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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2

       

       

       

       

       

       132화. 마지막 시련 ( 5 )

       

       

       

       

       

       우당탕!

       

       점차 늘어나는 사람들이 시선에서 도망치듯이 들어온 무당집. 내부에서는 은은한 향내가 풍기고 있었다.

       

       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단상에는 수박과 갖가지 과일들이 올라가 있고, 신선처럼 보이는 이들의 그림도 주르륵 붙어있었다.

       

       티비에서나 보던 전형적인 무당의 집이다.

       

       

       “오…”

       

       

       처음보는 풍경에 잠시 둘러보고 있지나, 무당이 다시 무릎을 꿇으며 크게 외쳤다.

       

       

       “상제님, 상제님! 미천한 쇤네가 상제님을 알현합니다!!”

       

       “아니, 아줌마. 잠깐만 좀…”

       

       쿵ㅡ!

       

       

       바닥에 머리를 크게 박는 무당. 쿵 하는 소리가 방 안을 울린다. 아까부터 사람 말은 듣지도 않고 계속 이러니까 미칠 노릇이다.

       

       

       “좀 진정하시고, 예? 일단 일어나봐요.”

       

       “예, 예!”

       

       

       일어나라고 시키니까 부리나케 일어나는 무당. 이래서는 뭔 얘기를 할 수가 없으니 일단 자리에 앉게 했다.

       

       

       “좀 진정이 됐어요?”

       

       “예, 상제님. 쇤네를 이렇게까지 챙겨주시니 몸 둘 바를ㅡ”

       

       “아니 그만. 그 놈의 상제님 타령은 아까부터 무슨 소리예요 그게?”

       

       “예? 상제님을 상제님이라 부르는 것인데… 몸에서 이렇게 별이 흐르시는데 상제님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뒤에 선녀님도 계시는데.”

       

       “상제면 내가 아는 그 옥황상제요? 잠깐. 내 뒤에 뭐가 있다구요?”

       

       “선녀님이 상제님을 뒤에서 보필하고 계시잖습니까. 상제님의 바로 뒤예요.”

       

       “…”

       

       “으흠… 오… 그런…”

       

       

       무당은 뒤를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무언가 혼자 고개를 끄덕거리며 주억거렸다.

       입술을 작게 달싹거리며 알 수 없는 혼잣말을 시작한다.

       

       등골이 섬찟하게 아려온다. 무당은 지금 내 뒤에 무언가 있다고 했다.

       

       

       “조, 좀 더 자세히 말해봐요. 내 뒤에 있는 선녀가 정확히 뭐예요?”

       

       “흐으으음ㅡ 선녀님께서는 상당히 고운 미인이십니다. 얼굴을 천 같은 것으로 가리고 계시지만 그 자태가 매우 곱고ㅡ”

       

       “얼굴을 가려요?”

       

       “예. 그리고… 선녀님께서는… 음?”

       

       

       무당은 뭔가 이상한 듯 눈가를 찌푸리더니 허공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정확히는 나의 등 뒤를.

       뭔가 있나 싶어 몰래 돌아봐도 텅 빈 허공뿐.

       

       정말 뭔가를 보고 있는 듯한 무당의 반응에 점차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느껴지던 시선의 원인이 설마 귀신이라니.

       

       

       “조, 조금만 더 자세하게 얘기해봐요. 지금 내 뒤에 있는 그, 선녀라는 거 하고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으흠…”

       

       “뭐라도 좀 말해줘요! 굿, 굿이라도 하면 그 선녀라는 게 떨어질까요? 악귀예요? 아니면 뭐, 조상신 같은 거인가?”

       

       “상제님!”

       

       덥썩!

       

       

       계속해서 허공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이던 무당이 갑작스럽게 손을 잡았다. 왜소한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잡힌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상제님. 상제님이 가는 길이 곧 천도(天道)이니, 이를 명심하셔야 합니다. 잊지 마십시오!”

       

       “예? 뭔 도요? 천도?”

       

       “예, 천도! 상제님께서는 곧 천도입니다!”

       

       “아, 예…”

       

       

       두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하는 무당의 눈동자는 마치 호랑이의 그것과도 같았다. 부리부리한 눈에서 흘러나오는 기백에 위축되어 저도 모르게 대답을 해버렸다.

       

       

       “예, 그것이면 됐습니다. 상제님께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군요… 쇤네의 능력이 미천하고, 이 너머는 인간의 일이 아닙니다.”

       

       “이게 끝이에요? 제 뒤에 있다는 선녀는요? 괜찮은 거예요 이거?”

       

       “괜찮습니다. 선녀님께서 상제님의 보필을 해드렸으면 해드렸지, 해를 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음…”

       

       

       무당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찝찝한 일이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당하는 쪽이라면 더욱.

       

       더 말해줄 것이 없다고 하니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알 수 없는 찝찝함이 뒷맛에 남아 마음 한구석을 계속 괴롭힌다. 마치 사랑니와 어금니 사이에 낀 고기 조각 같은 기분이랄까.

       

       

       “아! 이 말씀을 깜빡했군요.”

       

       “예?”

       

       

       눈을 감고 묵묵히 앉아있던 무당이 말했다.

       

       촤륵!

       

       무당은 한 손으로 부채를 펼치고 얼굴을 가린 뒤, 부채 너머로 눈을 부릅 떴다.

       

       

       “의도는 이해하겠지만, 지극히 오만하고 불손합니다. 믿을 줄 알아야 하는 것도 그대의 덕목! 언제까지 그렇게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 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당은 텅 빈 허공.

       등 뒤를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아까 말했던 선녀라는 귀신과 말하는 걸까.

       

       

       “눈과 귀를 가려요? 이게 뭔 말이에요!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서요!”

       

       “상제님께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닙니다. 심려 마십시오. 그저 선녀님께 드리는 당부의 말씀이니…”

       

       

       그 말을 끝으로 무당은 눈을 감고는 바위처럼 굳건하게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겠다는 의지.

       어쩔 수 없이 무당을 뒤로하고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이거 괜찮은거… 맞겠지?’

       

       

       무당은 등 뒤에 붙은 선녀가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다.

       부적 한 장이라도 그려 달라고 할 걸 그랬나 싶었다.

       

       

       

              *       *       *       *       *

       

       

       

       탁-!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무당은 문이 닫히는 소리는 듣고서야 참고 있던 피를 뿜어냈다.

       

       

       “쿠흡ㅡ!”

       

       후두둑.

       

       시커멓게 죽은 피가 한가득 뿜어져 나온다. 감히 인간의 몸으로 천기를 누설하고, 상제님께 진언을 올렸으니.

       사지가 뒤틀릴 것을 각오했건만, 이 정도에서 끝나기를 참으로 다행이다.

       

       

       ‘진정 상제님을 뵙다니…’

       

       

       입가에 묻은 피를 슥 닦은 무당은 방금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실내에서도 뚜렷하게 느껴지는 선기(仙氣)라니!

       그녀는 지리산 산골 깊숙한 곳에서도 그렇게 맑고 순수한 기운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하여 급하게 뛰쳐나갔건만, 보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별빛이…’

       

       

       별이 가득했다. 실로 사람의 형상을 한 별들의 군체라.

       그분이 움직이는 걸음마다 별빛이 묻어났다.

       

       감히 옥체를 두 눈 똑바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의 휘광이 가득했다.

       

       실로 상제님의 형상이었다.

       

       

       ‘그 눈과 귀는 가려져 있었지만… 진정 상제님이셨다.’

       

       

       그녀가 알지 못하는 사연으로 인간의 형상을 하신 채 땅에 내려와 계시지만.

       때가 올 것이다.

       언젠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으로 올라가실 테지.

       

       그날이 오면 천지가 개벽할 것이다.

       

       손발이 오싹오싹 떨려온 무당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조상님… 소녀의 수양이 부족했습니다. 수양을 위해 다시 지리산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어울리지도 않는 무당질은 여기까지다. 수련의 일환으로 해본 것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귀인을 만났다.

       하늘이 그녀에게 돌아가라 하는 것이리라.

       

       무당은 벽 한 켠에 장식된 족자를 바라보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족자에는 그녀를 향해 개구쟁이처럼 웃는 한 남성이 그려져 있었는데, 구석에는 아주 작게 그 남성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전우치』

       

       

       

       

       

              *       *       *       *       *

       

       

       

       

       

       까득ㅡ!

       

       케넬름은 이가 부서질 정도로 강하게 힘을 줬다. 위대하신 분을 통해 엿본 풍경에서 심히 불쾌한 조언을 들었다.

       

       

       ‘뭐, 뭐? 오만하고 불손해? 감히 나한테 불손하다고?’

       

       뿌득.

       

       손에 들린 망치가 바들바들 떨리며 흔들린다. 눈이 부리부리한 여자는 케넬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어떤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존재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말을 걸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심정으로 이러는지도 모르면서…!’

       

       

       위대하신 분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희망이다. 그것이 오롯하게 그녀의 손에 달린 것이다.

       한 가지 행동, 한 가지 말을 해도 수천수만의 생각을 하며 불안에 떨어야 한다.

       

       행여나 위대하신 분께서 실망하여 떠나시면? 어느 순간, 더 이상 돌아오지 않으시면? 추악한 모습에 질리셨다면?

       

       

       ‘그렇게 할 수는…’

       

       

       하여 추한 것들을 가리고, 최대한 좋은 것들만 보여드렸다. 최대한 아름다운 것들로, 즐거움만을 느끼실 수 있도록.

       오래도록 이 세상을 즐기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는 최악의 사태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

       

       

       ‘나에게는 의무가…’

       

       

       그렇게 생각하였다.

       

       

       ‘…아니. 그 여자의 말이 맞지…’

       

       

       그녀도 내심 알고 있었다.

       

       감히 주제넘은 참견이라는 것을.

       

       보필하는 자가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은 끔찍한 죄악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위대하신 분은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 그녀는 그 희망을 온전히 보필해야 하는 사명이 있는 자.

       행여나 그 분께서 이 세계에 질리고, 꺼림칙하게 여기시며 떠나실까 두려웠다. 하여 감히 그 눈과 귀를 가렸다. 

       

       

       ‘오만… 이었던 걸까.’

       

       꾸욱.

       

       가슴팍이 조여온다. 숨이 막혀오는 듯하다. 

       믿고 따르는 자가 믿음이 부족하여, 감히 시험에 들게 하였으니.

       

       몰려오는 두려움에 케넬름은 무릎을 꿇었다.

       

       

       ‘아, 아아. 저, 저의 믿음이 부족하여… 감히 눈과 귀를 가리고 그 행동을 제 손안에 두려 하다니…’

       

       

       얼마나 끔찍하고 불경한 행동인가.

       마지막 희망이 온전히 그녀에게 달렸다는 압박감이 눈을 좁히고, 세상을 파먹는 악마들의 군세에 마음이 조급해진 탓일까.

       

       케넬름은 그제야 스스로의 불경함을 깨달았다. 언제부터 잘못한 것일까, 어디부터 해야 바로잡을 수 있을까.

       

       뚝 뚝.

       

       비가 오지 않는 영혼의 바다. 

       까만 바다로 둘러싸인 모래사장에서, 그녀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       *       *       *       *

       

       

       

       

       

       멍ㅡ

       

       침대에 누워 멍하니 시간을 때운다. 무당집을 나온 뒤로 곧장 집으로 향했는데, 무당의 말이 계속해서 귓가를 맴돌았다.

       

       

       ‘나한테 상제님…이라고 했지.’

       

       

       상제라고 하면 옥황상제 밖에 없을 것이다. 옥황상제라면 하늘의 최고신 아닌가.

       무당이 왜 나에게 옥황상제라고 했는지 까닭을 알 수가 없어서, 계속 그 이유를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전생에 신이었나? 그것도 옥황상제였다고?’

       

       

       자아가 한창 비대한 14살이나 할 법한 발상이다. 전생이 존재하고, 내가 전생에 신이었다고? 말도 안 된다.

       차라리 슈퍼카가 내 앞에서 멈춰서더니 예쁜 누나가 다급하게 “나중에 설명할 테니 일단 타!”라고 하는 상황이 더 현실적이다.

       

       

       “…”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방 한가운데 섰다.

       

       스윽.

       

       손을 들어 벽을 겨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강하게 움켜쥔다는 느낌으로 손에 힘을 준다.

       움켜쥐었다면ㅡ

       

       

       “흡!”

       

       

       당긴다!

       

       

       “에이씨. 이게 뭐 하는 거냐.”

       

       

       

       멀쩡한 벽. 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괜한 뻘쭘함이 몰려온다. 이 나이 먹고 무당이 상제님이라고 불러 준 거에 뭐 하는 건지.

       

       

       ‘무당이 그냥 헛소리한 거 아니야?’

       

       

       원래 무당이나 점쟁이들이 하는 말의 절반은 걸러 듣고, 그 나머지도 두 번은 더 걸러 들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까 그 무당도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해준 말일 수도 있다.

       

       

       ‘선녀가 얼굴을 천으로 가렸다고 했지?’

       

       

       얼굴은 천으로 가린 여자… 요즘 꿈에서 자주 보이는 그 여자도 천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상당히 예뻤던 것으로 기억한다. 꿈이라 기억은 흐릿하지만, 아마 예쁠 것이다.

       

       

       ‘…뭐지?’

       

       

       뭔가 조금 맞아떨어지는 기분. 

       

       부웅ㅡ!

       

       주머니 속 핸드폰이 진동한다. 꺼내서 확인하자 알람이 하나 와있다.

       

       

       《오류 복구! 콜로세움 이벤트 “싸워라, 그리고 이겨라!”의 복구를 알려드립니다!》

       

       

       “이야, 버그 픽스를 한다고?”

       

       

       개발자들이 일을 하긴 하는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을 달아주신다면 작가는 기쁨의 훌라춤을 출겁니다!!

    – ‘신선우’님!! 휘황찬란 번쩍번쩍 왕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독자님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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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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