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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2

    <132 – 선의의 순찰>

     

    세계제일의 교육기관 기프트 아카데미.

    졸업생은 세계각국의 최고위 요직에 올라서며, 개인조직을 창설하거든 그 명성이나 악명이 적게는 한 지역부터 크게는 대륙전역에 널리 떨친다.

    한 분야의 최강자이자 세계제일로 거듭나는 것은 물론이요, 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도 한다.

     

    영웅이 되는 최단거리 지름길.

    성공으로 향하는 학사학위코스.

     

    영광을 쫓아 아카데미에 입학한 학생들.

    981기 학부생 2130명.

    그중 첫 낙오자가 이번 주에 나온다.

     

    ‘향후의 강의에서 어떤 점수를 받더라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감점을 받게 되는 고배점 실습시험이 측정되는 주간이니까.’

     

    낙제생 중 일부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버티기만 하면 영광을 누릴 수 있는데.

    자신은 그조차도 해내지 못한 낙제생이라니.

    가문의 지원.

    국가의 지원.

    조직의 지원.

    소속은 달라도 등에 짊어진 것은 같다.

    누군가의 기대, 바람, 그리고 희망.

    그 전부를 배신한 이에게 돌아오는 것은 커다란 실망감과 잔혹한 매도, 그리고 막대한 빚이다.

     

    ‘아카디아도 그렇고 지젤도 그렇고 다들 하급반을 많이 신경 쓰니 나까지 신경 쓰이네.’

     

    강의를 끝마치고 남는 시간.

    오늘은 짬을 내어 하급반을 돌아다니며 잠재적 폭탄 후보군들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 *

     

     

    오크노디 기준 2티어 조연.

    NTR히로인 유이.

    그녀는 록펠을 구워삶던 교활한 언변을 적극 발휘하여 하급반에서 치러지는 재시험에 통과했다.

    아카데미에 발을 붙이는 것은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날의 굴욕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도로시. 록펠. 너희가 누리는 것들은 전부 내가 누려야 했을 것들인데…!”

     

    단단한 흑빵을 단검으로 베어 물에 불려 씹어 삼키는 유이.

    그녀의 흉폭한 식사에 옆을 지나가던 하급반 학생들마저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저거 1포인트에 5개 묶음으로 파는 파산자 구제용 지원식품 아니야?”

    “나 저거 먹는 사람 처음 봐… 유이 쟨 뭘 하다가 파산을 해서 저 고생을 할까?”

    “유이 쟤 포인트도 많아.”

     

    숙덕거리던 남녀에게 매점의 다른 테이블에 자리했던 학생 한 명이 충격적인 진실을 알려주었다.

     

    “뭐어?! 그럼 저 맛대가리 없는 흑빵은 왜 먹고 있는 건데?”

    “포인트를 아끼려고 저런대.”

    “맙소사!”

    “인간도 아니야!”

    “어째서 그런 3학년이나 할 짓을!”

     

    매점 한 구석에서 누가 보면 쪽팔릴 거라는 생각에 인비저블Invisible 마법을 걸고 투명화 상태로 흑빵을 먹던 3학년생이 1학년들을 노려봤다.

    물론 투명화 상태라서 겁도 없이 3학년을 입에 담는 1학년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읏. 갑자기 기운이 허해지는 것 같아.”

    “날이 으스스한가?”

    “아직 봄이라 그런가봐. 3월이면 늦봄이지.”

     

    실컷 비웃어라. 절제 없이 학식에서 5포인트 정량배급을 받는 녀석들이 뭘 알겠나.

    유이는 자신을 동정하던 동급생들을 속으로 욕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도 있다.

    그녀는 변변찮은 하급반으로 학창시절을 끝낼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어떻게든 포인트를 모아서 다시 그녀가 있어야 마땅한 상급반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걸 위해서라면 중화특선세트로 학식에서 나오는 탕수육도, 잡채볶음도, 깐쇼새우도 다 참을 수 있다.

     

    으적

    으저적

     

    생살을 물어뜯듯이 고통스러운 식사를 끝마친 유이.

    그녀의 다음 행선지는 바로 이번 주 금요일에 있을 고배점 실습시험에 대비한 훈련장이었다.

     

    “안녕, 유이!”

    “상단 후계자 주제에 용케도 매일 나오네?”

    “흥. 체력부족으로 탈락하면 그것만큼 억울한 것도 없으니까요.”

     

    물론 전문훈련시설이 갖추어진 훈련동의 내부훈련장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거기는 포인트를 받으니까.

    그녀가 이용하는 것은 야외훈련장.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료 공간.

    갑갑한 것을 싫어하는 이들이나 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 혹은 포인트가 바닥난 파산자들만이 쓰는 열악한 공용시설이었다.

     

    “유이도 돌핀팬츠 파에요?”

     

    땀 흘리며 훈련장을 열심히 뛰던 유이는 처음에는 자신에게 건넨 말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묵묵히 달리기만 했다.

     

    “저기요? 저~기~요? 에레베벱베!”

    “시끄러워요! 남이 훈련하는데 옆에서 방해하지 말라고요. 아까부터 뭔가요, 대체. 여자애가 돌핀팬츠니 뭐니, 그런 건 왜 신경 쓰는…”

     

    불같이 화를 내던 유이의 눈이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 제 눈의 두 배만한 크기가 되었다.

     

    “다, 다, 당신!”

    “오랜만이네요. 저 기억하세요?”

    “입학시험에서 절 멕여버린 순진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손재간을 지닌 악동!”

    “…그 악동한테는 오크노디라는 이름이 있는데요.”

    “알게 뭔가요! 당신 때문에 제가 무슨 고생을 하면서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는지 알기나 하나요?”

    “무슨 고생을 했는데요?”

    “식사도 허리띠를 조르고, 훈련시설도 무료시설만 이용하고, 남들이 청춘을 즐기며 하하호호 웃는 시간마저 성장과 알바에 매진하는 기분을 알기나 하나요!”

     

    2차 관문 <사냥꾼의 숲>.

    세 번째 보조과제 <술래잡기>.

     

    도로시를 배신하며 록펠과 단 둘이 합격을 노렸던 유이는 오크노디의 개입으로 인해 막대한 포인트를 잃고 록펠마저 놓쳐버렸다.

    한 번 뺏었다고 생각한 유능한 남자는 도로시의 곁으로 돌아갔고, 도로시는 그걸 또 좋다고 받아줬다.

     

    혼자가 된 유이.

    훈련을 하는 그녀의 곁을 모행성 주변을 도는 위성처럼 몇몇 남학생들이 멤돌았지만 평상시에는 잘도 귀찮게 굴던 놈들이 오늘은 코빼기도 안 비친다.

    다들 알고 있는 것이다.

    오크노디가 얼마나 강한지.

    최근에는 어떤 무서운 소문이 도는지.

     

    ‘설마 절 괴롭히러 온 건가요?!’

     

    독한 녀석.

    한 번 적이 된 상대는 아무리 약하더라도 방심하지 않고 찾아와서 다시 짓밟는 꼼꼼함이라니.

    오크노디의 괴롭힘을 상상하며 치를 떠는 유이.

    그녀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몇 개를 줄까 하다가 저 악동이 그 정도로 만족할 리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급한 대로 허리에 묶은 끈을 풀고 주머니 전체를 오크노디의 손에 올려놓았다.

     

    “이거나 갖고 사라지세요!”

    “우왕. 캐러멜이잖아!”

     

    하급반 학생들 사용에서 통용되는 유사포인트.

    도박이나 작은 거래 등에서 포인트 대신 사용되는 물품이었다.

    하급반 녀석들은 가난하게 이런 거나 가지고 논다며 비웃음 당하지는 않을지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뇌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오크노디는 기꺼이 캐러멜주머니를 받았다.

     

    “고마워!”

    “왜 안 돌아가는 건가요! 이 못된 캐러멜 상납꾼. 도박판의 최상위포식자 같은 것. 당신이 눈에 얼쩡거리면 무서워서 훈련을 못하니 얼른 사라지라고요!”

     

    천진난만하던 오크노디의 얼굴에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가 있어?”라고 묻는 상처받은 강아지 같은 표정이 떠올랐다.

     

    “하하. 유이도 참. 조금은 솔직해져보지 그래.”

    “맞아맞아.”

     

    옆을 지나가던 동급생들이 유이 대신 말했다.

     

    “앗, 돌핀팬츠 언니들이다!”

    “오랜만~. 조깅 때 자주 봤지? 여기 유이 녀석이 말투는 퉁명해도 행동은 착해. 그 캐러맬, 백 개 모아서 무슨 상품이랑 바꿀 거라고 열심히 모으던 건데 오크노디 네가 귀여워서 다 갖다 바친 거 봐.”

    “맞아. 유이 완전 그거 같다니까? 퐁퐁녀. 막 문란한 남자한테 속아서 결혼하는 순진한 여자.”

    “남을 위하는 자기희생적인 삶도 좋지만 조금은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하라고.”

    “맞아맞아. 너 그렇게 살면 착한 남자는 남한테 뺏기고 날마다 어제 번 캐러멜 다 내놓으라는 나쁜 남자한테 맞고 사는 불쌍한 베타피메일 된다?”

     

    환장할 소리였다.

    누가 누굴 호구 취급하는 거냐.

    이 순해빠진 호구들이.

    성질이 머리 끝까지 뻗친 유이였지만 오크노디 앞이라서 차마 분노를 터뜨리지 못했다.

    얼굴만 뻘개지는 모습을 수줍음에 당황하는 거라고 여긴 돌핀팬츠 차림의 동기들만 깔깔 웃으며 자기들 운동을 하러 지나갔다.

     

    “대체 뭐냐고요… 이게 당신이 바라던 거였나요? 동기들 사이에서 절 웃음거리로 만드는 거?”

    “미안해요! 그러려던 건 아니고 그냥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어요.”

    “하아. 묻는다고 순순히 대답할 거라고 믿는 그 오만함이 볼따구를 잡고 위아래로 흔들고 싶을 만큼 밉네요. 빨리 말하기나 하세요. 뭘 물으려고 했는지.”

     

    멀리서 눈을 마주친 동급생들이 웃으며 입모양으로 ‘퐁퐁’ 하는 모습에 괜히 열불이 뻗쳤다.

    남의 남자를 탐하는 NTR녀의 잔혹한 본성을 애써 삭히려던 그녀는, 곧 애써가며 제 성질을 억누를 필요가 없어졌다.

     

    “혹시 약물도 팔아?”

    “상인이니까 저한테 물건이라고 구하고 싶었던 건가요? 하. 당신한테 팔 물건은 아무것도 없지만 얼른 쫓아내고 싶으니 대답은 해주죠. 팔아요.”

    “그럼 한 번 복용하면 광화 스택이 쌓이는 부작용이 있는 비허가 약물도?”

     

    사람은 너무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충격에 넋이 나가고는 한다.

    분노가 물에 녹은 솜사탕처럼 감정의 대해 그 어디론가 녹아 없어져버렸다.

    그녀의 내면을 꽉 채운 감정의 대해에 감히 이름을 붙여보자면,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어떻게 알았죠? 제가 광화포션의 제조법을 안다는 사실을. 아직 누구에게도 알려주거나 판매한 적조차도 없는데.’

     

    상대가 알 리가 없는, 알아서는 안 되는 정보.

    그 의미를 깨닫자 전율이 등골을 강타했다.

     

    -난 네가 뭘 만들 수 있는지 알고 있다.

    -네 모든 것을 조사했으니까.

     

    오크노디의 말은 그런 뜻이었다.

     

    “만들었어요?”

     

    웃으며 묻는 말이 더는 해맑게 들리지 않았다.

    이건 경고였다.

     

    “…만들어주기를 원해요?”

    “딱히? 안 만들었으면 됐어요.”

     

    감히 상급반으로 올라올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내 눈에 띌 생각도 하지 말라고.

    이대로 하급반에서 숨죽인 채 조용히 살아가라고.

    그렇지 않으면 제조법을 아는 것조차 금지된 포션을 상단후계자가 알고 있는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해명을 해야 할 거라고.

    아카데미 재학은 물론이고 그녀의 이름을 본딴 유이상단의 존속조차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아참. 광화포션은 만들지 말아요.”

     

    오크노디는 그런 경고를 했다.

     

    “그거, 걸리면 감옥에 갇히거든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저 고인물 꿀팁을 나눠줬을 뿐인 착한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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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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