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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1

       아이린 윈들러는 눈을 끔뻑거렸다.

         

       “가, 갑자기 왜 저래요?”

         

       뜬금없이 대련을 준비하는 두 남자였고, 마냥 디저트를 즐기던 그녀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아이린은 혼란스러워했고. 레비의 반응은.

         

       “기사니까요. 실력을 겨루는 건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지요.”

         

       여상스럽게 반응하며 그들의 움직임에 집중할 따름이었다.

       마치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의 모습.

       그녀 또한 이제 당당히 검의 길을 걷는 기사 후보생임을 몸소 증명하고 있음이었다.

         

       “그, 그런가?”

         

       [아린아, 이해가 안 가면 그냥 그러려니 해. 기사의 대결에 딱히 이유는 없는 거야.]

         

       “…으응.”

         

       마법사가, 아니 현대인이 이해하긴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야만스러운 문화가 아닐 수 없다.

         

       뭐….

         

       “…나, 나쁘진 않네, 스읍.”

         

       [아린이 취향은 광배근 쪽이구나? 난 전완근 쪽이 좋은데.]

         

         

       눈요기엔 나쁘지 않기에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의미로 대결을 열심히 눈에 담는 소녀와 유령이었다.

         

         

         

         

       “…아이린 영애가 교관에게 부담스러운 시선을 주는군요.”

       “가끔 저래. 이제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지만.”

       “흠, 괜찮으십니까? 그거 희롱당하는 겁니다만.”

       “희롱은 무슨, 볼 게 뭐 있다고.”

       “…….”

         

       …기만도 저런 기만이 어디 있을까?

         

       일정한 경지에 이른 전사들은 알 테지만, 육신의 단련도란 것은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성향과 쓰는 무기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었다.

         

       자신처럼 단순한 롱소드 형태의 직도를 사용한다면 마른 체형인 이들이 많으며, 창이나 대검을 쓰는 자들은 상체가 크게 발달하여 멧돼지나 곰을 연상케 하는 이들도 간혹 있으니까.

         

       이렇듯 육체의 발달은 선택사항이며,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더할 나위 없이 알맞은 육체를 갖는 것이 정도(正道)라 할 만 했다.

         

       그러나.

         

       ‘나조차 감탄이 나오거늘….’

         

       이한의 육체는 윤곽만으로도 사람에게 감탄을 나오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성향이나 무기, 상성 등의 이점들을 모조리 다 압도하는 ‘특별함’이 말이다.

       대체 어떠한 단련을 해야 저런 육체가 완성될까?

         

       ‘근육이 아니라, 갑옷과 다름없다.’

         

       우지직!

         

       꿈틀거리는 근육의 역동적인 움직임.

       힘이 얼마나 압축되어 있는 것인지 도저히 가늠이 안 가며, 설사 화살을 맞는다고 해도 기어이 튕겨낼 것 같은 바.

         

       ‘숙부와 비슷한, 아니 결이 다른 완성품이군.’

         

       숙부, 막시무스의 육체가 하늘이란 장인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면, 저것은 수천, 수억 번의 압력을 견뎌내어 만들어진 주괴(鑄塊)가 아닐까 싶었다.

         

       둘 중 누가 더 낫다고 확언하기 어려우며, 둘 모두 위험한 건 매한가지.

         

       거기다….

         

       ‘성장이 더 가능했던 건가?’

         

       …믿기 힘든 일이지만, 교관의 육체는 과거보다 더욱 성장했음이 느껴진다.

         

       안 그래도 고압축되어 있던 주괴였거늘 이젠 그 ‘질’마저 높아졌다고 할까?

         

       “그동안 무슨 훈련을 하셨는지 궁금하군요.”

       “많이 싸우고, 좋은 것도 먹다 보니 단련되더라.”

       “…거짓부렁이라고 말하고 싶으나, 교관이 그리 말한다면 거짓이 아닐 테죠.”

       “부러우면 운동 좀 봐주랴?”

       “아닙니다. 저는 저만의 길이 있으니.”

         

       숙부나 교관과도 다른.

       그는 오로지 순수한 검객의 길을 걸을 셈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몸 상태에서 꾸준히 성정하는 것이 중요하지, 다른 곳에 시선을 돌려선 안 된다.

         

       각자에게 맞는 길이 있는 법이니까.

         

       스릉.

         

       그리고 자신의 길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듯 로엔이 검을 뽑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후욱!

         

       검을 뽑는 순간 뿜어지는 칼바람.

       단순히 의성어가 아니라, 그의 검에서 뿜어지는 날카로운 예기가 칼날의 바람을 일으켰고, 주변에 널브러진 나뭇가지 등이 반으로 쪼개지며 그 단면은 칼로 자른 듯 매끈하기 그지없었다.

         

       신검합일.

       사람이 검이 되고 검이 사람이 된다고 알려진 검술의 경지를 로엔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펼쳤다.

         

       말 그대로 검(劍).

         

       그는 설령 검을 들고 있지 않을지언정 온몸이 날카로운 칼날로 무장한 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틀림없이 검명보다 높이 위치한 경지임이 분명할 터.

         

       “어떻습니까? 제가 걷는 길이 당신께서 걷는 길보다 부족하다 보십니까?”

       “아니, 오히려 한 우물만 파는 놈이 무서운 거지, 전혀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지.”

       “그렇게 평가해주시니 감사하군요, 그럼….”

         

       후욱!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로엔의 검이 검기(劍氣)를 형성했다.

         

       검기상인, 로엔이 도달한 투기법의 신기원이 펼쳐지며 상대를 위협했다.

       보통 상대였다면 검기를 대적하자마자 대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며 그대로 몸이 통째로 베이고 말 것이다.

         

       그 정도로 로엔이 내뿜는 검기는 날카로웠고, 세상 모든 것을 베어낼 것만 같은 기세가 감돌았다.

         

       다만.

         

       콰아앙!

         

       “처음부터 살벌하네?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뼈가 다 시려.”

       “…손날로 검기를 막는 교관께서 더 살벌하신 것 같습니다.”

       “한 번 받아보고 싶었거든. 근데 두 번은 안 하련다. 두 번 했다간 그때부턴 손이 없어지겠네.”

       “…….”

         

       그러한 검기가 허무하게 막히는 것을 보며 로엔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전날에도 생각했지만, 이 사람은 정말…!

         

       ‘기막힌 사람이야.’

         

       여러 의미로.

         

       * * *

         

       ‘첫 수업 때 이후 두 번짼가?’

         

       이놈이랑 싸워 본 것이.

         

       첫 수업 날, 건방진 생도 녀석들과 대련하였을 때 이후로 검둥이와 싸우는 건 간만이었다.

       다른 녀석들과는 제법 대련도 많이 했거늘, 이상하게 그와는 기회가 안 오더라.

         

       ‘이 녀석이 슬금슬금 피했지.’

         

       이한으로선 아쉽기 그지없는 일이다.

       모처럼 보람찬 상대를 만났는데도 대련할 기회가 없었으니.

       허나 지금, 검둥이는 검을 들었고 그로선 기껏 집으로 데리고 온 고양이가 처음으로 자신과 놀아주는 듯한 상황에 흐뭇함마저 느끼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사악.

         

       “…목검이 아니라 손도끼를 드시는 겁니까?”

       “널 높이 평가해서 그러는 거야.”

       “……사양하고 싶은 평가군요.”

         

       이한은 이 검둥이 녀석을 인정하기에 타 생도들처럼 목검으로 상대하는 게 아닌 날붙이를 꺼냈다.

       아마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생도를 상대로 목검이나 날이 뭉툭한 검을 쓰는 게 아닌, 날이 시퍼렇게 선 날붙이를 쓰는 것이.

         

       그러나 이한은 그를 일개 생도로 보지 않고, 한 명의 당당한 검객으로 보기에 손도끼를 쓴다 말하리라.

         

       ‘만만하게 보기엔 이놈이 생도 수준이 아니거든.’

         

       전날 붙었을 때는 어리짐작만으로 가늠하는 수준이었다면, 자신이 성장하는 것으로 인해 이제 명확하게 알겠다.

       검둥이 녀석을 보고 귀족들이 ‘어린 사자’라 불렀었나?

       하지만 그건 틀린 표현이라 지금 이 순간 단언한다.

         

       ‘저놈은 이미 다 큰 사자야.’

         

       또한 태창이 식으로 표현하자면.

         

       ‘Lv.7이려나?’

         

       영웅 클래스라 표현되는 놈이 아닐까 싶었고, 웬만한 기사단장보다 강하단 뜻이기에 이한은 그를 조금도 경시하지 않았다.

         

       그렇게.

         

       후우우우우…!

         

       “…….”

       “…후.”

         

       그들은 잠시 멈춰 선 채 서로를 노려보며 고요함을 유지했다.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기에 가지는 탐색전.

         

       누구 한 명 먼저 빈틈을 보이지 않았고, 먼저 치고 들어갈 틈이란 게 보이지 않았다.

         

       하여.

         

       후욱!

         

       그들은 빈틈을 찾는 게 아닌, 빈틈을 강제로 만들기 위해 동시에 발걸음을 내디뎠다.

         

         

         

         

         

       “……미치겠군.”

         

       존재감이 희미하여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있던 잭은 그들의 대련을 보며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싸우는 장본인도 아니고, 그저 구경할 뿐인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다 저릿저릿할 정도다.

         

       그야말로 무서운 격전.

         

       ‘나도 언젠가 저리 될 수 있을지, 원.’

         

       잭, 그는 로엔의 수하가 된 이후로 기사를 목표로 살아가는 자였다.

       타고난 암살자의 재능이 있으나, 암살자의 길보다 기사의 길을 더 걷고 싶어 재능을 억누르며 살아가곤 있지만….

         

       ‘내가 저기까지 갈 수 있을까?’

         

       과연 저들과 같은 경지에 이를 수 있을지는 도통 그려지지 않는다.

       하니 차라리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원래대로…….

         

       “-먹으면서 구경하세요!”

         

       “…아, 가, 감사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만연하려고 할쯤, 잭에게 음료와 과일을 건네는 시녀가 있었고, 잭은 다른 의미로 움찔했다.

         

       ‘기, 기척을 전혀 못 읽었다…!’

         

       그의 주군 로엔마저도 그의 기척 탐지능력에선 벗어나지 못하거늘, 이 시녀는 대체…?

         

       “저기 있잖아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지금 누가 이기고 있는 건가요?”

       “네, 네에!?”

       “헤헤, 누가 유리한 건지 모르겠어서요.”

       “아, 그것이….”

         

       허나 생각을 잇기도 전에 잭은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고 말았다.

       어쩐지 그녀의 부탁에 저항하는 것이 힘들었고, 본인도 이러한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채 잭은 입을 열어갔다.

         

       “이, 일단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주군, 아니 로엔 공자입니다. 빠르고도 정확한 연계식으로 상대가 공격할 타이밍을 조금도 주지 않고 있으시군요.”

       “헤에, 그럼 기사님이 불리하신 건가요?”

       “…그건 또 아닙니다. 교관님께선 그 모든 공격을…, 너, 너무나 여유롭게 막아내고 계시는, 군요.”

         

       잭은 설명하면서도 점차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교관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주군의 연계식을 모조리 다 막아내고 있었다.

         

       일격, 일격이 모조리 다 위협스럽고, 자신 같으면 막기는커녕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지나 않으면 다행일 텐데.

         

       그렇다고 저걸 힘들게 막아내고 있느냐 묻는다면.

         

       ‘너무 쉽게 막아내고 계시는군.’

         

       놀라웠다.

         

       마치 저건 무어랄까.

         

       주군은 벌떼와 같으나, 교관이란 철벽을 뚫어내지 못하여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광경 같지 않은가?

         

       ‘무려 검기를 두른 참격인데….’

         

       검기란 단순히 검이 가진 절삭력만 높이는 게 아닌, 위력과 속도, 힘과 관통력마저 높이는 반칙적인 기예와 같다.

         

       한데 그 모든 것이 통하지 않는 것을 보며 잭은 교관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금강이구나!’

         

       그는 주군의 수하이기 이전에 교관의 제자 중 한 명이다.

         

       정식으로 경을 배웠고, 그 덕분에 교관이 지금 어떠한 기술로 검기를 막아내는지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냥 금강이 아니야, 금강을 이용한 응용식이군.’

         

       하!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잭의 입장에선 교관의 기술들은 이미 완전한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더욱 발전할 여지가 있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주군을 보며 느끼는 감탄과는 다르다.

         

       주군에게 느끼는 건 저 놀라운 재능에 대한 감탄이라면, 교관에게 느껴지는 건….

         

       ‘길을 가르쳐주는 길라잡이라고 할 수 있겠군.’

         

       마치 길을 가르쳐주는 듯했다.

       노력하는 것에 따라, 혹은 자신이 어떠한 부류의 기사가 되고 싶어하느냐에 따라 강해질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듯.

         

       시간은 걸릴 터이지만, 언젠가는……!

         

       “꼭 훌륭한 기사가 되면 좋겠네요.”

       “!!?”

       “힘내세요.”

       “…….”

         

       시녀는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마치 볼일은 끝났다는 것처럼.

         

       잭은 마치 요정에게 흘린 기분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저분도 보통 예사로운 게 아니야.”

         

       교관의 주변 인물은 어찌 된 게 평범한 이가 없다.

         

       잭은 그러한 깨달음을 얻으며 혀를 내둘렀다.

         

         

       …방금 전과 다른 시원스런 미소를 머금으며.

         

       * * *

         

       콰아앙!!

         

       후우우웅!

         

       흙먼지가 자욱하게 퍼지며 땅이 뒤집어졌다.

         

       로엔이 날린 검기가 유독 큰 위력을 발휘하며 생긴 충격파였고, 지금껏 자잘한 일격과 다른 제법 강력한 힘이 응축된 일격이었다.

         

       한데도.

         

       “…조금은 아픈 티라도 내시지 그럽니까?”

       “충격이 오래 가긴 하지만 그냥 그런데? 그보다 그건 또 뭐라는 기술이냐?”

       “…….”

         

       그는 멀쩡했다.

         

       로엔은 자신이 싸우는 게 사람이 아니라, 거인과 싸우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마저 들었다.

         

       ‘서리 거인도 이 정도는 아닐 터인데.’

         

       질려버리는 튼튼함이다.

         

       그가 그렇게 쓴웃음이 지어지려 할 때.

         

       “…평범이 좀 신경 써야겠다.”

       “?”

       “저 녀석, 시녀님이 위로해줘서 괜찮은 거지, 방금은 좀 위험하더라. 흑화하기 전 단계까지 가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흑화란 것이 무엇입니까.”

       “삐뚤어진다고.”

       “…일단, 저와 대결하시면서 다른 이의 대화까지 들을 여유가 있다는 점이 놀랍고도 허망하게 느껴지는군요.”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전체를 보면서 싸우는 거지. 오히려 넌 좀 고쳐야 해. 상대방한테만 너무 집중하는 것도 안 좋은 버릇이야. 항상 집중력을 전체적으로 퍼트려야지.”

       “…….”

       “앞만 보고 가는 건 좋은데, 다른 곳에도 시야를 돌리도록 노력해봐. 안 그럼 나중에 가서 후회한다.”

       “…명심하겠습니다.”

         

       로엔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 가르침이 지금 그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을 직감했기에.

         

       ‘난, 또 다시 실수를 하려고 했는가….’

         

       주위에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고, 전체를 둘러보는 시야가 부족하다.

         

       이는 언제고 한번 들은 그의 단점이었다.

         

       지금이 아닌, 그가 시간을 되돌아오기 전에 들은…….

         

       하여 이제는 과거처럼 좁은 시야를 가지지 말겠다 싶었는데, …아무래도 아직도 그는 애송이인 듯하다.

         

       ‘잭이, 확실히 삐뚤어질 수도 있겠군.’

         

       애초에 잭이 원래 가진 재능을 억누르고 기사가 되기를 권유한 것은 그였다.

       원래 예정된 대로라면 ‘신전의 숨은 비수’가 되어야 했던 인물을 개과천선시키기 위하여.

       허나 그가 계속 억누르고 신경 써주지 않는다면 다시금 ‘그때’처럼 돌아갈 우려가 있다.

         

       하여 로엔은 반성했다.

       과거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인데, 그 노력을 등한시한다면 이 얼마나 멍청한 짓이겠는가.

         

       “후우, 사람은 항상 바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상 주위에 조언해주는 사람을 둬야 하는 거야.”

       “예, 공감합니다.”

         

       안 그래도 눈앞에도 있지 않은가.

       제 잘못을 지적해주는 스승이….

         

       ‘하, 스승 따윈 평생 없을 줄 알았거늘.’

         

       이 또한 오만한 편견이었음을 다시금 깨우친다.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학술원에 입학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군요.”

       “갑자기?”

       “최고의 스승을 만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자식, 안 어울리게 아부는.”

         

       말은 저리 하지만 칭찬이 싫지는 않은지 그는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돌연.

         

       “네가 조금 전 기술, 그거 검기를 응축시킨 거지? 약간 [벼락 떨구기]랑 비슷하네.”

       “…숙부께 영향을 받긴 하였지요.”

         

       역시 숙부랑 대결을 벌였는가, 설마 벼락 떨구기마저 봤을 줄이야.

         

       ‘숙부께서 상당히 진지하게 결투에 임했다는 뜻이군, 결과는 어떻게 됐을지….’

         

       그가 아는 한 가장 강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사가 다름 아닌 막시무스란 기사였다.

       하기에 졌다곤 생각되지 않지만, 벼락 떨구기를 보았는데도 여전히 이 자리에 교관이 멀쩡하게 서 있다는 것은-.

         

       ‘어쩌면 무승부일지도…-.’

         

       …이러한 추측을 이으려고 한 로엔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는 추측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게.

         

       “……….”

         

       ……너무 놀라서,

         

       로엔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 말았다.

         

       처음으로 냉정함이 깨지며 한껏 바보처럼 보이는 표정을 지은 그였으나, 지금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파아앗!

         

       “-난 너처럼 검기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건 못 해. 아무래도 재능 차이고, 너처럼 섬세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하지만 대충 검기 비스름한 걸 쓸 수 있고, 네 숙부인지 뭔지 하는 양반이랑 싸우면서 검기를 조작하는 방식도 알게 됐거든.”

         

       저걸 보고 어찌 사람이 바보처럼 안 굴 수가 있겠는가?

         

         

       ─그의 도끼에서 빛이, 자신이 만들어낸 검기보다 더욱 환하고도 뜨거운 열기가 솟구치고 있었기에.

         

         

       “검기성강(劍氣成罡). 줄여서 ‘검강(劍罡)’이라고 하자, 네가 쓴 그거.”

         

       “…….”

         

       “나쁘지 않은 이름이지?”

         

       “…하.”

         

       검기의 성강, 검 끝에 별을 담아내었다는 것이 아닌가?

         

       로엔은 도끼에서 뿜어지는 힘의 결정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생각했다.

         

       어쩌면….

         

         

       ─무승부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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