백작이 저지른 몇 가지 사소한 법률 위반부터 시작해서 옭아매고 들어가, 물류의 흐름과 출처 불명의 자금 등을 지적하고, 끝내는 저택 강제 수색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주장할 수 있는.

       

       거의 무에서 창조해 내다시피 한 고발장을 80%까지 완성해 낸 것이었다.

       

       이제 며칠만 더 손을 보면 된다. 이게 완성되는 순간, 이리드는 의회에 즉각 고발장을 제출하여 공격의 정당성을 얻어낸 뒤에, 방위국 요원들을 끌고 벤스톤 백작의 별장을 강제로 수색할 생각이었다.

       

       힘들었다. 정말로 힘들었다.

       

       그러나 센트라에게 멋진 미래를 선물하겠다는 의지가, 책상 한켠에 꾸며진 로즈마리가 그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주고 있었다.

       

       조금만 더 힘내자.

       

       이리드가 허리를 쭉 펴고 스트레칭을 한 뒤에, 다시 의자에 앉아 깃펜을 집어 들려고 할 때. 누군가가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누구지?”

       

       “C입니다. 코드명 『미친 마법사』에게 배정된 현장요원 유리 랜스터로부터 긴급 연락이 도착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로는 황자님의 재가가 필요한 일이라⋯⋯.”

       

       오싹!

       

       이리드의 등골에 소름이 쭉 돋았다.

       

       C의 목소리로부터 느껴지는 짙은 유감이 그의 직감을 자극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또 어떤 사고를 친 거냐 미친 마법사⋯⋯!!

       

       “설명해라.”

       

       C는 유리 랜스터에게 받은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하며 읽어나갔다. 

       

       “레드번 공작의 칼날 중 하나, 식별명 『마법사의 악몽』을 포섭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건 놀라운 일이군. 그리고?”

       

       “그의 우화에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모습을 위장하는 능력이 생겨서, 최근에 명성을 떨치는 자경단 『푸른 장미』와 『마법사의 악몽』은 동일인이라는군요.”

       

       “⋯⋯내가 알기로, 『마법사의 악몽』은 남자고. 『푸른 장미』는 지극히 여성스러운 복장을 입었다고 들었는데.”

       

       이리드는 허우대 멀쩡한 남자가 여성의 옷을 입고 자경단 활동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떠올렸다. 소름이 끼쳤다. 도저히 멀쩡한 정신머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사실 포섭이 아니라, 미친 마법사가 『마법사의 악몽』의 정신을 반쯤 박살 내버린 건 아닐까?

       

       그게 아니고서야, 포섭과 여장이 한 자리에 공존할 이유가⋯⋯.

       

       이리드는 고개를 털어내며 생각을 끊었다. 깊게 파고들면 심연밖에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부분이었으니까. 그는 손짓으로 보고를 계속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C는 헛기침을 두 번 한 뒤에 이어서 말했다.

       

       “『마법사의 악몽』이 수도기사단장과 상당한 친분을 쌓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곧 연인관계까지 발전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된다고 하는군요.”

       

       “⋯⋯?? 아니, 왜, 어떻게⋯⋯ 아니다. 계속 보고하도록.”

       

       “그래서 『마법사의 악몽』과 수도기사단장, 현장요원 유리 랜스터가 합작하여, 현재 벤스톤 백작의 마약 거래 증거가 담긴 장부를 빼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

       

       이리드는 어안이 벙벙해서 잠시 굳었다.

       

       세상이란 게 아무리 기상천외하고 뜬금없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지만, 방금 들은 이야기는 개연성이 너무 없지 않나⋯⋯?

       

       “해서⋯⋯ 수도기사단과 공조하여, 벤스톤 백작의 마약 거래 습격 작전을 진행하는 것이 어떻냐고.”

       

       “⋯⋯⋯⋯.”

       

       과정은 이해가 안 됐지만 결과는 이해가 됐다. 작전이 성공하여 벤스톤 백작을 축출해낸다면, 레드번 공작의 손 하나를 날리는 격이었다. 

       

       당장에 이리드가 그토록 노력해서 고발장을 작성한 이유도 이것 아니었는가. 현 시간부로 휴지조각이 되어버렸지만.

       

       이리드는 책상에 수북이 쌓인 그동안의 노고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다가, 침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행시켜.”

       

       벤스톤 백작가의 운명이 결정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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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스톤 백작의 별장.

       

       오전 1시 50분 경.

       

       즈위디 벤스톤은 자신의 방에서 성취감에 잠겨 있었다. 결국 늙은 귀족을 꼬드겨 약을 먹이는 데 성공했고, 약효를 본 지방 귀족은 벗어날 수 없는 거미줄에 걸린 셈이었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 약을 끊으려고 해도 소용없다. 중독 증세는 사제를 찾아가도 낫지 않을 거다. 그건 정신방벽 일부를 허물어 몽마를 불러들이는 약이었으니까. 

       

       꿈속에서 쾌락과 고통을 반복해서 느끼다 보면, 어느샌가 정신은 무너지고 명령에 완전히 굴종하는 노예가 될 터. 그러면 그를 통해서 지방 귀족들에게도 약을 퍼트린다.

       

       그렇게 영향력을 넓혀 가는 것이다. 

       

       제국도 바보는 아니다. 방위국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고, 수도기사단에서도 정보를 캐내려는 기미가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쫄아서 증거를 태울 정도는 아니었다.

       

       귀족파와 황실파의 힘이 엇비슷한 현재, 어중간한 모략으로는 상대방을 도려낼 수 없었다. 잘못 찌르면 역풍이 부는 것은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

       

       또한, 서로의 승리 조건이 다르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벤스톤 일가, 나아가 레드번 공작이 바라는 것은 제국의 혼란이었다. 그러나 상대방은 제국을 온존하고 싶어 한다. 그 차이가 빈틈을 만들었다.

       

       결정적인 증거 없이 상대가 공격해 온다면, 그들은 ‘황실이 귀족들을 탄압하려 한다!’며 맞불을 질러버릴 것이다. 누군가는 믿고, 누군가는 믿지 않겠지만. 제국은 확실히 혼란에 빠질 터.

       

       절대권력을 쥐고 있는 황제가 어떠한 영문인지 침묵하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언젠가는 들킬 것이다. 방위국은 등신이 아니니 결국에는 증거를 수집해 내겠지. 그러니까 그전에는 철수해야 했다. 만만한 놈을 내세워서 마법받이로 쓰고 꼬리를 잘라야 할 터.

       

       그렇기에⋯⋯ 즈위디 벤스톤이 예상하는 적절한 철수 시점은 석 달 뒤였다.

       

       그는 적어도 석 달은 더 해 먹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오판이었다.

       

       “벤스톤 일가는 저항하지 말고 나와라──!!”

       

       “저택은 이미 포위되었다! 정의의 수호자 수도기사단이 포위섬멸진을 완성했다!!”

       

       “너희에게는 불법 약물 유통 및 국가내란죄 혐의가 걸려 있다!! 저항하면 즉각 사살할 테니,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순순히 나오도록!!”

       

       “⋯⋯⋯⋯?!”

       

       즈위디 벤스톤은 깜짝 놀라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텅. 터덩. 텅!

       

       묘한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조명 마도구가 켜졌다. 사방에서 원뿔형의 밝은 빛이 벤스톤 별장을 비추고 있었다. 즈위디 벤스톤은 눈 부신 빛에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그림자 너머에서 바라본 저택 외부는, 파워 아머를 입은 수도기사단과 잠이 덜 깬 경비병들이 포진해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정치적 부담은 신경도 쓰지 않고 밀어버리기로 한 건가? 아니면⋯⋯!

       

       즈위디 벤스톤이 상황 파악을 위해 머리를 굴리는 사이, 저택 정문이 열리며 벤스톤 백작이 잠옷 차림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소리 높여서 규탄하려다.

       

       “여기는 내 저택이오! 여러 고귀한 손님들이 묵고 있고! 그런데 이 야밤중에 대체 무슨 소란이오! 내 반드시 이 일을 기억하고 그냥은 넘어가지 않── 억!”

       

       “벤스톤 백작을 생포했다!!”

       

       파워 아머 꿀밤에 맞고 단번에 잡혀가는 것이 아닌가.

       

       즈위디 벤스톤은 소름이 쭉 돋았다. 백작에게 서슴없이 펀치부터 날리는 것을 보면, 놈들에게는 확실한 자신감이 있는 모양이었다.

       

       정치적인 공세는 레드번 공작이 해 줄 것이다. 그렇다면 즈위디 벤스톤이 해야 할 일은⋯⋯ 최대한 증거를 지우고 이곳에서 탈출하는 것이었다.

       

       그는 약 보관함을 챙겨 주머니에 쑤셔 넣고,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중간에 로데루스를 만났다.

       

       “너, 경비!”

       

       “이게 무슨 일이지? 일 처리를 어떻게 했길래 수도기사단이 습격해 오는 거냐!”

       

       로데루스는 협곡에서 배운 테크닉을 적극 활용했다. 즈위디 벤스톤을 보자마자 썩은 표정을 지으며 정치질부터 시작한 것이다. 

       

       즈위디 벤스톤은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을 붉히며 성질을 냈다. 

       

       “⋯⋯그럴 때가 아니야! 경비, 나가서 시간을 끌어라! 내가 도망칠 시간을 벌어!”

       

       “일도 똑바로 못하는 얼간이를 위해 목숨을 바칠 이유는 없다.”

       

       “뭐?! 레드번 공작의 명령을 듣고 온 거잖아, 명령을 어길 셈이냐?!”

       

       “아버지는 실패자를 몹시 싫어하시지. 정보 관리를 등신같이 해서 수도기사단 전체를 끌어들인 놈을, 굳이 지키라고 명령하실 것 같지는 않군.”

       

       로데루스는 거울을 보고 연습한, 있는 힘껏 띠꺼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즈위디 벤스톤은 이를 갈면서 외쳤다.

       

       “이 일은 똑똑히 기억해 둘 거다!”

       

       “그러시던지.”

       

       즈위디 벤스톤은 달렸다. 세상에 믿을 놈은 하나도 없었다. 무장한 병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수도기사단을 저지할 정도는 아닌 데다가, 로데루스까지 파업을 선언했으니 답이 없다.

       

       그렇다면 기사들은 순식간에 저택 안으로 들이쳐올 터다. 서둘러 탈출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했다.

       

       지하실에 남은 마약들에 생각이 닿았지만, 그걸 치우러 갔다가는 이곳이 제 무덤이 될 터였다. 그는 자신의 목숨이 더 소중했다.

       

       쿠궁-! 쿵-!

       

       무언가 박살 나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즈위디 벤스톤은 장치가 설치된 촛대를 밀어 비밀통로를 열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몸을 던졌다.

       

       그리고 달렸다. 저택이 박살 나는 소리를 뒤로 한 채로.

       

       “⋯⋯제기랄, 내가 어떻게 키운 사업인데!”

       

       무능한 아버지는 사업 수완이 없었다.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이 정성껏 키워 가꾼 사업이었건만, 이제는 모두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재기의 기회는 레드번 공작뿐이었다.

       

       이대로 저택에서 탈출해서, 레드번 공작을 찾아가자. 로데루스의 태업에 대해 알리고 벌을 내려달라고 하자. 그리고 나는 아직 쓸모가 많으니 새로운 신분과 작위, 그리고 권력을 달라고 부탁하는 거다.

       

       희망찬 미래를 기약하며 비밀통로를 가로지르는 그의 앞에.

       

       “정지.”

       

       “⋯⋯⋯⋯!!”

       

       푸르른 마법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리본투성이에 프릴이 덕지덕지 달린 복장, 무기보다는 장식품에 가까운 레이피어. 긴장감이라고는 들지 않는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이었으나.

       

       그녀의 올곧은 눈동자에 비치는 의지가 모든 것을 바꾸었다.

       

       살의. 네 명줄은 여기까지라고 선고하는 명확한 살의. 저 여자는 우스꽝스러운 무기로도 사람을 찔러 죽일 준비가 끝나 있었다.

       

       “⋯⋯네년은 뭐야?!”

       

       “물으니 대답은 해 줄게. 나는 『퓨어 나이트』⋯⋯ 네놈은 기억할 필요 없는 이름이야.”

       

       “젠장, 비밀통로는 어떻게⋯⋯ 그래, 내통자! 내통자가 있었구나! 이제야 이해가 돼⋯⋯!!”

       

       촤라랑.

       

       별빛이 번쩍이며 레이피어가 삐롱삐롱 소리를 냈다. 동시에 고속 회전하는 마력이 레이피어 위를 덧씌웠다. 드릴의 형태를 빌려 관통력과 살상력을 극대화한 마법소녀의 기술.

       

       “『킬링 엄브렐라』.”

       

       “⋯⋯으, 으아아아앗!!”

       

       섬광.

       

       순식간에 세 번의 찌르기가 들어갔고, 즈위디 벤스톤은 두 다리와 왼팔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뒤로 튕겨 나갔다.

       

       “끄아아아악──!!”

       

       “회전력이 과했나. 튕겨 보낼 생각은 없었는데⋯⋯.”

       

       즈위디 벤스톤은 피를 철철 흘리면서 버둥대었다. 이곳에서 죽을 수는 없었다. 마법소녀가 다가온다⋯⋯!

       

       그는 결단을 내렸다. 주머니에서 약 보관함을 꺼내, 안에 든 약들을 허겁지겁 입안에 털어넣은 것이다. 이것들은 탈출하는 도중에도 굳이 챙겼을 만큼 ‘고급품’들이었다.

       

       수명을 깎는 대신에 마력을 배로 늘리는 약.

       

       경지에 따라서 늘어나는 마력량에는 개인차가 있었다. 우화에도 못 든 즈위디 벤스톤의 경우, 복용을 통해 늘어나는 마력량은 기존의 2배.

       

       그것을 4개나 중복해서 복용하여, 이론상 마력량은 기존의 16배!

       

       “크, 크흐흐흐흐⋯⋯!!”

       

       부글부글.

       

       혈액이 끓고, 피부 위로 핏줄이 울긋불긋 도드라졌다. 즈위디 벤스톤은 눈과 코에서 피를 뚝뚝 흘리면서 일어났다. 

       

       “⋯⋯대체 뭘 집어먹은 거야?”

       

       “그렇게,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없을 거다⋯⋯. 크하하하하! 이 정도 힘이면 저택을 가루로 만들 수도 있겠어! 그리고, 너도!”

       

       “싸우기 부담스러울 정도긴 하네. 지지는 않겠지만, 비밀통로가 무너지겠어. 김루루?”

       

       “대체 누구를 부르는──”

       

       쿵.

       

       즈위디 벤스톤은, 위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충돌음에 고개를 들었다.

       

       쿵. 쿠웅.

       

       소리가 울릴 때마다 비밀통로 전체가 떨리며, 흙먼지를 뱉어냈다.

       

       그리고. 

       

       쩌적, 쩍──!!

       

       천장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비밀통로 아래로 커다란 그림자가 내려왔다. 파워 아머를 입은, 걸어 다니는 성채처럼 보이는 기사. 그것은 손가락으로 즈위디 벤스톤을 가리켰다.

       

       “얘가 걔야?”

       

       “응.”

       

       맹수가 노려보는 느낌. 전신의 생존본능이 경고를 울려, 즈위디 벤스톤은 발작적으로 마력을 뿜어냈다. 

       

       “이, 으아아아아앗──!!”

       

       막대한 마력이었다. 새파란 에너지가 즈위디 벤스톤의 주변에 모이고, 반구형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수도기사단장은 그 한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마력이 멈췄다.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즈위디 벤스톤은 절규하면서 안간힘을 쓰며 마력을 짜 넀다.

       

       “으아앗, 흐아아아아악──!!!”

       

       “음음, 그래그래.”

       

       수도기사단장은 콧노래를 부르며 손가락을 쭉 뻗었다.

       

       으지지지지직!

       

       반구가 쪼그라들었다. 즈위디 벤스톤이 사력을 다하며 뿜어내는 마력은, 수도기사단장의 손가락 하나에 막혀 밀려나고 있었다.

       

       특별한 기교나 우화의 힘을 쓴 것이 아니었다. 어린아이가 아무리 두 손으로 밀어도 성벽은 밀려나지 않는 법. 체급 차이였다.

       

       손가락은 쭉쭉 전진하여, 결국 즈위디 벤스톤의 이마 앞까지 왔다. 그는 괴물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헐떡였다. 자그마치, 16배였는데!

       

       “흐아악, 허억⋯⋯, 헉⋯⋯!”

       

       “너는 밥을 좀 더 먹고 다녀야겠다. 비실비실하네.”

       

       수도기사단장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빡!

       

       이마에서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즈위디 벤스톤은 의식을 잃고 뒤로 넘어갔다. 벤스톤 백작가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김루루, 힘조절 했지⋯⋯?”

       

       “응! 아마 살아있을걸?”

       

       “⋯⋯⋯⋯.”

       

       “그럼, 내가 얘를 들고 가면 되는 거지? 대수는 그⋯⋯ 집으로 돌아가는 거고?”

       

       오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견된 백작가가 싹 밀려버렸으니 레드번 공작의 곁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가 다음에 어떤 명령을 내릴지는 미지수인 만큼, 근시일 내에 재회를 기약하기는 힘들었다.

       

       “한동안 못 볼 거야.”

       

       “⋯⋯안 가면 안 돼?”

       

       “좀 더 해 보려고. 우리, 마법소녀잖아.”

       

       “응. 빨리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기다리는 거 잘 못하니까⋯⋯.”

       

       로데루스는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마력으로 푸른 장미를 만들어 김루루에게 건네주었다. 작별 인사의 대신이었다.

       

       “다음에⋯⋯ 보자.”

       

       “⋯⋯응!!”

       

       로데루스는 비밀통로를 달려나갔다. 김루루는 그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쫒다가, 즈위디 벤스톤을 둘러메고 돌아가려는데.

       

       “⋯⋯⋯⋯.”

       

       근처에 굴러다니는 약 보관함을 집어들어 살펴보았다. 다섯 칸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네 칸은 비었으며, 한 칸에는 약이 남아 있었다.

       

       김루루는 약을 조용히 주머니에 챙겼다.

       

       그렇게 야밤의 체포 작전이 끝났다.

       

       ===============================================================

       

       암실에 네 명이 있었다. 그들은 신비한 의식을 통해서 거리를 격하고 한 자리에 모였으며,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힘을 합치고 있었다.

       

       『공포 먹는 시체꽃』은 말했다.

       

       “아카데미 방면은 문제 없어. 숨어 든 흑마법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는 했지만, 중요한 건 대마법을 완성시키는 거니까. 아직은 괜찮아.”

       

       『절망 새기는 올가미』는 말했다.

       

       “벤스톤 백작이 잡혔다. 마약 유통이 완전히 정지했어. 거슬리는군⋯⋯ 『어린양』, 네 말을 듣고 난 이후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크라운홀 붕괴 작전에는 아직 문제가 없지만,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곤란해.”

       

       『쾌락 마시는 숫처녀』는 말했다.

       

       “제 지배는 확고해요. 깊게 잠든 귀족분들은 매일 밤 쾌락을 누리고, 제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르죠. 이쪽은 문제 없어요.”

       

       『고통 삼키는 어린양』은 말했다.

       

       “산제물의 수급에 이상은 없습니다. 세상은 넓고, 인간은 많으니까요. 그러나 넷 중 둘의 계획에서 흔들림이 감지되었다면⋯⋯ 계획을 앞당길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후드를 깊이 뒤집어 쓴 『어린양』은 서서히 주먹을 쥐었다. 네 명의 네임드 흑마법사가 동시에 일으키는 대소동. 계획이 시작되면, 혼란과 혼란이 만나 서로 영향을 주며 몸집을 키울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변수만 없다면, 우리는 제국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

       

       ===============================================================

       

       “슬슬 시련의 탑 히든엔딩 떡밥을 뿌려야겠다.”

       

       아카데미에 두 번째 폭풍이 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세요 마이 프렌즈, 저는 비를 싫어합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모든 능력치가 30% 떨어져버리고 말아요⋯⋯.
    저는 한 마리의 기어다니는 슬라임이올시다에요. 내일또만나요마이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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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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