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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2

       

       

       “···세상에.”

       

       “저게 무슨···.”

       

       

       끝없이 몰려오는 거미들의 무리에 지쳐가던 초인들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이제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 등장한 한 소녀.

       

       그녀의 주위로, 엄청난 속도로 거미들이 찢겨나가고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 다가가자 마치 두부 자르듯 썰려 나가는 거미의 사체 탓에, 마치 그녀의 주변에 거미가 다가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인가! 다가가면 몸이 썰리도록, 실을 깔아둔 거야!”

       

       “다들, 저 소녀 주변으로는 가지 마라! 팔 하나 잘린 상태로 울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그저 설치해두는 것만으로도 지속적으로 저 마수들을 죽여버릴 수 있는 능력이라니.

       

       도대체 왜 이제야 나타났나 싶을 정도로 현 상황에 알맞은 능력을 가진 초인의 등장에 그들은 환호했다.

       

       

       “저 주변을 대피처로 사용한다면···! 다쳐도 금방 치유받을 수 있어!”

       

       “가능해! 여기서 전부 막아낼 수 있다고!”

       

       

       소녀의 주위에 길게 연결된 실들이,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에 달라붙어 함정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시체가 너무 많이 쌓여버려 실들이 하나둘 무력화되기 시작했지만···.

       

       그 이상으로, 소녀가 다루는 실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 영향 탓일까.

       

       정말 끝없이 몰려온다고 생각했던 거미들의 양이, 조금이나마 줄어든 것 같다고.

       

       이대로 간다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그들의 귀에,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

       

       “늑대? 마수인가?! 젠장, 이럴 때···!”

       

       “아니야! ···마수가 아니다! 아군이다! 저길 봐!”

       

       

       콰득, 콰드득.

       

       초인들도 저 거미의 입에 물린다면 부상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한 번 물려 조금이라도 멈칫하는 순간, 다른 거미들의 공격까지 한꺼번에 들어온다.

       

       그렇기 때문에 전선이 밀렸다. 최대한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그러나, 눈앞의 존재에게는 아니었다.

       

       마치 사람처럼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늑대.

       

       그 모습을 본 몇몇 초인들이 경악했다.

       

       

       “잠깐. 저거 책에서 본 적 있는데. 웨어 울프 아니야···?”

       

       “···뭐? 웨어 울프? 수백 년 전에 멸종된 종족이 왜 여기에 있어?”

       

       “아우우우우우우우!”

       

       

       그들이 경악하고 있는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로, 웨어 울프는 포효했다.

       

       고작 이 정도로는 상처입힐 수 없다는 듯.

       

       저 물결의 움직임에 맞추어 조금씩 뒤로 이동하는 전선과는 달리, 웨어 울프는 전진했다.

       

       그리고 잠시 후.

       

       파도 속에서, 진액이 하나둘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마 저 안쪽에서 마수들을 죽여대고 있는거겠지.

       

       저런 끔찍한 장소에 직접 기어들어 가다니.

       

       

       “···이성이 없어 보이는데. 정말 아군 맞아? 그냥 우연히 나타난 마수 아니고?”

       

       “걱정하지 마시죠. 아군 맞습니다. 저건 초인의 능력으로 변신한 거예요.”

       

       “깜짝이야···! 뭐야, 너였어?! 지금까지 어디에 있다가···!”

       

       “조금 해야 할 일이 생겨서요. 덕분에 좋은 일이 생기지 않았나요?”

       

       “···저 초인들, 네가 데려왔구나?”

       

       

       대량 살상에 특화된 초인들이라더니, 그 말 그대로였다.

       

       죽지 않고 최대한 많은 수의 마수들을 처치하기 위해 끊임없이 능력으로 벽을 세우고, 부서지면 다시 이동해서 벽을 세우고.

       

       꾸준히 전선이 밀려가며 점차 지쳐갔던 그들과는 달리, 저들에게는 전선 같은 게 필요 없었으니까.

       

       한 명은 마수의 공격이 아예 통하지 않고, 한 명은 마수가 접근할 수조차 없다.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죽어버리니까.

       

       

       “덕분에 살았어. 두 명뿐이지만 이 정도라면···!”

       

       “두 명이 아닙니다.”

       

       “···뭐?”

       

       “저기요.”

       

       

       고개를 까딱이는 하율의 모습에 시선을 돌리자, 하반신이 뱀으로 되어있는 여자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저주의 말을 쏘아대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런 꼴이···! 내가 왜 이런 꼴이···! 저주할 거야, 저주할 거야, 저주할 거야···!”

       

       “···저거, 괜찮은 거 맞아?”

       

       “엄살이 조금 심한 편이라서, 아마 괜찮을 겁니다.”

       

       “흐꺄아아악?! 주, 죽을 뻔했네···!”

       

       

       옆에서 다가오는 거미를 눈치채지 못해서일까.

       

       우연히 고개를 돌린 그녀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거미의 입에 순식간에 잘려 나갔다.

       

       다행히 겁에 질린 건지 뒤로 도망갔기 때문에 크게 다치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야, 저 사람은 후방에 보내야 할 것 같은데.”

       

       “너무 위험하지 않아?”

       

       “괜찮습니다. 상당히 미덥지 않고, 엄살도 심하고, 말하는 건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맨날 밥만 축내는 식충이지만···.”

       

       

       ···괜찮은 거 맞아?

       

       옛 동료의 신랄한 깎아내림에 그들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해질 무렵.

       

       자신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이 치욕스러웠기 때문일까.

       

       슬쩍 바라본 뱀 여자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어있었다.

       

       

       “그래도 쓸만한 편입니다.”

       

       “나를 죽이려고 하다니···! 너희들, 용서 못 해!”

       

       

       어느새 메마른 눈물 사이로, 노란색 눈동자가 빛났다.

       

       그녀의 동공이 잠깐 파충류의 그것처럼 세로로 찢어졌다고 잠깐 느낀 찰나.

       

       그녀 앞의 거미들의 색이, 회색빛으로 변해버렸다.

       

       마치 재질이 바뀐 것처럼.

       

       

       “···저건, 돌인가?”

       

       “공격과 동시에 방벽이 생기네. 좋은 능력이야.”

       

       “네, 집중한 시야 내의 원하는 것들을 돌로 변화시킬 수 있더군요. 다만···.”

       

       “다만?”

       

       

       의기양양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 굉장한 능력이라며 감탄하던 그들의 의문을 표했다.

       

       무언가 문제가 있는 걸까.

       

       

       “자주 쓰면 눈이 아파져서, 결국 많이 쓰지는 못하지만요. ···게다가 많이 쓰려면 눈을 계속 뜨고 있어야 하니···.”

       

       “끄아아아악, 내 눈···! 너희들 왜 없어질 생각을 안 해?! 으꺄아아악! 살려줘!”

       

       

       수많은 거미를 돌로 바꾸어버린 그 능력과는 전혀 다른 모습.

       

       눈이 아픈지 연신 손으로 비벼대며 꼬리를 움직이며 도망가는 모습에 그들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되거든요.”

       

       “···뭔가, 굉장하긴 한데.”

       

       “응, 좀 그렇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시죠. 저래 보여도 알아서 잘 살아남을 녀석입니다.”

       

       

       위버멘쉬때도 그랬으니까요.

       

       하율은 그렇게 말하려던 입을 다물었다.

       

       굳이 이런 이야기까지는 할 필요 없을 것 같아서.

       

       

       “그래도 세 명이 합류했다고 이렇게까지 편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러게.”

       

       “···하나만 더, 정정해도 될까요? 세 명이 아닙니다.”

       

       “어? 왜?”

       

       “제가 있잖습니까. 네 명입니다.”

       

       “뭐? 하지만 넌 마수 상대로는···.”

       

       

       공격적으로 능력을 사용할 수 없잖아.

       

       라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순식간에 안개가 되어 사라져버린 하율의 모습에 그들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 예전에 마수들 상대로는 능력을 회피용으로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면서 짜증 내지 않았던가.

       

       몸속에 들어가서 호흡기관에 물을 채워 넣는다 한들 워낙 크기가 크다 보니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서.

       

       ···그리고 그 사실을 떠올리고 나서야, 그들은 눈치챘다.

       

       저 마수들이 새끼라는 사실을.

       

       

       “···거미가 폐가 있던가?”

       

       “몰라. 그래도 호흡기관은 있겠지. 새끼라면 크기는 상당히 작을 거고.”

       

       

       그들의 생각이 옳았다는 듯, 안개가 순식간에 파도 한 가운데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안개를 들이마신 채로 초인들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오던 거미들은 이내 거품을 물고 쓰러진 채,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허, 참. 무섭네.”

       

       “그러게.”

       

       

       그러나 섬뜩한 능력이라도 아군의 힘이다.

       

       네 명의 초인들이 합류하자마자 부담이 순식간에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다.

       

       느낌 따위가 아니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획기적으로 마수의 수가 줄어들었다.

       

       

       “후, 드디어 조금 편해지겠네.”

       

       “그러게. 고생 많이 했으니까 조금만···.”

       

       “노닥거리지 말고 당장 싸워! 시간제한이 생겼다!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해!”

       

       “···아, 젠장. 시간제한이라니. 조금 편하게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극적으로 줄어든 부담에 조금이나마 편하게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초인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시간제한이라니.

       

       또 무슨 정보를 입수했길래 저 할아범이 저렇게까지 다그치는 걸까.

       

       

       “···어쩔 수 없네. 그냥 빨리 끝내고 쉬자.”

       

       “그래···.”

       

       

       그래도 그들은 사령관이 그들을 다그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다시금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다 늙어가는 할아범이지만, 우리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저 늙은이뿐이었으니까.

       

       

       

       ***

       

       

       

       “끄으으윽···! 끄아아아악···!”

       

       “···이런, 많이 아파 보이네. 괜찮아?”

       

       “죽어어어어어어어!”

       

       “미안, 그건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야.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돌아가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나를 불태우기 위한 불이 날아오고, 짓이기기 위한 팔이 휘둘러지고, 두 동강 내기 위한 물줄기가 쏟아진다.

       

       그러나 모두 최소한의 걸음으로 피했다. 많이 움직일수록 오래 버티기 힘들어질 테니.

       

       눈앞의 소녀에게는 잔인한 이야기지만, 시우는 소녀에게 죽어 줄 생각이 없었다.

       

       시우가 사랑하는 소녀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흠, 앞으로 몇 시간을 더 버텨야 다른 사람들이 올까? 나랑 내기라도 할래?”

       

       “왜, 왜 안 맞는 거야···!”

       

       

       소녀의 짜증 섞인 질문에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한동안 소녀가 공격하지 않으면 시우에게 좋은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짜증을 내던 것도 잠시.

       

       그 짜증의 원인이 나라는 사실을 깨달은 건지, 소녀가 더욱 격렬하게 나를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내가 소녀의 공격 방식을 예측하고 피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마구잡이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공격도 피해버린 뒤, 그녀가 짜증을 내던 무렵.

       

       

       “크르르륵···!”

       

       “···이건 또 뭐야.”

       

       

       도대체 언제 저곳에 있었던 걸까.

       

       이름 모를 마수 한 마리가, 소녀의 옆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를 공격할 동료 한 명이 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소녀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좋아. 언제까지 가나 한번 해 보자고.”

       

       

       시우는 하루종일이라도 버틸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을 모두 집어치웠다.

       

       두 마리라.

       

       생각보다 오래 버티기는 힘들겠네.

       

       그러나 시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꼭 살아서 아르테의 곁으로 돌아갈 것.

       

       그것이 약속이었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PD님이 제게 전화를 하셨어요.

    광고를 하려면 제가 외주로 넣은 실눈흑막 표지의 PSD 파일이 필요하다나, 뭐라나.

    조만간 실눈흑막 광고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닐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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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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