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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2

    시엔은 돌아가는 척 걸음을 옮기다,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웃으며 떠나가는 네르의 모습이 보였다.

     

    베르그는 등을 돌려 어떤 표정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곁에 있는 네르만큼은 행복해보였다.

     

     

    “…”

     

    한때 자신도 그의 옆에서 네르 블랙우드와도 같은 표정을 지었을까.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게 베르그라는 사람이 주는 매력이라는 걸 시엔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무뚝뚝하지만 상냥한 사람. 스스로를 희생하더라도 도움을 주는 사람.

     

    베르그를 그 누구보다 잘 알아서 그런지… 저 네르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아무런 걱정없이 미소를 지을 수 있는게 질투났다.

     

     

    자신이 얼마나 베르그의 품에 안기고 싶은지, 얼마나 손을 잡고 싶은지 저 귀족은 모를 것이다.

     

     

    어느새 그녀 눈에는 또 한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시엔은 그 눈물을 말없이 닦아냈다.

     

     

    이렇게 우는 것도 지칠법도 한데, 몸이 그렇게 말처럼 반응하지는 않았다.

     

    자꾸만 베르그와의 기억들이 생각나 이랬다.

     

     

    9살 때부터 함께한 베르그다. 그녀의 인생에는 베르그 밖에 없었다.

     

    아무리 성녀가 되어 받들어주는 사람이 많다고 해도, 주변에서 모든걸 챙겨준다고 해도…베르그라는 사람이 없으면 그 무엇도 의미가 없었다.

     

    베르그만 곁에 있을 수 있다고 한다면, 허름한 집에서 쉬어도, 가끔은 굶어도 상관없는 그녀였다.

     

     

     

    그런 베르그가 지금은 다른 여인을 곁에 두고 있다.

     

    거기에 더해 내일이면 이별이라고 한다.

     

     

    베르그는 그걸로 관계를 깔끔하게 끊어내고 싶다고 했다.

     

     

    “…”

     

    시엔은 이를 악물었다.

     

    당장 그에게 달려가고 싶은 욕구를 참아낸다.

     

     

    이별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였다.

     

    이번이 그와의 마지막 만남이라는 건 믿을 수 없었다.

     

    정말 이게 마지막이라고 한다면…세상에 더는 미련이 없는 그녀였다.

     

     

    그녀의 세상에는 베르그가 전부였다.

     

    그와 행복한 삶을 살아갈 계획으로 여태 버텨왔던 것이다.

     

     

    그 꿈에, 아직도 당장의 고통을 견디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희망이 줄어든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암울하고도 무거운 압박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시엔은 그럴수록 목표를 잊지 않으려 했다.

     

    마왕이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은 아직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베르그가 용병일을 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걸렸지만…그 부분은 더는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저 묵묵히 하고 있던 일을 마무리 지어야했다.

     

     

    동시에 그녀는 속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베르그가 자신을 미워할 리 없다고.

     

    화를 내는 것도 모두 이해하지만, 자신을 미워할 리는 없다고.

     

    그의 눈빛만 보더라도 안다.

     

    그의 숨소리만 듣더라도 안다.

     

    함께한 세월이 6년 그 이상이다.

     

    어린시절부터 봐왔던 베르그였으니 더더욱 그를 알았다.

     

     

    아주 어릴때는 같이 몸을 씻은 적도 있다. 그의 등에 있던 점의 개수까지도 기억한다.

     

    그런만큼,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건 간단했다.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있었다. 그럴수가 없었다.

     

     

    지금은 그저, 아내들을 위한 마음에 자신을 더욱 매몰차게 대할 뿐이었다.

     

    자신을 좋아했던만큼 더욱 거칠게 밀어내는 것 뿐이었다.

     

    언제나 제 의무만큼은 성실히 다하려던 베르그다.

     

    그 의무를 지키려고 하는 것 뿐이지…자신을 싫어하는게 아니었다.

     

     

    그걸 알기에 어쩌면 시엔도 당장은 버티고 있는걸지도 몰랐다.

     

    그녀는 심호흡 하며 몸을 돌렸다.

     

    머리가 복잡했다.

     

     

    이별을 준비하기 위해 네르 블랙우드에게 의학 지식이 담긴 책을 건넸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와 이별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그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하지만 이전에 생각했듯…그에게 안기면 다시는 일어설 힘을 얻지 못할 듯 했다.

     

     

    그의 품에서 평생을 쉬고 싶어질 것 같았다.

     

    마왕이라는 목표가 코 앞인데, 그 따스함에 멈춰설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차라리 이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가 매몰차게 자신을 대했기에 앞으로 나아갈 힘을 낼 수 있는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엔은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버티기 힘들 것 같아서.

     

     

     

    .

    .

    .

    .

     

     

    시엔은 대저택에 들어선다.

     

    그녀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던 용사 일행이 모두 눈길을 던졌다.

     

     

    그들이 걱정하던 모습이 엿보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모르는 척, 하나 둘 딴청을 피우며 제 방으로 돌아갔다.

     

    시엔이 돌아오니 안심한 듯 했다.

     

     

    “…이제 자볼까? 피곤하네.”

     

    펠릭스가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러자고. 나도 마침 졸리던 참이었어.”

    아크란도 커다란 몸을 일으키며 밖으로 나섰다.

     

     

    “…”

     

    실프리엔만이 굳은 표정으로 시엔을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그녀만이 내제된 감정을 숨기지 못한 듯 했다.

     

     

    시엔은 몸에 힘이 나지 않았다.

     

    모르는 척을 해주는 동료들에게 속으로 감사함을 느끼며 방으로 향했다.

     

     

    “…성녀님?”

     

    그렇게 걸음을 옮기는 그녀를 실프리엔이 불러세운다.

     

    “…네?”

     

    “잠시 이야기 좀 나눌까요?”

     

     

    시엔은 눈을 깜빡이며 실프리엔을 보았다.

     

    실프리엔과의 이야기는 언제나 그녀에게 힘을 주었다.

     

    어쩌면 지금도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

     

     

    “…괜찮으세요?”

     

    실프리엔이 개인 숙소에서 시엔에게 차를 따라주며 물었다.

     

    시엔은 더 이상 속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아니요.”

     

    그러니 그렇게 솔직히 답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밀어내며, 다른 여인을 옆에 두고 있는데 어떻게 괜찮을까.

     

    마음같아서는 그 곁에 있는 모든 여성을 밀어내고 자리를 잡고 싶었다.

     

    예전에는 그럴수가 있었다.

     

     

    서로 확고한 사이었으니. 그만큼 사랑했으니.

     

     

    하지만 지금은 관계가 너무나도 달라졌다.

     

    오히려 그의 곁에 있는 여성들이 자신을 밀어낼 수 있는 명분을 얻은 상태다.

     

     

    달리보면 시엔이 유부남에게 질척거리고 있는 꼴이었다.

     

    시엔은 실소를 흘렸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온걸까.

     

     

    “….쓰러질 것 같아요.”

     

    그러니 시엔이 말했다.

     

    최근 들어 갈수록 나약해진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민폐라는 것도 알았다. 실프리엔 또한 어깨에 실린 압박감이 있을테니.

     

    하지만 시엔에게는 여력이 없었다. 남은 힘이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

     

    실프리엔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참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머뭇거리던 실프리엔이 말한다.

     

    “…성녀님.”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실프리엔은 계속해서 머뭇거렸다.

     

    스스로도 말을 해주어야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어떤게 더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다는 듯 갈등한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시엔의 표정을 살피며 입술을 깨물었다.

     

    마치 마음을 다잡는 듯이.

     

    “…희망…을 가지세요.”

     

     

    시엔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젓는다.

     

    “…그러고 싶어요.”

     

    그녀가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

     

     

    실프리엔은 그럼에도 계속 머뭇거렸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은것처럼.

     

    “…성녀님….이….런 말씀을 드리면 안되겠지만…”

     

     

    그만큼 실프리엔도 간절해보였다.

     

    시엔이 힘을 내주길 바라고 있는 듯 했다.

     

    “….아직…그 부단장님은…”

     

    “……..?”

     

     

     

    “….성녀님을 제일 사랑할 거에요.”

     

     

    시엔은 그 대답에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위로의 말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그 문장이 주는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시엔이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자, 실프리엔이 이어갔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네?”

     

    실프리엔은 잠시 주변을 살폈다.

     

    방에 둘 밖에 있지 않음에도 조심하려는 듯.

     

     

    그러더니 실프리엔은 시엔에게 몸을 기울였다.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말한다.

     

     

    “….베르그님은 아직…아내분들과…”

     

    “….”

     

    “….그…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은 듯 해요.”

     

     

    시엔의 표정이 멍해졌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일까.

     

    실프리엔의 말에 머리가 백지가 되어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하는 동안, 엘프가 이어갔다.

     

     

    “…아르윈에게 직접들은 이야기에요. 아내들과 사이가 좋아보이는 건….연기라고 했어요. 귀족들과 사이 좋은 모습을 연기해 용병단의 안전을 꾀하는 거라고…”

     

    “………연기요…?”

     

    “물론 우정이 있긴 해도…사랑까지는 아니라고 들었어요. 특히 네르 블랙우드는 부단장님을 절대 사랑할 수 없다고 말을 했다는걸요?”

     

    “……..”

     

    “…그러니까요, 성녀님…. 부단장님이 매몰차게 대해도…마음만큼은…”

     

     

    시엔은 눈을 깜빡이며 그 말을 곱씹었다.

     

    며칠전 아르윈과 나누었던 대화까지도 같이 떠올렸다.

     

    ‘…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베르그와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었던 아르윈이다.

     

    네르 블랙우드에 이어 아르윈 셀레브리엔까지.

     

     

    둘 다 정략혼으로 이어져, 마음이라곤 공유하지 않았던 걸까.

     

     

    시엔이 너털 웃음을 힘없이 터트렸다.

     

    한참을 그렇게 힘없이 웃었다.

     

    손을 얼굴에 묻고서, 표정을 실프리엔에게서 숨겼다.

     

     

    방금 들은 말에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아르윈과 나누었던 대화가 있었기에 그런지, 실프리엔의 말이 믿기 어려운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안심되는 것도 있었으나……또 한편으로는, 더욱 불쾌할 뿐이었다.

     

     

    베르그의 귀중함도 모르는 여자들이 그의 곁을 꿰찬걸까.

     

    귀족이라 베르그를 얕보고 있는걸까.

     

    정략혼이라 기본적인 거부감이 있던 걸까.

     

     

    “…베르그를…사랑할 수 없다고 했다고요…?”

     

    “…”

     

     

    동시에 베르그가 불쌍해졌다.

     

    그가 어떠한 사람인지 아는 시엔이었다.

     

    슬럼가에서부터 그랬다.

     

    거친 삶을 살지만, 평온함을 좋아하던 베르그였다.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 위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던 베르그였다.

     

     

    그런 그가 아내들과도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는 걸까.

     

    아내들마저도 그에게 평온함을 주고 있지 못한 걸까.

     

     

    시엔은 계속해서 웃었다.

     

    이 모든게 자신의 잘못 같았다.

     

    정말 베르그의 곁을 떠나지만 않았어도, 이런 아픔은 없었을까.

     

    혹은 베르그에게 기다려달라고만 말했어도, 이 모든 불행은 피할 수 있었던 걸까.

     

     

    그녀는 또 그렇게, 아픈 가슴을 꼭 쥔채 밤을 보냈다.

     

     

    ****

     

     

    스탁핀으로 돌아가는 날이 돌아왔다.

     

    잭슨 가문의 영지에 내려앉았던 혼란이 진정되자, 모두가 제 각기의 위치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잭슨 가문의 두 아들은 재판을 위해 수도로 끌려가게 되었다.

     

    돔 가문도 제 영지로 돌아가기로 했지만, 판트라 가문만이 하루 더 남아있기로 했다.

     

     

    수많은 병사들이 정렬했고, 또 수많은 기병들은 이미 영지 밖으로 향했다.

     

    점차 잭슨 영지에서의 일도 마무리 되어감을 느낀다.

     

     

    나는 아담 형과 잠시 대화를 나누며 돌아갈 일정을 잡았다.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가야할 곳은 없는지, 등등…

     

    이번에 우두머리 조가 용사 일행을 구해낸 공로에 대한 보상도 챙긴후였다.

     

     

    잭슨 영지 내에서 용병단에 합류할 인족 신병들도 모집한만큼, 이제는 정말 돌아갈 일만 남아있었다.

     

     

    “…괜찮냐.”

     

    대략적인 대화가 끝난 후, 아담 형이 물었다.

     

     

    “…”

     

    나는 잠시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답은 나도 아직 내리지 못했으나, 괜찮아야만 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내들과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그 그림에…. 더 이상 시엔은 없었다.

     

     

    돔 가문이 국왕에게 마지막 예의를 갖추고 출발했다.

     

     

    그와 더불어, 홍염단도 출발할 준비를 끝마치기 시작했다.

     

     

    바란, 크리안과 시어도어가 홍염단 일부를 데리고 밖으로 향했고, 나와 아담 형, 숀과 잭슨 등등 우두머리 조가 남아 끝매듭을 짓고 있었다.

     

     

    네르와 아르윈 또한 내 곁에 서 있었다.

     

     

    나는 형의 곁에 서서, 국왕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시엔이나 용사 일행은 보이지 않았다.

     

     

    “가보겠습니다.”

     

    아담 형이 말했다.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동안, 어디선가 게일이 나타나 내 곁에 붙었다.

     

    “…”

     

    그를 바라보자, 게일이 설명한다.

     

    “…아직 내게 가르침을 받지 못했지 않나. 나는 여전히 자네를 따라갈 걸세.”

     

    “…”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당장은 게일에 대한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그나저나, 이제는 내게 가르침을 받아보는 건 어떻겠나? 말했듯, 신을 굳이 믿을 필요는 없네. 실력 좀 키워서 나쁠게 없지 않겠나.”

     

    나는 눈을 깜빡이다 미세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렇게 아담 형과 국왕의 인사가 끝나자, 나는 몸을 돌렸다.

     

     

    -끼익! 쿵!

     

    그 때, 대저택의 문이 터지듯 열리며 용사 일행이 뛰쳐나왔다.

     

     

    가장 앞선 자리에는 시엔이 있었다.

     

    또 얼마나 운건지 눈이 붉다.

     

    떠나가는 나와 이별을 하기 싫어 숨어있다 뛰쳐나온 듯 했다.

     

     

    “…..하아…하아….”

     

    “……”

     

     

    수많은 이별을 경험한 나라지만…역시나 시엔과의 이별이 주는 감정은 이상하고 무거웠다.

     

    그렇게 매몰차게 그녀를 대했음에도 당장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조차도 이제는 내가 감수해야하는 일이었다.

     

     

    아담 형과 게일이 몰래 나를 위로하듯 몸을 툭 건드리며 걸음을 옮겼다.

     

    네르와 아르윈은 잠시 성녀를 주시했다.

     

     

     

    나 또한 시엔을 바라보았다.

     

     

    “…”

     

    “…”

     

     

    마지막이었다.

     

    내 오랜 소꿉친구이자.

     

    내 단짝 친구이자.

     

    내가 사랑했던 여자.

     

     

    이제 더는 만날 일이 없을 듯 했다.

     

     

    그런만큼….나는 눈을 어렵게 깜빡여,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내 온 과거를 내려놓는 것처럼.

     

    이 무거운 감정을 내려놓는 험난함을 남들이 이해할수나 있을까.

     

     

     

    나는 그렇게 몸을 돌렸다.

     

     

     

     

    “벨!!!”

     

     

    그때, 온 공간을 뒤흔드는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왔다.

     

    우리의 개인적인 애칭이 주위를 뒤흔든다.

     

     

    놓아버린 인연을 그녀가 다시 강하게 붙잡는다.

     

    발걸음 한발자국도 옮기지 못했는데…다리가 굳는다.

     

    추억이 수도 없이 담긴 애칭이 또 내 심장을 조여왔다.

     

    한때 얼마나 사랑했던 그 호칭이었는지 이제는 기억이 희미해졌다.

     

     

    “…벨?”

     

    “…”

     

    네르와 아르윈이 그 호칭에 의문을 표하며 나를 바라본다.

     

    누굴 지칭하는지 명확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본능적으로 멈춰선 나를 보고 있었다.

     

    그녀들이 표정을 불안하게 찌푸리며, 나와 시엔을 번갈아 보았다.

     

     

    “…”

     

    나는 이를 악물었다.

     

    …결국 숨기지 못한 우리의 관계.

     

    내 힘든 마음조차, 더는 숨기지 못했다.

     

     

    표정을 구기며 뒤를 바라보았다.

     

    싸늘하게 굳히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나약한 표정만 짓게 된다.

     

     

    거기에는 눈물을 또 한번 흘리며, 나를 곧게 바라보는 시엔이 서 있었다.

     

     

    -….스윽…

     

     

    그녀가 천천히 두 팔을 뻗었다.

     

    “…”

     

    “…”

     

    내게 닿으면 안된다며, 몸을 움츠렸던 시엔.

     

    어느새 눈물을 흘리는 그녀가 말한다.

     

     

    “…안아줘.”

     

     

    떠나가려는 내게 말했다.

     

    성녀로서의 모습도 내려놓고.

     

    시엔으로서, 모두의 앞에서, 내게 애원했다.

     

     

    “…이제 연기는 그만하고…흐윽…나를…나를 안아줘, 벨.”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흰색바탕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ㅋㅋ 넵!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전작부터 따라와주셔서 감사해요!

    vesta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백지 칭찬이군요ㅎㅎ.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노력할게요.

    다음화 보기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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