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31

       자칫 생사결로 이어질 뻔한 비무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간단한 비무였다.

         

       거창할 것도 없이, 그저 땀이나 촉촉하게 흘릴 정도.

         

       적당히 공수를 주고받는 수준이었기에 여유가 있었고, 두 사람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꼬를 튼 것은 유화연이었다.

         

       “그…, 독봉 소저도 백 공자와 가까운 관계라고 했었죠.”

         

       그 말에 신예화의 안색이 눈에 띄게 흐려졌다.

         

       언제나 힘차게 돌아가던 월도 또한 힘을 잃어 궤적의 예리함 또한 무뎌졌다.

         

       “응….”

         

       음담패설에 가까운 농담을 속삭이던 두 사람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웬만큼 친한 사이라고 해도 선을 넘은 게 아닌가 싶은 말들을 웃으며 받아넘기던 그들.

         

       그것은 머릿속이 꽃밭인 그녀라고 해도 알아차릴 수밖에 없는 일종의 신호였다.

         

       두 사람이 일선을 넘었다는 것.

         

       “당 소저는…, 제갈 소저보다 더 가까워. 그것도 아주 많이.”

         

       입술을 짓씹으며 내뱉는 말과 일그러진 신예화의 표정을 보며 유화연 또한 느꼈다.

         

       불길한 감정을.

         

       “설마….”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처량하게 웃으며 답하는 신예화.

         

       유화연은 저도 모르게 이빨이 으스러져라 꽉 깨물며 손에 힘을 쥐었다.

         

       가볍게 나아가고 물러서던 검에 힘이 실리자, 그 속도가 단숨에 상승했다.

         

       “앗…!”

         

       놀란 신예화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미안해요.”

         

       여러 감정이 뒤섞여 뭐라 설명하기 힘든 표정으로 사과를 건네는 유화연.

         

       “으응…, 아냐, 이해해.”

         

       그녀는 이해했다.

         

       그의 곁에 머물면서 주변에 자신 아닌 다른 여인이 하나둘씩 생길 때마다 느끼던 감정이었으니까.

         

       잠시 멈췄던 비무가 재개되었다.

         

       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비무의 진행이 눈에 띄게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원인은 유화연에게 있었다.

         

       ‘말도 안 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말들이었다.

         

       그녀는 백우진과 손을 잡는 데에만 수개월이 걸렸고, 입을 맞추는 건 약관에 다다라서야 가능했다.

         

       유화연 스스로 그 기간을 조정하기도 했다.

         

       너무 쉬운 여인은 사내를 금세 달아오르게 할지언정 그 흥미가 오래가지 않는 법이니까.

         

       허나, 그녀 또한 이토록 길게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그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오며 고작 입맞춤에 그친 건 팔 할 이상이 백우진의 성정 탓이었다.

         

       ‘나와 있을 땐 그토록 부끄럽다고 먼저 몸을 뒤로 뺐으면서….’

         

       중요한 순간마다 두 걸음씩 물러나는 백우진의 부끄럼 많은 성격 탓에 입맞춤에 성공한 것도 그녀가 그 두 걸음을 따라잡기 위해 세 걸음을 내디뎌 가능했다.

         

       ‘나라고 안 부끄러웠던 게 아닌데…!’

         

       억울했다.

         

       그녀라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을 리가 없다.

         

       아녀자가 사내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잡고, 입을 맞추는 게 쉬운 일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어째서!’

         

       그토록 자신과는 어려워했으면서, 당선영과는 그리도 쉽게 선을 넘었단 말인가!

         

       이를 악물수록, 검에 실리는 힘도 강해졌다.

         

       어느덧 그녀의 검에는 검기가 덧씌워져 있었다.

         

       굳이 기를 움직이려 하지 않아도 의지만으로 기운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게 되는 절정 중입의 경지.

         

       웃기게도, 그녀는 저도 모르는 사이 또 한번의 경지 상승을 이뤄내고 있었다.

         

       수치심과 굴욕감, 분노와 질투, 시기와 부러움.

         

       비틀릴대로 비틀려 뾰족하게 변한 그녀의 감정은 눈앞의 신예화를 찌르고 들어갔다.

         

       “저는 신 소저가 백 공자를 좋아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아닌가 봐요.”

       “뭐…?”

         

       신예화의 음성이 확연히 낮아졌다.

         

       백우진과의 관계는 그녀에게 있어 가장 골머리를 썩고 있는 예민한 주제였다.

         

       허나, 유화연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서 다른 여자와 정을 쌓는데 가만히 있었다는 거잖아요.”

         

       이죽거리는 그녀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맺혔다.

         

       “나라면 절대 그렇게 두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순간, 힘을 잃고 비척거리던 그녀의 월도가 어마어마한 파공성을 내며 유화연의 검면을 때렸다.

         

       콰앙!

         

       “읏…!”

         

       주변 나무들의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게 만들 정도의 폭음과 함께 유화연의 입가에서 옅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시큰거리는 손목을 주무르며 신예화의 얼굴을 쳐다본 유화연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너…, 지금 말 다 했어…?”

         

       언제나 초롱초롱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흐릿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눈가에서 더욱 짙은 살기가 흘러나왔다.

         

       유화연은 깨달았다.

         

       화가 난 상태에서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이, 그녀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렸음을.

         

       “하아아아!”

         

       산천초목도 일순 떨게 만들 거센 기합과 함께 고사리 같은 손에 야무지게 쥐어진 월도가 커다란 반월을 그리며 그녀의 머리를 향해 내리쳐졌다.

         

       “읏!”

         

       유화연에게 위기가 닥쳐왔다.

         

       패기로 가득한 기합성에 한 차례 반응이 늦어졌다.

         

       어느새 다가온 그녀의 월도가 머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내리꽂히는 중이었다.

         

       ‘피하기는 늦었어.’

         

       체내의 기운을 폭발적으로 활성화시키며 검을 양손으로 쥐는 유화연.

         

       그와 동시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아래에서 위로, 검을 휘두른다.

         

       검기(劍氣)와 도기(刀氣).

         

       두 사람의 무기에서 넘실대는 두 기운이 맞부딪친 순간.

         

       콰아아아-

         

       두 기운이 일순간 뒤섞였다가 반발력에 의해 흩어지면서 어마어마한 기파를 뿜어냈다.

         

       그것이 근처에서 쉬거나 훈련하고 있던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자신들 주변으로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잊은 채, 두 사람의 설전은 계속되었다.

         

       “너, 그렇게 우진이한테 신경 쓰면서 파혼은 왜 한 거야?”

         

       그녀의 물음에 유화연은 입술을 짓씹었다.

         

       “…당신은 몰라도 돼요.”

         

       그 반응을 본 신예화의 입가에 조소가 그려졌다.

         

       “헤에, 듣기론 네가 파혼을 요청했다고 하던데, 사실은 아닌 거구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몸을 들썩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입가에 그려진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파혼을 당한 거야. 맞지? 그렇지?”

       “닥쳐요….”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허나, 임계점을 넘어버린 신예화에겐 그 어떤 것도 들리지 않았다.

         

       “왜 파혼을 당했을까…, 아! 혹시….”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을 볼 때마다 묘한 쾌감을 느끼는 신예화.

         

       언제나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듯, 백우진의 곁에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얼마나 꼴 보기 싫었던가.

         

       이제는 그만큼 갚아줄 차례였다.

         

       “바람이라도…, 피운 거 아니야?”

         

       그 순간, 유화연의 눈 또한 광기에 물들었다.

         

         

       * * *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몰라. 갑자기 따라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나도.”

         

       그들의 거센 외침에 싸움이 끝났다.

         

       구경이 끝난 무사들은 흥미를 잃고 하나둘씩 떠나갔다.

         

       남은 것은 비무를 벌인 두 여인과 백우진뿐.

         

       거칠게 숨을 헐떡이는 두 여인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무슨 초식을 썼는지, 어떻게 공격을 받아 넘겼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감정에 휘둘린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 싸움이 끝났을 때.

         

       눈앞에 백우진이 있었다.

         

       “너희, 왜 그런 거야.”

       “…….”

       “…….”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입을 꾹 닫았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왜 이토록 감정적이게 되었는지, 중요한 말들은 또렷했다.

         

       “그, 그냥 잠깐 말다툼을 좀 했어….”

       “맞아요….”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말도 안 되는 것들로 다투었음을 뒤늦게 실감하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 말다툼 때문에 살초를…, 후우!”

         

       남남도 아니고 그래도 제법 오랜 시간 함께해온 사이에서 고작 말다툼 때문에 서로에게 살초를 겨눈다는 게 말이나 되는 얘긴가.

         

       조목조목 따지려다가 참았다.

         

       서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걸로 보아, 아무리 다그쳐도 진실을 듣기는 요원해 보였다.

         

       또, 두 사람의 싸운 원인이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나 때문인 것 같은데.’

         

       장삼에게 소식을 듣고 뒤늦게 달려온 터라 모든 이야기를 듣지 못했지만, 끝부분의 몇마디는 들었다.

         

       그것은 분명 자신을 두고 서로를 탓하는 듯한 말들이었다.

         

       ‘미치겠네.’

         

       백우진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두 사람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세였다.

         

       야영 준비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절정 초입에 나란히 머물러 있던 두 사람의 경지가 어느덧 중입에 다다랐다.

         

       그들의 폭발적인 경지 상승이 무엇 때문인지 어렴풋하게 깨달은 백우진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무슨 인간 영약이냐….’

         

       잠시 후 고개를 들어 올린 백우진은 제 입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두 여인을 향해 매서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두 사람이 싸운 이유야, 굳이 내가 알아야 할 필요는 없겠지.”

         

       너희들이 무슨 짓을 하든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말투.

         

       두 사람의 얼굴이 시무룩하게 변했다.

         

       그 모습이 조금 안쓰러웠으나, 백우진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단, 또 한 번 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날뛰는 일이 벌어진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의 검지가 신예화를 가리켰다.

         

       “넌 신룡조에서 추방이고.”

         

       그 다음은 유화연.

         

       “유 소저와는 다신 볼 일 없을 거야.”

         

       매섭다 못해 피를 얼어붙게 만드는 듯한 싸늘한 말투에 두 사람의 얼굴이 망가졌다.

         

       당장에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백우진은 가슴이 쿡쿡 쑤시는 걸 애써 외면한 채, 그녀들로부터 등을 돌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기들끼리 말도 안 되게 싸우다가 소박 맞는 두 여인네,,,

    제가 마음이 여리다 보니까 참 뭐랄까, 독하게 쓰기가 참 쉽지가 않네요,,, 크흠,,, 아무튼 그렇습니다.

    바빴던 일도 오늘부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물론 아직 잔여물 같은 게 남아 이번 주 동안 신경을 조금 쓰긴 해야겠지만, 집필 시간을 좀 더 확보할 수 있어졌습니다.

    최대한 열심히 써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로 연참도 팍팍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