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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2

       테마곡 무대가 끝나자마자 녹방이 시작되고….

         

       그 사이 우리는 바로 다음 무대 분장을 준비해야 했다.

         

       “하예린 헤어 담당은 스탠바이 안 하고 어디 있는 거야!”

         

       “장비 가지고 지금 달려오고 있답니다!”

         

       “빨리 메이크업부터 컨셉에 맞춰서 바꿔! 얼른!”

         

       제일 분주한 것은 바로 코디 담당 스태프들이었다.

         

       그들은 녹방 1시간 동안 우리의 헤어, 메이크업, 의상 등등을 준비해야 했기에 그야말로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저기….”

         

       “잠시 가만히 계세요, 예린 씨.”

         

       “……네.”

         

       나한테는 무려 5명의 스태프가 달라 붙었다.

         

       두 명은 내 얼굴을 비롯하여 내 온몸을 메이크업했고 한 명은 내 머리를 만졌으며 한 명은 내 의상을 가져와 세팅했고 한 명은 내가 무대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신발과 내 발목에 테이핑을 했다.

         

       덕분에 나는 마치 무도회에 나가기 전 귀족 영애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예린 씨, 몸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주세요. 대답도 할 필요 없어요.”

         

       “…….”

         

       “가만히 있으라니까요!”

         

       “…숨 쉰 건데요?”

         

       “그렇게 크게 숨 내쉬면 여기 라인 무너집니다! 그냥 아예 눈을 감고 계시고 숨도 5초에 한 번만 쉬세요!”

         

       …정말 더럽게 힘들었다.

         

       고생은 스태프가 다하는데 가만히 있는 네가 뭐가 힘드냐 할 수도 있겠지만…, 마네킹처럼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화장을 워낙 덮어서 가려운 곳이 있어도 긁지도 못하는 데다 갑갑하고 불편한 의상은 덤이었다.

         

       그렇게 지옥의 40분을 겨우 버티고 버틴 후….

         

       “휴…! 끝났습니다!”

         

       나는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모든 1팀 멤버분들이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1팀은 대기실로 이동해 주십시오!”

         

       스태프의 말에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낸 다른 팀원들이 뒤에 있는 소파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옥의 시간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보는 팀원들이 반가워서 나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일어났다.

         

       그런데….

         

       “휴, 드디어 끝났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끝났었구나?”

         

       “…….”

         

       “……?”

         

       다른 팀원들을 나를 보고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며 나를 그저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에 의문이 들어 고개를 갸웃하니….

         

       “저기…, 왜 아무 말도….”

         

       “언니….”

         

       서유진이 왠지 신앙심 가득해 보이는 눈으로 중얼거렸다.

         

       “지, 지, 지금 너무 예뻐요…. 아니…, 원래 안 예쁘다는 말이 아니라…, 원래도 언니는 세상에서 제일 예뻤는데 지금은 진짜…, 한국에서…, 아니, 미국에서…, 아니 이 지구에서…, 아니, 이 우주에서 제일 예뻐요…. 진짜 탈 인간 여신 그 자체….”

         

       “왜 그래…, 민망하게….”

         

       좌호법 특성이 추가된 이후 서유진은 늘 이렇게 한 번씩 나를 찬양하고는 했다.

         

       그게 오늘따라 과도한 것 같아 나는 민망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와.”

         

       …거울 속 내 얼굴을 보고 작게 감탄에 빠졌다.

         

       과장을 많이 하긴 했어도 지금 내 얼굴은 정말 서유진이 말한 것처럼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여신…, 이라는 표현까지는 아무래도 오버고…, 마치 만화 속 여주인공 캐릭터가 책을 찢고 현실로 나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하예린의 몸으로 태어난 후 미(美)에 대한 기준이 한껏 올라간 내가 이리 평가할 정도니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외모일 터.

         

       “…….”

         

       내가 마치 공주병에 걸린 사람처럼 거울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팀원 중 한 명이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끝났다.”

         

       “……뭐가 끝나요?”

         

       “이번 무대 우리의 승리야. 지금 예린이 네가 등장만 해도 남자든 여자든 다 자지러질걸?”

         

       “풋…, 그게 뭐예요.”

         

       그녀가 장난으로 한 말에 내가 피식 웃었다.

         

       덕분에 나를 멍하니 보던 다른 팀원들도 와하하 웃으며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하하, 맞아. 지금 예린이 얼굴이면 그냥 등장만 해도 우승이다, 우승.”

         

       “…자꾸 놀리지 마세요.”

         

       “놀리는 거 아닌데? 안 그래도 예뻤는데 지금 예린이 얼굴은 세상에서 제일 예뻐.”

         

       “다른 사람들도 다 예뻐요.”

         

       “어이쿠, 여신님께 그런 소리를 들으니 참으로 영광입니다요!”

         

       “아하하!”

         

       “와하하!”

         

       그렇게 우리는 한바탕 웃고 서로 눈을 한 번씩 마주한 후 대기실로 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그리고….

         

       “엇?”

         

       “음?”

         

       문밖에 있는 이를 보고 모두 동시에 흠칫했다.

         

       그도 그럴게….

         

       “설 언니…?”

         

       “설아?”

         

       1팀의 메이크업실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상대 팀의 유 설이었기 때문이었다.

         

       “설아, 왜 여기 있어…?”

         

       “너희 팀 우리보다 앞 순서잖아. 지금 무대 준비하러 가야 되지 않아?”

         

       참고로 어제 진행한 미니게임을 통해 유 설이 속한 2팀이 우리보다 앞 순서에 무대를 하게 되었다.

         

       녹방도 어느덧 10분가량밖에 남지 않아서 2팀은 지금 백스테이지에서 대기하며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데 2팀의 실질적 리더인 유 설이 이곳에 있다니?

         

       나를 비롯한 팀원들이 의문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자 유 설이 다소 조급해 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꼭…, 할 말이 있어서….”

         

       “할 말? 무슨 말?”

         

       “그게….”

         

       이내 유 설은 우물쭈물하더니….

         

       스윽.

         

       “…!”

         

       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예린이한테…, 예린이한테 개인적으로 할 말이어서….”

         

       “…….”

         

       “혹시…, 자리 좀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유 설이 속한 2팀은 지금 당장 백스테이지로 가야 했고 우리 1팀도 대기실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따지고 봤을 때 지금 우리에게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시간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응? 제발….”

         

       유 설의 얼굴이 너무 절박해 보여서….

         

       “부탁할게….”

         

       나는 그녀의 제안을 감히 거절할 수 없었다.

         

         

         

         

       **

         

         

         

       나와 유 설은 급하게 아무도 오지 않는 비어 있는 대기실로 단둘이 자리를 옮겼다.

         

       “…….”

         

       “…….”

         

       나에게 할 말이 있다던 유 설은 정작 단둘이 되자 주저하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쉽게 말을 걸지 못했다.

         

       덕분에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내가 먼저 유 설에게 말을 꺼냈다.

         

       “언니, 오늘 엄청 예쁘시네요.”

         

       “…….”

         

       유 설은 2팀의 곡 컨샙과 맞게 Y2K감성이 더해진 하이틴 룩으로 꾸민 채였다.

         

       안 그래도 아름다운 유 설에게 컨셉에 맞는 패션과 메이크업이 더해지니 정말 빛이 날 정도로 예뻤다.

         

       그런데 이런 내 칭찬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유 설은 내 말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이에 내가 잠시 멋쩍어진 찰나….

         

       털썩.

         

       “……언니?”

         

       “…예린아.”

         

       유 설이 돌연 내게 무릎을 꿇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내가 당황하니 유 설이 애절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엄마가 많이 아파.”

         

       “…….”

         

       “빨리 긴급 수술에 들어가야 하는데 병원비가 연체돼서 할 수가 없대….”

         

       “……언니.”

         

       나는 유 설의 어깨에 손을 대고 그녀를 만류하려 했지만 이미 눈동자에 초점을 잃은 유 설은 횡설수설 계속 말을 이었다.

         

       “벼, 병원에는 나아아 우승 상금으로 병원비를 내겠다고 어떻게든 설득했어.”

         

       “…….”

         

       “이, 이번에 내가 우승해서 어떻게든 엄마 병원비를 마련해야 되는데….”

         

       그리 말하는 유 설은 비에 젖은 강아지처럼 초라하고 작아 보였다.

         

       “도와줘…, 예린아….”

         

       “…….”

         

       “나…, 이번에 어떻게든 우승해야 해….”

         

       유 설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혀 있지 않았다.

         

       자존심, 자부심, 프라이드 등등 모든 것이 빠져나간 그곳에는 절박함만이 있을 뿐이었다.

         

       “제발…, 제발….”

         

       지금 유 설이 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나아아에서 자신이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굳이 나한테만 말한다는 건….

         

       ‘나한테 고의로 무대를 망치기라도 해 달라는 건가.’

         

       그 뜻을 이해한 나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아는 유 설은 절대 이런 부탁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 그녀를 둘러싼 상황이…,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유 설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저번 경연이 끝나고 뜻하지 않게 유 설의 통화를 엿들은 나는 강형만을 통해 유 설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

         

       ‘병원비가 상당히 밀려 있고 긴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더구나.’

         

       ‘…….’

         

       ‘예린이 너랑 친한 친구면…, 내가 대신 해결해 줄까?’

         

       ‘아뇨, 사장님. 제 일로 사장님께 또 폐를 끼칠 수 없죠. 대신….’

         

       그런 내가 지금 유 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턱.

         

       “언니. 그런 소리 하지 마요.”

         

       “……예린아.”

         

       “언니랑 저는 경쟁자잖아요. …경쟁자한테 경연 전부터 약한 모습 보이고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

         

       “원하는 게 있다면…, 그게 그토록 간절한 거라면….”

         

       나는 유 설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말을 이었다.

         

       “언니가 이겨서 쟁취하세요. 언니는 그럴 능력이 있잖아요.”

         

       “…….”

         

       “최선을 다해서 저를 이기세요. 저도 언니를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테니까.”

         

       누군가의 개인 사정을 위해서 일부러 무대를 망친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나아아를 본 시청자들에게도, 이곳까지 직접 와 준 팬들에게도, 팀원들에게도, 그리고 나와 유 설 모두에게도 실례되는 일이었으니까.

         

       여기까지 온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그 어떤 후회도 남지 않을 최선의 무대를 팬들에게 보이는 것.

         

       유 설의 사정이 아무리 딱하다고 해도 그녀의 개인 사정 때문에 우리의 마지막 이야기를 흐릴 수 없었다.

         

       “…….”

         

       이런 내 뜻이 그녀에게 전해진 걸까?

         

       스르르-.

         

       절박함과 다급함으로 까매져 있던 유 설의 눈동자에 다시 빛이 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유 설은 이내 꿇은 무릎을 펴고 몸을 일으켰다.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건 최선을 다해 무대를 마치는 거지.”

         

       그리고는….

         

       꼬옥.

         

       헤어와 메이크업이 망가지지 않게 나를 가볍게 안으며 속삭였다.

         

       “…미안해.”

         

       “…언니.”

         

       “…너를 존중하지 않으려 했던 게 아니야. 너무 상황이 급해서…, 내가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 봐….”

         

       “…….”

         

       “약속했었는데…, 더러운 짓 비열한 짓 안 하고 오직 실력만으로 이기겠다고 약속했었는데….”

         

       그리고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때 유 설의 눈은 굳은 의지와 결연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최선을 다 할게, 예린아. 지켜봐 줘. 내 모든 것을 보여 줄 테니까.”

         

       나도 그제서야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언니답네요.”

         

       “…….”

         

       그 말에 유 설은 내 어깨를 한 번 쓰다듬고는 급하게 뒤를 돌았다.

         

       “…갑자기 끌고 와서 미안해. 이제 내 무대가 시작할 것 같으니 나는 얼른 가 볼게.”

         

       “네, 다녀오세요.”

         

       끼익.

         

       “아, 잠깐, 언니.”

         

       “…어?”

         

       나는 유 설이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를 불렀다. 그리고 말했다.

         

       “나아아에서 언니를 만난 건 행운이었어요. 언니랑 경쟁하는 내내 늘 즐거웠고…, 늘 분했어요.”

         

       “…….”

         

       “지금까지 어울려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도 화이팅하세요.”

         

       진심을 다한 내 마지막 인사에 유 설도 작게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

         

       여전히 근심 가득한 그녀의 얼굴에 티 없이 맑은 작은 미소 조각 하나가 걸렸다.

         

       “나도 그동안 미안했어. 그리고….”

         

       “…….”

         

       “…고마웠어, 나야말로 너와 만난 게 행운이야.”

         

       유 설은 조금 부끄러운지 그 말을 남기고 불게 물들은 귀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녀의 뒤에 상태창이 떠 있었다.

         

       [주인공 특성의 히든 효과 ‘각성(覺醒)’이 발휘됩니다.]

         

       지난 경연 나를 패배로 이끌었던 주인공의 히든 효과 각성(覺醒).

         

       이것 참 내가 괜히 잠자고 있던 괴물을 깨운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후회가 되지는 않았다.

         

       이번 경연은 유 설과 나의 마지막 경쟁이었으니까.

         

       나아아 1화부터 시작되었던 그녀와 나의 경쟁관계는 오늘로써 마무리된다.

         

       순간 내 머릿속에 유 설과의 지난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갔다.

         

       좋은 기억들도…, 나쁜 기억들도…, 하나의 의지로 수렴된다.

         

       바로 친애하는 내 경쟁자를 이기고야 말겠다는 의지.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유 설을 이길 거다.

         

       유 설도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

         

       이제 남은 건 팬들에게 누구의 마음이 더 간절하게 전해졌는지다.

         

       나는 떠나가는 유 설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누가 우승을 하던…, 이번 파이널 경연은 정말 후회 없는 무대가 될 거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화는 12시간 뒤에 연재됩니다!

    **

    알프도르프의농노님!

    무려 131코인 통큰 후원 감사합니다!

    재밌다는 말과 함께 거금을 후원해주시니 저는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알프도르프농노님께서 더욱 재밌어 하실 빚갚돌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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