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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1

       

       

       

       

       [이어서 다음 아침 뉴스 소식입니다. 서은우 학생과 927 작가의 필적 조회 결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 확인되어 이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서은우 학생, 아니 927 작가님께서는 어제 사우디 왕세자와 점심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우디 왕세자 역시 급히 방한한 이유를 927 작가의 병문안을 위한 것으로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며, 이것은 기자 회견에서 마지막으로 한 선언이 거짓임이 아님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가고 있으며, 국민청원 등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도 강력한 대응을……]

         

         

       음…….

         

       어제부터 뉴스에서 전해주는 소식이 온통 내 얘기밖에 없었다.

         

       어째 무함마드 왕자가 처음 방한했을 때보다 더 난리네.

         

       하긴, 워낙 갑작스럽게 정체를 공개했고, 추가로 나름 충격적인 소식까지 전했으니 뭐…….

         

         

       “입맛이 없어서 아침은 거를게요.”

       “아들~ 그래도 아침은 먹고 학교 가야지. 나는 927 작가님의 아침을 굶겼다고 욕먹고 싶진 않단다.”

       “…….”

       “농담, 농담.”

         

         

       농담하시다가 애 잡겠네.

         

       어쨌든 그 말을 들으니 뭔가 아침을 거르기 그래서 조금이라도 밥을 먹기로 했다.

         

         

       “그나저나 엄마한테는 언제 소개해 줄 거니?”

       “무슨 소개요?”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저번 주부터 대학 방학을 맞이해 집으로 내려온 누나가 어머니 대신 대답했다.

         

         

       “야, 당연히 네 여자친구들 얘기지.”

       “아.”

       “뭘 지금 와서 모르는 척을 해? 공개적으로 대놓고 좋아한다고 말해 놓고서. 그것도 과감하게 둘씩이나.”

         

         

       뭔가 상당히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어머니와 누나.

         

         

       “그… 저를 혼낼 생각은 없으세요?”

       “어떤 점에서?”

       “제가 양다리를 걸치는 거요. 부모님의 시선에서 보면 딱히 잘한 짓은 아닌 것 같은데.”

       “아들. 능력이 되니까 커버가 되는 거야. 그리고 너만 그 아이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잖니?”

         

         

       나는 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랬다면 기자 회견을 열지도, 정체를 밝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엄마로서 진심으로 화를 내야겠지. 하지만 서로가 좋다면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어제 일은 엄마가 생각해도 조금 대범하고, 로맨틱한 고백이었어.”

       “……그런가요.”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아빠가 어제 일로 네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던데.”

       “아버지가요?”

         

         

       조금 의외인 소리에 나는 묵묵하게 내 맞은편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아버지를 쳐다봤다.

         

       평소라면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느낌으로 대충 넘어가실 분인데 무슨 말을 하시려는 걸까.

         

       설마 지금부터 유부남으로서 인생의 조언을 해주실 생각인가?

         

       제법 흥미가 있었기에 자세를 고쳐 앉았고, 아버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은우야.”

       “네.”

       “아직은 다들 젊으니까. 피임은 꼭 해라.”

         

         

       어…….

         

       음……?

         

         

       “예?”

         

         

       내가… 방금 잘못 들었나?

         

       그 말을 들으니 아침부터 뇌 정지가 왔다.

         

       그렇게 잠깐의 해프닝이 끝나고 나는 등교를 위해 집을 나섰다.

         

       의외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조용한 집 앞.

         

       사실 어제 내가 927 작가라는 소식이 전해진 것치곤 사람들이 그리 몰려들진 않았다.

         

       아마 배려라 표현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지금 이 폭풍전야 같은 상황 속에서 내 심경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일이 생기는 순간, 내가 곧바로 한국을 뜰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며.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론 내게 향하는 직접적인 관심이 생각보다 약하니 분명 좋은 일이었다.

         

       그나저나 오늘 집 앞까지 나를 데리러 온다고 누군가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여기에요.”

         

         

       역시.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내 쪽으로 검은 외제차가 다가왔고, 차 안쪽에서 설소영이 나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그곳에 탑승했고, 그녀의 운전석에 앉아 있는 노년의 남성과 자연스레 눈이 마주쳤다.

         

         

       “아가씨의 개인 운전기사 차민석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927 작가님.”

         

         

       친절한 미소와 함께 먼저 인사와 악수를 건네오는 차민석.

         

       딱히 부정적인 의도는 전혀 없어 보여서 나는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차민석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설소영을 케어 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만큼 그녀에 대한 애정이 깊겠지.

         

       그러니 지금 이 악수의 의미는 나름 나를 인정해주는 뜻이 아닐까?

         

         

       “이 차민석 이제야 깨닫습니다.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항상 아가씨의 얼굴을 붉게 만드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다는 걸요.”

       “그게 무슨……”

       “민석 아저씨. 틀린 말은 아닌데 일단 출발부터 해주시겠어요? 이러다가 저희 지각할 것 같은데.”

       “넵.”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설소영이 순식간에 나와 차민석과의 대화를 차단했다.

         

       그렇다고 설소영에 관한 걸 그냥 모르고 지나칠 생각은 없었다.

         

         

       “방금 기사님이 하신 말, 무슨 소리야?”

         

         

       설소영은 내 물음에 처음에는 당황했다.

         

       하지만 곧바로 언제나처럼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들으신 그대로예요. 몇 년 전부터 저를 설레게 한 남성분이 있었거든요. 그런 사람과 문자를 나눴으니 당연히 얼굴을 붉혔겠죠.”

       “그럼 지금은?”

       “……네?”

         

         

       뛰어난 연기 재능 덕분에 지금처럼 자신만의 포커페이스가 자유자재로 가능한 설소영.

         

       저 특유의 포커페이스 때문에 학기 초에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기 힘들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옆에 앉아 있는 설소영에게 굳이 몸을 바짝 붙이며 바로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단순히 반응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라면 설소영 특유의 저 포커페이스가 과연 깨질지를.

         

       방금 그녀가 했던 말이 아직 유효하다면 저 여유로운 얼굴이 조금은 흔들리지 않을까?

         

       하지만 어째서인지 설소영은 내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

         

         

       때문에 그녀에게 대답을 강요했고, 그녀는 마지못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많이 과감해지셨네요.”

         

         

       설소영은 그 말과 함께 내 시선을 회피하며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그녀는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않았지만, 마치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느 정도 대답이 되었다.

         

       만약 저 모습마저도 연기라면 속아주는 게 예의가 아닐까?

         

       물론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점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지금의 설소영을 저렇게까지 흐트러트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현재든 미래든 아마 나밖에 없겠지.

         

       그렇기에 조금 몹쓸 생각이지만.

         

       뭔가 더 괴롭히고 싶어졌다.

         

         

       “크흠!”

         

         

       그때 앞쪽에서 차민석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내가 방금까지 차 안에서 무슨 일을 벌였는지 자각하게 되었다.

         

       물론 자각은 했다만…….

         

         

       “안 불편하면 이대로 있어도 될까?”

         

         

       귀찮은데 굳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필요까진 없지 않을까 싶은데.

         

       설소영 역시 내 물음에 긍정의 의미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안 불편하면 됐지 뭐.

         

         

       “그나저나 작가님, 전할 얘기가 있습니다. 원래라면 아가씨께서 전할 예정이었지만……”

         

         

       차민석은 백미러로 뒷자리의 분위기를 살폈고, 답지 않게 잔뜩 흐트러진 설소영의 모습을 확인하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쨌든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기에 직접 입을 연 것 같았다.

         

         

       “무슨 얘기인데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작가님과 직접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분이 계셔서요.”

       “누구……?”

       “제일전자의 주인이자 아가씨의 아버지 되시는 분입니다.”

         

         

       음.

         

       누가 들어도 대충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것 같은 설명.

         

       아무래도 드디어 올 게 온 모양이다.

         

         

         

       ***

         

         

         

       사실 서은우는 설한용과의 만남을 조금 걱정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작을 알고 있기에 그가 대충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서은우가 생각하기에 설한용은 약간 용 같은 이미지다.

         

       제일전자의 주인인 그는 그 특유의 카리스마와 리더쉽으로 제일전자를 제2의 전성기로 이끌어가고 있던 인물이었고, 동시에 자신의 딸인 설소영과 관련된 문제라면 조금 눈이 돌아간다.

         

       비록 권대한 사건은 서은우의 독단으로 해결됐지만,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출장에서 복귀해 다짜고짜 영광그룹의 권해수 회장을 찾아간 소식은 이미 유명한 일화였다.

         

       거기서 함께 사과하러 나온 권대한의 뺨을 그대로 후려갈기며 영광그룹과 척을 지겠다고 말했다나 뭐라나…….

         

       진실은 오직 그들만이 알고 있겠지.

         

       어차피 927 작가, 즉 서은우의 부탁 아닌 명령으로 그들은 제일전자를 도와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들은 온전하게 설한용의 분노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분노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거라는 것.

         

       그 상태에서 또다시 자신의 딸과 관련된 엄청난 일이 터져 버렸다.

         

       927 작가가 공식 선상에서 대놓고 설소영과의 열애 사실을 밝힌 것.

         

       물론 여기서 끝나면 서은우가 딱히 걱정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그가 사랑하는 대상이 온전히 자신의 딸인 설소영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마 지금쯤 그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감히 자신의 딸 아이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여자를 한 명 더 들여? 거기에다가 일이 잘 안 풀리면 딸을 데리고 먼 타지인 사우디로 간다?

         

       과연 세상에 어떤 아버지가 자신의 소중한 딸을 그런 놈에게 보낼까.

         

       서은우 역시 충분히 그 점을 이해하고 있다.

         

       다만.

         

         

       “괘씸한 놈이지만, 은인이니 뭐.”

         

         

       서은우의 생각과는 다르게 방금 혼잣말처럼 설한용은 딱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설한용에게 있어서도 그는 말 그대로 은인이었으니까.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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