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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1

        나는 눈을 감았다.

        세 번의 임신을 거치고, 이번에 네 번째 임신을 경험하면서 느낀 것인데, 임신했을 때 시간을 보내는 데는 자는 것이 최고였다.

        에너지 손실도 최소로 줄일 수 있지, 시간도 잘 가지, 움직임이 굼뜬 것도 잘 티가 안 나지…….

        아무튼 자는 것이 최고다.

       

        = 캬아아악! 이건 내 거야!

       

        = 아니? 내 거다!

       

        = 싸, 싸우지마아아…….

       

        ‘…….’

       

        좀 자려고 하니, 둥지 밖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소리에 잠이 깨버렸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 보니, 진작에 독립시켜서 내보낸 세 아이들이 반짝거리는 돌멩이를 앞에 두고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 내 거야!

       

        거대한 소 비슷한 형태에, 바늘처럼 촘촘히 솟은 비늘을 가진 셋째가 이를 드러내며 돌멩이에 대한 소유욕을 드러낸다.

        내 아이들 중 가장 성격이 드센 만큼, 덩치도 세 아이들 중에서 가장 큰 아이가 저러니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다.

       

        = 내 거라고!

       

        그에 반해서 첫째는 셋째에 비하면 크기가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첫째의 온몸에는 반짝반짝한 색색의 돌들이 갑옷의 형태가 되어 매달려 있었다.

        제 아버지를 따라 하겠다고 예쁘고 단단한 돌들을 찾아서 꿰맨 바위 갑옷은, 그 자체로 방패이자 무기가 된다.

       

        = 싸우면 안 되는데…….

       

        반대로 둘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둘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한다.

        크기는 첫째보다도 작다. 남편을 만나기 전의 나보다 살짝 큰 정도랄까?

        대신 둘째에게는 긴 팔다리가 존재했고, 꼬리 역시 길었다.

        그리고 팔다리와 꼬리의 끝에는 조악한 형태의 ‘손’이 달려 있었다.

        그러니까…… 그래. 원숭이의 형태를 닮았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오늘도 싸우고 있는 세 아이들을 잠시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잠자기 그른 것 같다.

       

        한숨과 함께 심호흡하고, 그대로 분노를 내뱉었다.

       

        = 시끄럽다 이것들아!

       

        크와아아앙!!

       

        = 꺅?!

       

        = 으악!

       

        = 헉!

       

        내 분노의 외침에 세 아이들이 화들짝 놀란다.

        그러고는 내 모습을 확인하더니, 셋 다 즉시 드러누워서 배를 보인다.

       

        = 잘못했습니다!

       

        = 자, 잘못했어요!

       

        = 미안 엄마!

       

        = 하! 이놈의 자식들을 그냥…….

       

        내가 남편을 만나고, 아이를 낳으면서 성격이 조금 죽었다지만, 그렇다고 내 성격이 어디로 가는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이백 년 정도밖에 안 지났다. 이 정도로 내 성격이 죽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나는 악취가 나는 독을 내뿜으며 소리쳤다.

       

        = 조용히 안 할 거면 저리 가!

       

        = 우엑!

       

        = 도망쳐!

       

        = 으악!

       

        쿠당탕탕탕!!

       

        코가 좋은 내 아이들이 후다닥 도망친다.

        그제야 평화를 얻은 나는 다시 둥지로 돌아갔다.

        그리고 짐승의 털과 푹신한 풀등을 엮어 만들어 낸 침상 위에 누워 눈을 감았다.

        이제 자야지…….

       

       

        *            *            *

       

       

        – 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무슨 시트콤인 듯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런데 지금 드래곤님들 모습하고 많이 다르네?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그때는 그랬지.”

       

        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비록 지금과는 달리 약하고, 수명의 한계가 존재하고, 여러모로 시끄럽고 지저분한 삶이었다.

        하지만 나의 삶을 통틀어 그때만큼 편안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행복했던 일상이었다.

        ……그래. 일상이었다.

       

        – 아.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 떠오른다.

        – ㅠㅠ

        – 갑자기 슬픔.

        – ㅜㅜㅜㅜ

        – ㅠㅠㅠㅠㅠ

        – 우리 아빠 떠오름.

        – 할머니 떠오른다.

       

        시청자들이 나를 따라 슬픔의 감정을 보내온다.

        하긴…… 누구에게든 이별의 슬픔 한두 개 정도는 있겠지.

       

        “본래라면 내가 넷째 아이를 임신하는 동안의 일상 이야기를 했겠지만, 이번에는 그 이야기가 아닌, 내가 초월자가 되었을 때의 이야기하기로 했으니 넘어가도록 하겠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중간 단계를 많이 생략해야만 했다.

        왜냐고?

       

        “그 당시의 나는 슈르네를 임신하고 있었기에, 대부분을 둥지에서 지냈기 때문이란다.”

       

        그렇기에 그 당시의 나는 밖의 상황을 잘 몰랐고, 그러므로 그 당시의 상황을 잘 모른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은 후에 다른 이들에게 들은 것이다.

       

        “그러니 본격적으로 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먼저 해 주마.”

       

       

        *            *            *

       

       

        제대로 된 문명조차 이루지 못한 세상.

        그런 곳에서, 아직 원시 수준에 불과한 지성체들의 신앙을 받던 고대신들.

        그들 중 ‘하늘의 신’은 심기가 불편했다.

       

        ‘저 미천한 지성체들에게서 더 많은 신앙을 수급하고 싶다!’

       

        하지만 미천한 지성체들은 너무 약했다.

        야생에 돌아다니는 미천한 짐승은커녕 벌레들한테도 죽고 마는 너무나도 약한 존재들.

        그렇기에 숫자가 늘어나지 않았고, 그렇기에 신앙이 빠르게 늘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저들이 진지하게 신을 공경하는 것도 아니었다.

        신을 공경하기보다는 그저 하루 살아가는 것에만 집중하는 머저리들.

       

        ‘신을 공경할 수 있는 은혜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미천한 것들!’

       

        그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의 우두머리이자, 하늘의 초월을 이루어 낸 고대신, ‘하늘의 신’이 한탄했다.

        그러고는 저 가축만도 못 한 지성체들이 어떻게 해야 신을 더욱 공경하게 될지 고민했다.

        그때 ‘하늘의 신’의 애인이자, ‘사랑의 신’이라 불리는 고대신이 말했다.

       

        ‘나 가지고 싶은 게 있어요.’

       

        ‘무엇이냐?’

       

        ‘저거.’

       

        ‘사랑의 신’이 필멸자들의 세계.

        그러니까 ‘중간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아름다운 것, 가지고 싶어요.’

       

        ‘호오.’

       

        그것을 보며 ‘하늘의 신’은 두 눈을 빛냈다.

        좋은 생각이 났다.

       

       

        *            *            *

       

       

        – 느낌이 쎄한데?

        – 뭔가 많이 먹어 본 패턴인데요?

        – ㅎㄷㄷ

        – 그런데 중간계니, 그런 건 뭔가요?

        – 중간계? 차원인가요?

       

        “아, 그것도 설명해야겠구나.”

       

        그러고 보니 이쪽 세상에서는 ‘중간계’나 ‘신계’ 같은 개념도 잘 모르고 있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 세상은 하나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여러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단다.”

       

        마치 2차원과 3차원이 별개의 공간처럼 느껴지듯, 하나의 차원 속에는 여러 개의 공간이 존재한다.

        인간들의 신화로 예를 들어 보자면, 북유럽 신화라는 곳에 나오는 아홉 개의 세상 같은 것이랄까?

       

        “아니, 그보다는 너희들이 있는 ‘지구’와 ‘게이트’의 관계가 더 이해하기 쉽겠구나.”

       

        – ?

        – ??

        – 아하!

        – ?

        – 나만 이해 안 되나?

        – 아, 뭔지 알겠음.

       

        아직 이해가 안 되는 이들이 있는 모양이다.

        내가 설명을 어렵게 했나?

       

        “너희들. 그러니까 필멸자들이 사는 세상을, 말하자면 거대한 게이트…… 아니, 비눗방울이라고 생각해 보자꾸나.”

       

        내가 예전에 게이트를 비눗방울이나 풍선이라고 비유한 적이 있으니, 이번에도 그것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그 비눗방울 안쪽에 작은 비눗방울들이 생겨났단다. 그것이 너희들이 알고 있는 ‘게이트’라는 것이란다.”

       

        – ㅇㅇㅇ

        – 저번에 들어서 알고 있어요.

        – 요즘 저희 교수님이 그것 때문에 저희 계속 쪼고 있음.

        – ㅋㅋㅋㅋㅋ

        – 뭐지? 방금 노예 한 명 본 것 같은데?

        – ㄹㅇㅋㅋ

       

        “그런데 너희들이 사는 비눗방울의 바깥에는, 너희들이 사는 비눗방울과 거의 비슷한 크기를 가진 비눗방울들이 몇 개 더 존재한단다.”

       

        그것은 그 안쪽에 사는 존재에 따라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초월자들이 살고 있다면 ‘신계’나 ‘신선계’.

        혼령들이 살고 있다면 ‘명계’.

        정령들이 살고 있다면 ‘정령계’

        필멸자들이 살고 있다면 ‘중간계’ 기타 등등…….

       

        “하나의 차원은 여러 개의 경계(界)로 이루어져 있고, 중간계는 너희들과 같은 필멸자들이 사는 공간을 지칭하는 단어란다.”

       

        – 와.

        – 허미.

        – 그게 그렇게 되나?

        – ㅎㄷㄷ

        – 안 돼!! 교수님!!!

        – 어디선가 노예의 구슬픈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데?

        – 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채팅창이 활발하게 올라간다.

        대부분은 감탄하는 글들이 대부분이고, 몇몇 슬픔의 감정이나 감동의 감정이 보이는 글들도 있었다.

        ……내 이야기 어디에서 슬픔이나 감동을 느낀 것일까?

       

        “그럼 다시 이야기를 계속해 보마.”

       

        이번에는 중간에 끊기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이야기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            *            *

       

       

        산란기가 다가왔다.

        언제나처럼 넷째 아이가 들어 있는 알을 출산하기 시작했다.

       

        = 크으윽!

       

        벌써 네 번째 경험이지만, 출산의 고통은 쉽사리 극복해 내기 힘들었다.

        단순히 육체의 고통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 안에서 새로운 생명이 나오고 있다는 긴장감, 책임감, 사랑…… 그 모든 것들이 무게가 되어 나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 부인! 부인! 부인! 부인!

       

        ‘또구나.’

       

        둥지 밖에서 들려오는 남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시끄럽다고, 그렇게 사념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게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산란을 할 때마다 남편은 저랬다.

        마치 ‘내가 여기 있다’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솔직히 시끄러웠지만, 싫지는 않았다.

        마치 부인의 옆에서 남편이 손을 꼭 잡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래서 내심 좋으면서도, 괜히 툴툴댔었다.

       

        ‘다음에는 좀 더 살갑게 해주어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을 마지막으로 산란에 힘을 쓴다.

        밖에서 들려오는 남편의 사념을 박자 삼아 힘을 줄 때였다.

       

        = 부인! 부인! 부…….

       

        ‘……?!’

       

        지금껏 산란기마다 단 한 번도 끊어진 적이 없었던 남편의 사념이 끊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 썰풀이가 주인공의 시점에서만 진행되다보니, 아무래도 주인공이 직접 보거나 경험하지 못한 부분의 묘사에 있어서는 조심스러워지네요.

    묘사가 조금 두서없거나 부실하더라도 좋게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소설 표지 작업이 시작됩니다.

    기대해주세용~!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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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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