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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1

       탕.

       

       바루가 지팡이로 땅을 내리 찍으니 화산 부지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던 여러 잔해들이 한 곳으로 모여 든다.

       

       부러졌던 나무가 붙어 다시 기둥이 되고, 그것들이 뭉쳐 뼈대가 되었으며 바닥이 생기고 벽이 생긴 후 마지막에 지붕이 생겨났으니 화산 중앙의 건물이 옛 모습을 되찾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

       “와. 이게 되네.”

       “건물 다시 지을 생각에 막막했는데 와.”

       

       – 어디 신화에 나올 것 같은 모습이네.

        – 신령이 괜히 신령이 아닌 듯?

       – 현실에서 저런 거 보면 신으로 안 모시곤 못 배기지.

        – 신치곤 위엄이 없긴 한데.

       – 어허.

        – 넌 나가라.

       – 바루님이 니 친구냐?

       – 화산의 구세주님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 저 귀여움이 ㅈ으로 보이냐?

       

       그 모습에 방송을 보는 이들이건 화산에 머무르는 이들이건 모두 다 탄성을 내뱉었다.

       

       나조차도 경이롭다고 생각하는 모습이니 다른 이들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겠지.

       

       건물의 재건을 끝마치고 등을 돌린 바루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박수세례에 보란 듯 어깨를 폈다.

       

       나는 칭찬을 받는 바루를 내버려 둔 채 건물의 근처로 가 조금 힘을 주어서 벽을 툭툭 두드려 보았다.

       

       제대로 복원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뒤에서 기함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부수면 안 돼요!”

       “살살쳐요. 살살!”

       “그러다 또 무너지면 어떡하려고!”

       

       – 이 사람 이미지 왜 이래.

       – 전적이 화려하잖아.

       – 분풀이 삼아서 유적을 다 때려 부수는 사람인데 어쩌겠어.

       – 살아 움직이는 자연재해.

       

       아니. 저 놈들은 도대체 본인을 무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본인이 이 정도 힘조절을 못하리라고 생각하느냐?

       

       그리고 말이다. 이렇게 툭툭 건드린다고 해서 무너질 건물이라면 그 건물은 애시당초 무너질 건물이지 않겠나.

       

       저들의 반응에 심술이 나서 조금 더 힘을 주어 때리니 재건된 건물의 지붕에서 가루 같은 것들이 떨어져 내렸다.

       

       “민가야.”

       “안 부쉈다! 살짝 건드리기만 했을 뿐이다! 봐라. 멀쩡히 서 있지 않으냐!”

       “아직 아무 말도 안했다만.”

       

       양심에 찔려서 변명을 했더니 바루에게서 짜게 식은 시선이 돌아왔다.

       

       크흠. 조금 과민하게 반응한 것 같구나.

       

       “안에 있는 가구 같은 것들은 되돌리지 못했다. 거기까지 하기엔 무리가 있어서 말이다.”

       “그거야 상관없다.”

       

       건물만 있으면 안을 채워 넣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막말로 해서 가구 같은 것들은 다른 곳에서 다 사오면 그만이니까.

       

       장식이라던가 방의 배분 같은 것을 고민해야 하긴 하겠지만 그건 무림최강에게 맡기면 되겠지.

       

       이전의 화산에 관해 잘 아는 저 놈이라면 잘 해결해 줄 것 같으니 말이야.

       

       “그럼 다른 곳을 복원하려 가면 되느냐?”

       “아직 할 수 있겠나?”

       

       내 도술에 관해 잘 알지는 못한다만 이만한 일을 하고도 비슷한 일을 더 벌일 수 있다고?

       

       “물론이지. 아직 한 개 건물 정도는 더 복구할 수 있다. 위치만 말해다오.”

       “이 곳 말고는 생각해두지 않았다만.”

       

       본인은 화산의 재건을 위해 먼저 화산의 상징이 되는 곳부터 되살려 낸 것이다.

       

       이후에 재건할 건물의 우선순위에 대해선 생각해둔 바가 없다만.

       

       내가 답을 망설이고 있으려니 저 뒤에서 한 유저가 말을 꺼냈다.

       

       “일단은 수련동부터 복원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유저들을 유입시키려면 먼저 수련장소부터 만들어야죠.”

       

       나름의 설득력을 지닌 말이었지만 내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다른 유저에게서 반박이 튀어 나왔다.

       

       “수련이야 맨바닥에서 해도 되잖아! 그것보다는 서고 쪽부터.”

       “비급서고 뭐고 하나도 없는데 무슨 서고야. 일단 짐승들이 오지 못하게 담장부터 복구해야지.”

       “짐승이 오면 경험치 되고 좋네! 그것보단…”

       

       다들 화산에 진심을 담은 이들이어서 그런 걸까.

       

       저들의 논의는 한 걸음의 양보도 없이 치열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내가 아무 곳이나 지정을 해줄 걸 그랬구나.

       

       지금은 늦었다. 이제와 내가 하나를 정한다 해도 저들의 마음속에 앙금이 남을 게 분명했으니까.

       

       이럴 땐 그냥 얌전히 저들이 결론을 낼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지.

       

       그렇다 하여 해야 할 일이 한 둘이 아닌데 저들이 싸우는 것을 마냥 구경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음. 좋은 생각이 났다.

       

       나는 다투는 이들의 옆에다 바루를 데려다 놓고 자리를 빠져 나왔다.

       

       어차피 복원 작업을 하는 데에는 바루만 있으면 되지 않나.

       

       “민가야?!”

       “바루님. 바루님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역시 서고부터.”

       “아닙니다. 역시 수련장이.”

       

       사내들의 주변에 둘러쌓인 바루가 애처로운 목소리를 냈지만 나는 단호하게 등을 돌렸다.

       

       미안하구나. 바루야. 이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니라.

       

       내 나중에 맛난 음식을 먹여줄 터이니 부디 그걸로 용서해주기를 바란다.

       

       저 뒤에서 반드시 복수해 주겠다! 같은 소리가 들려왔지만 분명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 못 듣는 척 하는 거봐.

       – 이 사람도 악질이라니까.

        – 바루 불쌍해.

       

       – 여우귀애호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바루가 두고 보자는 데요?]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신령인 바루가 그런 치졸한 이야기를 할 리가 없지 않은가. 바루를 모욕하지 않아주었으면 좋겠군.”

       

       – ㄷㄷ

       – 얼굴에 철판 까셨네.

       –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지?

       

       채팅창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일었지만 무시했다.

       

       “무림최강. 그대는 저 논의에 끼어들지 않는가?”

       “여태까지의 경험상 제가 끼어들면 더 개판이 나거든요.”

       

       어색한 웃음을 짓는 무림최강은 저런 다툼에 익숙한 것처럼 보였다.

       

       “내버려 두면 알아서 해결을 볼 거에요.”

       “그런가.”

       “그리고 죄송합니다만 화령님. 무림최강 대신 한민준이라고 불러주실 수 있나요?”

       “왜지?”

       “그럼 저도 화령님을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라고 불러드릴까요?”

       

       대답을 들은 순간 이 녀석의 표정이 왜 떨떠름 했는지 이해했다.

       

       그대도 한 순간의 실수로 치기 어린 이름을 지어버린 모양이구나.

       

       본인도 다른 이들에게 괴악한 이름으로 불리고 싶진 않았기에 난 그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그래. 민준아. 화산 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마는.”

       “무엇이든 여쭤 보시죠.”

       “우선 본인은 새로운 화산에서 이치를 따르는 방법을 가르치려 하네.”

       

       이건 미리 말을 해두어야만 하는 사안이다.

       

       유저들은 이전의 화산에서 가르쳤듯 동작을 따르는 법 만을 익혀왔을 것이다.

       

       허나 이제부터는 그래선 안 된다.

       

       본인은 이 화산이란 문파를 무림에 이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전초기지로 사용할 생각이니 이 곳에 소속된 무인들은 모두 이치를 따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알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봤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선 다들 동의했습니다.”

       “그런가?”

       

       본래 알고 있던 방법을 버린다는 게 그리 쉽게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닐 터인데?

       

       의아함에 되물었더니 민준이 웃으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가 말하길 내가 이전에 이치의 중요성에 대해 방송을 하고 난 후 화룡무인의 여러 유저들도 이치를 따르는 연습을 시작했다고 한다.

       

       대부분은 어려운 난이도에 얼마 안 가 포기를 했지만 화룡무인 최상위권 유저 중 몇 명이 성과를 거두는 게 성공했다는 모양.

       

       “어렵지만 익히기만 하면 성능을 발휘하는 것. 지금 무협 유저들 사이에서 이치란 그런 평가를 받고 있어요.”

       

       이미 다른 이들이 성과를 낸 걸 보였기에 이치를 배우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적다는 소리인가.

       

       이전에 내가 하린과 당소일을 굴리면서 했던 방송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 같구나.

       

       설마 이 정도로 빠르게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마는.

       

       이렇게 되었으니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두 사람을 굴려야겠어.

       

       더 빠르게 이치의 중요성이 알려질 수 있도록.

       

       “뭣보다 이치를 안 배우면 자하신공 대성 못 한다면서요?”

       “그러더구나.”

       “그럼 배워야죠.”

       

       민준은 산뜻하게 웃었지만 그 눈에서 보이는 의지는 무척이나 무거웠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매화검법을 배우겠다는 것인가.

       

       과연. 괜히 유저들의 대표가 된 것은 아닌가 보구나.

       

       그만한 열정과 의지가 있기에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거겠지.

       

       “본격적인 가르침은 화산의 재건이 대략적으로 끝난 후부터 진행될 것이다.”

         

       폐허라고 해도 의심을 사지 않을 이런 곳에서 가르침을 이어나갈 순 없는 노릇이니까.

         

       일단 이 곳을 정상화시키는 작업부터 해야겠지.

         

       “그렇다면 자하신공은.”

       

       “화산에서 이치를 익히는 이들 중에서 두각을 보이는 이들을 선별해 따로 가르칠 것이야.”

         

       자하신공은 어쨌거나 신공이라 불릴 만큼 고강한 무공이다. 어지간한 재능으로는 익히는 것조차 버거울 터.

       

       그러니 배움을 받는 이들 중에서 재능을 보이는 이에게 우선적으로 가르쳐 볼 생각이다.

         

       “일단은 이치를 따르는 법을 익히는 게 우선인 거군요.”

       “그래.”

       “이치에 관해 가르치는 건 화령님이 직접?”

       “내가 할 수도 있고, 자하신공을 지닌 그 놈이 가르칠 수도 있지.”

         

       항시 내가 이 곳에 상주할 수는 없을 터이니 시탐견 고 놈이 가르칠 일이 더 많지 않을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무공을 전수하는 실력은 있는 녀석이니 문제는 없으리라.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무어냐.”

       “화산파 인원은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아. 그 부분인가. 그것에 대해서는 본인도 생각을 해둔 것이 있지.

         

       “당장에 모든 이들을 받아들일 순 없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를 수용하고 싶다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은 이치에 관해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나와 시탐견 뿐이니까.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 해도 그 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죠.”

       “그러니 우선은 옛 화산에 속해 있던 이들 중에서 실력 있는 자들을 우선해서 받을 생각이다.”

       

       화산의 무공을 지녔으면서 동시에 이치를 빠르게 깨칠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위주로 말이다.

       

       “면접이라도 보실 건가요?”

       “현 화산파에 들어오길 바라는 이들 중에서 내가 직접 선별을 해야지.”

         

       나중에는 다른 이들에게 위임을 해도 되겠지만 지금은 재건을 시작하는 단계이지 않은가.

       

       내가 직접 보고 판단을 해서 가장 재능 있는 이들을 뽑아야겠지.

       

       “화령님이 다 하시겠다고요?”

       “그래. 왜. 문제 있나?”

       “아뇨. 그런 건 아닌데요. 아마 혼자서 진행하기에는 버거우실 것 같아서.”

       

       허. 녀석.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민준은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 것 같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흘려들었다.

       

       화산이 아무리 잘 나갔던 곳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광을 모두 잃어버린 상태다.

       

       옛 화산의 이들이 혈교와 결탁한 탓에 명예는 더렵혀졌고.

       

       이 곳에 존재하던 비급들은 사실상 소실되어 버린데다가.

       

       환단은커녕 제대로 된 숙식도 기대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심지어 가르침을 주겠다는 이는 화산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외부인인데 이런 곳에 지원을 할 리가 있나.

       

       아무리 매화검법이 매력적인 미끼라곤 하지만 많아봐야 수십 명에 불과할 터.

       

       그 중에서 재능 있는 자를 선발하는 일이다. 그 정도야 별 어려운 일이 아니지.

       

       “괜찮다. 걱정할 필요 없다.” 

       “혹시 버거우시면 말씀하세요. 도와드릴게요.”

       “허어. 그런 식으로 나온다 하여도 부정하게 합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들켰나요?”

       

       웃음을 흘리는 민준에게서 시선을 떼어 화산의 유저들이 모인 곳을 살폈다.

       

       꽤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전혀 진정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격화되어선 서로 검을 뽑아들고 무력으로 서로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었다.

       

       강자존을 추구하는 내 입장에서 실로 바람직한 상황이라 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가운데에는 바루가 끼어 있었다.

       

       격화된 이들의 한 가운데에서 혼이 빠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바루는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다급하게 입을 움직였다.

       

       “살 려 줘.”

       

       저 요청마저 무시하면 바루가 정말로 화를 낼 것 같으니 슬슬 끼어들어야겠구나. 내가 앞으로 나서자 내 뒤로 민준이 따라 붙었다.

       

       “도와드려요?”

       “일단 저 놈들을 진정시킬 테니 그 후에 의견을 통합하는 거나 도와 다오.”

       “알겠습니다.”

       

       다툼을 일으키던 이들을 무력진압한 후에 떠올린 것이다만 일전에 민준은 자기가 끼어들면 상황이 더 격화된다고 했었다.

       

       난 얼마 안 가 그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당연히 서고부터!…”

       

       의견을 통합해달라고 했더니 왜 저 놈이 맨 앞에 나서서 싸우고 있는 것일까. 하여간 끼리끼리 논다더니 대표라는 놈도 똑같은 놈이었구나.

       

       *

       

       [화령이 화산파 들어올 사람 뽑는다는데?]

       

       [매화검법 배울 수 있는 각이냐?]

       

       [지웠던 화룡무인 다시 까는 중]

       

       [거기 들어가면 화령이 직접 가르쳐 주는 거임?]

       

       [예전에 접었었는데 다시 복귀해야겠다.]

       

       ……

       

       [그래서 지원은 언제부터 받는 건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예전 무림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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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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