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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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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이 노을빛으로 물들고 사람들이 하나둘 제집으로 향하거나 식당에서 술잔을 기울일 시간.
    ​
    ​
    “이번에는 내가 술래!”
    “좋아!”
    “노래 빨리 부르면 안 된다! 알겠지?”
    ​
    ​
    어린아이들 답게 마을 아이들과 네스트 조직의 아이들이 금방 친해져 해가 지도록 놀고 있었다.
    ​
    ​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아이들은 부모님의 일을 돕느라 자리를 비워 아이들의 평균 나이가 8살이었다.
    ​
    ​
    술래가 된 아이가 눈을 두 손으로 가리고 주저앉았다. 그리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
    “산 ~ 들에 토끼가 고블린을 만났네.”
    ​
    ​
    숫자를 모르기에 노래를 불러 숨을 시간을 쟀다. 마음이 급한 아이들은 노래를 빠르게 부르기도 해 아이들의 원성을 사기도 하기에, 아이는 천천히 노래를 불렀다.
    ​
    ​
    아이들을 볼을 붉히며 숨을 장소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장소를 생각하지 않았던 아이들은 우왕좌왕하며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
    ​
    툭.
    ​
    ​
    “앗!”
    ​
    ​
    커다란 오크통 뒤에 숨기위해 달려 나가던 7살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그대로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곱고 부드러운 얼굴이 바닥에 가차 없이 쓸리려는 순간.
    ​
    ​
    “어이쿠!”
    ​
    ​
    단단한 손이 넘어지는 아이를 바쳐주었다. 아이는 눈을 땡그랗게 뜬 채 자신을 잡아준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익숙한 옷이 시선에 들어오자 입가에 환한 웃음이 지어졌다.
    ​
    ​
    “할부지!”
    “허허허, 이 녀석 그사이 많이 컸구나!”
    ​
    ​
    마을의 유일한 신전을 책임지고 있는 대신관이 인자하게 웃으며 아이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곱게 접은 종이를 꺼냈다.
    ​
    ​
    종이를 펼치자 작은 사탕이 여러 개 놓여있었다. 노인은 사탕을 하나 꺼내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
    ​
    “자, 이건 할아버지가 주는 선물이니 맛있게 먹으렴.”
   “우와아! 고맙습니다!”
    ​
    ​
    아이가 주먹을 쥔 손을 치켜들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
    ​
    “어어?! 페실이 사탕 먹는다!”
    “진짜아?! 나도오! 저도 주세요. 할부지!”
    ​
    ​
    달콤한 간식을 귀신같이 눈치챈 아이들이 숨는 걸 포기하고 우다다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 속에는 술래까지 섞여 있었다. 
    ​
    ​
    “허허, 녀석들. 사탕은 많으니 줄을 서서 받으렴. 자 여기. 너도 받으렴.”
    ​
    ​
    노인은 12월 25일에 찾아오는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부드러운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었다. 가지고 있던 사탕의 수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금방 동이 났다.
    ​
    ​
    사탕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울상이 되어 노인을 올려다보자, 노인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
    ​
    “이런 사탕이 모자라는구나. 할아버지 집에 사탕이 조금 남아있는데… 그거라도 받으러 가겠니?”
    “…! 네!”
    “좋아요!”
    ​
    ​
    마을 아이들은 노인을 제 친할아버지처럼 따르기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
    ​
    “받은 아가들은 이만 집으로 가렴. 벌써 해가 지는구나.”
    “네에!”
    ​
    ​
    사탕을 받은 다수의 아이가 힘차게 인사를 한 후 싱글벙글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남은 아이들은 총 5명으로 네스트 조직 쪽 아이가 둘, 마을 아이가 셋이었다. 
    ​
    ​
    노인은 속으로 검은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
    ​
    ‘다섯이면 충분하지.’
    ​
    ​
    노인은 눈동자를 굴려 머뭇거리고 있는 네스트 조직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
    ​
    ‘흐흐, 외부 지역에서 온 녀석들이라 그런지 살이 통통한 게 맛있겠어.’
    ​
    ​
    끔찍한 생각을 하는 것과 달리 표정은 너무나 인자해 아이들은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
    ​
    “자, 해가 지기 전에 어서 가자꾸나.”
    “네에!”
    “히히, 사탕이다. 사탕!”
    ​
    ​
    네스트 조직의 아이들은 인자한 노인의 얼굴에 반쯤 넘어가 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안 된다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 정도로 사탕이 탐났기 때문이다.
    ​
    ​
    노인과 아이들이 열심히 발걸음을 옮기자 집으로 향하던 마을 사람들이 웃으며 노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
    ​
    뒤가 더러운 만큼 앞을 최대한 깨끗이 관리한 노력이 이런 상황에서 빛을 보였다.
    ​
    ​
    “어휴, 그렇게 오냐오냐만 하시면 애들 버릇 나빠져요!”
    “허허허.. 집에서 엄하게 가르치고 있으니 한명 정도는 오냐오냐해도 괜찮을걸세.”
    ​
    ​
    노인의 다정한 말에 마을 주민의 얼굴이 녹아내렸다. 그렇게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아이들을 고풍스러운 신전까지 데려올 수 있었다.
    ​
    ​
    “와아 -…”
    “우와…”
    ​
    ​
    마왕의 땅에서만 살아왔던 아이들에게 신성함이 은은하게 풍기는 신전은 별세계나 다를 바 없었다. 신성한 분위기에 매료된 네스트 조직의 아이들은 일말의 불안과 의심까지 날려버린 후 노인의 뒤를 따랐다. 
    ​
    ​
    끼익, 신전 뒤쪽으로 연결된 문을 열자 긴 복도가 노인과 아이들을 맞이해주었다. 노인은 곧바로 제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퀴퀴한 노인의 냄새가 났다.
    ​
    ​
    “잠깐 기다리렴.”
    ​
    ​
    노인은 방 안으로 들어가 벽 쪽에 붙어있는 서랍장을 열었다. 안에서 둥그런 유리병을 꺼냈다. 묵직한 뚜껑이 달린 유리병 안에는 색색의 사탕이 가득 들어있었다.
    ​
    ​
    뽁.
    ​
    ​
    뚜껑을 연 후 사탕을 두 개씩 집어 아이들의 손에 올려주었다. 노인은 주름진 눈가를 부드럽게 접어 웃으며 눈을 반짝거리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테니 특별히 두 개씩 주마.”
    ​
    ​
    노인은 검지를 들어 제 입가를 가리며 말했다.
    ​
    ​
    “대신 다른 아가들에겐 비밀이란다. 알았지?”
    “네에!”
    “네,네에..”
    ​
    ​
    아이들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사탕을 입에 밀어 넣었다. 
    ​
    ​
    “자,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돌아가렴.”
    ​
    ​
    찌르르르.
    ​
    ​
    어디선가 벌레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창문을 등지고 선 노인의 얼굴 위로 검은 그림자가 졌다. 기이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의 해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
    “네에!”
    ​
    ​
    아이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신전을 빠져나갔다. 
    ​
    ​
    그날 밤, 아이들 몇 명이 실종되었다.
    ​
    ​
    ***
    ​
    ​
    샤악,샥,샤악.
    ​
    ​
    날카로운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어 머릿속에 웅웅 울려 퍼졌다. 
    ​
    ​
    샥,샤악.
    ​
    ​
    ‘이게 무슨 소리지?’
    ​
    ​
    피아는 몽롱한 정신 속에서 알 수 없는 소리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
    ​
    샤악,샥,끼긱.
    ​
    ​
    아래로 가라앉아있던 정신이 점차 위로 붕 떠오르고 웅웅 울리던 소리가 점차 커졌다.
    ​
    ​
    ‘아, 이 소리는… 칼을 가는..소리.’
    ​
    ​
    피아는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밀어 올렸다. 
    ​
    ​
    샥,샤악.
    ​
    ​
    흐릿한 시야에 보이는 건 좁은 등과 새하얀 머리카락, 비릿하면서도 역한 냄새였다.
    ​
    ​
    뚝.
    ​
    ​
    “아.”
    ​
    ​
    어디선가 떨어진 차가운 물방울이 볼 위에 떨어진 순간 피아는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번쩍 떠진 눈동자가 주변을 선명하게 담기 시작했다.
    ​
    ​
    등을 둥글게 만 노인이 바닥에 주저앉아 널찍한 칼갈이 돌에 칼을 갈고 있었다. 그의 옆에 세워진 촛대에 네 개의 초가 반쯤 녹아내린 채 서늘한 빛을 내고 있었다.
    ​
    ​
    ‘여긴… 동굴?’
    ​
    ​
    눅눅한 공기와 울퉁불퉁한 바닥과 천장, 노인의 옆으로 난 긴 통로 끝에 보이는 밤하늘. 그녀는 낯선 동굴에 사지가 결박된 채 쓰러져있었다.
    ​
    ​
    ‘내가 왜… 여기에…’
    ​
    ​
    그녀는 빠르게 기억 속을 더듬기 시작했다. 
    ​
    ​
    ‘분명 평소처럼 기도를 올리고 잠들었을 텐데.’
    ​
    ​
    피아는 혼란으로 어지러워지려는 머릿속을 겨우 진정시킨 후 차분하게 생각을 이어갔다.
    ​
    ​
    ‘그러고 보니 잠들 때 뭔가 이상했어.’
    ​
    ​
    피아는 기절하듯 잠들었던 기억을 떠올리곤 미간을 구겼다.
    ​
    ​
    ‘그런 반응은… 약을 먹어야만 일어날 수 있는 반응이야. 그렇다면 언제?’
    ​
    ​
    그녀가 열심히 기억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
    ​
    ​
    “으으…”
    “…!”
    ​
    ​
    그녀의 뒤쪽에서 어린아이의 신음이 들려왔다. 곧바로 몸을 틀어 뒤를 돌아보자 수갑과 족쇄로 손과 발이 억압된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를 보자 한쪽에 밀어놓았던 기억이 번뜩 떠올랐다.
    ​
    ​
    ‘사탕…’
    ​
    ​
    달콤한 사탕을 두 개나 받은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소중한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하나는 입에 쏙 넣은 채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피아에게 사탕을 나눠주었다.
    ​
    ​
    신전에서 받았다는 말에 피아 또한 별 의심 없이 사탕을 받아먹곤 아이를 쓰다듬어줬던 기억이 있었다.
    ​
    ​
    기억을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피아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차렸다.
    ​
    ​
    …어느새 칼을 가는 소리가 멈췄다.
    ​
    ​
    “이런, 벌써 일어나버렸군.”
    “…! 당신…!”
    ​
    ​
    피아는 제 옆에서 들려오는 느긋한 노인의 목소리에 고개를 휙 돌렸다. 한 손에 커다란 중식도를 든 노인이 눈을 가늘게 뜬 채 피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
    “이왕이면 고통 없이 보내주려 했는데 -… 죄를 지은 게 많은가 보구만.”
    ​
    ​
    피아는 이상한 소리를 뱉는 노인에게 어떠한 말대꾸도 하지 않았다. 마왕의 땅에선 노인 같은 존재가 흔했기 때문이다.
    ​
    ​
    ‘아아…이 낙원 같은 땅에도 불순한 자들이 넘쳐나는구나.’
    ​
    ​
    마왕의 땅에 비하면 낙원이나 다를 바 없는 장소에 만족하던 자신의 안일한 마음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 같아, 그녀는 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깨물었다.
    ​
    ​
    저벅저벅.
    ​
    ​
    노인은 피아가 별말 없이 노려보기만 하자, 그녀를 지나쳐 아이들이 쓰러진 곳으로 향했다. 
    ​
    ​
    “어디, 흐음… 슬슬 깨어나려 하는군. 아직 준비가 끝나진 않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괴로울 테니. 자비를 베풀어야겠어.”
    ​
    ​
    노인은 노래를 흥얼거리듯 그리 말하며 중식도를 높이 들어 올렸다. 
    ​
    ​
    푸우욱!
    ​
    ​
    살을 꿰뚫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 퍼졌다.
    ​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3

다음화 반 이상 쓴걸 날렸습니다. 이유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

우다다다 다시 써서 2시 되기 전에 하나 더 올리겠습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하늘이 노을빛으로 물들고 사람들이 하나둘 제집으로 향하거나 식당에서 술잔을 기울일 시간.

“이번에는 내가 술래!”

“좋아!”

“노래 빨리 부르면 안 된다! 알겠지?”

어린아이들 답게 마을 아이들과 네스트 조직의 아이들이 금방 친해져 해가 지도록 놀고 있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아이들은 부모님의 일을 돕느라 자리를 비워 아이들의 평균 나이가 8살이었다.

술래가 된 아이가 눈을 두 손으로 가리고 주저앉았다. 그리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산 ~ 들에 토끼가 고블린을 만났네.”

숫자를 모르기에 노래를 불러 숨을 시간을 쟀다. 마음이 급한 아이들은 노래를 빠르게 부르기도 해 아이들의 원성을 사기도 하기에, 아이는 천천히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을 볼을 붉히며 숨을 장소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장소를 생각하지 않았던 아이들은 우왕좌왕하며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툭.

“앗!”

커다란 오크통 뒤에 숨기위해 달려 나가던 7살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그대로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곱고 부드러운 얼굴이 바닥에 가차 없이 쓸리려는 순간.

“어이쿠!”

단단한 손이 넘어지는 아이를 바쳐주었다. 아이는 눈을 땡그랗게 뜬 채 자신을 잡아준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익숙한 옷이 시선에 들어오자 입가에 환한 웃음이 지어졌다.

“할부지!”

“허허허, 이 녀석 그사이 많이 컸구나!”

마을의 유일한 신전을 책임지고 있는 대신관이 인자하게 웃으며 아이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곱게 접은 종이를 꺼냈다.

종이를 펼치자 작은 사탕이 여러 개 놓여있었다. 노인은 사탕을 하나 꺼내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자, 이건 할아버지가 주는 선물이니 맛있게 먹으렴.”

“우와아! 고맙습니다!”

아이가 주먹을 쥔 손을 치켜들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어어?! 페실이 사탕 먹는다!”

“진짜아?! 나도오! 저도 주세요. 할부지!”

달콤한 간식을 귀신같이 눈치챈 아이들이 숨는 걸 포기하고 우다다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 속에는 술래까지 섞여 있었다.

“허허, 녀석들. 사탕은 많으니 줄을 서서 받으렴. 자 여기. 너도 받으렴.”

노인은 12월 25일에 찾아오는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부드러운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었다. 가지고 있던 사탕의 수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금방 동이 났다.

사탕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울상이 되어 노인을 올려다보자, 노인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사탕이 모자라는구나. 할아버지 집에 사탕이 조금 남아있는데… 그거라도 받으러 가겠니?”

“…! 네!”

“좋아요!”

마을 아이들은 노인을 제 친할아버지처럼 따르기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받은 아가들은 이만 집으로 가렴. 벌써 해가 지는구나.”

“네에!”

사탕을 받은 다수의 아이가 힘차게 인사를 한 후 싱글벙글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남은 아이들은 총 5명으로 네스트 조직 쪽 아이가 둘, 마을 아이가 셋이었다.

노인은 속으로 검은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다섯이면 충분하지.’

노인은 눈동자를 굴려 머뭇거리고 있는 네스트 조직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흐흐, 외부 지역에서 온 녀석들이라 그런지 살이 통통한 게 맛있겠어.’

끔찍한 생각을 하는 것과 달리 표정은 너무나 인자해 아이들은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자, 해가 지기 전에 어서 가자꾸나.”

“네에!”

“히히, 사탕이다. 사탕!”

네스트 조직의 아이들은 인자한 노인의 얼굴에 반쯤 넘어가 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안 된다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 정도로 사탕이 탐났기 때문이다.

노인과 아이들이 열심히 발걸음을 옮기자 집으로 향하던 마을 사람들이 웃으며 노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뒤가 더러운 만큼 앞을 최대한 깨끗이 관리한 노력이 이런 상황에서 빛을 보였다.

“어휴, 그렇게 오냐오냐만 하시면 애들 버릇 나빠져요!”

“허허허.. 집에서 엄하게 가르치고 있으니 한명 정도는 오냐오냐해도 괜찮을걸세.”

노인의 다정한 말에 마을 주민의 얼굴이 녹아내렸다. 그렇게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아이들을 고풍스러운 신전까지 데려올 수 있었다.

“와아 -…”

“우와…”

마왕의 땅에서만 살아왔던 아이들에게 신성함이 은은하게 풍기는 신전은 별세계나 다를 바 없었다. 신성한 분위기에 매료된 네스트 조직의 아이들은 일말의 불안과 의심까지 날려버린 후 노인의 뒤를 따랐다.

끼익, 신전 뒤쪽으로 연결된 문을 열자 긴 복도가 노인과 아이들을 맞이해주었다. 노인은 곧바로 제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퀴퀴한 노인의 냄새가 났다.

“잠깐 기다리렴.”

노인은 방 안으로 들어가 벽 쪽에 붙어있는 서랍장을 열었다. 안에서 둥그런 유리병을 꺼냈다. 묵직한 뚜껑이 달린 유리병 안에는 색색의 사탕이 가득 들어있었다.

뽁.

뚜껑을 연 후 사탕을 두 개씩 집어 아이들의 손에 올려주었다. 노인은 주름진 눈가를 부드럽게 접어 웃으며 눈을 반짝거리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테니 특별히 두 개씩 주마.”

노인은 검지를 들어 제 입가를 가리며 말했다.

“대신 다른 아가들에겐 비밀이란다. 알았지?”

“네에!”

“네,네에..”

아이들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사탕을 입에 밀어 넣었다.

“자,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돌아가렴.”

찌르르르.

어디선가 벌레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창문을 등지고 선 노인의 얼굴 위로 검은 그림자가 졌다. 기이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의 해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에!”

아이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신전을 빠져나갔다.

그날 밤, 아이들 몇 명이 실종되었다.

***

샤악,샥,샤악.

날카로운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어 머릿속에 웅웅 울려 퍼졌다.

샥,샤악.

‘이게 무슨 소리지?’

피아는 몽롱한 정신 속에서 알 수 없는 소리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샤악,샥,끼긱.

아래로 가라앉아있던 정신이 점차 위로 붕 떠오르고 웅웅 울리던 소리가 점차 커졌다.

‘아, 이 소리는… 칼을 가는..소리.’

피아는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밀어 올렸다.

샥,샤악.

흐릿한 시야에 보이는 건 좁은 등과 새하얀 머리카락, 비릿하면서도 역한 냄새였다.

뚝.

“아.”

어디선가 떨어진 차가운 물방울이 볼 위에 떨어진 순간 피아는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번쩍 떠진 눈동자가 주변을 선명하게 담기 시작했다.

등을 둥글게 만 노인이 바닥에 주저앉아 널찍한 칼갈이 돌에 칼을 갈고 있었다. 그의 옆에 세워진 촛대에 네 개의 초가 반쯤 녹아내린 채 서늘한 빛을 내고 있었다.

‘여긴… 동굴?’

눅눅한 공기와 울퉁불퉁한 바닥과 천장, 노인의 옆으로 난 긴 통로 끝에 보이는 밤하늘. 그녀는 낯선 동굴에 사지가 결박된 채 쓰러져있었다.

‘내가 왜… 여기에…’

그녀는 빠르게 기억 속을 더듬기 시작했다.

‘분명 평소처럼 기도를 올리고 잠들었을 텐데.’

피아는 혼란으로 어지러워지려는 머릿속을 겨우 진정시킨 후 차분하게 생각을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 잠들 때 뭔가 이상했어.’

피아는 기절하듯 잠들었던 기억을 떠올리곤 미간을 구겼다.

‘그런 반응은… 약을 먹어야만 일어날 수 있는 반응이야. 그렇다면 언제?’

그녀가 열심히 기억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

“으으…”

“…!”

그녀의 뒤쪽에서 어린아이의 신음이 들려왔다. 곧바로 몸을 틀어 뒤를 돌아보자 수갑과 족쇄로 손과 발이 억압된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를 보자 한쪽에 밀어놓았던 기억이 번뜩 떠올랐다.

‘사탕…’

달콤한 사탕을 두 개나 받은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소중한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하나는 입에 쏙 넣은 채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피아에게 사탕을 나눠주었다.

신전에서 받았다는 말에 피아 또한 별 의심 없이 사탕을 받아먹곤 아이를 쓰다듬어줬던 기억이 있었다.

기억을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피아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느새 칼을 가는 소리가 멈췄다.

“이런, 벌써 일어나버렸군.”

“…! 당신…!”

피아는 제 옆에서 들려오는 느긋한 노인의 목소리에 고개를 휙 돌렸다. 한 손에 커다란 중식도를 든 노인이 눈을 가늘게 뜬 채 피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왕이면 고통 없이 보내주려 했는데 -… 죄를 지은 게 많은가 보구만.”

피아는 이상한 소리를 뱉는 노인에게 어떠한 말대꾸도 하지 않았다. 마왕의 땅에선 노인 같은 존재가 흔했기 때문이다.

‘아아…이 낙원 같은 땅에도 불순한 자들이 넘쳐나는구나.’

마왕의 땅에 비하면 낙원이나 다를 바 없는 장소에 만족하던 자신의 안일한 마음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 같아, 그녀는 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깨물었다.

저벅저벅.

노인은 피아가 별말 없이 노려보기만 하자, 그녀를 지나쳐 아이들이 쓰러진 곳으로 향했다.

“어디, 흐음… 슬슬 깨어나려 하는군. 아직 준비가 끝나진 않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괴로울 테니. 자비를 베풀어야겠어.”

노인은 노래를 흥얼거리듯 그리 말하며 중식도를 높이 들어 올렸다.

푸우욱!

살을 꿰뚫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 퍼졌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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