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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1

       “존경하는 황제 폐하!”

         

       파스텔 총독 각하는 만세 자세로 아부를 시작했다.

         

       “저는 생애 첫 숨을 쉰 그 순간부터 위대한 황제 폐하를 존경해 왔어요! 후아! 후아! 제국의 공기에서 황제 폐하의 위명이 느껴져요!”

         

       엄청난 강렬함!

         

       “그래? 고마워.”

         

       황제가 이런 아부쯤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존엄한 신분으로 태어나 평생 추대받은 자의 태도다웠다.

         

       “와아!”

         

       분홍 눈동자가 반짝였다.

         

       파스텔은 존경심이 두 배로 늘어났다.

         

       태생적 권력자의 분위기!

         

       끙끙대며 가난한 생활을 하던 불쌍한 파스텔 각하는 따라잡을 수 없는 고귀함!

         

       파스텔은 갑자기 고귀해지고 싶어졌다. 사실 갑자기가 아니긴 했다.

         

       양손을 착 모으고 황제 폐하를 올려봤다.

         

       “저만의 마음속 대부로 모셔도 될까요?!”

         

       눈빛 반짝반짝~!

         

       아버지처럼 모실게요!

         

       엄마가 고백만 거절 안 했어도 사실 진짜 아버지 아님?!

         

       그러면 나도 파스텔 후작 각하가 아니라 파스텔 황제 폐하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응?”

         

       황제는 묘한 표정이 됐다.

         

       생각하더니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얼마든지. 블로섬의 자녀면 내 자녀기도 하려나?”

         

       허억.

         

       마음 넓은 황제 폐하.

         

       파스텔은 양팔을 번쩍 들었다.

         

       “황제 폐하 만세!”

         

       만만세!

         

       그러다 파스텔은 무언가 떠올라 멈칫했다.

         

       그런데 대부 자리는 여태 고생한 악마님 거 아닌가?

         

       악마님은 엄마가 배신만 안 했어도 아버지가 될 수 있던 남자다. 게다가 여태 챙겨주며 고생한 전적까지.

         

       당연히 대부는 악마님이어야 할 거 같아.

         

       근데근데.

         

       황제 폐하는 무려 황제심!

         

       악마님도 대악마시지만 체감이 잘 안되니 황제 폐하와 비교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악마님은 위대한 파스텔 총독 각하의 아버지가 되기엔 손색이 있다고나 할까-?

         

       우움.

         

       생각생각.

         

       파스텔은 장고(1초 생각) 끝에 다시 만세 했다.

         

       “황제 폐하 만세!”

         

       빙글빙글 돌고 만세했다.

         

       “만만세!”

         

       황제가 흥미로워했다.

         

       “어린 블로섬의 외견으로 이러니 이건 이것대로……? 데모니우스가 이래서 협조하는 건가?”

         

       만만세!

         

       문득 병실 문가에서 소란이 들렸다. 문이 열리더니 다 식은 사과파이를 든 악마가 기사를 밀치고 들어왔다.

         

       『출입도 막아두고 뭐 하는 거냐.』

         

       붉은 눈동자가 짜증 내며 황제를 노려봤다.

         

       그 목소리에 파스텔은 핑크핑크 권력 망상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렸다.

         

       황제 폐하, 악마님 출입을 막아두셨던 것?

         

       오잉.

         

       어쩐지 악마님이 너무 늦게 오시더라.

         

       “응?”

         

       황제가 의아해하더니 기사를 봤다.

         

       “데모니우스까지 막으라는 건 아니었는데?”

         

       기사가 허리 숙여 사죄했다. 황제가 웃으며 사죄를 받아들이더니 악마를 돌아봤다.

         

       “미안, 혼선이 있었네.”

         

       아하!

         

       혼선이 있었구나!

         

       파스텔은 권력자로서 적극 공감할 수 있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악마님은 아니었나 보다.

         

       붉은 눈동자에 짜증이 들어찼다.

         

       『시녀장 시켜 내 출입을 막고 애는 혼자 식사하게 둔 놈이.』

         

       시선이 병실을 살폈다. 화려한 테이블과 맛있는 요리가 병실에 들어찼다. 공기 중에 음식 향기가 진동했다.

         

       『이건 또 뭐 하자는 거지? 기절한 애가 쉬어야 할 공간에 이게 무슨 소란이냐. 휴식 공간과 식사 공간은 구분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건가?』

         

       시녀장에 이어 기사에게까지 차단당하자 신경이 날카로워진 목소리였다.

         

       “시녀장도 그랬어?”

         

       황제가 난감해하며 미소만 지었다. 본인이 잘못한 건 아니지만 아랫사람의 실수에 책임은 있으니 할 말이 없어진 모습이었다.

         

       파스텔은 권력자로서 악마님 대신 황제 폐하께 더 공감이 갔다.

         

       “악마님!”

         

       악마님을 삿대질했다.

         

       소녀는 지엄한 표정을 지었다.

         

       “위대한 황제 폐하께 그 무슨 망발인가요! 어서 사과하세요!”

       『뭐라고?』

         

       악마가 당혹스러워했다.

         

       소녀는 더욱더 지엄한 표정이 됐다. 손으로 양 옆구리를 짚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황제 폐하는 배고픈 충신을 알아보고 준비해 주신 거라구요! 덕분에 파스텔은 이렇게 배가 불러졌어요!”

         

       빵빵해진 배를 툭툭 두드렸다.

         

       진짜 배부름.

         

       『허?』

         

       악마가 황망해졌다.

         

       그러더니 손수 만들어 온 사과파이를 내려봤다. 기사의 출입 차단으로 다 식게 된 파이는 더 이상 따듯한 김이 나지 않았다. 병실에 들어찬 음식 향기가 파이 냄새를 덮었다.

         

       “그것도 필요 없어요! 전 방금 무려 멜리사네 사과를 배 빵빵하게 집어먹은 참이라구요!”

         

       후식 냠냠!

         

       “게다가 게다가!”

         

       파스텔은 즐거운 상황에 볼이 발그레해졌다.

         

       “전 오늘부터 위대한 파스텔 총독 각하예요! 악마님도 앞으로 위대한 파스텔 총독 각하님이라고 부르세요!”

         

       오예~!

         

       “위대한 황제 폐하 만세!”

         

       충신 파스텔은 만세 하며 폴짝폴짝 뛰었다.

         

       난 황제 폐하께 충성하기 위해 태어난 거야!

         

       “만만세!”

       『하아.』

         

       악마가 떨리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어린 크래프트.』

         

       붉은 눈동자가 질끈 감겼다.

         

       『돌아가면 혼날 준비 해라.』

         

       다소 화난 목소리였다.

         

       허억.

         

       열심히 하극상 즐기던 파스텔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얼음 꽁꽁…….

         

         

         

       #

         

         

         

       대악마와 황제의 대담이 이어졌다.

         

       파스텔은 어른 간의 대화라고 쫓겨나서 무슨 대화가 이루어졌는진 듣지 못했다.

         

       대신 배 빵빵 상태로 병상에서 쿨쿨 자다가 잠시 일어나서 포도 한 줌을 냠냠하고 다시 쿨쿨 잤다.

         

       그러자 아침 햇살과 함께 산뜻한 정신으로 눈을 뜰 수 있었다.

         

       “허억, 아침.”

         

       입가의 침을 훔치고 상체를 일으켰다. 인기척 없는 병실을 둘러보다가 사람 대신 창문의 태양 친구에게 손을 흔들었다.

         

       “좋은 아침, 태양 친구! 햇님이라 불러주고 싶지만 파스텔 총독 각하에겐 어울리지 않으니 미안해!”

         

       에헴.

         

       앞으론 위엄 있는 말투를 사용해야지.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손을 휘저으며 유려하게 말했다.

         

       “거기 아무도 없느냐아!”

         

       위대한 파스텔 총독 각하께서 배가 고프시다!

         

       “아무도 없느냐아!”

         

       파스텔은 외치다가 멈칫했다.

         

       아무도 없느냐아.

         

       아무도 없느냥.

         

       냥냥.

         

       파스텔 총독 각하는 고양이에용.

         

       허억.

         

       위엄 있는 말투가 아님!

         

       충격.

         

       파스텔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위엄 있는 말투가 뭐야?!”

         

       이것이 후천적 권력자가 본질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전통 결핍?

         

       “으아아!”

         

       나도 태생적 권력자 할래!

         

       “나도 최고 혈통 줘어!”

         

       병실 문이 열리더니 시녀가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고개 꾸벅.

         

       “으엣.”

         

       파스텔은 쪼끔 부끄러워졌다.

         

       다 들렸나 봐.

         

       볼이 발그레해졌다.

         

       살짝궁 뜨거워진 양볼을 문질렀다.

         

       그러니까 그러니까아.

         

       “포도 먹고 싶어요.”

         

       헤헤.

         

       “네.”

         

       시녀가 꾸벅 고개 숙이더니 나갔다.

         

       “아하하.”

         

       파스텔은 민망해하며 혼자 웃다가 창문을 돌아봤다. 햇살 쨍쨍 햇님 반짝이었다.

         

       “좋은 아침, 햇님!”

         

       와아! 햇님이라고 말하니 정말 아침이 된 기분이야! 역시 사람은 마음에 솔직해야 하는구나!

         

       “좋아! 좋아!”

         

       진짜 좋은 아침!

         

       파스텔은 양손을 문질렀다. 슬쩍 병실을 둘러보다가 품속에 숨겨둔 쪽지를 꺼냈다.

         

       유능한 권력자는 정신이 가장 멀쩡한 좋은 아침에 중요한 업무를 보는 법.

         

       파스텔은 유능한 권력자라 아침에 업무를 봄.

         

       쪽지를 펼치자 흉흉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제국 최고 모략 가문의 합류를 환영하오.

         

       허억.

         

       너무 흉흉!

         

       충신으로서 절대 용서할 수 없는 흉흉함!

         

       파스텔은 손이 떨렸다.

         

       어떻게 귀족파의 흉흉한 환영사가 위대한 황제 폐하의 충신에게 올 수 있지?

         

       나를 어떻게 오해했길래!

         

       억울해애!

         

       이 억울함을 바로잡으려면 정면 돌파밖에 없다.

         

       문구 옆에 쓰인 은신처 주소를 눈에 힘주고 노려봤다.

         

       “못된 귀족파, 이 충신 파스텔을 얼마나 만만히 봤는지 모르겠지만 그 생각대로 되지 않을 거야!”

         

       바라던 대로 제국 최고의 모략가가 상대해 주겠어!

         

       사악한 모략을 만들기 위해 정신에 힘을 줬다.

         

       하아압!

         

       초고도 두뇌 회전……!

         

       여기서 잠깐.

         

       초고도 두뇌 회전이란 파스텔이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방금 발명한 기술이다.

         

       위대한 황제 폐하를 향한 충성심으로 가동되는 특성이 있어서 그 충성심만큼 대단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제대로 발동만 된다면 파스텔이 드디어 지상 최강의 모략가가 되는 것이다!

         

       허억, 젖소가 울고 오리가 첨벙댈 공포.

         

       무섭도다.

         

       문이 두드려졌다. 시녀가 조용히 들어오더니 포도 접시를 놓고 나갔다.

         

       “앗! 포도!”

         

       파스텔은 포도부터 먹었다.

         

       마석 가루 톡톡 냠냠.

         

       탱글한 과육이 팡팡 씹혔다.

         

       “와아! 맛있어! 황궁 최고! 과일 짱짱!”

         

       운송 여건상 신선하다고 보긴 애매한 하늘섬에서 지내야 하던 파스텔 각하에겐 완전 신세계!

         

       파스텔은 돌연 표정이 심각해졌다.

         

       마계주식회사를 휘두를 권한을 갖게 됐으니 유통망을 이용해 신선한 과일을 학생회실까지 배송시킬 수는 없을까?

         

       고민고민.

         

       “할 수 있을 듯?”

         

       그러면 나, 편한 소파에 누워 과일 냠냠 가능?

         

       소파 푹신.

         

       과일 냠냠~!

         

       말도 안 되는 행복감.

         

       저절로 양팔이 번쩍 들렸다.

         

       “위대한 황제 폐하 만세!”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칭송이었다.

         

       “만세! 만만세!”

         

       파스텔은 병실 안을 뛰어다녔다. 숨이 찰 정도로 정신 없이 뛰어다니다가 신체가 인간을 벗어나 숨 쉴 필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그냥 정신 없이 뛰어다녔다.

         

       “만세! 만세!”

         

       근데 나 뭔가 까먹은 기분임.

         

       뭘까.

         

       생각하며 뛰어다니다가 침대에 대충 던져둔 쪽지를 발견하고 깨달았다.

         

       “앗, 맞아! 모략을 짜야지!”

         

       뜀박질을 멈추고 쪽지를 들었다.

         

       흉흉한 문구를 들여다봤다.

         

       ―우리는 제국 최고 모략 가문의 합류를 환영하오.

         

       그러니까 그러니까아.

         

       모략모략.

         

       모락모락.

         

       따끈따끈.

         

       쫀득쫀득 마시멜로.

         

       화톳불에 구워 먹으면 맛있어요.

         

       마시멜로?

         

       아하!

         

       분홍 눈동자가 반짝였다.

         

       은신처에 찾아가서 오해라고 해명해야겠다!

         

       그리고 후다닥 돌아와 악마님께 마시멜로 만들어 달라 해야지!

         

       응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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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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