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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1

       * * *

       

       

       

       

       그 수수깡을 조립한 짝대기 비행기 말고. 가오리 같이 생긴 거 말이다.

       

       물론 21세기에 만들어진 그 엄청 멋진 가오리 B-2말고.

       

       아무리 나라고 해도 지금 시대에 B-2를 만들 수 있을 거 같지는 않거든.

       

       하지만, 실제로 전익기는 나치 독일의 호르텐 형제가 개발해서 사용한 Ho-229도 있고, 실패하긴 했지만 미국 노스롭의 YB-35도 있다.

       

       물론 YB-35는 B-2로 환생했다고 치면, 이 시대에는 나치 독일이 만든 Ho-229가 더 그럴듯하지.

       

       둘의 차이점이라면 제트엔진의 유무로 YB-35는 없지만, Ho-229는 제트엔진을 달았다.

       

       그래. 문제는 제트엔진이라는 점이라, 이 조차도 당장 만들 수는 없고, 제트엔진이 개발되는 시점인 30년대는 되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모양 자체는 미리 만들어 볼 수는 있지 않겠냐.

       

       그래서 그린 것이 이것이다.

       

       현대의 것과는 조금 차이점이 있고, Ho-229보다는 좀 차이점이 있는 YB-35처럼 보이는 것이긴 한데.

       

       아 몰라. 나는 그냥 그 시코르스키와 일류신인지 뭔지 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해보라고 넘길 생각이다.

       

       시코르스키도 그렇고 일류신도 그렇고 역사가 바뀐 이상, 러시아에서 제대로 일을 해줘야 하거든.

       

       

       “흠, 차세대 전투기를 그려보았습니다.”

       “마치 생긴 것이 가오리 비슷하군요.”

       

       

       그래. 가오리 비슷하게 생겼지.

       

       딱 봐도 기체 외형이 꽤 그럴 듯하지 않은가.

       

       내가 왕년에 캐드 좀 다룬 전공을 대학에서 배워서 설계도를 그리는 정도는 할 수 있다.

       

       

       “좀 그래도 멋지지 않습니까?”

       “확실히 일반적인 비행기와는 좀 다르긴 합니다만.”

       

       

       그래. 많이 다르지.

       

       이 시대에 있는 쭉정이 비행기와는 다르다.

       

       

       “물론 이게 제대로 날지는 모르는 일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한 번 시코르스키 설계국을 찾아가 볼 생각입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심심해서 그린 거긴 하지만.

       

       만일에 만들 수 있다면? 전익기의 감성을 살리는 것도 좋지.

       

       역사를 좀 뒤지다 보면 지도자의 소심한 욕망으로 아랫것들 시켜서 만들어지는 것들도 있잖아?

       

       어디서 그런 걸 본 거 같긴 하더라고.

       

       그냥 나는 단순히 이걸 가지고 싶다. 이렇게만 말하는 거지.

       

       내가 일반인이면 단순한 망상에서 끝냈겠지만. 나는 이런 걸 요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이래 보여도 명색이 차르라고.

       

       

       “음, 그런데, 이걸 보면 재무부에서 또 난리가 나겠군요.”

       “돈 나갈 구멍이 많아서요?”

       “예.”

       

       

       검은 남작의 말에 그림을 다시 살폈다.

       

       그러게.

       

       애초에 제트엔진을 박아야 하는 비행기기도 하고 흠.

       

       이걸 진짜로 만드려고 시도하면 돈 엄청 깨질 것 같다.

       

       이러면 또 어디서 돈을 수급해와야 하는데.

       

       내가 그래서 잔뜩 유전도 캐낸 거 아니냐고.

       

       바쿠에, 시베리아에, 다칭 유전까지 생각하면 많을 걸.

       

       나중 가서 석유가 필요해 매달릴 놈들도 참 많을 거 같거든.

       

       아니지. 이거 뭔가 내가 욕심쟁이 느낌이긴 한데.

       

       내가 당장 만들라고 하는 건 아니다.

       

       그냥 미리 준비해두고 아, 차리나께서 이렇게 만들라고 하셨지? 이런 걸 바라는 거지.

       

       아니, 생각해보자.

       

       절대 지금 와서 생각한 것은 아니고.

       

       이고르 시코르스키에, 일류신. 그리고 다른 누군가들도 다 시코르스키 비행장에 있을 텐데 내가 이런 거 던져주면 어떤 게 나올지 궁금하잖아.

       

       이건 절대 내가 가지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이른 바 새로운 시도라는 거지.

       

       내 전용기로 전익기 하나 있으면 좋겠다-뭐 이런 생각도 했지만.

       

       

       “뭐 되는 대로 해봐야죠. 저도 너무 국민 닦달하면서 군사력을 증강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저도 이런 비행기는 보고 싶군요.”

       “오. 역시 검은 남작은 뭔가 통하는군요.”

       

       

       어디까지나. 이런 걸 만들고 싶어요.

       

       차리나는 이런 걸 보고 싶어요. 이런 의지만 보일 생각이다.

       

       인간적으로 전익기 뽕이 좀 크잖아.

       

       생각난 김에 우리 시코르스키씨를 만나러 가볼까?

       

       

       * * *

       

       

       기회가 생긴 김에 시코르스키 비행장에 들러 시코르스키에게 전익기 설계도를 넘겼다.

       

       그는 내가 넘긴 설계도를 천천히 훑어보더니, 호오~이러면서 감탄하다가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을 보니 적어도 막 싫다. 그런 얼굴은 아니다.

       

       

       “흐음. 제가 발명하고 있는 것은 이런 게 아니긴 합니다만.”

       “불가능하십니까?”

       

       

       뭐 헬리콥터를 만들고 있는 건 안다.

       

       처음부터 시코르스키가 헬리콥터를 만든 것은 아니니 지금 내가 이걸 넘기면 뭔가 비행기의 역사가 새로워지지 않을까-그런 생각도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러다가 헬리콥터가 사라지는 건 좀 그렇지.

       굳이 이걸 지금 만들라고 하는 건 아니고.

       

       

       “그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 개발 중인 것이 있어서 지금 당장 바로 시도하긴 어렵다는 것이지. 폐하께서 주신 이 설계도는 꽤 흥미롭습니다. 기존 항공기 설계에서 많이 벗어난 것이니까요.”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쁘진 않은 거 같습니다. 기존의 틀을 완전히 바꾸어버린 형식이니까요.”

       “그렇군요.”

       “하지만 일반적인 프로펠러로는 불가능할 거 같습니다만. 폐하께서 굳이 지금 이걸 만들어보라고 하시면 지금 하는 것을 멈추고 할 수 있지만. 이런 걸 개발하려면 뭔가 근본적으로 다른 비행기에게는 넣지 못하는 무언가가 필요한 거 같습니다. 혹시 해서 물어보는 것인데, 용도는 어떻게 되는지요?”

       

       

       그렇게 물어보면 대답해주는 것이 인지상정.

       

       

       “폭격기입니다. 그냥 빠르게 날아가서 폭격 뿌리고 돌아오는 용도면 좋겠는데요.”

       “그럼, 기존의 폭격기처럼 만들면-”

       “기존의 폭격기 모양보다는 이상하게 생긴 괴생물체 가은 비행기가 갑자기 나타나면 적들이 당혹스러워하지 않겠습니까?”

       “호오. 의표를 찌르기 위해서입니까.”

       

       

       그 정도는 아니다.

       

       그냥 나는 이런 게 있으면 어떨까 싶은 거라니까.

       

       굳이 헬리콥터를 포기하면서까지 만들지는 않기를 바란다.

       

       내가 자세한 정보를 아는 건 아니지만.

       

       

       “에이, 그냥 제 개인적인 욕심일 뿐입니다. 헬리콥터 개발이 더 중요하지요. 이건 그 다음에 해주셔도 되는 겁니다.”

       

       

       아무렴, 나도 헬리콥터 개발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맞지.

       

       

       “폐하께서 괜찮으시다면, 저희 항공기 회사에 인재들이 좀 있습니다. 이 설계도를 연구하게 하고 싶습니다만.”

       “회사 내의 인재들 말입니까?”

       “네. 외부로의 유출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외부 유출은 뭐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하지만.

       

       Ho-229를 만든 형제가 공산 독일에 아직 남아있으면, 다시 ho-229를 만들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니지. 과연 공산 독일도 전익기를 개발할지는 확실하지 않겠지.

       

       역사가 바뀌면서 공산 독일에서 그 형제가 도망쳤을 수도 있고, 혁명의 과정에서 죽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공산독일 치하에서는 개발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흠, 그럼 이쪽이 먼저 선점해도 되는 거 아닌가.

       

       

       “흐음, 아니, 무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아니면 제 설계도가 그래도 그만한 가능성은 있어 보이는 겁니까?”

       

       

       솔직히 이런 말하기는 뭐한데.

       

       내가 항공기 관련 전문 용어는 하나도 모르거든?

       

       심지어 이 시대의 것들을 어떻게 알고 있겠냐.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내가 그린 건 전익기 설계도는 그나마 YB-35와 비슷하다는 거지. ho-229랑도 비슷하고 B-2와도 비슷하게 생겼다.

       

       그냥, 미래형에 더 가까운 거지.

       

       그러니 전문가가 볼 때는 그냥 귀엽게 보일지도 모른다.

       

       나는 역사 속의 폭군들처럼 목에 칼 들이밀면서 시키는 것처럼 막 권력을 휘두르는 황제가 아니다.

       

       애초에 그럴 권력도 없고.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 솔직하게.

       

       이고르 시코르스키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 바람에 눈꼬리에 주름살이 생기면서 분위기를 잡고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음. 폐하께는 좀 무례할 수도 있지만.”

       

       

       뭘 그렇게 판을 깔아.

       

       

       “솔직하게 말하셔도 됩니다.”

       

       

       뭐 무례할 것도 없다.

       

       나는 그냥 생각나는대로 그린 거니까.

       

       전문 지식 하나 없는 몸이 뭘 하겠나.

       

       애초에 전문가도 아닌 몸으로서 좀 지적을 받는다고 화를 낼 리 없지 않은가.

       

       

       “딱 전형적인, 항공기 쪽에 지식이 부족한 사람의 상상도에 가까운 그림이긴 합니다만. 이 설계는 꽤 그럴 듯 합니다. 특히 단순히 어린애 상상도라고 하기엔 전문적으로 설계도를 그리신 것 같은데. 설명이 좀 부족하긴 하지만, 어림잡아 알 거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가능성은 있다 그거 아닌가.

       

       

       “예. 하여 지금 하는 일이 끝나면 한번 따로 부서를 두어 개발하고 싶습니다.”

       

       

       내가 알기로 지금 이고르 시코르스키가 개발 중인 것은, 헬리콥터거든?

       

       헬리콥터가 1939년에 개발되지 않든가.

       

       아직도 15년 후다. 아니면 더 멀 수도, 더 빠를 수도 있지만, 적어도 30년대 중반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 그래 뭐. 제트엔진도 그 무렵에 써먹는 거니까 뭐.

       

       급하지는 않다.

       

       적어도 전익기가 개발될지 안 될지 모르는 세상에서 이코르스키나 일류신이 있는 곳에 이 전익기 설계도를 넘긴다.

       

       이것만으로도 역사의 수레바퀴가 바뀔 수도 있는 일이다.

       

       원래 사소한 일 하나가지고 많이 바뀌는 법이니까.

       

       

       “그래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예. 폐하.”

       

       

       이게 만일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럼 러시아의 역량을 더 키워야겠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금 국민들이 다들 좋다고 따른다는 것.

       

       민심이 떨어지기 전까지 가능한 한 이용해 먹어야지.

       

       

       * * *

       

       표도로프 조병창

       

       

       표도로프 조병창에서 열심히 일하는 세르게이는 무슨 일인지 몰라도 오늘 공장장인 표도로프 본인이 직접 부른 탓에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표도로프 사무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조마조마하면서도 똑바로, 제대로 대답하면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 표도로프 조병창의 공장장은 표도로프 본인이니까.

       

       즉 황녀 님. 아니, 차르 폐하의 위대한 군대의 무기를 책임진 본인이라는 소리다.

       

       그래. 이건 좋지. 그런데 왜 자신이 불린 것일까.

       

       

       “흠. 자네가 이달의 직원인 세르게이인가?”

       “예? 아, 예. 아저씨들은 그렇게 부르는 모양입니다만. 딱히 저는 크게 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달의 직원.

       

       어느 날 부터인가 매달 말에 한 달 간 일을 잘한 사람을 뽑아 이달의 직원이란 타이틀을 달아 성실한 직원의 모범이 되게 하는 공장 내의 제도였다.

       

       뭐 따지고 보면 이건 같이 일하는 아저씨들끼리 나온 말이긴 하지만.

       

       

       “그래. 하는 일은 주로 허드렛일이긴 하지만, 그런 일이라도 공장의 생산에는 도움이 되는 거겠지.”

       

       

       표도로프의 칭찬에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렇게 칭찬하시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헌데, 저 같은 놈을 왜 부르신 것인지 혹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아무리 봐도 그렇게 칭찬받을 이유까지는 없어 보이는데.

       

       혹시 해고해야 하는데, 가는 길이라도 잘가라고 칭찬이라도 하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지만.

       

       정작 공장장 표도로프는 사람좋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축하하네. 세르게이군에게는 이번에 새롭게 개정된 노동자 훈장 제도에 의해, 아나스타샤 훈장이 수여될 예정이네.”

       “아.아나. 흡. 차르 폐하의 존귀한 성함이 아닙니까? 그 훈장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정말 저는 일을 제대로 한 것이 없는데요? 그냥 아저씨키들이 딱 시키는대로 일할 시간에 열심히 일한 것 뿐입니다.”

       

       

       딱히 그냥 농땡이 피우지 않고 열심히 일한 것에 불과한데. 이 정도로?

       

       

       “바로 그 자세네. 바로 그 노동정신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노동자의 표본이 되는 것이네. 하여, 노동자 특별복지 관리부에서 차르 폐하의 승인을 얻어 자네에게 훈장이 수여되는 것이네.”

       “그렇다면, 지금 바로 받는 것입니까?”

       

       

       이 자리에서 바로 훈장을 받는 것일까?

       

       훈장을 받으면 어떻게 써야 하나. 혹시 팔아도 되는 건가.

       

       돈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아니네. 크렘린궁에서 직접 차르 폐하께서 자네에게 훈장을 수여할 것이야.”

       

       

       크렘린궁에서 차르께서 직접!

       

       어떻게 이런 영광스러운 일이 다 있다는 말인가.

       

       차르라 하면 러시아 전역에서는 이미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고한 존재시다.

       

       그저 황제란 이유만이 아닌, 러시아인이라면 누구나 흠모할 수밖에 없는 업적을 세우시고 그 누구보다 국민을 가까이 하시며 외모도 여신에 필적하는 완벽한 분.

       

       그런 분에게 훈장을 직접 수여 받는다!

       

       죽어도 여한은 없으리라.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세르게이는 마침내 표도로프와 함께 크렘린궁에 도착했다.

       

       사실 지금까지는 믿지 못했다.

       

       아무렴, 그 차르폐하께서 어떻게 직접 훈장을 수여한다는 말인가.

       

       아마 나온다 해도 대신 훈장을 수여해주는 크렘린궁의 사람이 내리지 않을까 했는데.

       

       맙소사.

       

       진짜 차리나가 나타난 것이다.

       

       

       

       

       

       

       HO-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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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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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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