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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1

       

       

       

       

       “아르 배불러어어…. 쀼국.”

       

       김치찌개를 두 그릇이나 더 먹고 디저트를 집어 먹던 아르는 결국 먼저 배가 불러서 드러누웠다. 

       

       아르는 그 상태로 내가 있는 곳까지 데구르르 굴러 와 내 손을 잡았다. 

       

       “레온, 레온 손 약손 해 조!”

       

       지난번에 과식을 해서 연신 트림을 할 때 손으로 배를 둥글게 둥글게 쓸어 주며 ‘내 손 약손, 아르 배 편해져라’를 해 줬던 게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래, 해 줄게.”

       “앗싸! 히히히.”

       

       나는 아르의 상체를 잡아 머리가 내 가슴께까지 오도록 기대어 눕힌 후, 아르의 똔똔해진 배를 둥글게 쓸어 주었다. 

       

       “내 손 약손, 아르 소화 잘 돼라~”

       

       아르에게만 들릴 정도로 나지막이 멜로디를 담아 중얼거려 주자, 아르는 기분이 좋은 듯 꼬리 끝을 씰룩였다. 

       

       “히히, 조타아…. 쀼국.”

       

       아르는 행복한 얼굴로 내 손에 배를 맡긴 채 눈을 감았다. 

       

       “오호. 그게 그리 기분이 좋으냐, 아르야?”

       “우응, 몬가 소화도 잘 대고 기분도 조아여.”

       

       이드밀라는 아르가 기분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흥미가 동했는지, 별안간 배를 까며 나에게 말했다. 

       

       “레온이여! 나한테도 약손을 해 줘라!”

       “…예?”

       

       약손을 해 주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문제는 지금의 이드밀라는 인간 모습이었다는 것이었다. 

       구릿빛 배를 보자 문득 아까 침대에서 아르의 배인 줄 알고 이드밀라의 배를 쓰다듬었던 일이 떠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그건 좀….”

       “뭐냐, 왜 아르는 바로 되고 나는 안 되는 거지?”

       “아하하! 이드밀라 님! 괜찮다면 제가 해 드릴까요? 저도 약손 잘 해요.”

       

       그때 구원 투수 실비아가 얼른 이드밀라의 옆에 붙어 배에 손을 살며시 얹었다. 

       

       “흐음. 그래, 그래. 한번 받아 보자꾸나.”

       “제 손은 약손~”

       

       실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손바닥에 마나를 담아 이드밀라의 배를 쓸어 주었다. 

       

       “호오. 이거 생각보다 기분이 썩 괜찮구나. 마나의 순도도 꽤나 쓸 만하고.”

       “감사합니다.”

       

       역시 9성의 검사다. 드래곤에게도 마나의 순도가 쓸 만하다는 인정을 받다니….

       

       ‘그나저나 실비아 씨의 약손은 좀 귀한데.’

       

       저건 나도 좀 받아 보고 싶은….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르의 배를 쓰다듬는 데에 집중하려 애썼다. 

       

       “타인의 손으로 배를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느낌이 다르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로구나.”

       

       이드밀라는 의외로 꽤나 만족도가 높은 듯, 실비아에게 완전히 몸을 맡기고 눈을 감았다. 

       

       “…….”

       “…….”

       

       품에 드래곤 하나씩을 품은 채 배를 쓰다듬어 주고 있는 나와 실비아는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서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죠?’

       ‘저도 몰라요.’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

       

       “하아아암! 좋군.”

       

       이드밀라는 한동안 약손을 받고 만족한 듯 일어나 김치찌개를 마저 먹고 일어났다. 

       

       “실비아여, 김치찌개는 아주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도 부탁하지.”

       “맛있게 드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비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식사는 이걸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뭐 좀 더 시켜 드릴까요? 주문하면 금방 오는데요.”

       

       아무리 룸서비스로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렸다지만, 어제처럼 접시 하나에 음식을 꽉꽉 담아 먹고 수북이 쌓을 정도의 양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드밀라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됐다. 어제 뷔페에서 그렇게 먹은 건 그냥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좀 많이, 다양하게 먹고 싶어서였다. 애초에 전부 다 내 위장으로 들어가지도 않았어.”

       “아하…예?”

       “…?”

       

       그 말에는 나도 놀랐다. 

       이드밀라가 피식 웃으며 설명했다. 

       

       “맛있게 먹고 위장에 들어갈 때에는 마법으로 없애 버렸다. 그러니 그렇게 많이 먹었지.”

       “아하….”

       

       하긴, 아무리 이드밀라라고 해도 폴리모프를 한 상태에서는 인간의 몸 상태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터.

       위장 용량이 무한대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음식을 먹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나저나 엄청 부러운 능력이네.’

       

       저 능력만 있으면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으면서 살이 찌거나 당뇨, 고혈압에 걸릴 걱정이 없다는 거 아닌가. 

       

       물론 드래곤이라 어차피 당뇨나 고혈압에 걸리지는 않겠지만….

       

       인간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부러운 능력이다. 

       

       ‘한국이었으면 먹방 최적화 능력….’

       

       …근데 어차피 마법이 가능한 거면 먹방을 할 이유도 없긴 하겠구나.

       

       “드래곤은 완전히 성체가 된 이후에는 정순한 마나로 신체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거의 식사가 필요없다. 드래곤이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나?”

       “…아뇨. 없죠.”

       

       생각해 보면 성체인 드래곤이 전부 자신의 몸집에 걸맞은 엄청난 식성을 지녔을 경우, 주변의 생태계는 진즉에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그거다. 물론 식사를 하면 식사한 만큼 마나로 신체를 유지할 필요가 없으니 편해지고, 맛있는 고기나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지. 하지만 기본적으로 드래곤은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 많은 음식을 필요로 하지 않아. 사실 음식을 먹어야 하는 성장기에도 좀 굶는다고 죽거나 하진 않고.”

       “쀼…!”

       

       그 와중에 슬쩍 상체를 일으켜 테이블 가까이 있는 디저트를 집으려던 아르가 움찔했다.

        

       아무래도 성장기라고 항상 배 터지게 먹어 왔던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간 모양이었다. 

       

       “괜찮아, 아르야. 넌 빨리 성장하려면 많이 먹는 게 맞으니까.”

       “쀼우. 구, 구런 고지?”

       “응. 그리고 아무리 좀 굶어도 된다고 해도, 아르가 배고파 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내가 가만히 있겠니. 그러니 앞으로도 많이많이 먹으렴.”

       “레오온…! 쀼우!”

       

       아르의 눈에 감동의 눈물이 차올랐다. 

       

       내 품에 꼬옥 안긴 아르는, 곧 일어나서 마음껏 디저트를 집어 먹었다. 

       

       “헤헤, 마시쩌.”

       

       여튼, 그렇게 이드밀라의 양심 고백(?)으로 아침 식사는 끝났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예정된 일을 하러 떠났다. 

       

       “인비저블.”

       

       투명화 마법을 걸고 이드밀라의 등에 탄 우리는 단숨에 목적지까지 날아갔고.

       

       “저기예요!”

       

       소도시 지콘보의 뒷골목에 내린 우리는 투명화를 풀고 놈들의 본거지에 잠입, 아니 대놓고 들어갔다. 

       

       “뭐야? 어디서 들어온 놈들이야?”

       “앞쪽에서 뭐 들은 거 없어?”

       “여자 둘에 와이번, 그리고 남자 하나 침입! 본부에 전달해!”

       

       아르는 싸울 때는 용 모습이 편하다며, 와이번으로 우길 수 있는 마지노선의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한 상태였다.

       

       “거 시끄럽군. 그냥 한 번에 쓸어버릴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대는 놈들을 본 이드밀라가 눈썹을 찌푸렸다. 

       

       “후우, 아니지. 우리 아르가 레벨업이란 걸 해야 한다고 했으니, 적당히 해야지.”

       

       헤카르테교 세력 중 경험치를 줄 만한 녀석들이 섞여 있었기에, 이드밀라는 한 번에 쓸어 버리는 대신 우리와 구획을 나누어서 세력 사냥에 나섰다. 

       

       “그럼 난 이쪽으로 가겠다.”

       “키 큰 여자가 이쪽으로 온다! 끄아아악!”

       “미, 미친! 마법사다! 끄억.”

       

       이드밀라는 여유롭게 걸어 나갔지만, 그 앞에 있는 적들은 그저 허둥대다가 불타 죽을 뿐이었다.

       

       “이거나 먹어라!! 플레임 캐논!!”

       

       이드밀라가 상당한 실력자임을 파악한 마법사들은 마나를 모아 무려 5서클 마법인 플레임 캐논을 완성시켜 이드밀라에게 쏘았고.

       

       콰아아아아아!

       

       이드밀라는 정통으로 플레임 캐논을 맞은 것처럼 보였다.

       

       “해치웠나!”

       

       하지만, 불길이 사그라들었을 때 이드밀라는 하품을 하며 손가락 하나를 앞으로 뻗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것도 화염 마법이라고….”

       

       이드밀라가 한숨을 쉬었다. 

       

       “잘 봐라. 진짜 플레임 캐논이 뭔지 보여 줄 테니까.”

       

       이어서 이드밀라의 손끝에서 쏘아져 나온 플레임 캐논은, 마법사들뿐 아니라 그 뒤에 있던 모든 것들을 일시에 꿰뚫고 태워 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아!

       

       “와, 죽이네.”

       

       진짜로 죽이네.

       

       슬쩍 뒤돌아 본 나는 작게 감탄사를 내뱉은 뒤, 아르, 실비아와 함께 적진으로 향했다. 

       

       쉬이이익!

       어딘가에서 날아온 비수를 실비아가 정확히 검날로 쳐냈다.

       

       “독이 발려 있는 비수네요. 암살자들은 제가 처리할 테니 아르랑 전진하세요.”

       “고마워요, 실비아 씨.”

       

       실비아는 즉시 블링크로 자리에서 사라졌고.

       

       “끄아악!”

       “크억!”

       

       시야 밖에서 암살자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가자, 아르야!”

       “우응!”

       

       내 허리 정도 오는 키의 아르는 나를 따라 도도도 뛰어가며, 만나는 적들을 향해 입에서 불을 뿜었다. 

       

       “쀼우우우!”

       

       쀼레임 캐논은 메인이요, 다른 속성 마법은 아르의 양손으로 거들어 줄 뿐이었다.

       

       “뭐, 뭔 저런 와이번이…!”

       “와이번일 리가 없잖아! 저 괴물은 뭐야!”

       

       물론 나도 이제 이드밀라가 준 ‘파이어 브레이슬릿’이 있기 때문에, 아르의 옆에서 꽤나 화력 지원을 빵빵하게 해 줄 수 있었다. 

       

       게다가….

       

       “하아아압! 죽어어엇!”

       

       채앵!

       

       “…! 뭐야, 마법사가 아니었어?”

       “요즘 마법사들은 단검술도 기본으로 안 익히나?”

       

       실비아에게 배운 단검술도 계속 꾸준히 단련하고 있었기에, 검을 들고 달려드는 용병들도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다. 

       

       “쀼우우웃!”

       “으아악! 도망쳐!”

       “지부에 도움을 요청해야…!”

       

       급기야 승산이 없음을 깨달은 놈들은 도망치려 했지만.

       

       퉁! 퉁!

       

       “어어…?”

       “뭐, 뭐야!”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나갈 수 없었다. 

       

       “흐음. 아직도 안 끝난 모양이로구나. 어서 마무리하고 다음 지역으로 가자꾸나.”

       “이드밀라 님…?”

       

       어느새 우리 뒤에서 들린 이드밀라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 보았다. 

       

       “이 결계, 이드밀라 님이 해 놓으신 건가요?”

       “당연하지. 처음 여기 왔을 때부터 이 구역을 벗어날 수 있는 놈은 한 놈도 없었다.”

       

       이드밀라가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자, 아르야. 직접 마무리하려무나.”

       “녜에, 이모!”

       “젠장할!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나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놈들이 아르를 향해 덤벼들었지만.

       

       “쀼우우웃!”

       

       콰아아아아아!

       

       [레벨이 올랐습니다!]

       [사역마 ‘아르젠테’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모두 나와 아르의 경험치가 될 뿐이었다.

       

       “드디어 끝났군.”

       

       시간을 확인한 이드밀라가 이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빨리 마무리하고 시간이 좀 남았으니, 근처 찻집에 가서 케이크 시키고 커피도 한 잔 하고 가자고. 내가 봐 둔 집이 있어.”

       “…….”

       

       …그건 도대체 언제 봐 두신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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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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