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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1

       *** ***

         

       “후.”

         

       평소와 같이 운기를 마치고 기를 갈무리했다. 아무리 영약을 혈관의 덩어리들을 태우는 것에 사용했다고는 해도 그 잔여 기운만 해도 만만치 않은 양이었고 그 잔여 기운들은 아직도 내 몸에 완전히 흡수되지 않았다.

         

       그래도 평소와는 달리 일찍 운기를 마치고 나는 책상 앞에 앉았다.

         

       무의식 중에 깨달음을 흘려 운종 선사님을 현경으로 만들어 버린 실수를 저질렀으니 정리를 해야지. 앞으로 입조심을 해야겠다는 다짐은 다짐이고…점창파 사람들의 깨달음을 하나하나 마음속으로 복기해 보았다.

         

       가장 먼저 자주 만날 열한 명의 선사님들. 아니 이미 한 사람은 방출해버렸으니 열 명의 선사님. 솔직히 말해서 이 열 명의 선사님의 깨달음은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깨달음 퀴즈의 근간은 결국 자신이 필요한 깨달음을 퀴즈 형태로 질문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즉 동료로 영입할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문제가 가장 자주 나온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로 구파일방의 중진들은 동료 영입과 가장 멀리 떨어진 자들이었다. 구파일방의 일원이 되어도 동료로 영입할 만한 것은 항렬이 가까운 사형제 정도. 구파일방의 간부진은 영입해 봐야 배분 때문에 제대로 부리기도 힘들고 영입 대가만 높았으니까.

         

       그래도 머리를 쥐어 짜내서 어떤 느낌의 깨달음이었는지 최대한 기억해낸 뒤 머릿속을 정리하고는 선사님들을 찾아갔다.

         

       오전 수련을 받아야 했으니까.

         

       점창파에는 자력으로 운종 선사가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 소문을 냈다.

         

       다행스럽게도 선사님이 대부분이 제자들이 다 돌아간 뒤에 깨달음을 얻었기에 내가 일장 연설을 하는 걸 본 제자들은 없는 모양.

         

       낭인 손님이 아무 소리나 주절거리다가 깨달음을 얻었다기보다는 문파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던 중 불현듯 깨달음을 얻었다는 훨씬 개연성 있는 전개였으니 점창파의 제자들은 그 소문을 그대로 믿겠지.

         

       새벽 수련을 마치고 수업을 받기 위해 선사님들의 처소로 향하니 열한 명의 선사님들이 머리를 싸매고 무언가 서류 작업을 하고 계셨다.

         

       “뭐하십니까? 선사님들?”

         

       영율 선사님이 반색하며 나를 맞이했다.

         

       “오, 그래! 자네 잘 왔군! 세 번째 경연을 설명할 때 말일세. 자네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하나?”

         

       “예?”

         

       “그때 무공과 기술의 조화가 어쩌구 하면서 뭐라고 말을 하지 않았나. 아무래도 현기 어린 말인 것 같아서 되짚는 중일세!”

         

       “아니….그걸 어떻게 기억합니까?”

         

       [세 번째 경연의 주제는 바로 콩주머니 던지기입니다.]

         

       [우선 본인의 콩주머니 던지기 시범이 있겠습니다.]

         

       [보셨지요? 콩주머니 던지기는 무공과 손기술의]

         

       ….뭘 하고 계신가 했더니 지금까지 내가 했던 말을 모두 글귀로 옮겨 적고 있는 모양이었다.

         

       “오….이 구결…뭔가 느낌이 오는군 ‘손목이 그리는 원과 손가락의 직선이 교차하는 순간 시각의 사각이 열립니다’라..오오…!”

         

       정무 선사님이 눈을 부릅뜨며 몸을 떨자 다른 선사님들의 고개를 홱 돌려 정무 선사님을 응시했다.

         

       정무 선사님 쑈하지 마십쇼. 그거 당신 깨달음 아니잖아.

         

       한참을 몸을 부들부들 떨던 정무 선사님이 말했다.

         

       “….아닌가?”

         

       “에라이 자식아!”

         

       “진짜인줄 알았잖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침을 꼴딱꼴딱 넘기며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던 선사님들이 정무 선사님을 향해 벼루를 던지며 화를 냈다.

         

       “아니, 선사님들. 진짜 우연이라니까요? 선사님들도 그 자리에서 보고 계셨으면서 왜 그러십니까?”

         

       “암, 암 우연이지.”

         

       “그렇지 우연이지. 우연이 두 번 일어날 수도 있는거고.”

         

       “쓰읍.”

         

       내가 눈을 부라리자 그제야 좀 선을 넘었다는 자각이 생겼는지 헛기침을 하기 시작하는 선사님들.

         

       “헛흠. 이건 그냥 그걸세…뭐라냐. 오늘부터 이론 교육을 한다길래 간만에 필기 연습! 그런 걸 하고 있었던 것 뿐이지.”

         

       “에구 에구, 요새 늙어서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아. 이렇게 치매 예방을 하지 않으면 제정신 유지하기가…”

         

       “어휴. 말을 마시지요.”

         

       나는 뭐라고 따지려다가 저 선사님들 사이에 운종 선사님이 섞여 있는 것을 보고 할말을 읽었다. 나와 눈을 마주친 운종 선사님이 슬쩍 시선을 피하며 헛기침을 했다.

         

       “아니 운종 선사님까지 이러시깁니까?”

         

       “헛흠. 나는 그냥 자네한테 기술을 배우러 온 것 뿐이라네. 나도 기술을 배우기는 해야지!”

         

       “쩝.”

         

       운종 선사님이 황급히 덮은 공책에 무언가 잔뜩 쓰여 있는 것을 보고는 이마를 짚었다. 거 선사님은 깨달음 하나 얻으셨으면 됐지 이걸 또 욕심내시네.

         

       “어휴. 아무튼 거 집중들 하세요! 오늘부터는 이론 수업이니까요.”

         

       뭐 깨달음은 깨달음이고 내 무공 수련도 계속진행되어야 하듯이 선사님들의 마술 수업도 진행되어야 한다.

         

       “음!”

         

       “그럼세. 자네의 기술에도 분명 깨달음의 단서가 있을 수 있으니!”

         

       아무튼 학습 의욕들은 확실하시군.

         

       “우선은 착시에 대해서부터 설명해 볼까요.”

         

       수업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일단 당가에서 한 번 설명했던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가볍게 기술적 설명 정도나 예상했던 선사님들의 앓는 소리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굳게 믿고 있던 상식을 깨는 과정이니만큼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겠지. 이론을 부정하고 싶어도 이미 기술을 다 익히고 이론에 들어가고 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하하,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할까요.”

         

       “끄응. 차라리 과제나 내 주는 편이 낫겠구만.”

         

       내가 기준을 당가의 사람으로 잡은 것이 문제였을까? 당가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당가 사람들은 내가 이론을 설명할때마다 감탄하는 눈치였다면 선사님들은 의문만 쌓이는 느낌.

         

       사실 마술을 하는데 원리를 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선사님들은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수단으로만 손기술을 사용하실 테니 굳이 심화 과정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

         

       며칠 해 보고 안되면 그냥 실전 응용기를 전수하는 방향으로 갈아 타야겠다.

         

       그때 운종 선사님이 말했다.

         

       “그러고보니 자네 첫날에 보여 준 기술들 말일세. 한번 더 보여줄 수 있겠나?”

         

       “음? 뭐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조금 궁금해져서 말일세. 내 경지가 올랐으니 자네의 재주를 간파할 수 있을지 말이야.”

         

       “호오.”

         

       운종 선사의 도발 아닌 도발에 나 역시 미소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궁금했거든.

         

       화경의 고수의 끝판 왕이라고 할 수 있는 당가주 당광렬. 나는 당광렬을 상대로 도박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나는 그 사실에 짜릿함을 느끼거나 성취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게임 속 무림천하에서 도박으로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인물 중에서 화경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몇 있었기 때문이었다. 화경의 경지라 할지라도 도박기술이 낮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경의 경지를 도박으로 속여넘길 수 있을지는 완전히 미지의 세계였다.

         

       왜냐하면 게임 속 무림천하에서 도박으로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인물 중에서 현경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가볍게 겨루어 보실까요?”

         

       “좋네.”

         

       “호, 이거 갑자기 흥미진진해졌군.”

         

       선사님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주제였는지 선사님들 역시 적극적으로 움직여 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탁상이 비워지고 잔이 나타나고 깨진 벼루 조각이 다듬어져 구슬이 되었다.

         

       흥미진진한 표정의 선사님들을 의식에서 밀어내며 오직 운종 선사님에게 온 신경을 집중했다. 무려 현경의 고수를 상대하는 일이니만큼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시작하겠습니다.”

         

       사사사삭!!

         

       집중력과 기술. 어느쪽 하나 아낌없이 투자한 야바위가 펼쳐졌다. 잔을 멈춘 순간 외야에서 ‘자네 봤나?’ ‘못 봤는데.’ 따위의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오롯이 운종 선사님의 반응에만 집중했다.

         

       운종 선사님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더니 잔을 선택했다.

         

       “흐음. 세 번째 잔일 것 같군.”

         

       나는 말없이 세 번째 잔을 들어올렸다. 그 안에는 주사위 대용으로 쓴, 깨진 벼루조각을 다듬은 구슬이 들어 있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운종 선사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일단 나는 자네의 기술을 파악하지 못했음을 확실히 하도록 하지. 아까 자네의 강의대로 내 눈은 속았는데…그와 별개로 자네의 의도가 읽히는군. 자네는 마지막에 첫 번째 잔과 두 번째 잔 둘 중 하나의 이지선다를 노리는 연출을 하려 했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달까.”

         

       이게 현경인가. 사람 자체의 의도를 읽는다라.

         

       “첫째 잔과 둘째 잔의 이지선다를 연출하려 했으니 실제 구슬은 세 번째 잔에 있겠거니 싶었네.”

         

       야바위는 맨 첫 판이 가장 승률이 높다. 실제 도박판에서야 사람을 끌어들여야 하니 맨 첫수부터 모든 기술을 다 동원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아무튼 야바위 첫 판에서는 판을 돌리는 사람이 유리하다. 자신이 아는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서 속였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굴리면 그만이거든.

         

       그리고 난 그렇게 했고 단번에 간파당했다.

         

       “허허 그런데 이건 간파했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군. 만약 오늘 자네의 이론 강의를 듣지 못했다면 이 의도를 읽어내지 못했으리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도박판에서는 결과만 남는 법이지요. 몇 판 더 어울려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도박에서는 운도 실력이다. 그리고 이 운이라는 것은 증명하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의 요소들을 다 몰아넣어 뭉뚱그린 면도 있고. 가령 어느 도박사가 습관적으로 조금 더 1번 잔에 주사위를 몰아넣는다고 했을 때 아무것도 보지 못한 상대방이 1번을 찍어 돈을 땄다면 그건 과연 운일까 전략일까.

         

       간단하게 진행된 다섯 판의 결과는 일단 내 승리로 끝나기는 했다. 문제라면…운종 선사님께 모든 의도가 읽혔다는 것일까. 두 판을 내리 진 나는 그냥 아무 의도 없이 머리를 비우고 잔을 섞었고 내 의도를 읽지 못한 선사님이 찍기 운이 없어 나온 결과였을 뿐.

         

       “한 수 배웠습니다.”

         

       “아닐세. 나야말로 좋은 재주를 보았군. 허허…현경이라고 세상을 다 가진 줄 알았는데 세상은 정말…넓군.”

         

       아무리 내가 궁금하다고 해도 선사님께 본격적으로 도박에 어울려달라는 건 너무 무례지. 이런 간단한 내기 정도야 어찌 넘어갈 수는 있어도 모든 도박기술을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판돈을 걸고 도박의 규칙을 따르는 판에 도사님을 끌어다 앉히는 건 선 넘은 일이었다.

         

       그러니 예측을 해 보는 수밖에.

         

       운종 선사님과 정식 도박을 한다고 했을 때는 아마 6대 4정도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심리, 행운, 손기술, 연기…모든 요소를 총 동원했을 때 말이다.

         

       선사님이 한두 달 나에게 기술을 배운다면 아마 55대 45 정도로 좁혀지지 않을까.

       

       역시 현경이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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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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