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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1

       “아우흐…….”

        

       오후 2시.

        

       온 세상이 자신을 괴롭히는 기분과 함께 깨어난 별포크는, 콩나물을 듬뿍 넣은 라면으로 쓰린 속을 달래고 있었다.

        

       약 1시간에 걸쳐 여기저기에 사과 문자를 보낸 후에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었던 식사였다.

        

       하필이면 필름도 거의 끊기지 않았다. 이예나의 머리로 온갖 스타일링을 선보인 것도. 폴라로이드 사진기 필름(40장)을 모두 사용할 때까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다고 선언하며 사진사에 빙의했던 것도. 노래방을 가자고 길거리에서 시위를 했던 것도…….

        

       ‘노래방은 다른 분이 주도했던 것 같기도 한데……? 아닌가?’

        

       그러나 누가 주도했든 무슨 상관일까.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켜켜이 쌓인 수치스러운 기억을 마주하며 몸부림치는 건 오롯이 별포크의 몫이었다.

        

       모두들 너무나 너그러이 용서해주며 그럴 일 아니라고 말하니, 죄책감과 수치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렇게 좋은 분들한테 무슨 깽판을……차라리 화를 내는 사람이 있었다면 나았을 텐데.

        

       [이예나: 좋았어요.]

       

       영문모를 답변을 보낸 사람도 하나 있었지만, 아무튼.

        

       별포크는 잘 넘어가지 않는 면 대신 콩나물을 우물거리며, ‘도적부흥운동’ 위게더 게시판에 접속했다.

        

       방송 관련 공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베스트 게시물을 몇 개 훔쳐보는 것이 기상 직후의 습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기도 했으나- 그보다는, ‘혹시 방송을 해주지 않으려나’라는 기대가 스멀스멀 올라온 탓이었다.

        

       같이 술을 마신 주제에, 양심없는 생각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품게 된 건, 지금 떠오르는 생각들을 잊게 해줄 마취제가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아마, 이예나가 알았다면 망설임 없이 ‘부작용으로 행복감을 주는 용기의 물약이에요. 같이 먹으면 시너지 효과로 우정도 생기더라고요.’ 라고 얘기하며 술을 건네지 않았을까.

        

       별포크는 귓가에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에 푸흐-, 하고 살짝 웃으며, 베스트 게시글을 댓글 순으로 확인하다가-

        

       [작성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제목: 비방송 공지입니다]

        [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대회 팀원들과 뒤풀이 회식을 다녀왔습니다. 맛있었어요.

        

       지난 방송 기록을 보니, 최근에 방송을 너무 많이 했네요. 과유불급이라고,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지 않을까요. 보통은 안전한 일산화 이수소도 권장량 이상 섭취하면 죽음에 이른다고 하잖아요.

        

       그런 고로, 잠시 방송 다이어트를 할 예정입니다.

        

       다음 방송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음주 화요일까지는 방송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일정이 정해지면 공지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제 뭔 짓을 해도 화도 안 난다 싶었는데 이걸 성공하네 씨1발

       –     뒤풀이 썰만 풀어줘 제발

       –     그래서 뒤풀이 갔다는 거지?? 그래서 뒤풀이 갔다는 거지?? 그래서 뒤풀이 갔다는 거지?? 그래서 뒤풀이 갔다는 거지?? 그래서 뒤풀이 갔다는 거지??

       –     왜 뒤풀이 멤버 아무도 방송 안 키냐 시1팔

       –     ㄴ 지금 새벽 4시입니다 선생님…

       –     ㄴㄴ 뭣…

       –     ㄴㄴ 그렇네 뒤풀이 당일에 공지 올린 거네 ㅋㅋㅋ 답지않게 성실해서 더 빡친다

       –     ㄴㄴ 아따먹……공지 하나는 존나 성실하게 올리는 새끼……대체 왜 올리는 건지 모르겠는 공지만 올리는 새끼……나쁜 새끼……

       –     ㄴㄴ 아니 그렇게 성실할 거면 가기 전에 간다고 공지를 올리라고 씨1발

       –     누구 하나 방송만 켜봐라 ㄹㅇ

       –     뭐? 우리 센세 얼굴을 무려 3명이나 되는 남자들이 봤다고? 믿을 수 없다…

       –     ㄴ ‘관측’ 되어버렸구나……고결한 유니콘은 떠날 시간이군

       –     ㄴㄴ ‘자살’ 해주세요

       –     뭐야 진짜 나갔다고???

       –     진짜 나간가면 레반이나 별포크 방송 켰을 때 찔러봐야 됨 ㅇㅇ 둘다 표정 은근 투명해서 이쁘냐고 물어보면 대답에서 티 날 걸

        

       [작성자: 따CCTV먹]

       [제목: 얘 여기서 뭐하냐……?]

       [아니 진짜 뭐함……?

        

       『[매니저] 흠 객관적으로 볼 때 옆에 도적이 있었으면 이겼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 그림이라도 띄워드릴까요』

       『???』

       『조교님 장문 머야??』

       『??저거 아따먹 아님?』

       『??』

       『[매니저] (도적 얼굴이 그려진 아스키아트)』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교석이 아니라 집중 감시석이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현웃진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스키아트 머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또라이같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따먹따먹아…….』

       『[매니저] 아』

        

       매니저 받은 것도 모르고 채팅에서 저 지1랄 하는 게 더 문젠지

        

       원래 저 지1랄하는 사람인 게 더 문젠지 진짜로 모르겠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     도댓방송이 여초로 테라포밍 당한게 제일 문제다……씹상남자 방송이었는데…….

       –     아니 왜 저기서 저러고 있는데 시발 뒤풀이 썰이나 풀라고

       –     ㄴ 정보) 저 미친년은 방송 데뷔 전에도 온갖 잠재적 도적 방송에서 저 지랄을 하고 있었다

       –     뒤풀이!!!!!!!!! 썰이나!!!!!!!!!!!!!! 풀라고!!!!!!!!!!!!!!!!

       –     ㄴ -근-

       –     이거 누구 방송임?

       –     ㄴ 도댓

       –     센세 왜 저기서 여론 좋냐

       –     ㄴ 알고 싶지 않을 걸

        

       아찔하게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되었든, 본인의 수치심은 잊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 * * *

        

       [레반: 예나님]

       [레반: 매니저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말 걸지 마요]

        

       [레반: 아 계셨네요]

       [레반: 어 왜 옆에 매니저 안 뜨지]

       [레반: 디스코스가 영 그렇네요]

       [레반: 도댓형 방송에서 얘기할까요? 🙂]

        

       알고 있다. 누구를 탓하기도 어려운, 나의 미숙함 탓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 정도는……잘, 알고 있다.

        

       매니저로 임명된 방에서 채팅을 치면 어그로가 끌리기 마련이다. 당연하지. 얼핏 보기에도 눈에 띄는 색상의 아이콘이 붙어있는 건 둘째 치고서라도, 애초에 매니저 채팅들을 모아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쓰는 시청자들까지 있으니까. 알고 있었고, 주의하고 있었다. 

        

       몰랐던 건, 내 동의도 없이 내 머리 위에 이런 감투를 씌워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매니저를 임명한 경험도, 매니저로 임명된 경험도 없는 나로서는 당할 수밖에 없는 교묘한…….

        

       도댓, 도댓, 도댓.

        

       이런 함정을 파다니. 보기보다 지능파일지도 모르겠는데. 그 수더분하고 평온해보이는 얼굴은, 지략을 숨기는 위장에 불과했던가.

        

       그러고 보면, 저 레반이랑 제법 친한 모양이지 않았나.

        

       역시 이전의 협상 결과에 앙심을 품고, 연계 공격을 준비했던 걸까.

       

       다시 생각해보면, 지능적인 함정에 걸린 직후에 날아온 채팅의 타이밍이 영 심상치 않았다.

       

       숙취와 취기 사이에서 흔들리는 타이밍을 노린……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술을 마시는 걸 직접 확인한 레반이 주도한 걸 수도 있겠는데.

        

       [레반: 아무튼]

       [레반: 부탁을 받아서 그런데, 혹시 잠깐 시간 되실까요?]

        

       지금 이 채팅도……분명, 그 일환이겠지.

        

       도댓……. 레반…….

        

       절대, 잊지 않고-

        

       [레반: 오소독스라고, 지금 GP에서 지하로 뛰는 프로게이머인데……저랑은 평소에 빌드 브레인스토밍 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형이에요. 그런데 최근에 대회 봤는지, 2지하 도적 메타 누가 깎은 건지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레반: 제가 준비한 거 아니라고 했는데]

       [레반: 그러면 잠시라도 시간 내주실 수 있는지 여쭤봐 달라고 하네요]

       [레반: 프로 경기에서 도적을 깜짝 카드로 쓰고 싶어서 그렇다고 하고요.]

       [레반: 관심있으실 것 같아서 말씀드렸는데, 편하게 거절하셔도 괜찮아요. 아직 대답 안 했고, 불편하시면 제가 적절히 중간에서 커트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계획, 계획한 게 틀림없다.

        

       함정을 파고, 공격을 한 후에, 응할 수밖에 없는 제안을 얼굴에 들이민다…….

        

       이번엔, 인정할 수밖에 없네.

        

       * * * *

        

       [오소독스: 안 될까?]

       [오소독스: 부담 줘서 미안하다]

        

       [레반: 아, 아니에요 형. 죄송합니다]

       [레반: 잠깐 저 쪽에 물어보고 올게요]

        

       이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린 게 대체 언제였는지.

        

       레반이 만들어낸 폭주쌍도끼 광전사를 본 순간이었나. 아니, 아니다. 그건 분명 광전사의 메타를 흔들 빌드였지만- 나오나의 판도를 바꿀 정도의 영향력은 없었다.

        

       ‘2지하는 달라.’

       

       오소독스는, 그렇게 확신했다.

        

       처음에는, 흔한 호들갑이라고 생각했다. 발상은 특이하지만 연구할 가치는 없는 그런 빌드가, 아마추어 레벨에서 일어났다가 수그러드는 일은 생각보다 빈번하다.

       

       새로이 생겨난 변칙적인 수는, 정석을 상대로 높은 승률을 얻어내곤 하니까.

        

       ‘변칙이 우월해서가 아니라……. 변칙은 정석을 상정하고 훈련하지만, 정석은 변칙을 대비하여 연습할 수 없기 때문일 뿐.’

        

       그리고 상호 간 숙련도가 낮고 연습이 부족할수록, 보다 큰 힘을 가지는 건 변칙이다. 상대해본 경험이 100대 101이라면 부족한 경험으로도 어찌어찌 싸워볼 수 있으나- 0 대 1인 경우에 0이 이기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니.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다.

       

       아마추어 간의 게임에서 ‘기발한 전략’이란, 대부분 대처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상대로 요행을 노리는 수준이었다. 설령 아예 말도 안 되는 전략은 아니더라도- 약점이 명확한 변칙을 들고 가서 운 좋게 허를 찔렀을 뿐인, 그런 요행.

        

       하지만, 만약에. 만약, 피차 간에 상대방의 전략에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동등한 숙련도를 갖추게 하고도, 변칙적인 수가 정석을 압살할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변칙이 아니야. 새로운 정석이지.’

         

       그리고 오소독스가 보기에, 도적을 중심에 둔 2지하는 프로 무대에서조차 새로운 정석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창시자가 좀. 아니, 많이 그렇긴 한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익명의 독자 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화려한비밀 님, 1코인 후원 및 멋진 팬아트 감사드립니다!!

    연참이 하고 싶은 회차네요. 아쉽습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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